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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다각] Inhumanity(비인간성) 07 | 인스티즈



진환은 고개를 탁, 들어 올리며 깼다. 잠깐 졸았던 것일까, 그는 잠을 깨려고 고개를 저었다. 바람이라도 쐐면 잠이 깰까, 진환은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보았다. 눈꺼풀을 감은 것처럼, 창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창문밖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동혁을 보았다. 자신이 졸기전과 똑같이, 동혁은 침대에 누워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동혁은 어찌된 영문인지 잠에서 깨지 못했고, 로키는 그가 연기를 심하게 들여마셔서 그렇다고 설명해 주었다. 


"하아..."


진환은 작게 한숨을 쉬도 창문을 닫으려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밖에 나와있는 한빈이 보였다.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진환은 한빈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는 자신들이 빠져나온 수용소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수용소를 뒤덥고 있는 가짜 숲을 보고 있었다. 


"..."


진환은 잠시 밖으로 나와 한빈에게 다가갔다. 나름 진환의 입장에서는 소리를 안내고 조용히 다가갔지만, 귀가 좋았던 한빈은 어렵지 않게 진환이 왔다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동혁이는?"


한빈은 진환을 보지 않고 물었다. 이에 진환은 조용히 대답했다. 


"아직, 자."

"그래..."

"너 때문 아니야."


진환은 한빈의 죄책감에 못을 박았다. 진환은 한빈이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여기에 나온 내내 의도적으로 윤형과 동혁을 피하고 있었다. 


"...픽."


 그런 그의 말에 한빈은 피식 웃었다. 윤형 한테도 비슷한 위로를 들었지만, 진환이 해주는 위로는 웬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한빈은 계속해서 가짜 숲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말 로키의 말대로 불에 탔던 흔적은 사라지고, 어느세 다시 웅성한 숲이 생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죽어도 기계는 돌아가고 있었다. 로키에게 왜 앞에 숲을 만들어 놨냐고 물어 봤었다. 그는 자신도 이유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냥 그 안에서 탈출한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생각할 뿐이라고 예상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한빈은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진환에게 말했다. 


"초록색이라는 거. 보고 싶었는데..."

"..."


한빈은 초록색이라는 색을 제대로 본적 없었다. 그건 진환이나 다른 아이들도 마찮가지 일테지만, 아마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한빈에게는 더욱 절박한 이야기 였겠지. 


"내일도 있잖아."

"...그래."


진환은 나름 최선을 다해서 한빈을 위로 했다. 한빈은 정말 그를 위로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진환이 귀여워 보여 힘빠지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이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무렵, 윤형은 로키가 소개시켜준 대장간에 가 있었다. 나름 처음보는 도구들을 최대한 이용해서 자신의 어설픈 의족을 손보고 있던 윤형, 찬우는 근처 드럼통에 앉아 윤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형은 물었다.


"바비랑 준회는 어떻하고 너 혼자 왔어?"

"준회는 어른들 일좀 도와주러 갔고, 바비형은 먹으러 갔어요."

"뭘 먹어? 설마, 마을 사람들 식량 뺐어 먹는거야?!"


순간 윤형은 놀라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 보았다. 안그래도 부족한 식량에 우리까지 나눠줘서 죄송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비가 무언가를 먹으러 갔다고 하니, 더더욱 놀란 윤형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찬우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걱정마세요. 식량 같은거 말고 다른거 먹으니까."

"...에?"


말 그대로 준회는 마을 근처에 있는, 휘어져서 처치 불가능한 철근을 뽑으러 갔고, 바비는 그 철근을 씹어 먹으러 갔다고한다. 윤형은 그에 어색하게 웃었다. 한빈이 바비는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게 가능할 줄이야.



"와~ 진짜 바비형 그거 다먹어요?"

"응! 꽤 맛있어?!"


준회는 자신의 몸의 3배가 되는 철근을 들어 올리며, 옆에서 철근 5개를 해치운 바비를 존경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에 바비는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그를 경이롭게 바라보던 준회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철근을 살작 배어물었지만, 괜히 자기 이만 아플 뿐이었다. 바비는 자기 먹기에만 바쁘고, 준회는 준회대로 치우면서 바비를 경의롭게 보기 바쁘고... 나름 겉으로 보면 사이가 좋은 둘인데, 둘 사이에는 별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다.


