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박지민] 잠자는 너탄 X 몽마 박지민 02
아무도 모르는, 심지어 약속의 주인공인 너 조차 모르는 나혼자 만들어낸 약속때문에 하루종일 마음이 들떠 진정이 되지 않았다.
누가 나에게 '후회하세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NO라고 답하겠지만, '죄책감은 드시나요?'라고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그 답은 YES다.
이유는 거창한게 아니라 단지 내가 성추행범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거다.
좋게 좋게 포장해서 말하자면 실수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남학생의 기분? 그래, 딱 이정도다.
남준이 형한테 들은 얘긴데, 오래전부터 이곳에 내려오는 민담에 의하면, 사람의 마음 속에는 뾰족한 삼각형 모양으로 된 바퀴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바퀴는 자신이 나쁜 짓, 못된 짓을 할 때마다 뱅글뱅글 돌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한다.
내가 너무 오래살아 바퀴가 썩어 문드러졌는지, 아니면 나쁜 짓을 너무 많이해서 삼각형의 모서리가 다 닳아없어져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마음이 콕콕 찔려 아리는 기분을 느껴본게 벌써 얼마나 지났는지.
근데 이상하게 어젯밤 나쁜 욕망에 이끌려 자기합리화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충동적인 입맞춤 이후로부터는 내 심장을 수백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생경한 감각이 가슴에 선하다. 수십년, 아니 수백년 만인가.
하도 많이 돌아서 끝이 다 닳아버린, 거의 원이 되어버린 바퀴를 꺼내버리고, 706캐럿 짜리 다이아몬드를 정교하게 갈아만든 2017 한정판 NEW 다이아몬드 삼각형 바퀴를 끼워넣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내가 이러려고 아침에 나쵸를 주워먹었나.. 으윽,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 * * * *
"정국아, 누가 너 자는데 몰래 들어와서 뽀뽀하고 도망가면 어떨 것 같아?"
"개같죠?"
"야! 너는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믿는 전정국에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내가 아무리 썸의 ㅆ자도 몰랐어도 잘 생각해 보면 전정국이나 나나 도찐개찐인것을 내가 뭘믿고 쟤말을 귀담아 듣고, 그걸 그대로 이행했을까? 그래.. 다 내 잘못이지, 내 잘못이야...
역시 자기운명은 자기가 개척해가야 한다는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
"근데 그건 왜물어봐요. 형 뭔짓 했어요?"
"ㅇ,왜..뭐!"
"말은 왜 더듬어요? 형 뭔짓 했구나."
정국인 쓸데없이 눈치가 빨랐고 나는 훨씬 쓸데없이 정직했다. 아으..거기서 말을 더듬긴 왜 더듬냐 박지민, 바보같이.
뭔가가 있음을 감지한 전정국은 나에게 끈덕지게 달라붙어 '형, 누구에요?', '예뻐요?', '걔 친구는 없대요?' 등등 별 영양가 없는 질문을 퍼부었다. 나도 몰라, 나도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고!
혹시나 형들이 들으면 시끄러워질것이 분명해서 왱알대는 전정국을 마주보고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내 눈치를 조금 보던 전정국은 등을 돌려 쇼파에 몸을 뉘이길래 나는 정말 그만할 줄 알았다. 그래, 정말 그만할 줄알았어. 하지만 내 바램과 기대와 예상과는 다르게 정국이는 이상한 표정으로 눈썹을 으쓱이더니 결정타를 날렸더랜다.
"어? 형, 입술이 좀 부르튼거 같은데요?"
"?????!?"
정국이의 발언에 놀란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나는 문지방에 새끼발가락까지 찍히는 수고를 겪어야 했고, 한쪽 발로 콩콩대며 겨우 거울앞에 도착했다.
거울 앞에 비친 나의 모습은 핸썸..이 아니라 멀쩡했다. 날 긴장시켰던 입술도 물론이고.
생각해보면 입술이 부르틀 이유가 없었다. 내가 뭐 걜 데리고 두시간 동안 쪽쪽인것도 아닐뿐더러 기껏해야 2초였다, 2초. 딱 그정도의 입맞춤.
뒤를 돌아보니 전정국은 내 꼴이 그렇게 웃겼는지 숨이 넘어갈듯 깔깔대며 웃었다.
그것도 모자라 '형들!! 태형이형!!!! 지미니형 누구한테 뽀뽀했나봐요!!! 이리좀 와봐요!!!"라고 외치는건 덤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꼴사납던지. 문지방에 찍혀 벌건 피를 토해내는 깨진 내 새끼발톱처럼.
***
"뭐 그런거 가지고 그래?"
정국의 닦달에 어젯밤 일을 작은 조각조각 하나까지 실토한 나를 보고 태형이가 말했다.
"난, 더한 것도 해."
김태형.. 리스펙트. 상남자같은 모습 아주 칭찬해
***
그렇게 안가던 시곗바늘이 돌고돌아 새벽 두시 언저리가 됐을 때쯤 잠들어 있는 너의 옆에 서서 손을 들어 너의 머리위에 올렸다.
