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정국에 뷔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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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안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은 각기 다른 반응으로 놀랐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정국을 열받게 하려 왼쪽 창가 맨 뒷자리에 앉아있을 줄 알았던 탄소가 반장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잠을 청하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조금 조용히 지나가지 않을까, 라며 조심스럽게 기도했다. 다른 반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기 바쁘던데 어찌 이 반은 저 두 놈년들 때문에 반 분위기가 조용하다 못해 냉랭하니 그 누구도 먼저 입을 뗄 생각을 하지 못 했다. 물론, 초반에 반 선정이 되어 신나있던 아이들이 들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민 시끄러운 걸 유난히 싫어하던 정국의 심보로 무산이 되었다. 그 때 제 책상을 걷어차며 뭐라고 했었더라.
" 아가리 한 번만 더 털며 다 뿌순다, 시발. "
그래. 그 살벌한 표정을 본 사람은 그 뒤로 밖에서도 혹여 전정국이 있을까 싶어 주위를 살피며 말을 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정국은,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맨 뒷자리, 정국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에 아직 학교를 오지 않은 정국에 안도의 숨을 내쉬는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평생, 안 나오길 빌면서.
* * *
이 살벌함의 시작. 탄소가 정국이 있는 학교로 전학온 첫 날.
그 날 또한 아이들은 혹여 왼쪽 창가 맨 끝자리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는 정국이 저들의 소리에 깰까 조용히 수다를 떨어대다 앞문을 열고 들어오는 담임과 그 뒤를 따라들어오는 하얗고 작은 여자 아이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남녀 구분없이 그 외모에 감탄을 했었다. 와, 예쁘다. 여기 저기서 탄성 아닌 탄성이 내뱉어져 나왔다. 그 탄성들이 모여 순식간에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결국, 정국이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반에 들어온 후부터 소개를 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에도 아무런 말없이 줄곧 엎드려 있는 정국에게 시선을 두고 있던 탄소는 정국이 소란스러움에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훓다 마지막으로 저를 향하자 싱긋, 웃어보였다.
" 안녕, 김탄소라고 해. 잘 지내보자. "
탄소의 시선은 여전히 정국을 향했고, 정국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도 잠시 굳었던 얼굴은 실소를 터트리며 올라간 입꼬리에 풀어졌다만, 그 웃음은 굳히고 있던 얼굴보다 몇 배는 더 소름돋게 무서웠다. 그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이는 정국의 실없이 터진 웃음 소리에 잠시 몸서리를 칠 정도로. 엎드렸던 몸을 세우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기울인 고개와 주머니에 꼽은 손까지. 그 모습은 한 없이 여유로웠다. 아니, 여유로운 척을 했다.
" 아, 어디서 더러운 냄새가 난다 했더니. "
" ……. "
" 진짜 더러운 년이 왔네. "
탄소에게 집중이 되었던 모두의 시선이 정국에게로 돌아갔다. 뭐야. 전학생이랑 미친 개랑 아는 사이야? 어디선가 수근거리는 소리가 적막 속에 낮게 울렸지만 정국의 신경은 올곧이 탄소에게 향해 있었다. 그 말을 내뱉은 아이는 혹여 정국이 들어 나중에 미친듯이 맞고 땅에 묻히진 않을까 라는 생각에 후폭풍을 당할까 싶어 자리에서 숨죽여 벌벌 떨며 입을 막아냈지만.
" …어, 정국이랑 전학생이 아는 사이인가 보네? "
" 네, 뭐. 조금? "
" 지랄하네, 시발. "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던 정국이 또다시 저렇게 굴어대니, 선생님이 적잖게 당황했다. 이들의 담임이자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이 김 선생은 처음으로 긴 학업 생활을 마치고 학교를 발령 받아 오자마자 담임을 맞게 된 것이 3학년 7반. 정국이 있는 반이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그저 담임이 된다는 게 신기하고 들떠있던 김 선생의 어깨를 토닥이며 지나갔다. 1년 수고해. 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정확히 3학년 7반 담임이 된 지 일주일 후, 사직서를 몸에 품고 다녔다. 이 더러운 학교, 아니 이 전정국이 있는 학교. 때려치워 버리겠다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먹고는 살아야지. 악착같이 버티며 최대한 정국과 부딪히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지금 전학생과 저 양아치같은 놈이 어떤 사이이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어서 이 상황을 빨리 무마시키고 싶어했다.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했다. 선생님들에게도 정국은, 그런 존재였다.
