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는 학교에 온 후로 줄곧 엎드려 잠만 잤다. 불편할만도 한데,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잘도 잤다. 정국은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창문 너머로 탄소가 자는 모습을 한 번 훑곤 그냥 반으로 돌아가는 지민을 아니꼽게 바라봤다. 미친 새끼. 할 짓 없나. 어제 입술을 맞댄 이후로 정국은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보고 싶어서 왔다라. 참 실속없는 소리였다. 내가 그 거짓말에 넘어가주길 바라고 한 소리였을까. 그랬던 거라면 넘어가주는 척이라도 할 걸 그랬나. 제 머릿 속을 하루 종일 헤집었다. 탄소는 하루 종일 잠을 청했고, 정국은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배고프다며 노래를 부르던 김태형은 자리에 앉아있는 정국은 끌고 나서면서 시선을 거두어야 했지만. 점심시간이 되어도 일어날 생각이 없는 탄소를 찾아온 건 한 손 가득 매점을 털어온 지민이었다. 조심스레 책상을 톡톡 쳤다. 기지개를 펴며 일어난 탄소는 제 앞에서 검은 봉지를 흔들고 있는 지민을 쳐다봤다.
" 밥, 먹어야지. "
" ……. "
" 일단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털어오긴 했는데…. "
" 너는. "
" 어? "
" 너는 밥 먹었냐고. "
" 아니. "
" 그럼 같이 먹어. "
제 앞에 놓인 비닐 봉지 안에 여러가지 빵들 중 하나를 집어 지민에게 건네고 저도 하나 집어들었다. 빵 껍질을 벗겨 입에 문 탄소가 어서 먹지 않고 뭐 하냐는 눈빛으로 지민을 쳐다보자 큼큼, 헛기침을 해댄 지민도 똑같이 껍질을 벗겨 빵을 입에 물었다.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던 둘은 너 나 할 것 없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민이 탄소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며 말했다.
" 잘 먹네. "
" 너도. "
" 기운 없어보여서 걱정 했는데. "
" ……. "
" 밥 안 먹어서 예민했던 거였네. 굶지 좀 마, 사람 간 쪼달리게 빡쳐있지 말고. "
" 닥치고 빨리 쳐 먹어. "
탄소는 어제 일로 인해 집에서 한숨도 자지 못 했다. 따뜻한 우유를 마셔도 보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밤새 정국의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다. 뜬 눈으로 혼자 보내는 밤은, 길고 어두웠으며, 외로웠다. 그렇게 한숨도 못 자고 온 학교에 정국의 얼굴을 본 후에는 지난 날 잠들지 못 했던 잠들을 비웃 듯 푹 잠들었다. 왜일까. 밤 새도록 자려고 그렇게 애를 써도 자지 못 했는데, 전정국 얼굴 한 번 보니, 수면제라도 되는 냥 그렇게 잠이 들어버렸을까. 지민은 멍하니 빵을 입에 문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탄소의 눈 앞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 밥 먹다가 정신줄 놨냐. "
" …그러게. 자꾸 넋이 나가네. "
" 왜, 또. 뭐가 문제야. "
"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답답하다, 나도. "
탄소는 제 입 안에 빵을 우겨넣었다. 입에 가득찬 빵 때문에 턱이 아프다. 입에 가득찬 빵 때문에 속이 막힌다. 입에 가득찬 빵 때문에 골이 아프다. 따위의 생각들로, 오직 지금 제 머릿속에서는 빵 하나로 가득차길 바랐다. 지민은 그런 탄소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 뿐이었다.
* * *
지민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탄소의 반 앞에서 대기를 타고 있던 터였다. 교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지민을 뻔히 본 탄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지나쳤지만. 정국은 교실에 앉아 둘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학교를 벗어나는 도중에도 지민은 탄소의 옆으로 갈 생각이 없는 듯 조심스레 뒤를 졸졸 쫓았다. 혹여 탄소가 싫어할까 봐. 그걸 모를 리 없는 탄소는 몇 번이고 뒤로 돌아봤지만, 그 때마다 마치 일행이 아닌 마냥 딴 짓을 해댔다. 물론, 정말 일행은 아니었지만.
