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Exist_03
[따르릉 따르르르릉]
"우응...여부세요오..."
[Good morning. Your boss requested wake-up call service. It is 7:30 a.m. Have a nice day.]
"에...예아, 땡큐우..."
전화기를 들자 들리는건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건지 활기찬 목소리의 남자가 모닝콜이라며 나를 깨워온다. 이거 나름 센스있는 상사네, 직원방에 모닝콜 서비스까지 신청해두고. 정신을 차릴 시간도 없이 한번 더 걸려오는 전화다.
[따르릉 따르르르릉]
"크흐흠, 여보세요?"
[일어나셨습니까]
"아, 네 회장님"
[그럼 나오세요]
"ㅇ....에?예?"
[지금. 당장]
그리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회장이다. 아니, 이게 참 꿈의 직장인건 맞는데, 진짜 '꿈'의 직장이네. 세상에 이런 직장이 어딨냐. 영화야? 영화냐고
한참을 궁시렁거리다가 당장 나오라는 회장의 전화가 생각나 내가 세수를 하는지 양치를하는지 생각할 새도 없이 부랴부랴 챙겨서는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건 등을 돌린채 서있는 최승철 회장.
"저...나왔습니다."
"빨리도 챙기네요. 가죠. 한국에 급한 일이 생겼어요."
"급한 일이요?"
"가면서 이야기 하죠."
그리곤 뒤도 안돌아보고 엘레베이터에 타는 최승철 회장이다.
"DK라고, 들어본적 있죠? 전에 회의에서."
"아, 네, 이름은...들어봤는데요"
"우리조직은, 공공선을 추구하는 단체였습니다. 지금은 조금 변질됬을 지는 몰라도."
"아, 예"
"사회에 좋지못한 영향을 주는 사람, 조직. 그들을 바깥에 알려지지 않고 처리하는것, 그게 우리 조직의 일이였구요. 지금은, 뭐. 회사의 이익도 중요하죠. 인간이라는게, 그렇잖아요. 눈 앞에 막대한 돈, 명예, 지위가 왔다갔다거리는데, 어떻게 착한일만 하고 삽니까. 그죠?"
"예, 네, 뭐 그렇죠."
"우리도 그랬어요. 아버지 때 잠깐, 몇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돈에 눈이 머신거죠."
엘리베이터 문이 지하에 멈추자 곧장 주차장에 서있던 검은 승용차에 타며 이야기하는 회장이다. 운전석에 앉은 민규씨와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따라서 차에 탔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하셨어요. 난 그걸 최대한, 조용하게. 정리하려고 하는 중이고. 알아요, 지금 하는 일이 잘못됬다는건. 하지만, 아버지가, 그러니까 우리 조직이 했던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사회에 큰 파장을 가지고 올겁니다. 상상도 못할만큼. 쓰나미처럼 말이예요."
내가 이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되는건가, 싶기도 했지만 들을 수록 호기심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차가 출발하고서도 회장은 이야기를 계속 했다.
"용서받지 못할 일이죠. 아마."
"무슨...일을 하셨는데요?"
"...실험같은걸 하셨더군요. 물론 아버지의 목적은 알고 있습니다. 절대 나쁜 의도로 연구하셨던건 아닐거예요. 그저, 일을 더 효율적으로, 완벽하게 해내고 싶으셨겠죠."
그리곤 잠시 깊은 숨을 내뱉더니 이야기하는 그다.
"생체실험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어요. 무고한 생명이 희생됬고, 덕분에 어느정도 아버지 계획을 충족시킬 수 있었어요."
"..."
헉, 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감히 뭐라 입을 열 수도 없었다.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 일을 알게 됬어요. 아버지는 내가 계속 이 일을 이어나가주시길 바라셨지만, 더 이상 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을 가지고 장난친다는게,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은폐하려 했습니다. 겁이 났던거죠. 조용히 처리하려 했어요. 그런데, 그, DK라는 요원이, 알아챈겁니다. 아버지가 하셨던 일들, 입에 담지도, 상상하지도 못할 끔찍한 실험들을. 그 요원이, 사회에 우리 조직의 잘못을 터뜨려버렸습니다. 생각 할 새도 없었죠. 어린마음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죽였어요."
"죽였다고요....?"
"정확히 말하면, 죽이려 했죠.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은 잘도 살아 돌아다니더군요."
등골에 소름이 타고 올라왔다. 죽였다는 말을, 아니, 죽이려했다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하는지, 그것보다, 너무도 담담하게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하는게, 감정 없어보이는 표정이. 그래서 숨죽이고 가만히 앉아 듣고만 있을 뿐이였다.
