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lular Memory
장기 이식 수혜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기증한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이 수혜자에게 전이되는 현상
007
꽃집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는 내 손안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카메라 화면안에 있는것은, 그의 커다란 개와 함께 찍은, 환한 동영배의 미소.
다시한번 화면을 들여다보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뭔가 이식자를 만나면 좀더 다른 반응이 있을줄 알았건만.
내가 생각했던것보다는 담담한 느낌이었다.
조각이 너무 작아서일까.
혹시 조금 더 커다란 조각을 찾으면,승리를 느낄 수 있을까.
'...아직 두명 남았으니까.일단 또 2개월동안 개근도장 찍어야하나...'
문득 헤어질때 했던 꽃집주인의 인사가 기억났다.
-또 오세요-
.........
가끔,그가 끓인 국화차가 마시고 싶어질것 같기도 하다.
--
언제부턴가 내게는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가끔 혼자있을때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렇게 무릎을 안아 조용히 심장소리에 귀기울이고는 한다.
그러면 어설프게나마 둘러진 침묵속에서 들리는 심장소리만이 이 공간안에 가득해진다.
두근두근
옛날에 병을 앓을때는 무리해서라도 희미해지거나 멋대로 뛰는 심장을 느껴야만 내가 죽지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는데.
두근두근
이제는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박동을 느끼면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또다시 안도하고있다.
그러면서도 이게 원래 내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느끼며 왠지모를 신비감도 느끼곤 했다.
그때.
인기척이 들리더니 한순간에 이불이 치워지며 더 강한빛이 느껴졌다.
"오빠.이불 뒤집어쓰고 뭐해?"
"지윤아.오빠의 명상을 방해하지 말렴"
"초딩같이뭐하는 짓이야.중학생인 나도 이런짓은 안해"
"모든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거야.이런짓을 한다고 해서 초딩이란건 아니라고"
"...농담이야.농담.왜이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는거야.에라이,하던일 마저해라"
동생은 이상한 표정으로 내 머리위로 이불을 던지듯 다시 덮어놓았다.
"됐어,흥깨졌다. 왜왔어?"
"동생이 오빠 걱정되서 병원오는것도 안돼?"
"너오면 열받아서 병도져"
"....아오씨 걱정해서 와줬더니!!"
이래서 여동생이 있으면 재밌는것같다.
툭 건드리면 크앙!하고 반응하니, 이러니까 계속 건드리고 싶어지는거다.
"아 맞다.오빠 아직도 그 꽃집다녀?"
"아..영배형네?어,왜?"
"나좀 소개시켜주라"
예라이 미친놈.
"....꿈깨라.니얼굴로 먹힐 레벨같냐?게다가 10살차이야.그형 26살이라고"
"요즘 연상연하가 대세인거 몰라?!이주노도 지보다 20살 어린 영계찾아 결혼했어!!"
"그형 약혼녀있다.게다가 잡혀사는것 같더라.포기해라.게다가 너랑다르게 엄청이뻐.너랑 상대가 안된다니까?"
".......너 진짜 퇴원하기만 해봐.죽는다"
아,재밌다.
"아 맞다.혹시 이 층에 새로들어온 환자라도 있어?"
"왜,또 뻑가는놈 하나 봤냐?"
"우와....진짜......어...그러니까,영배오빠가 좀 자상한 스타일이라면,그오빠는 좀 거친남자 스타일?"
"이것봐...영배형이라 좋아한게 아니라 잘생겼으니까 좋아한거지"
"난 원래 임자있는건 안건드리자는 주의니까"
"...지랄한다"
"열라 잘생겼다니깐?!난 진짜 그렇게 인소에서 튀어나온듯한 비련의 남주인공같은 훈남 처음봤어!!"
"훈남은 니앞에도 있잖냐"
"지랄한다"
너무한다.적어도 난 앞에 잠깐 망설여주기라도 했는데
"저번에도 올때 봤으니까 아마 근처에 지인이 입원했나봐.그러니까 난 앞으로 여기에 개근도장을 찍겠어"
"...그열성으로 날 간호했으면 난 애진작 퇴원했겠다"
"어라,학원 갈 시간이라.이만~"
"너 왜왔냐?"
"오빠 열불태우러"
"목적달성했으니 이제 꺼져"
"아 맞다,오빠.나 그오빠 사진 좀 찍어주라"
"...니가 돌았구나.어여 나가"
발로 동생의 엉덩이를 꾹꾹 밀어 나가라는 축객령을 내렸다.
"올때 페리카나 치킨.순살로 어때?"
"됐어.나 그렇게 싼남자 아니거든?"
"치킨받고 2만원"
"난 그남자 얼굴도 모른다"
"병원에 있는 초훈남 찍으면 될거아냐.해주면 치킨받고 2만원받고 내 xbox 2달 이용권"
"어떤 앵글로 찍어주랴.정면?측면?전신?"
"왠만하면 정면!"
아...그놈의 xbox에서 넘어가다니..
"내가 내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이정도도 못해주겠니.다만 올때 꼭 잊지마"
"오빠 내가 오빠 사랑하는거 알지?"
"당근 알지"
"그럼 내일봐~내일 꼭 가져올게~"
동생이 문을 닫고 나가자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듯 정적이 흘렀다.
아무튼 저 싸가지...오빠한테 파파라치짓만 시키고..
"그나저나...뭔수로 사진을 찍는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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