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맛 하나, 레몬맛 하나-
"야 이석민"
"왜 불러또, 뿌우?"
뒤지고싶냐. 아침부터 이러지 마라 제발... 여주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티격태격거리며 딱 봐도 친해보이는 두 사람은 어렸을 적부터 소꿉친구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잘 지내는 도른자 콤비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른자는 석민의 역할이 굉장히 컸지만, 여주도 오랫동안 석민의 옆에서 베스트 프렌드 자리를 지켜 왔기에 똘끼가 만만치 않았다.
여튼, 두 사람은 다른 남사친 여사친들이 커플로 바뀔 때에도 굴하지 않던... 소위 말하는... 그래, 불알친구다.
"나 진지하단 말이야."
여주가 짜증섞인 진지한 목소리로 석민에게 말했고, 그런 여주의 모습을 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왜 그러니 나의 친구야. 라며 대답하는 석민이다.
나, 남소 받았는데... 여주의 기어들어가는 듯한 대답을 어떻게 그리 잘 들은건지,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장난스러운 진지함이 아니라 진짜 진지한 얼굴을 하는 석민.
대체 누군데? 잘생겼어? 키는? 남소라는 말에 와다다 질문를 던지는 석민의 모습이 영 어색하기만하다. 그런걸 신경쓰던 애였나...? 이석민이...?
"웬 질문폭탄이야"
"얼른, 물어본 거나 대답해"
좀처럼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석민이지만, 지금은 사뭇 달랐다. 이번달에 여주가 봤던 모습 중에서 가장 진지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진지하다.
눈을 반짝 빛내며 물어보는 모습이 여간 어색한게 아니다.
"키는... 175인가? 보통이랬구, 엄청 잘 생겼다던데... 혼혈이래. 이름은 한솔? 맞나, 하튼 최한솔이랬어."
"야! 너는 뭐 이름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소를 덜컥 받고 그러냐? 응?"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면 조금 평소처럼 돌아올까, 하는 생각에 대답을 해줬건만 여전히 뾰루퉁한 얼굴로 여주를 쳐다본다.
왜 저렇게 과민반응을 하고 난리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여주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단 하나의 생각. 쟤가 나 좋아하나?
남들이 보면 과대망상 쩐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여주는 사실 몇달 전부터 석민이 눈에 밟혔다.
어렸을 때부터 욕조에서 같이 목욕도하던 사이라는 거, 잘 알고있지만 인생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감정이란 새끼. 참 제멋대로다. 그냥 요즘들어서 석민을 보면 설렌다.
그게 다였는데, 이렇게 자신의 남소에 예민하게 반응해주면 여주가 망상하기 딱 좋지 않은가?
"내가 남소 받는 거, 싫어?"
여주의 질문을 듣고는 눈에 띄게 당황한 석민. 10년도 넘게 붙어다녔던 여주가 석민이 당황했다는 걸 눈치 못챌리가 없었다.
왜 당황하고 그래! 아니라고 해야지... 두 사람의 우정이 혹여나 어정쩡한 사랑으로 끝날까 두려웠던 여주는, 오히려 석민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아 몰라, 남소 받던가 말던가"
석민이 손톱을 물어뜯다가 그냥 짜증을 내며 교실을 나갔다.
...
그날 이후로 대화를 한마디도 안했던 것 같다. 나쁜 새끼...
결국 남소는 다음번에 받겠다며 그 잘생겼다는 남자애를 포기했고, 이석민과 나는 12년동안 처음으로 3일 이상 말을 안하고 있다.
그날이 화요일이었고 오늘은 금요일. 딱 4일 되시겠다. 금요일은 학원이 유독 늦게 끝나서 이석민이 내 돼지는 내가 지킨다며 항상 데리러 왔었는데...
괜히 씁쓸한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학원에서도 계속 떠오르는 이석민 생각에, 제대로 수업을 듣지도 못하고 그냥 집에 가고있다.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자, 벌써 11시 40분이다. 뭔 놈의 학원은 아리따운 여고생을 이렇게나 늦게 보내는거야? ...뭐, 내가 조금 심하게 우량하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고생인데! 온갖 짜증을내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도 환하게 켜진 편의점이 보인다.