" 너 또 왜 따라와. "
" 안 따라갔는데? "
" 쳐 맞을래? "
" …그네타고 싶어서? "
" 지랄한다. "
" 지, 진심인데. "
" 설치지 말고 빨리 튀어 와. 너 지금 존나 스토커 새끼 같으니까. "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배시시 웃어보인 지민이 서둘러 탄소의 옆으로 향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입꼬리를 연신 올린 채 웃어대는 지민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탄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말 없이 걸어가다 지민이 탄소의 손을 끌어 달리기 시작했다. 놀랄 새도 없이 들어온 곳은, 고작 베스킨 라빈스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탄소는 지민의 정강이를 거세게 걷어찼다.
" 돌았냐? 왜 갑자기 뛰고 지랄이야, 썅. "
" 아, 넌 왜 걷어 차고 난리야. "
" 더 걷어 차이고 싶냐? 말만 해. 차줄 테니까. "
" 그냥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서 왔다, 왜! "
" 지랄. 너야 말로 드디어 정신줄을 쳐 놨냐? 좆 까. 한 겨울에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
" 아이스크림은 원래 겨울에 먹는 거야. 뭘 모르네. "
탄소는 지민을 미친놈 쳐다보듯 위아래로 훑다 가게를 빠져나왔다. 가게 안에 멍하니 서있던 지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탄소를 따라나섰다. 기분 풀어줄 때 단 게 최고라던데. 구라친 새끼들 조져버릴까. 급하게 탄소의 뒤를 쫓으려 하자 걸음이 우뚝 걸음이 멈춘 탄소에 움찔거리기도 잠시 곁으로 다가간 지민이 탄소의 시선이 향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오토바이에 올라타 허연 얼굴로 미소를 띠운 채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다시 탄소를 바라보자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과 옅게 흔들리는 어깨에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오토바이에 올라타 있는 남자가 빨랐다.
" 쥐새끼처럼 그렇게 도망가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우리 탄소? "
" ……. "
" 네 덕에 호석이만 존나게 쳐 맞았잖아. 애들 보는 앞에서 쪽팔리게. "
" 너, 뭐야. "
" 난 또 정국이 만나서 정담을 나누고 있을 줄 알았더니 딴 놈이 옆에 있을 줄은 몰랐네? 깜찍해라. 서프라이즈야, 쟤는? "
" 너 뭐냐고. "
" 얼굴 좀 풀자. 굳히고 있어도 예쁘다만, 웃어줘야 내가 설레지. "
" 하, 시발 진짜…. "
탄소가 제 머리를 쓸어넘겼다. 쓸어넘기는 도중에도 떨리는 손은 지켜보는 이가 더 불안케 만들었다. 탄소는 지금 제 앞에 있는 놈의 면상에 침을 뱉어주고 싶은 역겨움을 느끼기도 잠시, 혹 저 새끼가 정국과 마주쳐 버릴까 조바심을 냈다. 탄소가 이처럼 흥분에 취해 화를 주채하지 못 했던 모습은 처음이었다. 급식실에서 있었던 일은, 새발의 피라며 비웃을 정도로 탄소는 제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려온 이가 천천히 저를 향해 다가오자 탄소가 고개를 돌려 지민을 바라봤다.
" 가. "
" ……뭐? "
" 가라고. "
" 너 냅두고 어떻게…. "
" 가라고, 시발. 한 번 말하면 좀 알아 쳐 먹어. "
" ……. "
" …하. 지금 너 안 가면 다신 안 봐. 진심이야. 그러니까 빨리 가. "
어느 새 앞으로 다가온 이는 탄소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제법, 자연스러운 스킨십이었다. 어깨에 팔을 두른 채 고개를 삐딱하게 두고서 씩 웃으며 지민을 바라보았다. 어서 안 가고 뭐 하냐는 듯.
