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슙뷔] 민윤기와 김태형, 조각.
딱지가 앉은 입술을 살살살 문지르는 손길이 야릇하다. 나는 눈이 발갛고, 공기는 뜨겁고, 그러나 너는 여상하다. 아- 대단히도 완벽한 사람. 동요 없는 그대가 사랑스럽군요.
너와 나 사이, 그 허공 속 모든 것들이 진동하며 너를 실어 나르고. 형식적인 다정함이 담긴 그 목소리가 이 거리를 메우며 고막을 감싸 안을 때, 거부할 수 없는 감정으로 정말 별수 없이도 네게 고백하고 만다.
-키스하고 싶어.
마른 침을 삼키며 여태 내 입술의 상처를 살피는 그 손가락을 쓸어올리면, 말캉한 선홍빛이 네 욕망을 끓어오르게 하는지. 우리는 곧 약을 바른 의미도 없이 쓴맛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쓰지만 중독성 있고, 금단을 행함으로써 오는 짜릿함에 미처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하느님 아버지. 저희를 구원하소서.
눈물 한 방울로 나는 용서를 바라며 이제 네 목에 두 팔을 두른다. 씩 올라가는 입꼬리에 눈을 감고 몸의 힘을 풀면, 내 머리를 조심스레 감싸는 그 손의 감촉이 달콤하다.
이게 우연일까? 성급한 행위였을까? 아니라면 우린 인연일까? 연인이 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의 향연, 그러나 감은 그 눈에 이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조급함에 뇌가 울리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바람에 너덜너덜해질까 두려워 나는 겨우 질문을 골랐다.
-이게, 우리가, 우리가 이래도 되는 걸까?
-…….
-대답해줘, 제발. 제발…… 괜찮다고 말해줘.
흐느끼듯, 혹은 한숨 쉬듯 흘러나가는 애원이 들리지도 않는지 그는 영원히 열지 않을 태세로 굳건히 입을 다물고 있다. 괜찮다고, 이래도 된다고… 그 한마디를 못 해서. 너는 이렇게 내 속을 태움으로써 나오는 연기로 침묵을 만들고, 터무니없이도 비참하게 그것을 감히 내게 선사하여. 헛웃음을 지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도록 마르지 않을 호수를 지닌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보고, 하늘을 그리고, 마음의 둘레를 따라 빙빙 돌다가 툭. 다시 고개를 떨군다. 그러면 겨우 올가미에서 풀려난 내 다리는 비척비척 걸어 커다란 집을 나선다.
초라한 몰골로 커다란 김태형의 품을 나선다.
*
강제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 집에서 도망쳐 나온 지 이주일이 지났다. 3일의 휴가를 바보처럼 보내고 돌아온 나는 부장님 못지않게 바쁜 일과를 보냈다. 그러다보니 계절은 가을이고, 하염없이 높다란 하늘을 바라보며 걷다 넘어진 게 그 단 새에 대여섯 번은 되었다. 달리는 차창으로 다가온 바람이 뺨을 떨게한다. 초가을인데도 겨울바람인양 차갑다. 딱지가 사라져도 입술은 말라있어 볼품없는 외양이 바보 같은 꼴이다.
짧게 잘린 손톱을 괜히 한 번 문지르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 전에 마주친 직원들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도 금세 수그리는 동료들. 나는 직감한다. 마지막 날이다. 팀에서 떠나는 이가 생길 때면 으레 이런 분위기를 풍겼었다. 우리의 동료들은, 나름대로 사회인이지만, 다들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여려서. 나는 조용히 웃고만 말았다.
-아, 과장님.
-안에 계세요?
-아직…….
-공고는 어디에 있나요?
-…아마도 중앙에요. 아침에, 메신저로 전체 공지가….
-아, 그래요. 부장님 출근하시면 호출 좀 주세요.
-……네.
기분 이상하게 뭘 또 그런 얼굴들을 하는 건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쩐지 입 안이 써서, 찬물을 머금고 자리에 앉았다. 사내 네트워크 메신저에 알림이 떠 있었다. 전체 공지. 인사이동 대상자, 기획 1팀 과장 민윤기. 나를 필두로 줄줄이 적혀있는 대여섯 사람의 이름.
