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이석민 첫사랑 조작글
(이석민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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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주버전을 읽지 않으셨다면 먼저 읽으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세븐틴/이석민/단편] 뻔한 이석민 첫사랑 조작글 下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0/18/e6243bfa34bf782187853de7d0d7e55e.gif)
어떤 여자아이 둘은 어렸을때부터 굉장히 친했고, 그렇게 이어진 인연은 그들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닿았다.
한명은 다른 한명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았고, 곧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어렸던 그 여자아이들은 어느새 엄마가 되었다.
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의 자식과 친하게 지냈다. 그렇게, 그 자식들은 또 서로의 가장 친한친구가 되었다.
나와 여주가 그렇다. 부모님끼리 친한 덕택에 아주 어렸을때부터 볼 꼴 못볼 꼴 다 봐가며 컸다.
보통의 형제자매들이 그러는 것 처럼 너가 아프면 나도 아팠고, 너가 좋아하면 나도 좋았다. 초등학교때부터 우린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어딜 다니든지 손을 잡았다. 아, 지금 생각해보면 복잡한 생각없이 잡을 수 있을때 많이 잡아둘 걸 그랬다.
우리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단 한번을 빼고 항상 같은 반이였다. 같은 반이 되지 못했던 3학년, 펑펑 우는 너를 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렸던 나는 10살이라는 작은 나이에 다짐을 했다.
항상 너 옆에 있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너가 울지 않게 지켜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다른반임에도 불구하고, 너희 반에 더 자주 찾아갔고, 일부러 복도 앞에 기웃대며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살폈다.
다행히 함께 생활하지 못하는 1년동안 우린 전혀 멀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애틋하고 가까워졌다.
언제나 등하교하는길은 너와 함께였다. 학교가 끝나면 떡볶이를 사먹기도 하고, 괜히 딴길로 새 길고양이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이제서야하는 말이지만, 너와 함께 걷던 길은 내가 걸어본 길 중 가장 예쁜 길일거야. 비가 와서 옷이 젖는 날이든지, 너무 더워 땀이 뻘뻘 나는 날이든지 너와 함께라서 그냥 예뻤다.
어느날은 길가에 소박하게 피어난 토끼풀이 예뻐 반지를 만들어 너의 작은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쿵쾅대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우리 크면 결혼하자, 고 말했다. 너는 활짝 웃으며 그래, 라고 말했고. 너는 기억 못하겠지, 기억 하더라도 그저 어린아이들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겠지. 근데 여주야, 그거 진심이였어.
사실 나는 김여주와 동갑인 주제에, 언제나 그 아이가 마음에 걸렸다. 혼자 두면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듯 불안했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너 옆을 지켜야 내 마음이 편안했다. 이런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부터, 직감했다. 너는 내 평생의 아픈 손가락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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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들어가자 우리는 약간 멀어졌다. 나는 남자가 되어가고, 너는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당연한 일이였다. 마음대로 너의 손을 잡지 못한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까웠지만 여전히 우린 서로의 가장 친한친구라는 사실을 위로로 삼았다.
마냥 어려서 아기같기만하던 너는 중학생이 되면서 정말 예뻐졌다. 원래도 예뻤던 너지만, 더 예뻐졌다. 선머슴같은 놈들이 너를 좋아해 괜히 치근덕대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남자에 관심이 없는건지, 따로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건지 몇번의 고백을 받는데도 거절하기가 미안해 몇번 사귄 것 빼고는 넌 항상 내 옆에 있어주었다.
사실 나도 우리 사이에 그어진 '친구'라는 선을 넘어볼까 고민해본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전해볼까 고민하다가도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환히 웃는 널 보면 죄책감이 들 정도로 미안했다. 나는 너에게 그저 믿음직한 친구일테니까.
그리고 내 욕심을 채워 너 손을 잡기보다는 널 오랫동안 내 옆에 두고싶으니까. 너가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내 감정따위 참을 수 있었다.
난 너에게 하굣길에 내 하루일과를 시시콜콜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넌 항상 내 이야기에 "그랬어?"하고 웃어주었기 때문이다.
난 너의 그 표정을 제일 좋아했다. 화사하고 수수한 그 미소. 그 표정을 보려고 일부러 사소하고 쓸데없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가끔은 말이 많다고 타박하는 너였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느날은 너가 왠지 모를 뾰루퉁한 표정으로 너의 친구를 소개받겠느냐고 물었다.
순간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뭐라고 반응을 해야 내 마음을 들키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넌 나를 의심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너는 날 남자로 보지 않는구나, 하는 슬픔과 동시에 내 마음을 바보같은 너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차올랐다.