"하하...그, 그럼 다른 아이들은 지금 뭐하고 있어?"

"진환형은 동혁을 간호하고 있을 거고, 한빈형은 아까부터 계속 우리가 나온 수용소를 보고 있어요."

"동혁이는 아직도 안 일어난 거야?"


 윤형은 걱정스레 되물었고, 찬우는 그것에 대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찬우는 동혁이를 형들이 걱정하는 만큼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때가 되면 알아서 깨어나겠거니, 생각하고 있을 뿐. 찬우는 그것보다 더 거슬리는 게 있었다. 


"형, 형은 이 마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뭐?


 찬우는 치료를 받느라 그간의 이야기를 모르는 윤형에게 로키와 했던 대화를 이야기 해주었다. 윤형은 찬우의 말을 듣고 살짝 놀라긴 했지만, 그것 만으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의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에이~니가 너무 날카로운게 아니야?"

"...그런가요?"


찬우는 윤형의 말에도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물론 그의 말대로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 많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앞에 우리와 같이 탈출한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왜..."

"그런데, 이 마을에는 다른 타지에서 온 사람이 없어요. 그 사람들은 도데체 어디로 간것일까요?"


윤형은 순간 망치를 집던 손을 멈췄다. 찬우의 그 의문에 대해서는 자신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냥 간단히 넘길 수 없는 이야기일까?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까지 찬우에게 말할 필요는 없지. 


"그냥 네가 예민한 거라 생각해. 아직은 그렇게 깊이 관여할 단계는 아니듯 싶습니다."


윤형은 애써 웃었다. 찬우는 그렇게 말해도 여전히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형은 하던 일을 멈추고 찬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자, 이제 어린 아이는 잘 시간 입니다."

"...형. 키는 내가 더 큰거 아시죠?"

"아,아아암튼!"


찬우의 물음에 크게 당황은 윤형은 찬우의 눈을 애써 외면하며 후다닥 대장간을 떠났다. 정말 다르다. 찬우는 자신이 윤형과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아무리 닮았다고 한듯, 찬우의 눈에는 너무 다르게 보였다. 윤형과 준회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날을 세우고 벽을 만든다. 무엇이든 의심하고 무엇이든 거리를 둔다. 그에 비해 윤형은 모두에게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고 한다. 무엇이든 다가갈려고 하고, 무엇이든 이야기를 들을 려고 한다. 자신은 차고, 윤형은 따뜻하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을까?


"하... 진짜 형은 못당해요."


좀 쉽게 사그라 들지 않는 화가 윤형의 손길 한번에 순식간에 잠잠해 져버렸다. 


덜컹,


다른 그런 그를 눈으로 쫓았던 찬우는 순간 자신이 앉아 있는 드렁크에, 작은 소리를 들었다.  한편, 먼저 올라간 윤형은 동혁이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자리를 폈다. 역시나 동혁이는 땅이 무너져도 모를 정도로 골아 떨어져 있다. 윤형은 준회나 찬우처럼 코를 골거나, 뒤척이는 것이 아니라 정확이 눕힌 그대로 자고 있는 그가 신기해 한참이나 그를 쳐다보았다. 


"동갑인데 왜 이렇게 다르냐?"


솔직히 드센 준회나, 차분한 찬우만 보고 자라서 그런가 윤형은 그 나이 때 아이들은 그런 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동혁은 형들도 잘 따르고, 웃기도 잘하고, 뭔가 챙겨주고 싶은게 가득한 아이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동혁이랑 같이 있던 애들이 부럽기도 했고, 이렇게 같이 다니게 된 지금이 기쁘기도 했다. 물론 준회나 찬우도 귀엽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동생 하나쯤 더 생기는 것도 좋지. 후훗."