그간 아이를 괴롭혔던 꿈 설정을 없애버리고 오후동안 공들여 설계한 놀이공원 설정값을 저장한 후 너의 꿈에 들어갔다.
끔찍했던 악몽을 벗어나서 기쁜건지,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곳이 신기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꽤 이곳이 맘에 드는 냥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앞으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런 너의 모습이 귀여워 나는 살풋 웃으며 너의 뒤로 조심스레 다가가 너의 조그만 머리통에 토끼 머리띠를 씌웠고,
너는 깜짝놀라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저씬 누구세요?"
"어..나는 여기 놀이동산 주인이야. 머리띠는 너가 첫 방문객인 기념으로 주는거고."
갑작스런 질문때문에 얼떨결에 뱉어낸 대답을 믿는건지,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는건지 그제야 경계심을 풀고는 토끼같은 앞니를 가득 드러내며 예쁘게 웃는 너의 모습에 순간 마음이 간질거렸다.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으니 이번에는 설렐 자격이 충분하다고, 저번처럼 죄책감을 느낄 필요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저씨! 여기서 뭐가 제일 재밌어요??"
"제일 재밌는건 아마 관람차가 아닐까 싶은데요?"
"에이, 아저씨.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그런게 재밌지 관람차가 뭐에요."
"우리 놀이동산 관람차는 딴데랑 달라요! 완전 높이 올라가서, 저기 하늘에 닿을 수 있어."
하늘에 닿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한 너는 관람차로 달리려는 듯 하다가, 생각해보니 혼자 타기는 무섭다며 같이 타자고 내 팔을 질질 잡아 끌었다.
너가 그렇게 안해도 같이 탈 생각이었는데. ㅇㅇ는 보기보다 적극적이구나.
딱봐도 신이 난 너의 뒤통수에 잠잠했던 나조차 덩달아 신이 나서 걸음을 바삐했고, 관람차 앞에 다다른 나와 너는 서로의 눈을 맞추며 샐쭉 웃다가 누가 더 빨리타는지를 시합하는 듯 관람차 안으로 돌진했다.
"아저씨, 근데 내가 혹시 아저씨를 알고 있나요?"
"그건 왜물어요?"
"아니.. 꿈에 나오려면 옷깃이라도 스친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데, 저는 아저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게다가 아저씨 얼굴ㅇ.."
말을하다가 자기 말에 자기가 놀란 듯 손으로 입을 가리는 너의 모습에 하던 말이 뭐였는지 궁금해져 끈질기게 캐물었다.
"왜 말을 하다 말아요? 내 얼굴이 한번보면 안잊혀질 얼굴이다- 뭐 그런 내용인가?"
우물쭈물 말하는게 귀여웠던 그 입술을 단번에 막아버린 너의 손을 풀어볼겸 해서 장난식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너의 얼굴에 벚꽃이 핀듯 분홍색으로 화악 물들었다.
하려던 말이 정말 이거였구나. 어려서 그런지 감정을 감추는데 서투른 너의 모습이 먀냥 귀여웠다. 신선하기도 했고
너는 왜이렇게 덥냐며 유리벽에 볼을 열띤 볼을 부볐지만 이미 뛰고있는 심장을 고작 유리벽이 이길리가 만무했다.
불쑥불쑥 맘 속으로 들어오는 너의 행동에, 놀리는 것은 그만두고 사실을 말해주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ㅇㅇ는 나를 처음본게 맞아요. 사실 내가 ㅇㅇ가 마음에 들어서 꿈속까지 쫓아온거에요. 깨어나면 다 잊어버리겠지만 내 얼굴만은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더 멋지게 올게요."
고백아닌 고백을 한 후, 벚꽃을 넘어 붉은 장미가 되어버린 벙찐 ㅇㅇ의 얼굴을 보며 한참 웃다가 숨을 크게 들이마쉬며 창밖을 보았다.
우리가 탄 관람차는 밟고있던 푸른 잔디를 떠난지 한참 오래였고 이미 검푸른 색을 띠는 하늘을 마주하고 있었다.
하늘 곳곳에 박혀있는 별들이 내뿜은 별빛들은 유리벽을 뚫고 들어와 우리의 공간을 유영했고, 별빛이 머무는 공간에 담긴 우리의 마음 또한 공간을 유영했다.
***
브금을 꺼주세요!
- 태형이의 더한짓
|
"ㅅ,살려주세요..제발...제발 살려주세요.."
단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앉은 자가 그저 장난감을 물고, 잡아뜯고 있는 것이다.
"꿈 속에서 이렇게 죽으면 현실에서는 멀쩡할까?"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히죽거리며 웃던 태형은 여자의 몸이 차게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제야 가는 목을 쥐었던 손을 풀었다.
"내일 또 봐."
태형이의 더한 짓은 아햔것도 순수한 것도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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