"…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아, 이런 거 완전 싫은데. 제가 말해놓고도 상투적인 인사말이 영 멋쩍었는지, 그는 언젠가 내 절망을 닦아냈던 손으로 제 얼굴을 두어 번 쓸어내렸다. 나는 그 모습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반지가 없었다.
"왜, 그때, 그렇게 연락도 없이…."
"……."
아스라이 묻힌 기억을 왜 끌어올리시나요. 당신은 제 청혼에서 무참히 등 돌리셔놓고, 왜 그런 질문을 하세요?
입을 달싹거리지만 나오는 건 소리가 아니라 헛된 바람. 나의 들숨, 그리고 날숨. 당신과 나의 것이 하나가 되던 때도 있었지.
"좀… 마른 것 같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네."
바싹 마른 성대가 거친 대답을 뱉었다. 갈증이 난다. 그것은 모든 의미에서의 갈증이다. 진실로 물이 필요하다, 당신의 사랑이 고프다, 그 체온이 그립다. 목이 타올랐다.
"아니라고 대답해주면 안 돼? 밥 먹자."
민윤기는 지금 내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고개가 갸우뚱.
당신과 외식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저는 아직도 기억하는걸요, 그 얘길 꺼내던 나를 질린다는 듯 바라보던 당신을 기억하는걸요.
그런데도 밥을 먹자고요? 밖에서? 당신과 제가 말입니까?
"전 당신의 아내가 아닌데요."
미처 참지 못하고 무너지는 둑에, 어어라- 당황하는 민윤기의 얼굴은 금세 희뿌예지고. 나는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다시 한 번 인식하면서 지루한 눈물을 흘렸다. 비참한 상황. 사랑하는 이에게는 가정이 있고, 나는 그를 잊으려고 모든 걸 버리고 떠났는데 1년도 못 되어 다시 만났고, 열 손가락 깨끗한 그의 모습에 죽어버린 미련이 살아나는. 끔찍하게도 안타깝고 지저분한 사랑.
눈도 제대로 뜨지 않고 울다가, 내게 닿아오는 단단함의 감촉을 느끼자마자 뒷걸음질을 쳤다.
이번에야말로 절망에 젖어들 거에요, 부디 내 절망을 가져가지 말아요.
"…타. 얘기 좀 하자."
절망의 품에 안겨 비틀거리면서도 나는 끝내 그의 말을 따라 차에 올랐다. 턱에 닿는 눈물은 닦지 않는다, 그것이 내 발끝에 닿길 바라며.
나는 추악한 구렁텅이에 사는 이브- 감히 샘솟는 욕심을 죽이지도 못하고 또다시 이렇게 욕망의 그림자를 키워나간다.
우리는 묵묵히 차에 오른 채, 그는 운전하고 나는 다만 창밖을 내다보면서. 아, 세상이 어떻게 돼버리면 좋겠다- 철부지 어린아이 시절에나 간절하던 생각을 했다. 그러다 멈춘 곳은 고작 한강, 그러나 소중한 한강. 내가 민윤기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던 그 강가에, 지금 우리는 서 있다.
"…그"
"왜 그랬어요?"
"어?"
민윤기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눈을 내리깔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미안, 미안해. 미안해…. 아- 가련한 사람. 뭐가 그렇게 미안해서.
"왜 그날 나를 떠났나요? 다시 찾는 이유가 뭐에요? 이럴 거면 그날 그렇게 떠나지 마셨어야죠, 언제나처럼 등을 돌리지 마셨어야죠. 저는 반지가- 반지가,"
당신의 아내가 끼고 있던 반지가 가지고 싶었던 거에요. 저는, 당신의 아내가 되고 싶었던 거에요. 그러나 모든 말은 이제 과거형일 뿐이고, 모든 날은 과거일 뿐이다. 한 마디, 한순간마다 후회로 점칠 된 과거.
아, 나는 그녀에게 가서 무릎을 꿇어야 했지. 그냥 그렇게 도망칠 게 아니라 사죄했어야 했지. 이 사람이 가정에 머물도록 해야 했어. 나는 무책임한 사람이구나. 하느님, 제게 주신 아담의 갈비뼈가 아까워요.
"-무슨 생각해?"
문득 민윤기의 시선이 섬뜩하게 느껴졌고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
따라오는 게 아니었지.
| BX |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 작성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한 편 늘린 거 두 편은 못 늘릴까 해서 다음 편 가져오려고 여지 남기고 끝냅니다 헤헤 ,, 포인트가 아깝지 않도록 글 쓰겠습니다! 저번 편은 5포인트도 아까운 양이었던 것 같아요(침울) 이번편은 5포인트가 아까운 퀄리티고ㅠㅠㅠㅠ 정말 죄송해요 더 열심히 할게요 :'(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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