그도 아무말 않는 내 모습에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차는 계속해서 달렸고, 활주로로 보이는 곳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내리죠."
차 앞에 서있던 경비행기의 문이 열려고, 계단이 내려왔다. 빠른 발걸음으로 서둘러 비행기에 탑승하는 회장의 모습에 나또한 급해져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도착하면, 아니, 지금부터. DK를 찾아내는 일을 할겁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USB를 하나 꺼내는 내게 건내는 그였다.
"지금까지 확인된 놈의 행방입니다. 정리해서, 찾아내야합니다. 빠를 수록 좋아요."
"ㅈ, 제가요...? 하지만, 저는, 어...할 수 있는게 없는데요..."
"아뇨, 할수 있습니다. 정봉씨 이런쪽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더군요. 추리소설, 많이 읽어봤잖습니까. 그대로 하면 됩니다. 정확하지 않아도 되요. 추리. 그걸 하라는 겁니다. 정봉씨를 고용한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맞다. 뭔가를 추리해내는것, 사물과 사물을 연결지어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 어릴적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던 분야이긴 했으나, 쓸모없는 능력이라 여겼다. 결과를 도출해내면 무얼 하나, 쓸모가 없는데.
주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그래서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걸 어떻게 아는건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건 또 어찌 아는건지.
모든걸 다 안다는 듯한 그의 눈빛에 입을 꾹 다물고 그가 내민 USB를 넘겨받았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 USB를 꽂았다.
순식간에 화면에 떠오르는 수십개의 문서들, 사진, 영상이였다.
첫번째 문서를 열었다. DK로 보이는 남자의 증명사진, 생년월일, 이름 등. 그리고 눈에띄는 단어하나.
싸이코메트리
물건의 기억을 읽는 능력이였다. 현실 속에 있을 수 있는 능력이라니, 하지만 넋놓고 놀랄 정도로 시간은 넉넉해보이지 않았다. 문서를 찬찬히 읽어나갔다.
2002년, 6살에 고아원에서 최진철 회장이 직접 입양, 사회 부적응자이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능력을 조절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숙지시킬 필요가 있음. 호시, 우지와 친밀한 사이 등 실로 다양한 정보들이였다.
14년 전, 6살에 고아원에서 데리고 왔으니 꽤 오랜 시간 이 조직에 몸 담궈왔겠고. 1년전에 조직에서 쫒겨났다면 조직에 몸담군 시간은 짧아도 13년. 조직의 세뇌교육이 완전히 주입되기엔 충분한 시간. 조직의 충실한 개가 되고도 남을만한 시간이다. 그런데 왜, 어째서 조직의 부조리를 사회에 퍼뜨렸을까. 조직 내에서의 마찰? 사회부적응자라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조직 요원들과 큰 마찰 없이, 심지어 친밀한 관계로 있던 요원들도 있던걸로 보아 조직 내에서의 마찰은 가능성이 낮다. 다른 이유는 어떤게 있을까.
어쩌면, 사물의 기억을 읽는다면, 오래전부터 자기자신만의 세계관, 주관이 뚜렷이 세워져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물을 통해 읽은 다른이, 어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그리고 사람을 직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기에 주변에 간섭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거고. 6살에게 그러한 주관이 뚜렷이 형성될 수 있다는게. 의문점이긴 하나, 전자보단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다. 이를 염두에 두고 생각을 해보자.
현 회장이 회장이 된게, 그러니까 전 회장이 죽은지는 2년. 전 회장이 직접 이 사람을 입양했다는점. 그렇다면 최승철 회장과 DK는 호적상으론 형제. 어쩌면 그가 전 회장이 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던 건 꽤 오래 전부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 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을지도 모르고.
은연중에, 회장이 모르는 새에. 이 점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제쳐두고. 어떤 계기로 그가 조직의 부조리를 사회에 퍼뜨리려고 했을까. 계기 없이는 그가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충분치 않다. 하지만, 내가 그 상황에 있던 것도 아니요, 그의 입장이 되 볼 수도 없는지라 계기는 알 수 없다.
찬찬히 생각을 해보았다. 이것만으로 그의 행적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사진 몇장을 열어보았다.
Cctv에 찍힌듯 한 모습이였다.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자켓 주머니에 두 손을 푹 찔러넣은 모습. 장소는 바뀌어도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1월, 2월, 3월에 찍힌 사진 모두, 같은 자세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끔 슬핏슬핏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뭔가를 경계하고 있는 듯한 모습.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지도를 켜고 사진이 찍힌 장소를 찾아보았다. 공원, 식당, 대형마트 주변이다. 정확하게 그가 어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숨어다닌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다니는거지? 세븐틴을 두려워하지 않는것? 아니,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그곳으로 가야할 이유가 있다던지, 아니면 세븐틴을 엿먹이려 한다던지. 그곳으로 가야할 이유라하면, 그 주변에 그를 신뢰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 이외엔 가능성 있는 다른 이유가 없다. 세븐틴을 엿먹이려 하는거라면 주변을 살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겠지.