" 어, 그럼 탄소는 저기 앉을까? 반장 뒷자리. "
" 전 저기 앉고 싶은데요? "
시발. 김 선생이 속으로 욕을 삼켜냈다. 반장의 뒷자리 그러니까 오른쪽에서 두번째, 앞에서 두번째. 그 자리를 가르키며 앉으라는 말에 생뚱맞게 손가락을 뻗어 정국이 앉아있는 자리를 가르키며 상황을 인지 하지 못한 것인지, 아님 했는데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지. 해맑게 웃어보였다. 악마다. 악마의 웃음이었다. 김 선생은 또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정국같은 기집애가, 아니 정국보다 더한 년이 우리 반으로 왔다고. 하나님은 가혹하기도 하시다고. 눈물을 머금으며 탄소의 말에 대꾸도 해주지 못한 채 출석부를 품에 안고 반에서 급히 빠져나갔다. 그 중 몇은 우리 담임 또 운다며 키득거렸고.
" 친구야. 좀 나와주라. 나 거기 앉고 싶은데. "
" 야. 약 빨았냐, 너? "
" 거기 앉고 싶다는게 약빤 것처럼 보였어? 유감이네. "
정국이 헛웃음치며 책상을 벅차고 일어나 탄소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정국의 힘에 못 이겨 뒤로 넘어가 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교실 바닥을 나뒹굴었다. 반 아이들은 그저 이 상황이 무섭고 벗어나고 싶고 저 미친 개가 왜 또 지랄인가 싶었겠지. 남자고 여자고 가릴 것 없이 패는 놈이라는 건 전교생이 아는 사실이라 혹여 저 여리고 작은 전학생이 얻어 터지진 않을까 싶어 조바심내며 숨 죽여 둘을 훑었다. 그리고 그들도 느꼈다. 전학생도, 정국 못지 않은 미친 년이라고. 아니 그보다 더할지도 모른다고. 제 멱살을 잡아챈 정국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씩 웃어보였다.
" 왜. 한 대 치게? 쳐 봐, 어디. "
" 못 칠 것 같냐? "
" 쳐 보라고. "
탄소의 도발에 못 이겨 정말 한 대 칠 심보로 들어올린 정국의 주먹은 허공에서 애처롭게 덜덜 떨어댔다. 그 모습은 찬찬히 지켜보던 탄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게 웃어 보인 뒤, 정국이 거칠게 잡고 있던 제 멱살을 풀어내고서 아무렇지 않게 교복 깃을 정리했다. 조금 전 한 없이 여유롭던, 아니. 여유로운 척을 하던 정국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제 화를 주체하지 못 하고 있었다. 애처롭게 떨어대던 주먹도 갈 곳을 잃은 채. 탄소는 정국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엔 바닥에 나뒹굴던 의자를 세워 그 자리에 앉고선 턱을 괴어 정국을 올려다 봤다.
" 나 앉아도 되는 거지? "
" 시발, 진짜. "
욕지거리를 뱉어낸 정국은 애처로이 열린 애꿎은 사물함 문을 걷어찬 뒤, 반을 나갔다. 가방은 여전히 탄소가 앉은 책상에 걸린 채로. 아마 정국은 그 날 그렇게 자취를 감춘 후, 하루 종일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 * *
탄소는 반장의 뒷자리에 앉아 엎드린 자세가 불편해 조금이라도 움직일만 한데 꿋꿋이 한 자세로 얼굴을 박고서 자고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 뭘 그리고 쪼물딱 거리는 지 잠결에 자세는 변함이 없어도 손만은 부지런하게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아이가 정신적 혼란이 올 정도로. 점심시간이 되기 3분 전, 귀신같이 밥 냄새를 맡은 탄소가 잠에서 깨어났다. 찌푸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키며 하품을 하고서 왼쪽 뺨에 붙혀진 뽀로로 반창고를 매만졌다. 선생님에게 눈칫밥을 먹었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표정이었다. 맞네, 전정국보다 더한 년.
