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방 안에 처박혀 울고 자기만 했다. 입맛이 없었지만 먹어야 한다는 말에 꾸역꾸역 억지로 입에 밀어 넣었다가 다 게워내는 바람에 밥 한 숟가락 들지 못했다. 오늘도 평소에 그랬듯이 창문만 활짝 열어두고 밤하늘을 바라봤다. 하루종인 잔 탓인지 침소시간이 반시진(1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고하고 내 정신을 멀쩡했다.
오늘따라 아버지와 나라에 있는 가족들이 더 생각이 났다. 차라리 민윤기가 한 제안을 무시할 걸 그랬다. 내 힘으로 나라를 세우면 되는 것을 겁이나서 도망친 내가 너무 한심했다. 달 위로 아버지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 .. 보고싶습니다. "
중얼거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민윤기에게 내가 받은 상처 못지 않은 상처를 되돌려 주고 싶었다. 허나, 무슨 수로? 내겐 힘이 없다. 홍나라면 몰라도 청나라에서는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 곳에서 나는 거의 혼자였다. 홍나라에서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했는데. 또 다시 덜컥 눈물이 나왔다.
' 탄소 너는 성품이 고운 아이다. 남이 너에게 상처를 주었다 한들 너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사람을 용서해주어야 한다. 절대로 똑같이 되돌려 주려고 하지 말거라. 이 애비는 니가 영원히 하얀 눈 같은 아이였으면 좋겠다. '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였다. 왜 하필 이 때 생각난 건지. 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눈물을 닦았지만 어째서인지 눈물은 끝도 없이 흘러내려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숙였던 고개를 들어 하늘에 있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봤다.
" 그럼, 이 답답한 가슴은 어찌해야 하는 겁니까. "
혹여 울음 소리가 세어나갈까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죽였다.
***
"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구나. "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아픈 허리도 시간이 지나니 점차 나아졌고 아버지 생각에 우는 날도 많이 줄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갔다.
창문 밖은 항상 똑같은 풍경이였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어딘가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궐 담벼락 너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예전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오라버니와 함께 뛰어놀던 때가 있었지. 나도 잠시 나가서 걷고 와야 겠다. 방에만 있으려니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일주일이 넘도록 나가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하지.
" 마마,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 잠시 기다리거라! "
" 예. "
하필이면 이 때. 병풍 뒤에 있는 창문을 열고는 주위를 한번 살피고는 뛰어내렸다. 높이가 높지도 않았고 홍나라에서 이미 훈련을 받은 터라 다칠 이유는 없었다. 창문을 탁 닫고는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누가 날 덥썩 잡는 바람에 그 자리에 꼼짝없이 잡혀버렸다. 아, 이런. 김상궁인가 하고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 했더니 왠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중전마마? "
" .. 예, 근데 누구, "
" 반갑습니다!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내 손을 잡고 방방 뛰는 남자에 당황해 가만히 있자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한 건지 남자는 손을 놓고는 뒷목을 긁적이며 내게 말했다.
" 제 이름은 태형입니다, 김태형! "
" 저는, "
" 괜찮습니다. 알아봤다 부르지도 못할 이름이라 제겐 별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
태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고는 입을 다물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조잘대는 태형이였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지. 잠시 산책하려고 나온게 이상한 남자한테 걸려 다 무산이 되어 버렸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이러면 내가 도망친 이유가 없지 않은가.
" 마마께서 사라지셨다! 궐 안을 샅샅이 뒤져라! "
한참동안 태형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김상궁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태형이 나를 보더니 도망치셨습니까? 하고 물었고 나는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태형이 잠시 아무 말이 없더니 내 손을 잡아 나를 끌고 갔다.
" 어디로 가는 겁니까? "
" 맘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니 너무 겁 먹지 마십시오. "
" 그게 어디, "
" 여깁니다. "
태형이 덜컥 멈추는 바람에 태형의 등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얼굴을 매만지며 태형의 옆으로 빠져나와 주위를 둘러봤다. 꽃들로 가득 찬 정원이였다.
