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요즘 학교 안에서는 또 다른 대결 구도가 생겼다. 정국과 탄소로 반 아이들이 입을 다물고 눈칫밥을 먹고 살아야 했다면, 지금은 정국과 지민으로 학교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눈치를 봐야 했다.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니 옆에 있다간 봉변을 당할 게 분명했다. 태형은 말릴 생각도 없이 옆에서 부추기고 있으니 탄소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탄소는 정국도, 지민도 잃고 싶지 않았다. 둘만 잘 지내주면 좋을 일이겠건만, 놈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뀐 점이 있다면 정국이 펜을 들기 시작했다는 거다. 수업 시간엔 잠에 들지도 않았고, 필기도 꼬박꼬박 했으며, 모르는 게 생기면 혼자 끙끙 앓다 머쓱하게 반장하게 물어보곤 했다.
" 야, 반장. 여기 전교 1등은 누군데. 반장? 반장 너야? "
" 나? 아니……. 9반 박지민. "
" ……내가 아는 박지민? "
" 응. 우리 반에 자주 오는 박지민. "
" 시발, 진짜 박지민? 내가 아는? 진짜? 그 새끼가 전교 일등이라고? "
" ……으응. "
시발. 탄소가 제 머리를 뜯었다. 박지민이 1등이라고? 그럼 전정국이 다시 펜을 잡은 이유도 박지민 이겨먹으려고? 와……. 탄소가 힐끗 뒤에서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정국을 돌아봤다. 독종이다, 독종. 어깨를 주무르다 기지개를 펼 심보로 얼굴이 든 정국이 탄소와 보기 좋게 눈이 마주쳤다. 훔쳐보다 걸린 게 쪽팔린 건지 연신 당황하는 탄소를 보던 정국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탄소에게 다가가 마이를 잡아 위로 올렸다. 그에 폼이 이상해진 채 정국을 노려보던 탄소가 그의 복부를 아프지 않게 주먹으로 치자 윽, 소리를 내며 손을 놓았다.
" 하던 공부마저 하지? "
" 네가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내가 어떻게 공부를 하지? 존나 설레는데. "
" ……. "
" 안 그래도 내가 요즘 질투가 많이 나거든. 웬 거머리같은 새끼 때문에. "
" ……야, 거머리라니. "
" 편들지 마. 좆같아. "
" 아, 어. "
질투가 원래 이렇게 많은 케이스였나? 피곤한 스타일이네.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또 심기가 불편해져 하루 종일 투덜거릴 정국을 알았기에 탄소는 입을 다물었다. 이런 복병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한숨을 푹 내쉬며 입술을 삐죽인 탄소가 다시 자리에 앉은지 1초도 되지 않아 정국에게 팔뚝이 잡혀 일어났다. 이 새끼가 왜 이래, 시발? 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이며 그를 밖으로 이끌었다.
" 어디 가게, 또. "
" 매점. "
" 너 요즘 공부 열심히 하더라. "
" 너도 좀 하지. 내 평생 너 공부하는 거 보곤 뒤질지 모르겠네. "
" 괜찮아. 너만 잘 하면 됐지, 뭘. "
정국이 슬쩍 웃어보였다. 물론 그 표정 또한 오래가지 못 했지만. 멀리서부터 제 친구들과 무리지어 오는 지민을 본 정국은 한순간 얼굴을 굳혔다. 그를 본 탄소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발을 동동 굴렸다. 제발, 제발 박지민이 아무런 말 없이 지나가게 해주세요. 라고 신에게 빌며. 역시, 박지민도 제정신이 아닌 건 분명했다. 친구들에게 뒀던 시선은 진작 탄소를 향해 있었고, 정국과 탄소를 번갈아보던 지민이 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었다. 그래, 그래. 저것까진 좋았다. 친구니까. we are friend 니까….
" 안녕, 예쁜아. "
" ……하, 또 지랄이야. "
" 지랄이라니. 예뻐서 예쁜아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돼? 이젠 호칭으로도 뭐라고 하네. "
" 야, 아가리 털지 말고 꺼져. "
" 나 너말고 탄소랑 얘기하고 있는데. "
" 저 시발. "
" 저급하게 자꾸 욕하지는 말고. 나 나름 예의는 지키는 중인데. "
" 누가 너더러 예의 지키라든? 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꺼지라고, 시발. "
탄소는 울상을 지으며 정국의 옷깃을 잡았다. 지민은 정국의 약을 올리는 걸 좋아했고, 정국은 그를 알면서도 넘어갔다. 얄밉게 입꼬리를 올려 웃던 지민이 다시 탄소에게 손을 흔들며 나중에 보자. 라는 여유로운 말을 내뱉곤 다시 유유히 제 친구들과 자리를 벗어났다. 정국은 쥐고 있던 주먹을 벌벌 떨었다. 탄소가 사준 이온 음료 하나에 겨우 진정을 했다만은. 정국은 그 날 하루도 매우 심기 불편이었다.