고개를 돌려 자연스럽게 정국의 부재를 찾았다. 정국은 학교 내에서 사고란 사고는 다 치면서 학교는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왔었다. 물론, 중간에 쑥 나가버리는 경우는 드문드문 몇 번 있었다만, 저렇게 학교를 아예 오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는 말이다. 탄소는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짚었다. 시발. 키스 퍼포먼스 내보인 게 누군데 지가 자취를 감춰? 기껏 자리도 양보해줬더니. 웃기지도 않는 새끼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에 수저통을 든 아이들이 부리나케 반을 빠져나갔다.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탄소는 고개를 저었다.
" 배에 거지 새끼들이 들었나. "
꼬르륵ㅡ 무안하리 만큼 크게 울린 배의 울음 소리에 아직 반을 빠져나가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이 탄소에게로 옮겨졌다. 그에 쪽팔림을 느낀 탄소가 큼큼. 헛기침을 해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괜한 화풀이를 해댔지만.
" 배고픈 사람 처음 봐? 꼴지 말고, 밥 쳐 먹어. "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 쫄레쫄레 반을 빠져나왔다. 밥 먹고 식후 땡이나 해야지. 주머니 안 제 손에 잡힌 담뱃갑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급식실에 다다른 탄소는 밥을 먹는다는 것에 들떠있기도 잠시 소란스러운 주변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아이들이 몰린 곳으로 몸을 옮겼다. 뭐, 싸움났나?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 구경을 하자니, 웬열. 하루 종일 모습을 비추지 않던 정국이 밑에 깔린 남자 아이에게 무자비하게 주먹을 날려대고 있었다. 정국이 저토록 흥분하는 모습은 또 오랜만에 보기에. 흥미롭게 그를 지켜보던 탄소는 옆에 서 이 상황이 마치 재밌다는 듯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던 남학생을 툭 치며 물었다.
" 저 새끼 왜 또 지랄이야? "
그 남학생은 저보다 한참 작은 여자 아이가 난생 처음보는, 소문에서만 듣던 유일하게 정국에게 개긴다는 여자 아이라는 걸 알아챘다. 탄소를 내려다보던 남학생은 실 없는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흥분을 주체하지 못 하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 그러게. 왜 또 지랄일까. "
" 뭐야. 몰라? 쟤 저렇게 흥분하는 거 극히 드문데. "
" 친한가 봐? "
" 친했었지. 존나. "
" 과거형이라…. "
"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안 말려? 저러다 밑에 깔린 애 뒤지겠는데. 숨 껄떡이는 거 봐라. "
제 일이 아닌지라 관심 없다는 투로 물었다. 이쪽도 다를 건 없어 보였다. 내 알 바 아닌지라. 남학생은 다시 한 번 웃어보인 뒤, 어깨를 으쓱이며 뒤를 돌았다. 퍽 감정이 서려있을 만도 한데. 말리지 않냐는 질문에 몇은 진절머리를 쳤다. 말렸다가 도로 자기가 저 밑에 깔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던 탄소는 밥이나 먹으러 가야지. 하며 몸을 돌리려는 찰나, 때 마침 고개를 들어올린 정국과 보기 좋게 두 눈이 마주쳤다. 그 두 눈엔 무엇도 담겨있지 않았다. 공허함과 허무함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정국은 점점 몸을 옮겨 탄소의 앞으로 다가섰다. 정국이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탄소의 표정은 굳어질 뿐이었다. 탄소와 거리를 좁힌 정국은 한 쪽 입꼬리만 씩 올린 채 웃어보였다.
" 넌 좀처럼 내 눈에 안 띄는 날이 없네. "
" 네가 이렇게 이목 집중을 시키는데 안 띌 수가 있나. "
"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게 있었다면 내 눈 앞에 나타날 생각 못 했을 텐데. 아, 그딴 거 없는 년인 거 몰랐던 건 아냐. "
" 몰랐던 거 아니면 바라지도 마. "
" 그래도 양심이 없다면 미안한 마음따위는 있을 줄 알았지. "
다시 얼굴을 굳힌 정국은 탄소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밀려난 어깨를 아파할 새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미안함? 정국이 했던 말은 곱씹으며. 싸움 구경을 하려 몰려 들었던 아이들이 하나 둘 제 자리를 찾아가고, 정국도 없는 그 공간에 탄소는 점심시간이 끝나가도록 그 자리에 한참동안 멍하니 망부석마냥 서있을 뿐이었다. 미안함. 미안함이라
……. 탄소는 오늘도 정국에게 내뱉지 못한 이야기를 속으로 삼킬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평생, 속으로 삼켜야 할 말이었다.