탕비실의 캐비넷에서 박스를 꺼내왔다. 네모 반듯이 접힌 그것을 펴내어 모양을 갖추고, 부피가 큰 것들부터 차근차근 담아내다 나를 잡는 손에 문득 일을 멈추면.
-민윤기.
-윤기씨.
-…부장님.
-윤기씨, 미안해요. 아침부터 놀랐을텐데.
-민윤기. 너 안 가도 돼. 갈 필요 없어.
-…괜찮습니다, 부장님. 마침, 조금 쉴까 했었어요.
-네?
-그럴 일이 있어서. 어차피 일은 계속 할 수 있는데요, 뭐. 그냥 시골로 요양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괜찮습니다.
-민윤기. 갈 필요 없다고.
-김태형씨. 비켜주시겠습니까?
-민윤기.
훅 다가오는 목소리와 함께 파도가 되어 몰아치는 그 날의 기억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의 추억들, 어쩌면 그를 사랑했던 날들에 대한 모든 것에 잠겨가는 기분이다. 팀원들의 시선이 쏠려있지만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좋았고 지금 당장은 김태형의 눈앞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디로 도망쳐야 해?
한참 그 얼굴을 빤히 바라만 보다가 그저 고개를 돌리고, 내게 닿는 시선에 무뎌지려 눈을 한 번 감았다가, 곧 다시 몸을 완전히 틀어 책상을 바라보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정리를 계속한다. 차분하게 채워지던 상자가 너저분해졌지만 지체할 수 없다.
아직도 모든 이들이 여길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긴장하게 하는 것은 오직 김태형의 시선 하나 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신경 쓸 수가 없다. 언제나 이랬다.
침묵의 천둥, 무감각한 채찍질, 형체만 남은 가시. 김태형과 마주하는 일은 그런 형태를 동반한다. 사실 태풍일지도 모른다. 폭풍우이거나 허리케인일지도. 하지만 뭐든 좋은 상황. 여길 떠나겠다. 나를 붙잡는 김태형이 어색하니까. 내게 매달리는 김태형이 무거우니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나는 흔들리지도 않고 덤덤하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사실 누구와도 헤어지기는 쉽다. 젊다고는 못 하는 나이가 되도록 많은 이들과 이별했고, 수없이 혼자가 되어 보았다. 애초에 부모, 친척, 형제, 뭣도 없던 천애고아에게 미련이 될 만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김태형이 아니고서야, 누구도 나를 고작 헤어짐에 울게 할 순 없다. 김태형이, 아니고서야.
-민윤기.
끝까지 내 이름을 불러오는 그의 목소리에 심장이 가라앉는다. 나는 기꺼이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했다. 시궁창 인생을 살아온 나에 대한 연민으로 신이 베풀어주시는. 그건 마치 진흙범벅의 나그네에게 내어주는 따뜻한 욕탕, 시원한 식수, 맛있는 밥처럼. 그래서 고작 한 번으로 끝나버리는.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마다하지? 당신은 몸도 영혼도 지쳐버린 나그네인데.
-배웅해 줄래?
-…….
조용하게 속삭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상자를 들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으려고 노력했더니 오히려 발걸음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기분이다. 멈추기엔 너무 어중간한데 어떡할까. 나는 생각했다. 일단 걷기로 하자.
우선은 문까지 닿기로 하자.
| BX |
애들 컴백주에 돌아오려고 했습니다만 현생에 치이고 글이 안 써져서 끙끙대다 결국 이렇게 또 조각으로 돌아왔습니다ㅠㅠㅠㅠㅠ 뒤로 갈수록 망한 것 같아요. 10월이 가기전에는 올리고 싶어서 데려왔지만 너무 무리했나봐요 ;ㅅ; 제 초라한 글 다시 봐주시는 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8ㅁ8))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한 마음 + 형편없는 글 = 구독료 0 입니당.. 이렇게라도 용서를 빌게요!! 으아앙. 슙뷔물인데 봐주실지 모르겠습니다ㅠㅠ 취향 안 맞으시다면 아쉬운 일입니다만ㅠㅠㅠㅠㅠ다음 글은 정말로 꼭 밝은 분위기로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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