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3일 화요일.
벌써 일년이 지났다.
그 때도 오늘과 같은 여름이었다.
하늘은 찬란했고 햇빛은 강렬하게 내리쬐는 시끄럽게 매미가 울부짖는.
한 여름날,
전학생이 왔다. 시골, 외딴 곳에 사는 나는 전학생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안녕, 난 서울에서 왔고, 이름은 김아미라고해. 잘 부탁할게"
대도시에서 이런 시골까지 왜 온걸까하는 생각도 잠시, 내 옆 빈자리에 네가 앉았다.
"안녕, 너는 이름이...태형이구나! 잘부탁해"
내 옆에 앉은 넌 내 이름표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 왔다.
"태형이 너는 어디살아?"
내게 어디사는지, 학교는 어떤지, 여기엔 신기한게 많다느니 그러고 보면 넌 궁금한 점이 참 많았던 것 같다.
"태형아, 혹시 안바쁘면 나 점심시간에 학교구경 시켜줄 수 있어?"
네 말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그렇게 몇시간, 내게 친근하게 장난을 걸어오는 너와 너스레를 떨며 시간을 흘러 보냈다.
"우와, 학교에 이런 곳도 있어? 예쁘다-"
학교 옥상 한켠에 작은 정원이 하나 있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내가 입학해서 이 곳을 찾았을 때부터
작은 정원은 작은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입학하고 나서부터 혼자있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작은 정원에 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여기 정말 예쁘다, 태형아 나 여기 자주와도 되?"
내게 자주와도 되냐며 묻는 네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너는 내 손을 잡으며 이런 좋은 곳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웃어왔다.
시간이 흘러, 너와 내가 매일 그 작은 정원에 함께 발을 들일 때였다.
너는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불러왔다.
나는 그날, 처음 알게되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
나는 네 눈을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넌 내게
"왜그래, 무슨 일 있어?"
라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왔다.
나는 네가 그 질문을 할 때마다 얼버무리며 네게 내 속마음을 말하지않았다.
하루는 네가 하늘을 보고싶다며 어디 좋은 곳 없냐고 물어와 학교가 끝나고 마을 뒷산, 옛 정자에 데리고 갔다.
"우와, 태형아. 저기봐! 저기 가게들 되게 예쁘다"
외딴 시골마을, 불빛이라곤 작게 빛나는 가게들이 빛추는 것 외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조차 네 눈에는 예쁜지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환한미소로 내게 너무 좋다고,
이런 곳은 평생 못볼 줄 알았다며 꼭 다시오자했다.
"태형아, 여기 너무 좋다, 나 다음에도 데리고 와 줄꺼지?"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 즈음부터 나는 네게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마을 뒷산에 오르고 얼마 안되 너는 몇일,
개인사정을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네가 오지 않았던 그동안,
나는 네게 소개해 줄 작은 시골을 생각하며 시간을 흘러보냈다.
여름방학식이 있던 날,
오랜만에 학교에 나온 너는 내게 여름방학 잘 보내라는 말을 전하고선 다시금 내게서 멀어졌다.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서울로 갔다고 했다.
나는 네가 없는 짧은시간동안 네 빈자리를 느꼈고,
내 여름방학은 너를 생각하는동안 지나갔다.
방학이후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너는 전과는 다르게 많이 헬쑥해진 모습을 하고있었다.
그땐 몰랐다. 그저 잠깐 감기를 앓다 왔겠지, 하는 생각만 했을 뿐.
"태형아, 있잖아.."
어느날, 너는 내게 담담하게 네 이야기를 해왔다.
몰랐다.
이때까지 네가 몸이 좋지않아 방학 때 병원에 있다 왔다는 사실을.
이 곳, 한적한 시골에는 치료에 지친 네가 쉬기위해서.
아니 쉬기위해서라기 보다는 받아들이려고 왔다는 것을.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좋아하는 네가, 곧 내 눈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에.
나는 그 후로 며칠을 널 볼때면 가슴이 저려 널 보는 것이 힘들었다.
"태형아, 우리 작은 정원갈까?"
며칠을 네가 아프다는 생각만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네 손에 이끌려 도착한 작은 정원은
여름날의 푸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있었다.
"나무들도 춥겠다, 그치?"
마치 네 모습을 형상화라도 한 듯, 너와같이 말라버린 정원은 내 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아미야"
나는 용기내 네게 말하려 했다.
나는 널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는 네 이름만 부를 뿐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다.
내 말에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나서.
"태형아, 너까지 나 환자취급하면 안된다? 나 그 취급은 집에서도 질리도록 받았단 말이야. 알겠지?"
너는 내게 환자취급은 안된다며 해맑게 웃으며 전처럼 학교가 끝나고 마을 뒷산에 있는 정자에 가자며 졸라왔다.
"태형아, 나는 여기 오기 되게 싫어했다?"
너는 내게 정자에 올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여기, 이곳에 오기 전까지 너는 꿈이 많은 소녀였다는 것을.
너는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싶어서, 부모님 몰래 오디션을 보곤 기획사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는 말.
하지만 그 때부터 자꾸 속이 울렁거렸고, 자주 쓰러졌다는 말.
"나는, 내가, 10년 뒤에는 대중의 사랑을, 예쁨을 받는 가수가 될거라고 생각했어."
될거라고, 반드시 될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었다.
"태형아, 내가 노래 들려줄까? 나 오디션 볼 때, 칭찬되게 많이 들었어"
말을 마치고선 너는 잔잔한 선율의 노래를 내게 들려주었다.