그렇게 윤형은 배시시 웃으며 동혁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동혁이든 찬우든, 그저 가족이 늘어난 다른 것이 좋은 윤형이었다. 윤형은 그렇게 밝게 웃으며 동혁의 옆에 놓여 있던 스프를 치웠다. 순간 윤형은 평소와 다른 불쾌한 냄새를 맡았다. 윤형의 능력은 손재주가 아니다. 손재주는 자라면서 습득한것, 한빈이 눈이 안좋은 것과 별개로 남들을 이끄는 재주가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윤형이 진짜 발달한 능력은, 특출난 후각이었다. 


"..."


윤형은 코끝을 살짝 스프에 대었다. 수용소에 있었을때 맞았던 향긋한 냄세, 싸구려 수면제 였다.


"왜..."


윤형은 다시 한번 냄세를 맡았다. 역시나 수면제. 수면제라는 이름을 몰라서 잠오는 약이라 불렀지만 명확히 그 약이었다. 그때, 문이 다시 열렸다. 그을린 피부에 덥수룩한 수염, 뚱뚱하게 부풀어 있는 배. 


"아, 넌 송윤형이지? 다리는 어때? 좀 괜찮아?"

"..."


로키였다. 그는 웃으며 다가왔고, 그때마다 윤형은 뒷걸음질 쳤다. 어색한 다리에 몇번이고 헛디딜뻔 했디만 그래도 그에게 시선은 돌리지 않았다. 


"왜... 동혁이 음식에 잠오는 약을 탔어요?"

"잠오는 약? 아... 수면제? 와아~ 그런것도 알아?"


역시나 그는 신기해 했다. 마치, 말을 하지 못하는 하등생물이 말하는 것을 보는 듯한, 매우 신기한 관경을 보는 표정. 맨처음 그들을 보았을때 나타냈던 표정 그대로 였다. 


"역시 앞에 왔던 짐승들이랑은 다르네. 그녀석들은 말도 제대로 할줄 모르고, 아는 것도 거의 없었거든. 거의 동물이랑 다른게 없었지."

"아... 앞에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된건데요? 똑같이 이걸 먹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 데요?! 먹여서 어떻게 했는 데요?!"


윤형은 계속해서 뒷걸음 치다, 결국 벽에 부딧혔다. 윤형이 놀라 시선을 돌리자 마자 로키는 윤형의 의족을 차버렸고, 의족은 문앞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윤형은 앞으로 꼬구라져 버렸다.

 

"으윽!"


윤형은 두 팔로 겨우 중심을 잡았다. 순간, 로키가 한손으로 윤형의 양볼을 잡고 자신과 마주보게 했다. 로키의 눈알이 이리저리 굴러가며 윤형의 얼굴을 훑어보고 있었다. 윤형은 그것이, 수용소에서 신체검사를 받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넌 얼굴은 반반한데 말이야. 너무 질문이 많아. 일단 혀 부터 잘라내야 하나..."

"이...이"


입을 꽉 잡고 있는 그에, 윤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턱을 뽑아 낼 듯이 잡고 있어 얼굴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어디 갔냐고? 만나고 싶어? 만나게 해줄게. 뭐, 곧 같은 처지가 될거니까...아악!"


윤형은 중심잡기를 포기하고 두손으로 자신을 잡고 있는 로키의 팔을 꽉 잡았다. 거의 손톱을 박어 넣듯히 잡아 로키는 욕을 하며 손을 때어냈다.


"씨발 이게 진짜!"

"애들아 도망쳐!! 로키라는 사람! 동혁이에게 잠오는 약을 먹였어! 위험해!"


윤형은 입이 풀어진 틈을 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아주 운이 좋으면 귀가 좋은 한빈이나, 밑에 있는 찬우가 들을 수 있겠지. 그럼 적어도 애들이 도망칠 수는 있으니까...


"한빈아! 들리면 빨리 도망쳐! 빨릭!"


하지만, 곧바로 날아온 손바닥에 윤형은 힘없이 꼬꾸라져야 했다. 윤형의 얼굴보다 큰 손이 윤형의 얼굴을 치고 지나갔고, 윤형은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맞봐야 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붉어 졌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시끄러 이새끼가."


