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부부 06화 보기 |
성종의 재롱잔치 날이었다. 성종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다른 아침보다 더욱 신경을 쓰며 양치를 하고 머리를 빗고서는 원복이 구겨진 곳이 없나 거울 앞에서 빙그르르 몸을 돌려 보았다. 완벽하군. 한참을 거울 앞에서 자화자찬을 하고 있던 성종이 동우의 부름에 쪼르르 거실로 나왔다. 그러고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신발장 앞에 있는 자신의 노란색 운동화를 꿰어 신었다. 동우가 그런 성종과 눈 높이를 마추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성종이 동우의 볼에 쪽- 하는 귀여운 뽀뽀를 선사했다. 동우 또한 성종의 볼에 입을 맞추어주니 기분이 좋은지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성종. 그러자 호원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동우의 앞에 가져다대었다. 자신의 아들에게 질투를 하는 호원이 귀여운 동우는 성종에게 했던 것 처럼 호원의 볼에 작은 입맞춤을 한다. 동우의 뽀뽀를 받은 후에야 집을 나서는 호원과 성종이다.
[야동] 일진부부
동우가 초조하게 호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있으면 성종의 재롱잔치가 시작될 것이다. 초조히 핸드폰 시계만 들여다보던 동우의 시야에 익숙한 차 한대가 들어왔다. 호원이였다. 호원이 급하게 차에서 내려 동우에게 다가왔다. 성종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둘렀는지 아침에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나갔던 모습과는 대조되게 조금 흐트러져있었다. 동우가 손을 올려 호원의 옷가지를 정리해준 후 호원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어넣었다.
선생님의 간단한 인사와 함께 앙증맞은 아이들이 나와 무대를 꾸며 나갔다. 아직 성종의 차례가 다가오려면 조금 남았지만 성종과 또래 아이들이 나와 재롱을 부리니 마냥 귀여워 보이는 동우였다. 어깨를 으쓱거리기도 하고 손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춤을 추는데 그게 너무나 사랑스럽게 비추고 있었다. 다른 집 자식을 봐도 이런 사랑스러운 기분이 드는데 성종을 보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울까하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성종의 차례가 다가왔다. 오리걸음으로 일렬로 나오는 아이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종이 마지막으로 나와 가운데 자리에 딱하니 자리를 잡았다. 성종이 아이들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을 보니 괜스래 뿌듯하다. 호원이 동우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성종을 주시했다. 성종이 동우와 호원을 발견한 것인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동우와 호원도 그런 성종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곧 발랄한 음악이 흘러 나오더니 노란색 옷으로 맞춤한 아이들이 귀여운 춤을 선보였다. 성종이 움직일 때 마다 동우의 손 또한 바빠지고 있었다. 카메라 하나에 성종을 담기에는 부족한듯 했다.
앙코르 무대까지 마무리한 성종이 쪼르르 동우에게 달려가 동우의 품에 안겨왔다. 동우가 장하다는 듯 성종의 머리를 쓰담아 주었다. 유치원에 입학할 때부터 매년 하는 재롱잔치이지만 성종에게는 올해로 마지막인 재롱잔치였다. 내년이면 병아리 가방대신 조금 더 큰 가방을 매고 초등학교를 입학하니까. 어느새인가 훌쩍 자란 성종이 대견스러웠다.
"아들 좀 하는데?" "당연하지. 아빠랑 달리 머리가 좋아서." "꼭 한 마디도 안지지."
호원이 성종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자 동우가 그런 호원을 노려보고는 다시 성종의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준다. 호원은 그런 동우의 모습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잘 정돈되어있던 자신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고는 동우와 처럼 자세를 낮추어 동우의 손을 자신의 머리 위에 얹어 놓았다. 이게 뭐냐는 듯 호원을 보았지만 씨익하고 웃는 호원의 모습에 그저 웃으며 호원의 머리를 정돈해 주었다. 아들 둘을 키우는 느낌이다. 큰 아들, 작은 아들.
많은 가족들이 오고가는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 성종의 재롱잔치 기념으로 온 것이었는데. 동우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집고서는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기분좋게 패밀리 레스토랑 까지 오는데 성공.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동우가 먼저 자리를 잡고 앉으니 호원과 성종이 서로 동우의 옆에 앉겠다며 싸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 바보스러운 두 사람 때문에 동우의 테이블 쪽으로 시선이 몰렸다. 직원이 와서 조용히 하라고 부탁을 해도 신경도 안쓰고 저들끼리 싸우기 바쁘다. 참을 인을 마음 속으로 그리며 자신은 보살이라고 외치던 동우가 결국은 쾅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을 내리쳤다. 동우의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본 호원과 성종이 입 셔터를 내리고는 서로 동우의 옆에 앉으라며 양보했지만 이제와 그러면 뭐하리오. 결국은 나란히 동우의 앞에 앉았다. 가끔 튀어나오는 열받은 동우의 모습이 무서운 호원과 성종이었다.