뭐 하나 먹으면서 갈까...? 지갑을 확인해보자, 안에는 천원짜리가 한장 들어있었다. 용돈 받은게 엊그제 같은데 왜 벌써 다 쓴거야... 한숨을 쉬며 편의점 쪽으로 향했다.
"으으으음, 뭐 먹지"
콧노래를 부르며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득 막대사탕이 눈에 보였다. 이석민이 저거 사과맛에 환장하는데...
갑자기 석민의 모습이 생각나자, 어우 미쳤나! 라며 혼자 뺨을 때리는 시늉을하는 여주다.
맨날 레몬맛만 먹던 나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사과맛을 먹어볼까? 하고 츄파춥스 사과맛을 집어들었다.
딸랑- 안녕히가세요. 피곤해보이는 편의점 알바 언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고, 나는 한 손에 사과맛 사탕을 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그냥 사오지 말걸 그랬나... 오른손에 들린 사탕을 빤히 쳐다보다가 기왕 산 거 맛있게 먹자. 라는 생각으로 껍질을 까서 입에 넣었다.
맛있긴 맛있네... 사탕을 오물거리던 여주의 표정이 점점 울상으로 변해갔다. 으헝... 나쁜새끼... 개새끼, 내가 뭘 잘못했다고 지가 먼저 쌩을 까?
참아보려했지만 자꾸 석민의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이 미워서 눈물이 흘렀다. 이 와중에 사과 사탕은 기분 나쁘게 맛있다.
"야, 왜 울어 울기는"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머리에 뭔가 묵직한게 얹어지는 느낌이 나서 위를 쳐다보자, 후드집업을 입고있는 이석민이 보였다.
이제 하다하다 환상까지 보이냐?! 꺼져 이 환상 새끼야! 눈 앞의 석민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건지, 석민의 가슴팍을 때리며 엉엉 울어대는 여주.
그런 그녀를 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는 석민이다.
"환상 아니고 진짜거든"
"...거짓말, 이석민이 여기를 왜 오냐."
학교에서 집하고는 완전 반대인데, 왜 여기까지 오겠냐구...
석민을 때리는 것을 그만둔 여주가 계속해서 훌쩍였고, 석민은 고개를 숙인채 서있는 여주에게 눈을 맞추며 여주의 얼굴을 들게한다.
그리고는 뺨의 눈물을 닦아주며 대답한다. 너 위험할까봐 쫓아오고 있었다, 왜.
"니가 왜...!!!"
"좋아하니까."
석민의 대답에 여주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 너 지금 뭐라고...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는 여주의 말을 가로막고 석민이 말을 이어간다.
친구사이 깨질까봐 이제까지 말 못했는데, 나 너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계속 좋아했어. 그 이후로 안 좋아했던 순간이 없었어.
근데 내 감정 숨기겠다고 니가 우는건 우리 사이 깨지는 것 보다 더 싫다. 석민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여주가 눈물을 흘리며 웃어보인다.
"이 멍청아... 나도 너 좋아해."
그럴 줄 알았어. 특유의 웃음으로 환하게 웃어보인 석민이 언제부터 네가 사과맛을 먹었냐며 투덜대다가 여주에게 입을 맞춰온다.
혀 부터 전해지는 달달한 사과향이 코 끝에 맴돌았고, 석민이 입을 맞춘채로 웅얼거리며 말한다.
"우리 사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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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신생작가 스프라이트수녕입니다!!!!!!!! 친구의 요청으로 만든 단편을 들고왔슴당.
달달하쥬? 아니라고여? 미안해요...
앞으로 이런 단편으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여러분이 댓글에 달아주시는 소재를 쓰고 싶고요...
만약 없다면, 댓글 달아주시는 분이 생길 때까지는 이 편을 만들게 해준 친구한테서 얻어낼 생각입니다.
그친구의 욕망을 탈탈 털어보져. ㅇㅅaㅇ...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즐감해주십셔 예쁜이덜!!!!!!
+)첫날이니까 구독료 0포인트입니다. 다음부터는 10포인트 가여(긁적)
+)친구 이름으로 써버렸더니 이 사단이 났네요... 다음부터는 바로 여주라고쓰던가 해야지... 수정을 천번 하던가 해야지...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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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냉장고가 이런게 뭐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