너가 놀랄 수 있지만 나는 그냥 너 앞으로 척척척 걸어가, 니 여린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고, 너 눈을 맞추고 얘기했다. 다른건 바라지 않으니, 나에게 그런 말은 앞으로 하지 말아달라고.
너와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내가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였다. 그 말을 건네고 앞장을 서는데, 가슴이 진정을 못했다. 그저, 다른 이유도 아니고, 널 가까이서 봤기 때문이였다.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그렇게 좁았던 건 정말 오랜만이였다. 동공이 가득 확장되어 나를 빤히 바라보는 너는 어렸을때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성숙해져있었다.
아, 망했다, 싶었다. 가면 갈수록 너가 더 예뻐보인다. 동시에 너와 더 함께하고싶다.
![[세븐틴/이석민/단편] 뻔한 이석민 첫사랑 조작글 下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8/03/22/c8ceeed5fe3393a2d82e154769b741d4.jpg)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서로 완전히 다른 꿈을 꾸던 우리는 결국 반이 갈라졌다.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너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꽤나 안타까웠지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밝던 너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스트레스로 우울해있는 날이 많았다. 그 원인이 성적이든지, 친구관계든지 난 널 힘들게하는 모든것이 미웠다.
어딜가도 불안한 너인데, 피곤한 표정으로 다른 친구들 사이에 섞여있을 널 생각하면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자주 보지 못하니 마음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난 너를 더 자주 찾았다.
복도에선 습관적으로 너가 있나 살폈다. 친구들과 웃고 있는 널 보면 덩달아 나도 다행이라고 여겼고,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교실을 이동하는 널 발견하면 약한 너가 버티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너와 함께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고, 그 시간동안 너와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 애를 썼다.
너는 나와 노래방 가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나도 몰래 노래에 내 진심을 담아 부를 수 있어서 좋았다. 니 앞에서 부른 노래는 대부분 널 생각하며 불렀단 사실을 알까, 알면 너는 무슨 표정을 지을까. 너가 지을 표정이 궁금하고 두려워 그저 노래를 부르고 나면 널 향해 웃는 것으로 내 진심을 대신했다.
이제야 말하지만, 여주야, 너에게 불러주었던 노래 중에 널 생각하지 않으며 부른 노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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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축제시즌이던 때에, 반에서 반드시 한명씩 장기자랑에 나가라는 교장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우리 반애들은 마치 짠듯이 이석민!이석민!하며 내 이름을 연호했고, 또 빼지 않는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내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이 노래 해줘, 저 노래 해줘 신청을 해댔다.
"석민아, 나 이 노래 진짜 좋아하는데, 축제 때 불러주면 안될까?"
"음.. 미안, 나 이미 할 노래 정했어."
난 여주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할 생각이였다. 눈치없는 너지만, 적어도 무대위에서 노래부르는 날 보며 어떤 오묘한 감정이라도 느껴주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였다.
그래서 축제날까지도 너에게 말하지 않았다. 무대체질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평소와 다르게 떨기 시작했다. 아마도 너를 위해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던 것 같다.
무대가 설치되고, 처음 느껴보는 익숙치 않은 떨림을 잠재울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생각해 널 찾으러 뛰어다녔다. 평소 이런 걸 즐기지 않는 너는 저 뒷편으로 의자를 옮기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 니 손을 잡고, 맨 앞에서 내 노래를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넌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알겠다며 날 응원해주었다.
"이석민, 잘할 수 있어. 화이팅! 내가 본 사람중에 너가 제일 노래 잘해! 앞으로도 너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은 못 볼거야!"
순수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퉁퉁치며 응원해주는 너가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무대에 올라서는 너만 바라봤다. 아니, 일부러 그런것이 아니라 내 앞에 전교생이 있었는데도, 스포트라이트가 내가 아닌 너를 향한듯이 너밖에 보이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수도없이 불러주었던 노래를 부르며 너를 생각했다. 너가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준다면, 그리고 날 거절하지 않는다면, 난 정말 행복할거라고.
하지만 노래를 끝내고, 날 향해 엄지를 세워주는 너를 보며 다시 생각했다. 그보다, 너를 내 삶의 한켠에 영원히 두는 편이 훨씬 행복할 것 같다고.
니 웃음을 보고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더 행복할거라고. 그래서 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태까지 잘 참아왔으니, 앞으로도 잘 참을 수 있을거라고 굳게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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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1월 1일, 연례행사같이 너와 우리 가족은 일출을 보러 동해바다로 떠났다. 그러니까, 아마도 너와 함께보는 열아홉번째 해가 아닐까.
기분이 묘했다. 너는 어느새 너희 어머니만큼 , 나는 우리 아빠만큼 키가 자라있었다. 시간은 빠르고 서로가 가야할 길은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이것이 너와 보는 마지막 새해 일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불안한 감정은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널 보는 내내 가슴이 아리게 만들었다.