어느새 상냥하고 순한 동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전까지 동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호원과 성종이 쫑알쫑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호원은 회사 상사의 머리가 알고보니 가발이였다는 둥 성종은 어디서 냄새가 나던데 그게 아빠 발냄새였다는 둥. 별 쓸데없고 영양가 없는 이야기였지만 동우는 웃으며 둘의 이야기에 경청해 주었다.
"아. 그러고보니 다음 주 월요일이 장모님 생신 아니야?" "벌써 그렇게 됬나?" "글쎄. 아빠 퇴직하고 룰루랄라 놀러다니시느라 별신경 안쓰실걸?" "무슨 말이 그래." "서방님이랑 성종이 생일만 생각나는 걸 어떻게."
동우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입을 비죽거렸다. 그러고는 옆에 놓여 있던 물컵을 들어 마셨다. 호원은 그런 동우에게 미안해져왔다. 결혼생활 9년차에 성종을 낳고 7년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보다 성종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많았던 동우다. 친구가 많았던 동우였지만 성종을 가지고 나서 친구들과는 연이 끊켜버렸다. 그나마 가끔 놀러온 성열이 동우의 말동무가 되어주었지만 그것도 가끔이지 대부분 집에서 호원과 성종을 홀로 기다렸을 동우를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드는 호원이다. 자신이 너무 묶어두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보통 자신들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하는지 관심 같은 것을 한 번도 물어보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학창시절 동우는 자신보다 뛰어나게 공부도 곧 잘했고 끼도 많은 아이였는데. 어쩌다보니 대학도 못 가본 동우.
"마누라. 여행 좀 갔다 와라." "뭐?" "여행 좀 갔다 와." "서방님은? 성종이는?" "난 회사가고 성종이는 유치원 가야지." "됐어. 나중에 서방님 휴가 받으면 가족여행으로 가자." "어허. 서방님이 말하면 네 하고 가는 것이야." "뭐야 그 고리타분한 사상은." "흠. 글쎄?"
동우가 호원의 말에 헛웃음을 쳤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집에 남아있을 두 사람을 생각하면 여행은 꿈도 못꿀일이다. 투탁거리는 것은 상관없지만 간단한 밥 앉히기도 못하는 호원인데 그런 호원에게 성종의 식사를 맡긴다는 일은.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생각에 동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워? 왜 몸을 떨어." "아니 그냥." "자 그럼 여행가는 거다?" "싫어. 혼자가는 거."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거지." "싫어. 나 없으면 집안일은? 집안일은 그렇다 쳐도 서방님이랑 성종이 밥은?" "다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됐거든요?"
쓸때없는 곳에 고집을 부리는 성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 같다. 호원이 동우 몰래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우의 앞에서 한숨을 쉬면 혼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해도 저리 고집을 부리면 분명 이야기를 꺼낸 보람도 없이 동우는 여행 이야기를 꺼낸 것도 까먹을 것이 분명했다. 호원이 잠시 골똘이 생각하다 성종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성종은 웬일로 호원이 걸들여도 반응없이 포크를 손에만 쥐고서 입을 비죽이 내밀고 있었다. 그 꼴이 동우를 닮아 은근 귀여워 보였다. 흠 확실히 동우를 닮아 예쁘긴하다.
"우리아들은 왜 심통이 났을까?" "엄마. 엄마 여행 갔다오세요." "응?" "엄마 재밌게 놀다오라구요. 성종이가 아빠 잘 보살필게요."
"그래. 성종이가 나 잘 돌본대잖아. 갔다 와."
이렇게라도 동우를 여행 보내주고 싶었다. 거의 10년은 자신에게 얽매어 있었으니 잠시 동우의 자유시간을 주고싶어서. 그리고 성종이도 7살치고는 혼자서도 잘 하는 편이고 며칠쯤 동우가 없어도 잘해낼 것이기에.
동우가 잠시 망설이나 싶었으나 곧 긍정의 답을 내비췄다. 그리고 장동우 빠돌이들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웃음들. |
암호닉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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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글 |
5화 댓글 달아준 그대들 |
ㅋㅋㅋㅋ저 오늘은 좀 오그리토그리로 돌아왔어옄ㅋㅋㅋㅋㅋㅋㅋ
아, 저 저거 쓸때 고민 겁나 많이했어요ㅠㅠ 오글거려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ㅋㅋㅋ? 모바일은 움직이는데 피씨는 왜 안움직임?ㅋㅋㅋㅋㅋㅋㅋ
움직이는 법 알아냈어요@!! 사진클릭하면 움직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