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굣길
w.스프라이트수녕
1학년 때부터 줄곧 혼자 좋아해오던 이석민과 새학기가 돼서야 드디어 말을 트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는 한달만에 이석민과 아주 가까워졌다.
내가 이석민을 좋아하는 걸 아는 친구들은 모두 성공했다며 박수를 쳐주기 바빴고, 나는 그때마다 아직 성공은 아니라며 얼굴을 붉혔다.
오늘은 네가 나와 더 가까워지기 전에, 정말 그냥 친한 친구인 사이로 남아버리기 전에, 내가 혼자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힘들어지기 전에, 네게 고백하려고 한다.
오늘같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네가 떠오르곤 한다. 꾸미지 않던 내가 너와 등교를 시작하고나서 부터는 30분이나 일찍 일어나서 이것저것 찍어 바르기 바쁘다.
매점이라면 그렇게 환장을하고 달려들던 내가 혹시 배가 나와 보일까봐 매점을 줄였고, 로맨스 영화라면 질색을 하던 내가
로맨스 영화 주인공 남녀에 우리를 대입해 보다가 혼자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너 덕분에 많이 바뀐 내가 오늘은 너에게 이 간지러운 마음을 전할거다. 꼭.
"어, 여주야 오늘은 일찍 나왔네?"
만나기로 한 편의점 앞에 서서 몇번이고 거울로 얼굴을 확인하며 너를 기다리고 있다가 뒤에서 들리는 너의 목소리에 뒤를 확 돌았다.
아침 일찍인데도 불구하고 붓지도 않은 얼굴에 새삼 감탄을 하고 있으면, 버스 3분뒤에 온대- 라며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는 네 목소리가 다시 귀에 꽂힌다.
"잠시만, 나 뭐 좀 사 올게-!"
편의점에 들어가서는 너에게 줄 몇가지를 골라 나왔고, 너는 여전히 편의점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고백의 기역도 꺼내지 않았는데 미친듯이 요동치는 심장은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너를 보기만 해도 떨리는데 과연 내가 너한테 고백할 수 있을까.
입술을 꾹 깨물고는 애써 웃으며 출발하자-! 라고 말했고, 너는 나를 한번 내려다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뭐 샀어? 요즘 잘 안 사먹더니, 먹을 거네?"
"목이 좀 타서-"
내 손에 들린 음료수를 쳐다보는 너의 시선에 음료수를 살짝 숨겼다. 지금 내게 심장박동 수를 재 주는 기계를 달아놓는다면 분명 그 기계가 터질 것이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크게 느껴졌고, 숨 쉬기도 힘든 긴장감에 눈 앞이 아찔해 오는 듯 했다. 하지만 오늘은 꼭 고백할 거다.
"버스 왔다. 너 먼저 타"
'삐빅-'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에 올라 탄 우리는 등굣길이라 사람이 많은 버스 안에서 가까이 밀착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평소와 같이 장난을 치며 나를 쳐다보는 네 눈을 볼 자신이 없어서 나는 눈을 내리깔고 사람들의 신발을 구경하기 바빴고, 너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하냐며
내 볼을 쿡- 찌른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너의 손에 깜짝 놀라서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선 너를 쳐다보자, 너의 얼굴에는 4월의 따스한 아침 햇살이 비춰지고 있었다.
굳이 빛이 내려오지 않아도 빛날듯한 네 얼굴인데, 너는 빛까지 받네. 참 욕심쟁이다. 석민이의 갈색 눈동자와 머리칼이 조금씩 햇빛을 받아 예쁜 색을 뽐냈다.
"오늘 1교시부터 영어야... 피곤한데, 그냥 잘까?"
"자면 안되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수업 들어-"
"그럼, 그 콜라 나 주라. 그거 먹고 정신 차릴게"
"어? 어- 그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채로 내 음료수를 가져가는 이석민의 행동에 나는 한껏 당황해서는 그 행동을 제지하지도 못하고 그저 콜라를 눈으로 좇았다.
저게 오늘 고백의 포인트인데, 어떡하지? 안절부절하며 어떤 식으로 고백을 해야하나 걱정하는 내 모습이 신경쓰인 건지 석민이는
내 미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인상쓰면 못생겨진다- 라며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조심해, 이거라도 잡아"
사람이 가득히 들어찬 것도 모자라서는 계속해서 덜컹거리는 버스가 미웠다. 자꾸 덜컹거리며 네게 조금이라도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나는 화들짝 놀란다.
마치 불에 데인 사람 마냥, 화들짝.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내 모습에 너는 한번 인상을 쓰더니 내 손목을 끌어와 높은 곳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있는 너의 손으로 가져다 댄다.
우리는 그후로 10분이나 더 그 자세를 유지한 후에야 버스에서 내릴 수가 있었다.
남자 반과 여자 반이 갈라져 있는 우리 학교의 특성상 나는 교문에 다다르기 전 까지 고백을 마쳐야했다.
교문까지 남은 거리 100미터. 어떤 대사를 해야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어느샌가 50미터. 그냥 뒤에서 끌어안아 버릴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주변의 아이들이 신경쓰여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30미터. 결국 나는 고개를 숙이며 주머니에 넣은 껌을 만지작 거렸다.
낱개포장된 자일리톨의 껍질에 적힌 '좋아해'와 코카콜라의 '사랑해'를 보여주며 고백해보려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망했다.
"어디서 선수치려고, 고백은 내가 해"
"좋아해 김여주"
너는 콜라에 적힌 사랑해를 내게 보여주며 내게 고백하고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였다.
그리고는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남학생 건물로 들어가버렸고, 나는 그 상태로 멈춰버렸다.
교문까지 남은 거리 10미터, 너와 나의 거리는 10센치. 이상하게 성공하긴 했지만, 고백 성공이다.
날씨도, 기분도 모두 최고다. 흩날리는 벚꽃 사이의 너와 나는 첫 사랑, 첫 고백, 첫 연애다.
「떨리는 맘 때문에 너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 것 같아. 하지만 오늘 꼭 고백할거야」
우쿠렐레 피크닉 - 아침 등굣길 中
| 스프라이트수녕의 주저리 |
...빨리도 온다. 그쵸?(시선 회피) 이제는 조금 더 빨리 오도록 할게요...! 어제 독방에서 놀다가 어떤 분이 소재를 던져주셔서...! 내일은 다른 글로 들고 오겠습니다 희희. 이번에도 석민이 글인데, 다음번 글은 다른 멤버로 들고 올게요!!!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열심히할게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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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준 : 제가 전세계 게이분들에게 인기 많은이유가 궁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