그렇다면 DK이외에도 세븐틴의 생체실험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적인지, 아니면 아군인지. 모를 일이다.
다음 문서는 비교적 최근에 작성된 듯 했다. 몇달 전, 호시, 우지라는 요원과 접촉을 시도했었다는 내용이다. 왜? 단지 그들이 어릴적부터 알며 자라온 친밀한 사이라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던걸까.
문서의 아래쪽엔 호시, 우지의 정보가 적혀있었다.
일단 호시. 사생아 출신에 파란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음. 몸이 재빠르고 민첩해 여기저기 도둑질을 하며 자라다가 2003년 세븐틴에 영입됨. 사격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영악하고 명석한 두뇌로 무엇이든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을 가짐. 특히 가장 어려운 분야인 폭탄 설치, 해체 훈련에서 최승철을 제외한 유일한 만점자. 자칫 장난끼가 흘러넘치는 것 처럼 보이나 생각이 깊고 조용한걸 즐기는 편
파란눈이라면, 전에 회의실에서 봤던 남자였다. 그렇다면 우지는 그 옆의 분홍머리 남자애.
처음엔 게임 해킹. 다음은 계좌번호 그 다음은 기업 기밀까지, 점점 도를 넘어가는 행동과 나날이 발전하는 프로그래밍 실력에 2006년 최승철이 직접 영입해온 해커. 현재 조직의 수뇌부를 담당하며 호시와는 형제같은 사이.
실로 대단한 사람들만 모아둔곳이네. 사실, 이런 사실들보다 호시와 우지가 동갑이라는 사실에 더 충격받긴 했지만.
DK는 2002년, 호시는 2003년, 우지는 2006년이라면 DK와 호시는 우지보다도 더 깊은 사이일 것이다. 나이로 따지면 DK는 호시가 아끼는 동생이였을 테고. 어릴적부터 사격이니, 폭탄이니 하는 훈련을 받아왔으면 둘 사이는 그만큼 끈끈할 것. 호시와 DK 두 사람이 우지 없이 함께한 시간은 적어도 3년. DK라면 우지보다는 호시를 더 신뢰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지와 호시 두사람과 함께 접촉하려고 했을까.
아니, 어쩌면 호시와 따로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호시를 만나봐야해.
"회장님"
타블렛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있던 회장이 이내 쓰고있던 안경을 벗고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무슨일입니까. 알아낸게 있어요?"
"호시라는 요원. 만나볼 수는 없을까요?"
"호시...? 안될건 없죠. 그런데 호시는 왜 만나보고싶다는건지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확실하지 않아서요. 물어볼게 있습니다."
확신에 찬 듯한 내 눈에 최승철회장은 그러겠노라 이야기했다. 그리고, 서울에 도착했을 때, 회장을 기다리는 듯, 활주로에 불만스럽다는 듯 삐딱하게 서있는 남자애 하나와 그런 남자애 어깨에 기대 남자애에게 장난치고 있는 남자. 우지와 호시였다.
[우리 조직 비밀을 그렇게 서슴없이 이야기 할 정도로 신뢰하는거야?]
"안할 이유도 없잖아."
[그 여자를 오랜시간 지켜보긴 했지만 그 여자가 널 안지는 오래되지 않았잖아. 그 여자가 널 신뢰하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
"몰라. 믿어야지. 그 여자, 김정봉씨말이야.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거야. 능력있는 사람이거든."
[무슨 능력?]
"찬이랑 비슷한 능력."
[...디노...말하는거야 지금? 몇년 전에 임무 수행중에...목숨 잃은...?]
"어. 그 애 누나야."
[...아...세상에...난 몰라 최승철. 너 알아서 해, 난 모르는 일이야. 나 끌어들이지 마 진짜, 이번 일은...정말...]
"윤정한, 이 일에서 니가 빠질 수 없다는거. 알고 있잖아."
[...]
"끊어. 맡은 일이나 해."
[ㅇ, 야...! 야!]
뚝.
"민규"
"예"
회장이 고갯짓을 한번 하자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책상 위에 있던 서류봉투를 가지고 오는 민규다. 서류봉투 윗부분을 찢어 서류를 꺼낸다. 서류를 찬찬히 읽어보고는 만족스러운듯이 웃는 에스쿱스.
생체실험 관련 보고서
대상자: (코드네임) 디노
결과: 성공적
모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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