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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 of Love



가을이 다 지나가는, 늦가을 무렵. 수능이 끝나고 이어지는 축제들에는 우리학교 축제도 포함되어있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답지 않게 크게 하는 학교 축제에는 외부인도 출입이 가능했고, 나는 호석이 오빠, 김태형, 박지민, 전정국. 모두를 불렀다. 사실 전정국은 불러야하나 고민했다. 보고싶지만, 그의 앞에 서면 자꾸 좋아하는 감정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서 수능을 핑계대고 연습실에도 잘 가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자꾸 신경쓰였다. 





"오빠 왔다, 뭐해. 너네 사복이야? 헐, 예뻐. 예쁘네, 오늘도 어제 만큼~"




"윽, 토할 것 같아. 왜 이래, 평소에는 예쁘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으면서?"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아니면 오늘 그냥 예쁜건가. 진짜 예쁜데? 너 우리 안보는 사이에 뭐 했냐? 성형? 코? 눈? 아니면 전체?"




"뭐래, 김태형. 얘 원래 예뻤거든. 그렇지, 정국아?"




"...네? 네 형. 예쁘...죠. 그럼요."





"전정국 목소리 떨리는거 봐, 거짓말하면 못된 어린이에요, 전정국 어린이."




"...아니거든, 조용히 해."






예쁘다는 한마디에 얼굴이 확 붉어졌다. 김태형이 했을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전정국의 음성으로 들으니 설레서.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공을 들이긴 했지만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오늘도 전정국은 잘생겼다. 정장보다는 캐주얼하지만, 정장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옷에 그와 잘 어울리는 머리. 그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그 말을 떠올리니, 더욱 부끄러워지는 마음에 몸을 돌려 관객석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여기, 여기 앉아. 





"....어...."





어쩌다 보니 김태형과 전정국 사이에 앉아버렸다. 아, 김태형 옆에 박지민이라 쟤랑 놀텐데. 전정국이랑은 말하기 어색한데, 어쩌지. 




"태형아, 자리 좀 바꿔주면 안돼? 호석이 오빠랑?"




"왜? 아, 올~ 알았어. 형! 나 그자리 앉을래요. 옆에 분이 아름다우시네~"





특유의 능글거림으로 자리를 바꿔 앉은 덕에 호석이 오빠가 내 옆으로 왔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석이 오빠랑 몇마디 나누다가 꺼지는 불에 정면을 보다 슬쩍 옆을 돌아봤다. 안좋은 표정으로 핸드폰만 내려다보는 전정국이 보였다. 왜 그러지, 싶다가도 시작되는 음악에 정면을 바라봤다. 신경쓰인다. 




몇몇 무대가 지나고, 팜플렛에는 외부 댄스팀의 공연이라고 적혀 있는데 음악은 들리지 않고 축제 사회를 맡은, 학생회장이 무대로 올라온다. 은근 아재개그를 즐기는, 얼굴만 멀쩡한 우리 학생회장인데. 무대 위로 올라온 학생회장이 말을 시작했다.




"아아, 안녕하세요. 학생회장 김석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외부 댄스팀이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오다가 사고가 나서 못오게 되어서요, 이 시간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던 중에 자칭타칭 뇌섹남이라고 불리는 저희 전교 부회장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아 이렇게 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학교 재학생이든, 외부인이든 상관 없습니다. 올라와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시는 분께, 그 분이 재학생이면 그 분이 속한 반에 치킨을 쏘고 외부인이면 영화 관람권과 외식 상품권을 드리겠습니다. 자, 올라 오실 분 계십니까?"



그와 동시에 내 핸드폰이 불이 나게 울리기 시작했고, 단톡방에는 안나가면 죽여버릴거야, 라는 장난끼 가득하지만 무서운 말 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반 애들이 모인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내 이름도 불렸다. 한숨을 푹 쉬었다. 싫은데.





"저요, 제가 할께요."





하는 수 없이 손을 들어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슨 곡을 어떻게 할 거냐는 학생회장의 말에 잠깐 고민하는데, 밑에 있던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전정국을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말.




