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J rabbit - 웃으며 넘길래
연말, 연초는 늘 바쁘다.
여러가지 시상식도 있고 그 시상식에 걸맞는 무대를 선보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안그래도 자주 보지 못했던 네 얼굴이 점점 흐릿해져만 갔다.
[정호석♠]
- 이름아
- 연습실이야?
- 잠깐 들릴게
그나마 오늘 네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2주 그리고 4일 만에 보는 네 얼굴이었다.
유명 아이돌은 연애를 할까?
01
w. 복숭아 향기
"뭐해?"
"뭐가."
"정호석 오늘 연습실 온다며."
"응."
"근데 너는 왜 여기 있는데."
그러게...
나는 괜히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사실 이유는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다지 네 얼굴을 보고싶지 않았다.
왜? 라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나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있고 싶을 뿐이었다.
팀을 탈퇴하고 솔로가수로 나온지 벌써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너는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까지 올라갔고 나는 차근차근 내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당연히 너와의 데이트는 물론이고 방송국에서 잠시 마주치는 일도 극히 드물 지경이었다.
나는 음악방송을 순회하느라 바빴고 너는 해외에서 콘서트 일정을, 또 오랜만에 나온 정규앨범 활동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했다.
지금까지 받지 못했던 팬들의 사랑 뿐만 아니라 나의 애인,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도 마음껏 받을 수 있다는 그 현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솔직히 망설여졌다.
그렇다고 해서 너와 헤어짐을 택할 거냐.
그것은 또 아니었다.
고된 스케줄과 쏟아지는 악플들 속에서 내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준 너를 나는 절대 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너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
"정호석이 너 여기있냐고 물어보는데?"
"있다 그래."
"뒤질래?"
"아니."
"왜그러는데?"
그러게.
내가 제일 궁금하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한다면 바로 욕설을 퍼부울 민윤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지만 사실이었다.
지금 나는 무슨 심보인걸까.
나는 네가 보고싶었지만 보고싶지 않았다.
너를 보자마자 네 품 안으로 달려갈 것 같았지만 네가 내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권태기?
그것은 또 아니었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저 스케줄 때문에 너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걸림돌이었다.
"정호석 바로 온대."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핸드폰으로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다행히 내 얼굴은 그렇게 심하게 추하지는 않았다.
물론 너는 내 추한 몰골을 이미 다 본 상태지만 말이다.
-
"이름아."
"응."
"요즘 너무 바빴다. 그치?"
"그러게..."
"이렇게 잠깐 얼굴 보는 것도 힘들고 말이야."
너는 푸스스 웃으며 내 이마에 네 이마를 맞대고 살살 부벼댔다.
그에 나도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작게 웃어보였다.
이러나저러나 너와 같이 있는 이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비록 그 만나는 공간이 녹음실 옆에 있는 자그마한 휴게실일지라도 말이다.
올해 한 활동이 꽤나 길어서인지 네가 준비하는 연말무대 역시도 꽤나 많은 편이라고 했다.
오늘은 그러한 무대들을 최종적으로 다시 한 번 다듬는 날이란다.
솔로로 나온 이후로 춤을 거의 추지 않는 내가 보기에는 마냥 대단한 일이었다.
절대 쉬운 게 아니었다. 춤을 추면서 노래도 흔들림없이 한다는 것은.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 안해."
"사람 앞에 두고?"
내 옆에 있던 너는 내 앞에 쪼그려 앉은 채로 나를 올려보았다.
너와 눈이 마주치자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만나고 싶지 않아. 라는 생각이 사르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왜 나는 너를 만나고싶지 않다고 했던 걸까.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인데.
거창한 데이트가 아니라 이렇게 잠깐 만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인데.
요즘 내가 복에 겨웠나 보네.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네 머리를 살살 손으로 빗어주었다.
활동하느라 이런저런 염색을 해서 그런지 네 머릿결은 조금 상해있었다.