* * *
모의고사 날이었다. 수능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 공부에 매진하는 아이들의 예민 지수는 이미 한계를 도달한 상태고, 여유로운 사람은 탄소 그리고 태형 둘 뿐이었다. 정국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엉덩이를 뗄 생각이 없어보였다. 지민 또한 그랬고. 그럼에 놀 사람이 없던 탄소와 태형은 자연스레 둘이서 붙어먹기 시작했다. 공부에 열중하는 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까대기 바빴다. 시험치기 약 10분도 남지 않은 시간에도 태형과 탄소는 매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빨았다.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미친 짓이라고 하던 이가 말이다.
" 넌 이번 1등 누구한테 걸래. "
" 나? 나 전정국? 걔 공부 존나 잘 했었어. "
" 난 걔 아는 동안 펜을 손에 쥐는 꼬라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난 박지민에 건다. "
" 아, 근데 전정국 뇌 굳었을 듯. 하도 공부를 안 해서. "
" 빠꾸없다. 만원 빵. 너 전정국, 나 박지민. "
" 지랄. 존나 사기꾼 새끼 아니야, 이거. "
탄소가 태형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매점을 벗어났다.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정국의 모습은 교과서에 얼굴을 박고서 주변 시선 의식 하나도 없다는 거다. 옛날엔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입맛을 쩝 다시며 자리에 앉고 정확히 2분 31초가 흐른 뒤에야 시험지를 받았다.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로다. 2번으로 줄 세운 탄소는 시험 시작한지 20분도 되지 않아 자리에 엎드렸다. 문제를 열심히 풀던 정국도 슬쩍 쳐다보곤 쟨 언제쯤 공부라는 걸 할려나.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젓다 다시 시험지로 시선을 돌렸다.
시험치는 시간동안 탄소는 똑같은 루트로 잠만 청했다. 쉬는 시간에 조차 엎드려 있다 시험지 받을 때만 슬금슬금 몸을 일으켜 2번으로 줄을 세우고 다시 엎드렸다. 점심 시간에도 잠을 청했다면 말 다 했지. 태형이 놀러왔다 탄소의 뒤통수를 치곤 세상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먹었더랬다. 그에 반면 정국은 펜을 입에 물고 열심히 풀어댔다. 그 모습에 들어오는 선생님들 모두 한 번씩 놀랬고. 요 며칠간 수업 듣는 척하는 게 장난으로 여겼건만 정말 열심히 풀어대고 있는 거였다. 저 전정국이. 정국 또한 점심 시간에도 펜을 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태형이 던져주고 간 빵만 먹을 뿐. 학교를 마치는 종소리가 땡, 치자 몸을 일으킨 정국이 드디어 몸을 풀었다. 뻐근해진 몸을 이리저리 돌리다 아직 엎드려 있는 탄소의 자리 옆으로 가 몸을 숙였다.
" 야. "
" ……. "
" 일어나, 집 가야지. "
" ……. "
" 존나 잘 자네. 누가 들쳐업고 가도 모르겠다, 너는. "
교실에서 하나 둘 빠져나갈 동안에도 탄소는 세상 모르게 잠에 빠져있었다. 어쩜 이렇게 미동도 없이 잘까. 정국은 책상에 턱을 얹히곤 탄소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입가 옆에 묻은 침조차도 사랑스러웠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간지러운지 인상을 찌푸린 탄소에 피식 웃음이 터진 정국이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에 다시 미간을 푼 탄소를 또 한참 바라보았다. 예쁘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래서 불안했다. 이리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너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 사랑만 하기도 바빴는데, 우리. "
" ……. "
" 미웠는데도 좋았어, 네가. 넌 그런 사람이었어, 나한테. 미워도, 미워 할 수 없는 사람. "
" ……. "
" 보고 싶었다, 나도. "
정국의 낮게 읖조리던 목소리에 스르르 눈을 뜬 탄소에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 책상에서 얼굴을 뗀 정국이 당황을 할 틈도 없이 탄소가 정국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한참 입술이 닿아있던 둘은 탄소가 고개를 떼며 떨어졌다.
" 그런 건 나 눈 뜨고 있을 때 말 해. 나 좀 설레게. "
" ……. "
" 물론 지금도 설렜어. 의도치 않게 들었거든, 내가. "
" ……. "
" 사랑해. "
" ……아. "
" 너도 사랑한다고 해줘, 빨리. "
" ……사랑해. "
마주친 시선에 둘은 예쁘게 웃어보였다.
* * *
히익! 정국이가 드디어 공부를 시작한 장면을 쓰고 싶었답니다. 수능따위 쳐본 적도 칠 일도 없는 저 아는 척 좀 할 거예요, 이제ㅎ
정국 vs 지민 구도로 한 번 주먹 다짐을...! 왜냐면 이건 양아치 글이니깐요...! ㅋㅋㅋ 주먹 다짐이 있기 전 두뇌 다짐입니다, 우선.
전교 1등 vs 전교 1등. 독자님들은 누구한테 거실래요.. 저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거든요.. 누굴 1등 시킬지.. (고뇌) (결정 장애)
저는 내일 또! 알바를 가고! 월요일에! 개학을 하고! 완결도 얼마 남지 않았고! 쟤네 둘은 알콩달콩하고! 하아아아! 일단 진짜 녀러분
저 애들 사진 보고 기겁했음요. 뭔데 자꾸 예쁨 ;; 심장 아파서 죽어버릴 것 가타ㅏ..!!! 녀러분 늦게 와서 미아내요.. 안나뷰.. 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