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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아!"
"내 이름 종인 아냐! 난 카이란 말야!"
눈매가 제법 날카로운 남자아이가 무슨 일인지 바락바락 악을 써 대고 있었다. 그 앞에 서 있는 아이의 어머니 인 듯 한 여성은 어쩔 줄 몰라하며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고, 그것은 준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곤란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그리고 어떻게 이 아이의 고집을 꺾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얼굴까지 발갛게 물들여가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남자아이의 이름은 김종인 ─ 정작 아이 자신은 '카이' 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지만 주민등록등본에 기재되어 있는 이름은 어쨌든 김종인이었으니까 ─ 이었다. 다섯 살 때 부터 외국에 나가 살다가 학교 문제로 다시 한국에 왔다고 하는데, 2년 동안 떠나 있던 아이치고는 한국말을 꽤나 잘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기해 할 새도 없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우리 종인이가 고집이 좀 세서…."
"종인 아니라니까! 난 카이야! 케이! 에이! 아이! 카이!"
스펠링까지 말해가며 자신의 이름이 카이라고 외치던 아이는 원장실 안으로 들어온 누군가에 의해 소리지르기를 멈추었다. 뜻밖에 상황에 놀란 것은 종인만이 아니었다. 타오가 루한이 자신의 간식을 뺏어 울음을 터뜨렸는데, 크리스가 자리에 없어 타오의 울음이 멈추지 않자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준면에게 찾아온 경수도 흠칫했다. 웬 처음 보는 남자아이 ─ 좀 차갑게 생겨서 귀공자 타입인 아이 ─ 가 피를 토할 것 같이 소리지르다가 갑자기 멈추었으니 당연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준면에게 귓속말로 타오가 울고 있다고 전하니, 준면은 종인의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크리스에게 '타오 웁니다.' 하고 간단하게 카톡을 보냈다. 그 사이에 경수는 종인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탐색 ─ 단지 종인의 생각이었지만 ─ 하고 있었다. 크리스와 준면이 카톡을 하고 있는 도중, 경수가 나른하게 말을 걸었다.
"네 이름이 카이야?"
"응."
"그런데 종인이라는 이름은 뭐야?"
"그거언 내 한국 이름인데에 난 싫어!"
"왜?"
"카이가 더 멋지잖아!"
참으로 어린아이다운 대답이었다. 눈을 반짝이고 작은 주먹을 꼭 쥐며 우렁차게 대답한 종인은 경수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자 기분이 나쁘다는 듯 표정을 굳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경수가 한 손을 들어 자그마한 머리통을 슥슥 쓰다듬자 금세 표정이 풀어졌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난 듯 한 태도를 취하는 둘을 보고 준면과 종인의 어머니는 놀란 기색을 보였다. 자신이 말 할 때는 코웃음만 치고 전혀 안 듣던 아이가 처음 보는 형과 대화를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게다가 종인은 누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알 리 없는 경수는 특유의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종인에게 말했다.
"카이도 멋지네. 그런데 형은 종인이도 멋진 것 같아. 강해보이고, 멋지잖아?"
"정말?"
"그럼. 그리고 한국 사람은 한국 이름이 제일 잘 어울리고 멋져. 외국 이름으로 하고 있으면 늑대가 양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이상하잖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두 명이서 무려 한 시간동안 붙잡고 씨름했던 일을 겨우 오 분만에 끝내버리는 경수를 보고 종인의 어머니는 경악했다. 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님. 공자님. 이게 꿈입니까, 생시입니까. 꼼짝없이 저녁 때까지 싸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체불명의 남자 ─ 아무래도 선생님인 것 같은 남자 ─ 가 와서 단숨에 해결했다. 그녀는 경수의 손을 잡고 얼씨구나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가정교사로 들여 종인이 고집을 부릴 때마다 맡기고 싶었다. 너무나도 쉽게 '종인' 이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게 만든 경수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종인의 손을 잡고 나갔다. 어차피 유치원에 다닐 거면 미리 아이들과 안면을 터 놓는 것이 좋겠다는 경수의 생각 때문이었다.
"저 분은 누구신가요, 원장선생님?"
"아…. 제가 아는 동생인데 학비가 모자라서 1년 동안 여기서 선생님 일 할 거예요. 대단하죠?"
"마음 같아서는 납치해서 저희 집에 가정교사로 들이고 싶어요."
장난이 아니라 진심인 것 같은 그녀의 말에 준면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하하' 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정말 납치라도 할 것 같은…. 준면은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내고, 한 쪽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문을 한 부 꺼내 그녀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 유치원은 선생님이 남자밖에 없어요. 여자분을 구하려고 해도, 저희 유치원에 남자밖에 없다는 것을 아시고는 다 포기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섬세하신 분들도 많으니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뭐 그런 면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들께서도 저희 유치원에는 남자아이들밖에 안 보내십니다. 그래서 저희 유치원에 재원중인 아이들은 다섯 살이 한 명, 여섯 살이 열 세 명, 일곱 살이 다섯 명입니다. 규모가 작아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죠. 규모가 작은 게 이런 곳에 도움이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하하하….
"선생님. 전 이미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설명 안 해 주셔도 돼요."
"네?"
"우리 종인이를 꺾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어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얼떨떨한 준면이었다.
──────
허허... 오늘은 시간이 없으므로 짧게 짧게
암호닉 신청해주신 두 분입니다. 제가 많이 스릉흠
쪼롱이 님, 지렁이 님.
카디 행쇼^,^
불꽃마크를 달고 싶다. 언젠간 쓰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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