" 이 곳에 있는 꽃들은 모두 제가 가꾼 것입니다. "
" 이 많은 꽃들을 태형이 키웠단 말입니까? 대단합니다! "
" .. 아닙니다, 옆에서 지민이 도와줬습니다. "
내 칭찬에 쑥쓰러운지 뒷목을 매만지는 태형을 보다 꽃이 있는 곳을로 가 민들레 하나를 꺾으려하자 태형이 나를 말렸다.
" 안 됩니다! "
" ... "
" 사람에게 생명이 있듯이 꽃에게도 생명이 있습니다. 이게 불고 싶으신 겁니까? "
" .. 예. "
내 말에 태형이 바닥에 엎드렸다.
"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
" ... "
무슨 대단한 일을 하나 했더니. 헛웃음이 나왔다.
" 마마께서도 불어보시겠습니까? "
나도 체면이 있지. 태형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태형이 일어나 옷을 툭툭 털고는 나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 이 곳엔 저와 지민이 외엔 함부로 들어오지 못 하는 곳입니다. 아, 전하가 가끔 오시긴 하지만 자주 오시진 않으니 편히 쉬다 가셔도 됩니다. 다음엔 지민이라는 아이를 소개 시켜 드리겠습니다! "
" ... "
" 하늘이 우중충한 걸 보니 곧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아까 보니 나뭇가지에 걸려 치마가 찢어진 것 같던데 이걸로 가리고 가십시오. "
" 어, 어느새. "
치마를 보니 진짜로 조금 찢어져 있었다. 태형에게 감사인사라도 하려 고개를 들었지만 태형은 이미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곳까지 가버렸다. 어깨에 올려진 옷을 손에 꼭 쥐었다.
***
정원에서 놀다가 처소로 돌아가는 길 태형의 말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태형이 준 옷이 있었지만 그냥 비를 맞으며 처소로 돌아갔다. 교태전 근처에 다다르자 신하들이 비를 맞으며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보나마나 내가 없어져서 찾는 거겠지. 신하 한명을 붙잡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 왜 그렇게 떠느냐. "
" 전하께서 마마의 처소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
" .. 언제부터 기다리셨느냐. "
" 반시진이 조금 지났습니다. "
내가 정원에 그렇게 오래 있었나. 어기적 어기적 교태전 문을 열고 발을 들이자 민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놀라 뒷걸음치자 나를 확 잡아당기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
" 왜, "
" ... "
" 왜 자꾸, "
어깨를 세게 붙잡는 민윤기에 어깨가 아파 아프다고 말하자 더 세게 잡았으면 잡았지 놓아주거나 힘을 빼지는 않았다.
" .. 아픕니다, 놓아 주십시오. "
" ... "
" ... "
내 어깨에 걸쳐진 태형의 옷을 보더니 나를 벽으로 밀쳐냈다. 어깨가 벽에 세게 부딪혀 어깨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입술을 깨물었다.
"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
" ... "
" 내 눈에 너의 그림자 하나라도 보이면 죽여버릴 것이다. "
민윤기는 그렇게 알 수 없는 말만 하곤 사라져 버렸다.
그동안 서러웠던 것이 펑하고 터져버렸다. 왜 항상 저렇게 제멋대로인 것인지.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 차라리, 차라리 저를 죽여주십시오.. "
바닥에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런 나를 달래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울지 마라는 그 흔한 말 한 마디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위에 나를 위로해 줄 사람 한 명 없다는 걸 알게 되니 서러움이 배로 되었다. 추한 걸 알면서도 자꾸만 눈물이 나와 바닥에 엎드려 울고 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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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는 누구일까요? 맞춰보세요. 맞춘 사람한테는 저의 사랑을 드립니다^ㅁ^ 아, 맞다. 암호닉 신청 최근화에 해주세요. 안 그러면 추가 안 해줄거야요..쒸익 쒸익..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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