" 예쁜이가 나랑만 있고 싶다는 거 돌려 말하는 중이잖아. 안 가? "
" ……빨리 가. "
다신 안 본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았기에 지민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탄소가 아는 이였고, 정국을 아는 이였다. 둘의 과거까지 알고 있는 듯한 저 이는 도대체 뭘까. 지민이 다시 뒤를 돌았을 땐 이미 둘이 자취를 감춘 뒤였다.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를 내며. 정말, 저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탄소에게 다가가지 못 하는, 넘지 못 하는 무언의 선이 있다는 걸. 그런데도, 왜 저는 그 선이 찾고 싶고, 궁금하고, 넘고 싶은 걸까. 탄소의 모습들이 지민의 머릿 속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 싸가지 없고, 못된 쳐 먹은 모습들이 예뻐보이면 제가 드디어 미친 걸까. 아님, 김탄소에게 정말로 미친 걸까. 알 수 없었다.
* * *
탄소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헬멧을 거칠게 벗어 제 앞에 있는 이의 가슴팍에 던졌다. 그리곤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그에 굴하지 않고 제 품에 던져진 헬멧에 아픈 척 가슴을 움켜잡다 멀건 얼굴로 미소짓는 모습을 본다면 다른 사람들은 넋을 놓고 감탄하며 예쁘다고 느낄만한 얼굴이었다. 물론, 탄소의 눈에는 그저 역겨울 뿐이지만. 그는 할 말 있음 하라는 듯 오토바이에 몸을 기대어 턱을 괴고 탄소를 바라보았다.
" 네가 무슨 낮짝으로 여길 와? "
" 널 보러 오는데 낮짝을 깔고 와야 돼? 우리 사이에? "
" 야. "
" 아, 미안. 내가 잘못 생각했네. 네가 나랑 마주칠까 걱정하는 건 아까 그 놈도, 너도 아닌 다른 놈이지? "
" ……. "
" 지금 네 뒤에 있는, 쟤. "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제 뒤를 향한 손가락을 따라 놀라 시선을 돌렸을 땐 정국이 서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 잔뜩 굳은 시선으로. 절대. 마주치지 않길 바랐던 두 사람이 만났다. 탄소는 무서웠다. 겨우 제 눈 안에 들어온 정국이 저를 버리고 다시 도망갈까 봐. 다시는, 영영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릴까 봐. 겁났다. 그럼에도, 탄소는 정국을 잡을 수 없었다. 정국은, 탄소에게 그런 존재였다. 잡고 싶지만 잡을 수 없고. 잡힐 듯 하면 사라지는 게, 정국이었다.
" ……. "
정국은 둘은 번갈아 보다 헛웃음을 치다 결국 탄소에게 등을 보였다. 탄소의 주먹 쥔 두 손이 덜덜 떨렸다.
넌 또 내게 등을 보이는 구나. 넌 또 나를 버리고 가 버리겠구나.
* * *
안녕, 여러분!! 이제 아마 다음 화부터 우리 독자님들이 기다리던 과거 편들이에요 ㅎㅅㅎ 이미 저 뉴캐는 누군지 아실 것 같다만은...ㅎ
과거 편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번 화를 이어서 이야기가 진행될 거예요! 과거편은 上,中,下 로 나눌 건데 내용이 좀 길 거예요! (아마도)
내일은 또 외할머니댁에 내려가고.. 일요일은 친할머니댁에 내려가고..? 내용은 길 테니 쓰는 시간이 걸릴 테고... 좀 많이 늦어질 지도..
사실 또 저희 동생이 담주에 수술이 잡혀있어서 제가 간병인 해야 돼요. 도움 안 되는 내 동생~^_^~ 그래도 얼른 얼른 데려오도록 할게요!
매화마다 이렇게 사랑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진짜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싶은 심정이랍니다..ㄹㅇ..
그리고 암호닉은 더이상 받지 않을 예정이에요! 과거편이 끝나면 또 받으러 올 테니 기다려주세요 우리 독자님들 ♡
그리고 진짜 저기 보이세요?? 신알신하신 분들이 400명.. 아 진짜.. 감동의 박수를 짝!짝!짝! 아잇, 넘 좋아벌여~~! 앞으로도 열심히 살게요..
♡ 제 마음 훔쳐간 양아치들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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