"태형아, 너가 내 친구라서 너무 기뻐"
'나도.'
얼마 뒤, 나는 네가 또 다시 개인사정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분간, 아미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학교에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짝꿍인 태형이가 그동안 아미 물건 잘 보관해주고. 이상"
나는 용기 내 선생님께 네가 아프다는 사실을 저도 알고 있으니 네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 찾아가 네가 입원해 있다는 한 병원에 찾아갔다.
"김아미환자분 면회신청하신 김태형님?"
네 병은 내가 아는 것보다 많이 심각했던 것 같다.
"김아미 환자분, 현재 안정 취하고 계셔서 오래는 면회 못하시구요, 30분에 다시 나오셔야 해요. 아시겠죠?"
간호사의 말에 긍정을 표하곤 네게 다가갔는데
난 거기서 놀랄수밖에 없었어.
가녀린 네 손목에는 자그마치 6개의 바늘이 꼽혀 있었고, 네게는 산소호흡기가 씌어져 있었고,
네 침상옆에는 합해서 너보다 배 이상으로 무거워 보이는 기계들이 자리하고 있었어.
나는 네 곁에 앉아 한참을 널 바라보고있었는데, 네가 눈을 떴어.
"...태형이?"
나는 네 부름에 네가 이렇게까지 아픈지 몰랐다며 네게 미안하다고 했어.
"..괜찮은데..나..정말이야..나..괜..찮아"
"나..이래뵈도..너보다...달리기도 잘하고..또..."
말할 힘이 없는지 말끝을 흐리며 내게 미소짓는 네 손을 꼭 잡고 나는 이렇게 말했어.
"내가 너 퇴원하면 너 안가본 예쁜 곳, 데려가 줄께. 빨리 나아, 알겠지?"
너는 눈을 한번 깜빡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눈을 감았어.
나는 한참을 네 곁에서 앉아있다 30분에 맞춰 네 병실을 나왔어.
그게 네 마지막 모습이었어.
그로부터 한 일주일이 지났을까,
나는 네가 다신 학교에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급하게 뛰어가 봤지만, 너는 이미 차가운 관 속에 안치되어, 마음대로 너를 볼수도, 만질수도 없었어.
그때, 열살정도 되 보이는 널 꼭 닮은 한 아이가 나를 콕콕 찔러왔어.
"형, 이거 우리 누나가 꼭 형 전해달래요. 형이 김태형 맞죠?"
처음 네가 전학왔을 때 그랬듯이, 똑부러지는 목소리로 네 동생은 내게 무언가를 건네주었어.
안녕 태형아, 이거 너한테 주려고 내가 간호사 언니한테 사정해서 사온거니까 절대 잊어버리면 안되, 알겠지?
태형아, 처음 전학와서 사귄 친구가 너여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어쩌면, 죽기 전에 내가 받은 최고의 행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넌 정말 좋은 친구였어.
우리가 자주가던 작은 정원은 어때? 코스모스 피웠어? 못보고가서 아쉽다.
네가 데려갔던 모든 곳은 모두 나한테 추억이 되었어.
나, 사실은 너랑 있는 시간이 정말 너무 소중했어.
너랑 있으면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 같고, 또 재밌고 행복했거든.
태형아, 어쩌면 내가 널 좋아했던 것 같아.
어느순간 널 볼 때마다 막 가슴이 떨리고 볼이 빨개지는데
혹시라도 너가 내 마음 알까 얼마나 마음 조렸는지 넌 모를꺼야.
내가 조금만 더 건강했더라면 아마 내가 지금쯤 너한테 예쁘게 하고가서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지 몰라.
태형아, 보고싶다.
이 편지를 받았다면 아마 난 이미 떠나고 없겠다, 그치?
짧은시간이었지만 고마웠고, 네가 소개해준다던 예쁜 곳 못가봐서 정말 아쉽다.
다음에 꼭, 꼭 거기 데려가 줘. 알겠지?
음..마지막이라고 하니까 눈물난다.
...태형아, 고마웠고 좋아했어. 안녕!
네 동생에게서 받은 건 전에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팝가수의 앨범과 너와 내가 함께 찍었던 사진이 담긴 목걸이, 그리고 네 편지였다.
나는 네 동생에게서 건네받은 순간 미처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네 편지를 건네 받아 읽는데, 너 또한 나와같은 마음이었구나를 알게 된 순간
나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냥 네게 말할껄. 좋아한다고 말할껄 그랬다고.
네 빈소를 매일같이 찾아와 나는 환하게 웃고있는 네 사진을 보며 앉아있었다.
네가 차가운 땅속에 묻힐 때까지, 나는 네 곁에 머물렀다.
일년이 지난 지금, 나는 네가 미처 이루지 못하고 떠난 꿈, 가수를 준비하고있어, 아미야.
보고싶은 아미야, 내가 너 대신 꼭 네 꿈 이뤄서 또 찾아갈께.
기다리고 있어, 안녕
음, 네. 이런 글 처음이고, 또 이런 소재도 처음이라서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마음이 잘 전달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배경이라함은, 아마 순수한 시골청년의 사랑이라고 하면 될까요? 사실은 2편정도의 90년대에 개봉한 로맨스영화를 보고 생각난 소재라서, 일부러 소재를 시골,10대,사랑 으로 잡았는데 제 손과 머리가 따라주지 못하는 것같아요. 네....앞으로 정말 가끔, 아주 가끔 소재가 번뜩 틔어오르면 이 필명을 통해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달별이었습니다:)안녕하세요, 달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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