* * *
체육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있는 시간. 남자 아이들은 서둘러 체육복을 갈아 입고서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반면, 여자 아이들은 휴대폰을 두들기며 나가기 싫다고 투덜거리다가도 체육복을 두 손에 쥐고서 탈의실로 가 꾸역꾸역 쑤셔입고 돌아왔다. 물론, 정국은 그 사고를 쳐놓고도 태평하게 반에서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는 중이었고, 탄소는 여전히 멍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반장이 체육복을 다 갈아입고 반으로 돌아와 책상을 저리하다 뒤를 돌아 탄소를 살폈다.
" 그, 탄소 너 체육복 있어? "
" 어? 어, 아니. 없는데. "
" 우리 체육 쌤은 전학생이라고 안 봐주셔서…. 빌려서라도 입어야 할 텐데. "
" 뭐래, 시발. 전학생이 아는 애가 어딨다고 빌려 입어. "
" 그,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혹시나 네가 혼날까 싶어서 알려주는 거야……. "
이런, 젠장. 염병할 학교 같으니라고. 탄소는 몸을 일으켰다. 사실 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첫 날 내 치마에 삿대질을 해대며 무서운 표정을 지어대던 선생이 체육 선생인 걸 안 이상, 부딪혀서 좋을 건 없었다. 빌리는 척이라도 해보다가 안 되면 뺏지, 뭐. 라는 심보로 엎드려 있는 정국에게 잠시 시선을 던져놓고서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 복도를 거닐던 탄소는 누군갈 발견하곤 배시시 웃으며 총총 뛰어가 그의 앞에 섰다.
" 안녕. "
" 어, 전학생? "
" 아까 점심시간에 봤지, 우리? "
" 아마도? "
" 야, 그럼 친구없는 불쌍한 전학생한테 체육복 좀 빌려주라. "
" 내 체육복이 너한테 맞겠냐? "
" 보아하니 너도 작아서 안 맞진 않을 듯 싶은데. "
미간을 찌푸린 남학생은 금세 다시 평점심을 되찾고 웃어보였다. 이렇게 내 상처를 들쑤실 줄이야. 점심시간, 정국이 그 소란을 피워댈 때, 재밌다는 듯 구경을 하고 있던 남학생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이에게 거리낌 없이 체육복을 빌려달라 당당히 요구했다. 그에 남학생은 마음에 들지 않아 하기는 커녕 마음에 들어 했다.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딱히 없었으니까. 당돌한 게, 꼭 제 마음에 들었달까.
" 하여간. 성격 존나 마음에 들어. "
탄소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 남학생은 자신의 교실에서 체육복을 가져나와 탄소에게 건넸다. 체육복을 받아낸 탄소는 체육복에 코를 대고 킁킁 맡아댔다. 그에 놀라 탄소의 이마를 툭 밀어버렸다.
" 야, 냄새 안 나거든? "
" 혹시나해서? 답지 않게 좋은 냄새나네. "
" 땀 냄새나는 거 싫어해서. "
" 박지민? "
" 어? "
갑작스레 불러진 제 이름에 당황한 듯 했다. 탄소의 시선은 체육복 오른쪽 가슴께에 박힌 명찰을 향했고, 한참이나 그 이름을 되뇌였다. 지민. 박지민. 여러 번 이름을 불러댔다. 얼마나 불렀는지 모를만큼이나. 까먹지 않으려고 계속 뱉어냈다. 남학생, 아니. 지민은 그런 탄소의 모습을 훑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 왜. 내 이름 예뻐? "
" 어. 예쁘네. "
" 지나치게 솔직하네. "
" 그게 내 매력. 쨌든 잘 입고 잘 돌려줄게, 박지민. "
손을 휙휙 저어보인 탄소는 지민의 체육복을 들고서 유유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 뒷모습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사라진 방향만 쳐다보던 지민은 또다시 실소를 터트렸다. 아, 쟤 진짜 뭐지? 난 이름도 못 물었는데, 아직. 지민과 탄소의 만남은 그렇게 점점 무르익어갔다.