로키의 뒤로 여러명의 어른들이 발이 보였다. 로키가 힘없이 늘어져 있는 윤형의 머리체를 잡고 끌어올려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그제야 뒤에 있는 남자들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정신을 잃어가는 윤형을 보고 비웃으며, 로키는 절단된 윤형의 다리를 꾹 눌렀다. 윤형은 다시 불길에 들어간것 같은 고통에 울부짓으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멍청한 새끼. 여기서 니 소리가 들릴 것 같아? 끝이라고."


윤형은 정신을 잃을것 같은 고통에 눈물을 흘려 버렸다. 제발, 누구라도 들어라. 제발...



***


"...어."


한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환은 한빈의 얼굴에 시선을 두고 있었고, 그 곳에 시선을 두고 움직이다 보니 자동으로 고개가 올라갔다. 진환은 계속 한빈의 얼굴을 직시한다. 그리 어렵지 않게 한빈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빈은 지금 진환이 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듣고 있다. 


"무슨 일이야?"

"..."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한빈의 눈동자의 촞점이 없어지고 소리없이 요동치는 눈을 본 그날, 그들은 부모를 잃었다. 자신이 들리지 않았던 부모님이 죽어가는 소리를 한빈은 들은 것이다. 진환은 부모님의 죽음을, 한빈의 하나 밖에 없는 눈동자를 통해 기억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의 눈동자가 흔들릴 때마다 불안했다. 


"진환이형, 형은 달려가서 바비랑 준회를 불러와줘. 빨리!"


진환은 자세히 묻지 않고, 바로 달렸다. 순식간에 진환이 눈 앞에서 사라졌고, 한빈은 서둘러 동혁이 누워있던 방으로 뛰어갔다.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고, 계단으로 뛰어 올라 갈때, 지하에서 올라 오고 있던 찬우와 마주쳤다. 찬우 역시 윤형에게 뛰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형도... 들은 ...거예요?"


찬우는 한참이나 말을 더듬으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분명히 윤형이형 목소리... 너 왜그래?"

"그..그게, 으윽."


한눈에 봐도, 찬우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식은 땀이 잔득 흐르고, 얼굴이 수용소 벽면 같은 색이다. 온 몸을 떨 고 있는 모습에, 한빈은 한손으로 그의 팔둑을 잡고 그를 부축해 주었다. 찬우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한빈은 한쪽 눈이 없다. 윤형은 한쪽 다리가 약했다. 준회는 한 팔이 없고, 진환은 체구가 작으며, 동혁은 몸이 약하다. 그리고, 그나마 멀쩡한 몸을 가진 찬우 자신은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발작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하필, 지금...


"안되겠다. 넌 여기 있어. 일단 내가..."


꽈악. 순간 찬우는 한빈을 붙잡았다. 정확히 찬우는 한빈의 옷자락을 붙잡고 주저앉아 그를 올려 보고 있었다.


"윤형이...형, 소리치는 거, 어... 어디까지...들었어요?" 

 "..."


한빈은 윤형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비명이라기 보단, 무언가를 알릴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아마, 한빈이 듣기를 바란 것이겠지. 


"전부다. 동혁이가, 잠오는 약을 먹었다는 거랑 그게 스프에 들어 있었다는 거."

"그거...말고 더... 있어요. 빨리 찾아야 되요. 빨리... 여기서 나가야...된요."


찬우는 조용히, 자신이 본것을 이야기 했다. 이에 한빈은, 조용히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넘어 손가락이, 다리가, 곧 온몸이 겁에 질린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일단 진환이 형이 다른애들이랑 같이 오면, 최대한 짐을 싸고 마을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다른 애들 데리고 갈테니까..."


한빈은 애써, 몇번이고 숨을 다시 쉬며 찬우에게 말하고 서둘러 동혁이 자고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한빈의 발에 무엇인가 걸렸다. 윤형이 만들어 놓았던 그의 가짜 다리였다. 한빈은 조용히 의족을 들어 올렸다. 방금 때어낸 것인지 아직 따뜻했다. 윤형의 다리에만 신경 쓰느라, 한빈은 문의 양옆에 어른들이 서 있다는 것도 몰랐다.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에 놀란 한빈이 몸을 돌아 봤을 때는 이미 무거운 쇠막대기를 높이 쳐들고 있는 남자들이 보였다. 한빈은 '아뿔사'싶은 마음에 두 눈을 꼭 감았다. 