"보아의 Only One 이요. 노래랑, 춤 같이 하고 싶어요."





학교 댄스팀이 백 댄서를 해주겠다고 올라왔고, 예상하지도 못한 독무대가 되어버렸다. 마이크를 들고 해야하는 줄 알았지만, 외부 팀 공연때문에 빌려왔던 핀 마이크와 인이어가 있어 그걸 착용할 수 있었고, 즉석에서 빠르게 준비 된 덕에 빠르게 무대를 할 수 있었다.




간주가 흘러나왔고,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치 못한 부분이 나를 당황시켰다. 2절에, 남자와 하는 안무.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전정국이 무대위로 올라왔다. 당연하게 들어오는 전정국에 안심하고 있던 순간, 




"미안."




작은 속삭임 같은 목소리와 함께 전정국의 입술이 내 이마에 닿았다.

당황한 와중에도 무대를 끝냈다. 무사히 끝냈다는 것에 안도 하고 내려가려는데, 학생회장이 말을 걸었다.





"멋진 무대 감사합니다. 이런, 이제 보니 유명하신 분 아니세요? 동영상 몇 번 봤어요. 만나서 영광입니다."




악수를 청해오는 그에 악수를 하니, 말이 계속 이어진다.




"노래도 같이 하신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 쓸모없는 걱정이었네요. 너무 멋있는 무대, 감사합니다. 몇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서 그러는데 괜찮을까요?"




"아, 네 괜찮아요."




"몇학년 몇반이세요? 이름은 이미 알고. 같이 추신 남자분도 올라오시겠어요?"




"3학년 2반이요. 맛있는 치킨 부탁드려요."



"당연하죠. 아, 남자분도 자기 소개 좀 부탁드려요."




"옆 고등학교 3학년인 전정국이라고 합니다."





"우와, 제가 살면서 저만큼 잘생긴 분은 못 볼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 보네요. 잘생기셨어요. 여자분과는, 무슨 사이세요?"



"친ㄱ..."

"남자친구에요. 제 여자친구고."





그의 말에 관객석이 웅성거린다. 내 머릿속은 이미 백지.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전정국이 나를 자신 쪽으로 당겨 손을 꽉 잡는다. 




"아, 정말요? 잘 어울리네요 두분. 그럼 멋진 무대를 보여주셨으니 남자분께도 뭘 드려야죠. 여자친구랑 데이트 잘 하시라고 영화 관람권이랑 외식 상품권 드릴게요. 좋은 무대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내려가셔도 돼요."




당황한 마음을 추스리지도 못한채 전정국의 손에 붙잡혀 내려왔다. 방송부에서 마이크와 장비들을 가져가는 동안에도 손을 꼭 잡고 있더니,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가는게 아니라 밖으로 간다. 운동장의 끝까지 갈 기세길래 손을 뿌리치듯 빼냈다. 그러자 나를 돌아보는 까만 눈동자.




"왜 남자친구라고 했어?"




울컥, 올라오는 좋아하는 마음에 호기심이 더해져 생각할 새도 없이 나간 물음. 그에 전정국이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다가 듣기 좋은 목소리로 답한다.




"...너 좋아해서."




"...뭐?"




"내 여자친구 해줘. 멋있는 고백이 아니라서 미안. 그냥, 너가 내 여자친구였으면 좋겠어."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톤에 아이의 불안을 보여주는 떨림이 섞인 목소리. 그 목소리에 무너져버리고 만다. 좋아하는 마음을 감싸고 있던 벽이. 좋아하는 마음이 왈칵, 터져버리고 말았다.




"...나도, 나도 너 좋아해. 좋아해, 정국아."




놀람으로 커지는 눈동자. 이내 예쁜 웃음을 짓는 너. 나를 감싸 안는 너. 나를 감싸 안는 너의 향기. 그리고, 네 허리를 꼭 껴안는 내 손. 




벚꽃이 내리는 로맨틱한 풍경은 아니지만 너라서 좋았던, 고백. 그리고 시작된,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닌, 둘이 하는 사랑. 