지민의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서 다시 반으로 돌아오는 내내 걸리적거리는 옷 소매와 바짓단을 접어 올렸다. 그래도 꼴에 남자라고 크네. 전정국껀 너무 커서 입지도 못 했는데. 과거를 회상하던 제 모습에 놀라 고개를 저으며 뺨을 후려쳤다. 시발, 아야. 너무 세게 때렸어. 뺨을 부여잡고 반으로 들어오니 반에 남아있는 이는 정국 하나 뿐이었다. 누구 하나든 깨워주고 갈 법도 한데, 라고 생각하는 탄소였지만, 잠자는 정국을 깨웠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저걸 깨워, 말어?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와중에도 몸은 이미 정국의 앞으로 옮긴 후였다. 창가 쪽으로 향한 얼굴이 반듯하게도 생겼다. 잘 땐 천사가 따로 없는데. 일어나면 아주 폭군이지. 고개를 저은 탄소가 정국의 책상을 툭 찼다. 미간을 찌푸린 정국은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어쭈? 다시 한번 걷어차자 끙끙 거리면 앓는 소리를 냈다.
" 뭐야. 지가 개새끼야? "
" ……. "
" 야, 일어나지? 너 깨우는 거 나도 존나 안 달가우니까 한 번에 좀 일어나자. "
" ……. "
" 설마 아프냐, 너? "
여전히 미동도 없는 정국에 혹시 아픈가 싶어 손을 뻗어 이마를 만지려던 탄소의 행동은 갑작스레 저를 당기는 정국으로 인해 멈추었다. 왼손만 올린 채 탄소의 팔목을 당긴 덕에 하마타면 얼굴을 그대로 땅바닥에 꼬라박을 뻔 했다. 놀란 나머지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붙잡고 제 손목을 잡고 있는 정국을 뿌리쳤다.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였다. 뭐야, 다시 잠들었나? 그럼에도 경계하며 정국을 훑던 탄소와 한참 박고 있던 고개를 힘겹게 들어 올리는 정국의 얼굴에는 운동장 열 바퀴는 뛴 듯 붉어져 있었고, 땀이 범벅이었다.
" 야, 너……. "
" 내가 뭘 하든 네 알 바야? "
" 아, 시발. 그럼 혼자 쳐 자고 있는 애 냅두고 가? 그냥 깨우고 가려고 헀거든? 아니, 그보다 너……. "
" 네 얼굴 꼴도 보기 싫으니까 신경 끄라고, 좀. "
" 야, 전정국. "
" 내가 너한테 뭘 더 얼마나 좆같이 굴어야 내 앞에서 꺼질건데. "
탄소를 향한 그 눈빛이 단호하고 그간 농담 따먹기하듯 내뱉어왔던 그 말들과는 사뭇 다른 진심이 묻어져 나왔기에 탄소는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그저 안쓰럽게 흘려내리는 땀이 거슬렸고,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거슬렸고, 아픈 건 맞는 건지 눈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저를 노려보는 그 눈빛이 거슬렸다. 꼭 그가 아픈 게 제 탓인 것 마냥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국과 탄소의 관계는 무르익다 못해 끝내 터져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오래 전에. 아물지도 못할 정도로.
* * *
으아 사실 어제부터 야금야금 써내리다 1일 1연재 성공했네요! 사실 제가 굉장히 귀차니즘 스타일이라 늘 이렇게 성실히 쓰진 못 해요..
첫화도 아닌 프롤로그.. 맛보기부터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제가 진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과분한 사랑을 ㅠㅠㅠㅠ
이렇게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위해 늘 열심히 빨리 최고의 고퀼(?)을 자랑하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ㅠㅠ
사실 분위기 칭찬이나 브금 칭찬 몇 해주셨는데 그런 칭찬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사실 전 브금을 고르고 글을 쓰는 편이거든요..
밝은 노래를 듣다가 글을 쓴다며 분위기가 아주 대반전되는.. 그런 케이스라.. 글고 뉴캐 지민이! 아마 서브 남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암호닉은 제 주제에 늘 감사히 받고 있구여! 제 닉넴이 정국에 뷔 예보이다 보니깐... 너무 길죠..? 예보라고 불러주면 좋을 것 같애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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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마음 훔쳐간 양아치들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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