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나 자신 있으면, 제가 제안 하나 할게요.”
“…제안이요?”
살풋 웃는 경리의 입술에 저도 모르게 발끈해버렸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회사 남직원들이 선물공세를 할 때도, 늦은 밤에 뜬금없이 문자를 보냈을 때도 세라에게 귀찮다며 하나하나 다 보여주던 현아였지만 이 상황은 좀 달랐다. 비밀이 많아지고 티나는 거짓말을 해댔다. 세라에게는 자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쪽이 원하는 건 당신을 사랑하는 문현아 건들지 않기. 제가 원하는 건 문현아가 날 사랑하게 하는거.”
“…….”
“문현아가 나 사랑한다 하면 되잖아요.”
“…….”
“게임이 안되는 상황인가.”
“해요.”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 * *
전신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바로하는 현아의 옆에서 세라가 작게 내뱉듯이 말했다.
“현아야.”
“왜?”
간결한 대답.
“나 오늘 은사님 만나러 가. 11시 넘어서 올 것 같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그래? 용돈줄게, 기다려.”
“아니, 은사님 만나러 가는데 무슨 용돈이 필요해. 괜찮아, 빨리 준비해야지.”
아, 그런가? 머쓱하게 웃는 현아를 보고 세라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래, 믿어야지. 믿어야지. 며칠 전까지 갖고 있던 앙금이 한번에 확 풀리는 듯 했다.
…문현아가 날 버릴 생각을 하다니.
현아와 세라의 사회적 직위에서의 거리감은 굉장히 멀었지만, 집에 들어온 순간 함께 누워 잠을 청하는 둘의 관계는 다른 연인들과 다를 바 없이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그간 회사에서 꽤 높은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아에 자신이 위축되어 버린 것이다, 하며 자켓을 걸치는 현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요새 더 마른 것 같은데, 걱정이다.
* * *
「숨지말고 현관문앞에서 똑바로봐요」
박경리의 문자. 9시 30분, 경리와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제가 문현아 데리고 그쪽 집에 갈게요. 그쪽은 그냥 집에 있다가 문현아가 하는 말 잘 들으면 끝이고. 저 사랑하냐고 물어볼테니까 잘 들어요.’
자신을 깔보는 듯 한 그 눈에 기분이 나빠진다. 불안한 느낌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현아를 시험하겠다고 하는 그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괜한 자격지심에 자신이 수긍한 일이라 죄책감도 들었다. 절대 의심한 건 아닌데, 절대….
현관문 바로 앞 식탁에서 둘을 기다렸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작은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 불규칙한 구두 굽 소리는 분명 문현아와 박경리의 것이겠지.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 키 하나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누르는 알림음은 취하지 않은 맨정신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현아가 보이기 전 먼저 문고리를 잡고 들어와 세라를 확인하는 경리,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경리의 팔에 맡긴 채 넥타이로 눈을 가린 문현아.
띠리릭-.
문이 잠겼다.
문이 잠김과 동시에 경리는 세라에게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현아에게 돌렸고, 현아의 귀에다 작게 속삭였다.
“문현아, 나 사랑해?”
미소를 짓는 문현아.
아닐거야.
“…사랑해.”
그리고 경리의 입술을 찾아 혀를 내민다. 경리는 웃으며 키스를 받아주었고, 와이셔츠를 하나하나 풀어냈다.
더 보기가 싫었다. 아니, 볼 수 있는 선택권은 자신에게 없었다.
“문현아, 난 다른사람이 당신을 사랑하는 게 싫어.”
“…….”
“그리고 당신이 다른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싫어.”
“경리야, 나 너 사랑해, 사랑해.”
“나, 사랑해?”
“…사랑해.”
눈물이 났다. 울음이 나왔지만 참을수밖에 없었다. 문현아가 알면 안돼, 이미 나한테 마음이 없는걸. 나만 일방적으로 좋아했던거야. 예전부터 쭉, 나를 향한 마음은 그저 동정심이었을 뿐이다 하며 터져나오는 울음이 새지 못하게 막을수밖에 없었다. 그 옆으로 현아와 경리가 걸음을 옮겼다.
“박경리, 사랑해….”
그 말에 주저앉아버렸다.
작가의 변(辯) |
어휴 12시 땡하자마자 글올릴라고 했는데ㅠㅠㅠㅠㅠㅠ실패했네요!! ♡♥♡문언니 28번째 생일축하해요♡♥♡
기껏 생일축하글으로 하나 썼는데ㅠㅠㅠㅠㅠㅠ나쁜역할만 맡게 되구 제가 볼낯이 없습니다 이글은 조각글이고요 언젠가 꼭 연재를 하도록 할게요ㅠㅠㅠㅠ엉엉 아마 빙의글 끝나고..?ㅎㅎ 쓸 예정입니다
문현아언니 생일축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