신발 코 끝을 바다에 아슬아슬하게 적시고 있는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기분이 복잡해보였다.
그래, 내가 너와 언제까지 함께할 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멍하니 바다를 보는 너의 고개를 내쪽으로 돌려 장난처럼 네 볼을 잡았다.
이제 우리도 스무살인데 기뻐하라는 어른같은 말을 건네며. 이런 말을 하는 주제에 네 얼굴을 보며 어른답지 않게,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네 볼의 감촉은 어렸을적과 같았고 키는 중학교때 이후로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너를 더 이상 옆에서 지켜주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너가 지금 이 순간 더 춥지 않고, 아프지 않게 담요를 덮어주는 일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너는 또 내가 좋아하는 수수한 미소를 지으며 이석민, 고마워. 하고 말했다.
내 기억속에 너와 함께한 가장 오래된 추억은 유치원때 함께 간 생태공원에서 너에게 개구리를 보여주며 울렸던 기억인데, 그 아기들은 어느 새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불완전한 사이에 놓여있었다.
모든 대학 입시가 끝나고 맞은 겨울은 자유로웠지만 불안했다.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내 친구들은 여기저기 술을 마시고, 밤 늦게까지 놀러다녔다.
가끔 그 무리에 껴있는 너가 불안해 나도 덩달아 함께하게 됐다. 술에 취해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너를 업어 집에 데려다주는 길은 우연히 우리가 초등학교때 항상 등하교하던 길이였다.
그저 함께 들풀을 구경하는 것이 하루 일과중 가장 즐거운 일이던 우리가 언제 성인이 되었을까. 시간이 빛보다 빠르다. 어렸던 우리가 자꾸만 변해가는 것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내가 자주 챙겨주지 못하면, 술에 약한 너는 누가 집에 데려다주고, 누가 그만 마시라고 널 붙잡을까.
하지만 어른이 된 넌, 날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가끔은 엄청 귀여웠다. 한번은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우리 석민이, 말은 안해도! 내가, 많이 좋아해-" 하며 혀 꼬인 발음으로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넌 별 마음이 없이 술에 취해 한 말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너의 그 말은 과연 진심일까, 그냥 친구로서 날 좋아한다는 걸까. 크게 고민하던 나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 둘중 무엇이든지 난 좋다고. 너가 남자로서 날 좋아하지 않더라도, 날 사람으로서 좋아한다면 그로 그만이라고 단정지었다. 너에게 너무 많은것을 바라지 않기위해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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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석민/단편] 뻔한 이석민 첫사랑 조작글 下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06/2/5ff63e0576ca6e3d52722bad71ed980e.jpg)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날이 오지 말아달라고 누군가에게 기도했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우리의 졸업식이 되었다. 너와 12년간 함께한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는 날.
처음으로 서로가 다른 학교에, 서로가 없는 등교길로, 서로가 없는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겠지.
졸업식엔 부모님이 찾아오셨고, 너희 부모님도 내게 파란색 꽃다발을 건네주셨다. 하지만 옆에 너는 없었다. 너희반 줄에 가만히 머리를 늘어뜨리고 앉아있는 널 보고 안심했지만, 나와 눈을 일부러 맞추지 않는건지 넌 이쪽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 꽃다발을 잔뜩 든 너는 너무 예쁠 것 같은데, 우리가 교복을 입고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식이 끝나자 1학년때, 2학년때, 그리고 3학년 반 친구들과 정신없이 섞여 사진을 찍었다. 친하지 않았지만 이름이라도 알았던 친구들과도 마지막이니까 찍자!하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너는 그와중에 내 눈에 보이질 않았다. 가뜩이나 큰 강당에 사람은 넘쳐나, 작은 너는 쉽사리 내 눈에 띄지 않았다.
꽃다발을 손에 들고, 고개를 휘저어가며 너를 찾았다. 전화를 해볼까 망설이던 참에 강당 구석에서 여자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널 발견했다.
그들이 너에게 무어라고 말하자, 너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너에게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밖엔 안들었다.
벽을 보고 서있던 너의 뒤에 가서 섰다. 너는 내쪽으로 몸을 돌리고, 크게 놀랐다.
""진짜, 어디있길래 이렇게 안보이냐? 나랑 제일 먼저 찍으러 와야되는거아냐? 맨날 내가먼저와주니까 당연하지, 김여주?"
마음과 다르게 또 못된말이 나와버렸다. 하지만 너는 날 올려다보고, 잠시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곧 큰 눈망울에 눈물이 차올랐다.
아, 또 여린 여주가 졸업식이라고 감정을 참지 못했나보다. 울지마, 어렸을때 내가 혼자 한 약속, 너가 울지 않도록 옆에 있어주겠다는 약속이 무색해지잖아.
