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FINE DAY
OH MY PEACH!
"이름아아아아!"
아, 망했다. 등 뒤에서 울려퍼지는 큰 목소리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발걸음은 빨라지고 등 뒤에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목소리는 기차 화통을 삶아먹기라도 한 건지 기깔나게 컸다. 전교에서 나를 알고 있는 사람 중 적어도 삼분의 일은 쟤때문일 것이다.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등굣길, 하굣길까지도 따라오는 탓에 나는 기회를 노려 몰래 피해다니기 일쑤였다. 하지만 내가 저에게서 도망이라도 치는 날이면 항상 운동장이 떠나가라 내 이름을 부르는 저 새끼때문에 내 얼굴은 식을 날이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종례 전 신발과 가방을 미리 채비해둔 후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 마자 반을 튀어나왔다. 튀어나오기까지 했을 뿐만 아니라 복도를 우다다다 뛰기까지 했는데... 다 쓸모없는 짓이었나보다.
찰박찰박찰박-!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입술을 깨물고 운동장 바닥만을 응시했다.
뛰어봤자 소용없어, 우리 복숭아-! 어김없이 날 복숭아라 칭해오는 김태형의 목소리에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암요. 알지요. 내가 제일 잘 알아. 반야심경도 조금 읊어봤다.
그러다가 마침 숨도 찼던 지라 뛰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걸었다. 날 잡아먹어라...
"왜 자꾸 도망가아!"
몇 번의 발걸음 끝에 곧 나를 따라 잡은 김태형은 내 어깨에 팔을 둘러 강하게 안아왔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높은 콧대의 김태형이 가쁜 숨을 고르며 나를 보고 씩 웃어제꼈다. 멋모르는 여자애들은 저 미소가 제 심장을 녹인다느니 하는 말을 하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원체 남자에는 관심이 없는 그런...생명체. 설렘과도 거리가 먼.
우리 복숭아! 왜 자꾸 도망가고 그르냐? 김태형이 내 어깨에 두른 손을 꼼지락꼼지락 당겨왔다. 자연스레 몸이 밀착된 꼴이 되었다.
"같이 좀 가자니까... 자꾸 그러면 오빠 섭하다?"
말에서 그치면 참 좋으련만 김태형은 또 그 새를 못 참고 손을 올려 내 볼을 꾹-하고 잡아왔다. 그리고 제 볼에 내 볼을 맞대고 부볐다. 트러블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가 내 볼과 만나 뭉개졌다. 뿍하고 튀어나온 입술이 제법 귀여웠다. 아차! 미쳤나봐, 뭐가 귀엽다는 건지... 여전히 발그레 웃으며 볼을 부비고 있는 김태형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떼어냈다.
김태형은 내가 제 얼굴을 잡았다는 잠깐의 사실에 만족이라도 한 건지 볼을 뿜뿜 부풀리면서 웃었다.
김태형을 떼어냈어도 꽤 가까운 얼굴 사이의 거리에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김태형이 눈을 접으며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내 옆에 착하고 붙어 한 팔로 나를 감싸고 걸음을 내딛었다. 키차이가 꽤 나서 보폭이 안 맞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김태형과 걸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딱 그 속도로 걸었다, 항상, 우리는.
누가 보면 영 커플같다는 둥의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자세였다. 팔에 닿은 김태형의 몸이 불규칙적으로 위아래 움직였다. 아직도 숨이 찬걸까?
"그렇게 뛰어오니까 숨이 가쁘지... 헙!"
나도 모르게 내뱉은 내 속마음에 두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내 입이 방정이지, 방정이야!
김태형의 눈이 커지며 내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얼굴을 마주했다. 부담스럽게 왜 이래... 내 어깨에 착 달라붙은 김태형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다. 좀 놓고 얘기합시다, 그래. 그 큰 눈이 나를 향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우리 복숭아, 설마 나 걱정해준거야?!"
애써 떼어냈던 손을 다시 내 어깨에 착하고 붙이며 또 동네가 떠나가라 물어왔다.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웅얼거리는 내 목소리는 못들은 체 하며 김태형은 내 양 볼을 차례로 아프지 않게 앙앙 물었다. 예뻐죽겠어! 우리 복숭아! 아고!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아니 저는 사람인데 자꾸 복숭아라 하시면...
주변 시선을 느낀 건지 곧 멈춰오긴 했지만 내 볼은 빨개진지 오래였다. 누가 보면 내가 부끄러워 볼을 붉힌 걸로 오해할 만큼.
기분이 좋아진건지 김태형은 다시 생글거리며 내 옆에 착 달라붙어 발걸음을 나란히 했다.
"우리 복숭아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걸어와야지~ 우리 복숭아가 날 걱정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지-. 대신 도망가기 없기다?"
김태형이 약속- 하며 새끼 손가락을 내밀어왔다. 그 손을 올려다 본 채 가만히 있자 반대손으로 내 손을 조물락거리며 새끼 손가락을 펴게 하더니 제 손가락에 걸게 하였다. 약속한거다, 그치?
김태형은 말을 마치고 또 혼자 생글거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이거 약속이 완전 잘못된 것 같은데요. 제 의사도 들어주셔야하는 거 아닌지...
거리는 더웠던 여름은 잊은 지 오랜지 벌써 쌀쌀했다.
복숭아랑 같이 걸으니까 좋다. 범상치 않은 기운에 내 손 쪽을 내려다보니 꼬물락거리며 내 손 쪽으로 다가오는 김태형의 큰 손이 보였다.
"손은 안된다."
어디서 남자친구 행세야. 단호한 내 말에 김태형은 힝- 하는 상스러운 소리를 내뱉더니 아랫입술을 쭉하고 내밀었다.
어쭈? 집어넣어라, 당장. 김태형의 아랫입술을 툭 건들이며 말했다. 분홍 젤리 같은 입술이 반동으로 흔들렸다.
손도 못 잡게 하고, 칫. 이게 무슨 복숭아야. 나쁜 복숭아. 흥! 혼잣말인지, 들으라고 하는 소린지 모를 소리를 궁시렁궁시렁 쉬지 않고 내뱉는 김태형의 입술을 다시 손가락으로 툭 쳤다. 그만해라.
"인간적으로 손은 잡게 해줘야되는 거 아니야? 내가 우리 복숭아 새학기 첫 날부터 찜해뒀던 거 기억 안 나?"
김태형이 휙하고 멈추며 날 내려다 봤다. 그러니까 지금 김태형이 말하는 새학기 첫 날이 무엇을 말하는 거냐 하면...
| 작가복숭아 사담♥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일단 부족한 글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ㅅ^ 인간 복숭아 우리 독자 성이름 님과 교복입은 태태를 보고 싶어서 아주 오랜만에 쪄왔답니다. 쉴 틈 없이 바쁘기만 하던 일상생활에 틈이 나 매일 혼자 틈틈히 덕질 하던 걸 멈추고 글을 마구잡이로 써왔어요. 혹시나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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