 -

한달은 너를 못본 것 같았다. 수능을 이유로 연습실에 나오지 않는 너에 걱정이 되고, 그보다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날로 커져가는 널 좋아하는 마음은, 언젠가는 터져버릴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있었다. 




너의 축제날, 일주일 전부터 고민한 옷과 머리를 하고 네 앞에 섰다. 안본사이 더 예뻐진 네 모습에 너를 빤히 보고 있는데, 호석이 형이 말을 걸어온다. 원래 예뻤죠, 그럼. 그런데 더 예뻐 져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내 마음을. 떨리는 목소리를 트집 잡는 김태형에 내 말의 의미가 변할까 싶어 빠르게 반박하고는, 관객석으로 이끄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예쁘네, 늘 그랬듯이.




나란히 앉아서 좋았는데, 김태형이 앉아있던 자리에 호석이 형이 앉는다. 그것도 모자라 둘만 이야기를 한다. 예쁜 얼굴 나한테도 좀 보여주지. 혹시 호석이 형을 좋아하나. 아, 안돼는데. 애만 타는데 너는 아무렇지 않다. 나한테도 예쁜 모습 좀 보여줘. 보고싶어. 자꾸 드는 좋지 않은 상상에 핸드폰만 내려다 보다 시작하는 무대에 시선을 두었다. 큰일났다, 고백하고 싶어졌다.




나를 물그러미 보다가 보아의 Only One을 말하는 너와, 준비를 하는 너, 무대 시작하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연습실에서의 기억이 머리를 스쳐갔다. 커플댄스. 계단을 타고 올라가 2절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발짝 두발짝 다가가는데, 가만히 눈을 감듯이 있는 네가 너무 예뻐서 작게 미안, 이라고 속삭이곤 입을 맞췄다. 그렇게 무대가 시작되었고, 끝이 나고서는 자리에 앉아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이런 저런 질문에 답을 해야했다. 호석이 형은 알고 있었다고 했고, 박지민은 나를 떠나보낼수 없다고 했으며, 김태형은 놀려댔다. 적당히 무시를 하며 너의 무대를 마저 보다가, 학생회장이라는 사람의 부름에 무대로 올라갔다. 





"여자분과는 무슨사이세요?"




친구라고 대답하려는 네 말보다 조금 빠르게, 대답했다. 남자친구요. 제 여자친구고. 네 손을 꼭 잡았다. 티나게 움찔거리는 몸에 괜히 했나, 라는 후회를 조금 할 뻔 했다. 무대에 내려와 장비를 빼는 너의 손을 꽉 잡고 있다가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언제 어떻게 말해야할지 생각하는 사이 네가 내 손을 뿌리치듯 빼냈다. 그에 널 바라봤고, 네 사랑스러운 눈동자에 가득 담긴 당황한 기색에 너는 더 당황스러운 질문을 한다.





"왜 남자친구라고 했어?"




어떻게 답해야할까, 생각하다가 꾸밈없이 이야기했다. 너 좋아해서. 널 좋아해서 그래. 내 여자친구 해줘. 미안, 멋있는 고백이 아니라서. 이렇게 예쁜 널 보니까 아무 말도 생각이 안나. 그냥 내 여자친구였으면 좋겠어, 네가. 




그리고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네 말.

"...나도, 나도 너 좋아해. 좋아해, 정국아."



놀람에 커지는 눈. 안도와 행복으로 물든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할 새도 없이 널 안았다. 고마워, 고마워. 내 사람아. 이내 내 허리를 감싸오는 너의 손. 예쁘다.




벚꽃이 내리는 로맨틱한 풍경은 생각도 못했지만, 너라서 그냥 좋아서 해버렸던 고백. 그리고 시작된,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닌, 둘이 하는 사랑. 



본편은 여기서 끝이지만, 번외 격으로 두어편 더 있을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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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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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난나누우 입니다.
사실 이글을 읽으면서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박자도 조금씩달라지고 느낌도 달라지는게 꼭 춤같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는 둘다 같은 춤을 추게되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마지막까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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