20년간 너를 봐왔지만 너가 울 때 항상 나는 서툴렀다. 내 가슴을 퍽퍽 치며 눈물을 참는 너를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하다가 그냥 안아버렸다. 안고서 너가 날 볼수 있도록 네 양 볼을 잡고 눈물을 훔쳐주었다.
친구라는 이름에 옭아매여 너를 평소에 잘 안지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졸업식이니까, 너를 안아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졸업때문에 갈라질 인연아니잖아, 여주야. 안그래? 울지마, 뚝."
네 눈에서 시작된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가만히 그 눈물을 내 손으로 닦았다. 이렇게 여린 너를 이젠 더 이상 내 안에 담아둘 수 없겠구나. 그 사실이 미치도록 아렸다.
내가 없을때 너가 울면 어떡하나, 너를 내 품에 안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또 장난스러운 말을 건넬 수 밖에 없었다.
너가 부담을 느끼게 하고싶진 않으니까. 그냥 친구로서 따뜻한 말을 건네는 척 했다. 그 속에는 내 온갖 진심을 다 담아서.
"넌 몸만컸지 아직도 초등학생같아. 대학교가서 나 없다고 울면안된다. 나 없으면 내새끼 누가 달래주냐. "
나 없을때 울지 말아달라는, 너 혼자 우는 널 상상하면 가슴아파 죽을 것 같은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진심을 잔뜩 담았다.
"석민아, 나. 나는, 너가 없었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였을거야."
눈물을 삼키며 내 품에서 힘겹게 말하는 너를 지긋이 바라보며 그저 너를 더 크게 껴안고 네 여린 등을 쓸어내렸다. 무슨소리야, 여주야, 나야말로 너가 없었다면 내 인생은 텅텅 비어있었을거야.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입에서 맴도는 말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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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만난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 옛날, 그저 너의 감정을 나의 감정이라고 여길 만큼 어리던 그 때.
우리는 어느새에 성인이 되어있었고 너와 함께했을때 품었던 모든 마음은 끝끝내 전하지 못했다. 그저 네 인생에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됐다.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과도 같아서 꺾기조차 두려웠다. 그저 시들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주고만 싶었다.
거리에서 당당하게 너의 손을 잡거나, 네 입술에 내 입술을 맞추는 일보다 너와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내가 바라는 유일한 것은, 너가 힘들고 지칠 때 머리속에 나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그리고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투정부리고 응석부리고 웃어주는 것.
그거라면 난 언제든지 내 마음을 숨기고 너에게 그냥 친구, 소꿉친구 이석민이 되어줄 수 있다. 너의 손을 잡기를 포기하고, 니 작은 몸을 내 가슴에 안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넌 내 영원한 첫사랑일테고, 내 10대의 모든 것일테니.
![[세븐틴/이석민/단편] 뻔한 이석민 첫사랑 조작글 下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26/12/5ab16ea51fdd344f9c4b183790ef929f.jpg)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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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이석민 첫사랑 조작글은 단편이였지만 석민이 시점으로도 써보고 싶어서, 이렇게 하루만에 또 돌아왔습니다.ㅋㅋㅋ방학이라 시간이 많아요..
여주님은 석민이를 많이 좋아했지만, 석민이는 여주님을 그 이상으로 사랑하고 아꼈어요. 좋아하는 마음의 양을 따질 순 없지만, 제가 보기엔 석민이가 여주님을 더 원하지 않았나 싶어요.
서로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기 때문에 결국 선을 넘지 못한게 너무 안타까워요. 말을 안하면 모르잖아요. 누군가 먼저 선을 넘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ㅠㅠ
지금 대학교가서 서로와 멀어질까 엄청 걱정하지만, 그렇진 않을거에요. 그렇다고 사귀게 될 진 모르겠네요..
그래도 뭐 자기들의 선택에 후회는 없을거에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영원히 가장 친한 친구라는 점은 변함 없을거에요.
여주시점보다 석민이의 시점이 슬퍼서 브금을 바꿨는데, 잘 어울렸을지 모르겠네요. 좀 무리해서 슬픈 브금을 깐듯해요;;;; 다음부터는 적절한 브금을 찾아오겠습니다 ㅋㅋ
허접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시고 칭찬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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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윗집 세입자는 1화 중반을 쓰고 있어요. 순영이가 선생님과 어울리지 않다는 분이 많아서 지금 글에 멘붕이오려고.ㅠㅠ.덜덜덜
하지만 열심히 써보겠습니다ㅠㅠ 윗집 세입자=담임 선생님은 천천히 진행될 예정입니다. 중장편, 15편 내외 예상하구 있습니다. 빨리 써보도록 할게요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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