너는 내 손바닥 위로 머리를 부벼왔다.
생긴 것도 순하게 생겨서 그런지 말 잘듣는 강아지 같았다. 아. 강아지 같은 사람은 또 따로 있지.
"호석이 형! 여기 안무..."
그래... 지금 눈치도 없이 문을 열고 막 들어오는 너와 같은 방탄소년단의 멤버.
김태형 말이다.
-
너만큼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었다.
너는 지금 김태형의 안무를 봐주러 잠시 자리를 비웠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김석진이었다.
김석진은 계속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두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가끔 톡으로 연락을 했어서 그런가. 묵직하게 흐르는 침묵에도 나는 이 상황이 어색하지 않았다.
"홉이 요즘 진짜 바빠."
"알아요."
"안무 다시 짜야하는 것도 있고 자기 나름대로 믹스테잎 준비도 한다 그러고. 그러면서 스케줄은 계속 해야하고."
"..."
"너도 바쁘고."
"그러네요."
"그래서."
무슨 일인데?
김석진은 여전히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난 무슨 말을 해야할까.
방금 전까지 서로 주고받은 대화 다음에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든 그런 질문이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김석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민윤기가 그러더라."
개새끼.
"요즘 너 정신줄 놓고 사는 거 같다고."
"그런가..."
"나한테 홉이는 괜찮냐고도 물어보던데."
"..."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그냥...
너무 복에 겨워서 쓸데없는 잡생각이 많아졌나봐요.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작게 웃어보였다.
그래. 지금 나는 복에 겨워서 잡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옆에서 나름 고민상담도 해주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알게모르게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이름아!"
문을 열자마자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내 마음을 따듯하게 녹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
니네 연애하는 거 보면 내가 다 숨이 막혀.
언젠가 민윤기가 했던 말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회사 건물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서로 데면데면하게 굴곤 했다.
아. 만나는 곳이 딱 한 곳 있었다.
방송국 비상구 계단.
'무슨 죄지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농락이라잖아.'
'무슨 농락.'
'럽스타라던가 연애 티를 낸다던가... 뭐 그런 거..?'
'너 sns도 안하잖아. 정호석도 안하고.'
'내가 문제가 아니라.'
'그럼 뭐.'
'호석이한테 피해가면 어떡해.'
지랄한다.
민윤기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막말로 걔도 네가 좋아서 만나는 거야. 서로 스케줄 많아서 못만나는 건 그렇다치는데 네가 그런식으로 나오면 정호석은 뭐가 되냐?'
"그런가."
한숨을 쉬자 시린 밤공기 사이로 입김이 뿌옇게 흩어졌다.
아직 너와 멤버들은 춤연습에 매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너와 같은 아파트 단지였다. 회사에서 따로 마련해준 숙소였다.
20대 남녀가 만나서 서로 사랑을 하고 있는데 환영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난의 꼬투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힘겨운 일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를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보다.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나는 옷깃을 다시 한 번 단단히 여미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톡톡.
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이 반짝였다.
[정호석♠]
- 이름아
- 어디야?
아파트 단지 들어가고 있어 -
왜? -
무슨 일 있어? -
- 아니
- 그냥
- 혼자 들어갔잖아
- 걱정돼서
네 카톡 프사를 가만히 바라보다 나는 핸드폰 자판을 두드렸다.
♠. 차마 하트를 붙이지 못해 나름 하트를 뒤집은 모양이라고 나 혼자만의 위안을 하며 붙힌 것이었다.
나는 이 스페이드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네 이름을 써내려갔다.
[정호석♥]
이번에는 뒤집힌 것이 아닌 제대로 된 하트를 붙이며.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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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진 것 같죠..?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ㅋㅋㅋㅋ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반겨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려요.
암호닉은 5화까지만 받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짤 주신 잇찌니홉찌니 꾸꾸낸내 달고나 0404 안 발 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