"위험!"


순간 누군가 한빈을 감싸 안았다. 한빈을 감싸 안은 남자 위로 쇠파이프가 떨어졌다. 그리고 곧, 두 남자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여기 치면 조용해 진다고 해서 쳤는데... 맞는 거지? 정찬우."

"그래..."


한빈은 조용히 눈을 떴다. 자신의 흐릿한 눈 앞에는, 자신을 안고 있는 바비와 두 남자를 쓰러트린 구준회. 그리고 찬우를 부축하고 있는 진환이 보였다. 바비는 한빈에게 괜찮냐 물었다. 그렇게 물으면서 머리에 상처가 나고 괴상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 바비가 잃은 것은 고통, 그의 장점이자 약점이었다. 


"그래도 둔한게 지금은 좋네. 동생도 구하고 말이야."

"이..이 바보가..."

"진정해. 지금은 윤형이랑 동혁이를 찾는게 우선이야. 싸우는 건 나중에 해."


그들이 또 싸울기미가 보이자, 이번에는 진환이 단칼에 잘라냈다. 바비의 이마에 상처가 나고 피가 맻히긴 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 그 정도로 지금은 난리칠 형편이 아니란 말이다. 그의 말에 한빈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윤형의 의족을 보여주었다. 


"윤형이형이 이 다리 없이 어디도 갈 수 없어. 절대, 불가능. 더불어 제대로 움직이도 못하는 동혁이까지 데리고 사라지는 건 더욱 더 말도 안되는 소리. 결국 답은 누군가가 데리고 갔다는 것뿐이야."

"젠장!"


찬우는 소리쳤다. 좀더 자신이 빨리 올라왔어야 했다. 한빈은 찬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 자리에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빨리 찾아서 여기를 나가야돼. 진환이형은 준회랑 같이, 바비는 나랑 같이 애들을 찾아. 찬우는 될 수 있는 대로 짐을 싸서 마을 앞으로 가고. 해가 뜨면 바로 출발하는 거야."

"어이어이, 만약 해가 뜰때 까지 못찾으면!"

"찾아. 찾을 수 있어. 아니 찾아야돼! 그 때까지 못찾으면, 너무 늦어버린다고!"


한빈은 그렇게 소리치며, 찬우가 자신에게 말한 것을 똑같이 말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한빈이 그랬던 것처럼 차갑게 질려버렸다. 찬우가 본것은 그 드렁크 통에 들어있던, 그 통에 맞게 잘려 있던 자신 또래의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아 버렸다. 


'휘익휘~'


순간, 작은 휫바람 소리가 한빈의 귀를 관통했다. 특이한 소리, 한빈이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그럼 한빈이형을 부를려면 이 소리를 내면 되는 구나.'

'뭐, 떨어질 일이 있겠냐 싶지만, 그래도 위험해 지면 언제든지 그렇게 불러. 이런 바람소리는 엄청 멀리 떨어져 있어도 들리더라."

"!!!"


한빈은 고개를 들었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부르는 바람소리, 그건 동혁이 입으로 내는 바람소리였다. 동혁이 보내는 살려달라는 신호. 한빈은 아이들에게 말할 새도 없이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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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WIN덕
24시간 내가 아니라서 댓글이 인보이지만 긴 댓글이면 좋겠어요. 이번편은 공들여서 쓴거라 ㅠㅠ
7년 전
독자1
ㅜㅡㅜㅜ죄송해요 답글 길지않아서...
7년 전
WIN덕
아니예요. 저정도면 완전 감동인데 ㅠㅠ
7년 전
독자2
헐 와 진짜 잔인하다....자기네들 이익을 위해서 애들을..몰입감 쩔어요 뭔가 이제 윤곽이 확실히 잡히네요 애들이 행복해지면 좋겠어여ㅠㅜ
7년 전
WIN덕
뭔가 저도 글을 쓰면서 잔인해서 신고 먹을거 같은 기분이 살작들기도 했다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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