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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김지원] 관계의 정의 01 | 인스티즈


관계의 정의 01

(부제: 관계의 시작)


Bug In A Web - Callmekat


관계(關係) 명사

1.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또는 그런 관련.

2.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을 맺고 있음. 또는 그 방면이나 영역.

3. 남녀 간에 성교를 맺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평소와는 다른 눈부심에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눈부심에 미간을 찌푸리다 이내 내 방은 이렇게 밝지 않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자 눈이 번쩍 떠졌다. 어디지, 여기. 아, 나 어제 김지원이랑 잤구나. 그제야 느껴지는 온기에 고개를 돌려 곤히 자고 있는 김지원을 바라봤다. 아, 뭐야. 얘 옷 안 입고 잤네. 어쩐지 따끈따끈하더라니.


응? 따뜻해? 고개를 내리자 내 허리를 꽉 감싸안은 김지원의 팔이 보였다. 어쩐지 잠을 잘 잤나 싶었다. 이렇게 푹 자본 게 얼마만이었더라. 허리에 올려진 김지원의 팔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살짝 시선을 위로 해 김지원의 눈치를 봤다. 아직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게 깰 것 같지는 않았다. 안심하고 그대로 김지원의 품을 빠져나왔다. 



"...어디 가."


"집."


"아, 왜 가요. 왜 벌써 가. 더 자요, 착하지."


"사람이 잠도 없나."



빠져나오려고 했다. 바닥에 발을 내려놓자마자 다시 허리께에 둘러진 김지원의 팔만 아니었으면. 날 다시 껴안고 토닥이는 김지원의 손길에 안심한 건지 깼다고 생각했던 잠이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김지원의 따뜻한 품을 놓고 싶지 않았다. 날 부드럽게 토닥이는 손길에 안심하는 내가 우스웠다. 한봄. 네 주제에 무슨 온기야, 온기는. 넌 그럴 자격 없어, 알잖아.


몰려오는 잠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에도 세뇌했다. 네가 온기를 느껴서는 안 되지. 넌 안 돼. 계속해서 되새겼다. 하지만 김지원의 따뜻한 손길을 이길 수 없었다. 그동안 못 잤던 잠을 보충이라도 하듯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



"잘 잤어요?"


"되게 잘 자네."



머리가 흘러내린 것 같았다. 졸려죽겠는데 얼굴은 간지럽고 팔을 움직이자니 잠에서 깰 것 같고 끙끙거리고 있는데 간지러웠던 느낌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마가 다시 간지러웠다. 머리가 흘러내렸던 것과는 다른 간지러움. 부드러운 뭔가가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렇게 이마에 한 번, 코에 한 번, 입술에 한 번.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잠들었기도 하고 이왕 자는 거 더 자고 싶어서 그냥 무시했다. 가볍게 끝날 것 같던 입맞춤이 깊게 이어지기 전까지는.


결국 억지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눈을 뜨자마자 마주치는 김지원의 눈을 노려보자 김지원이 눈을 예쁘게 접으며 씩 웃었다. 아마 내가 깼었다는 걸 눈치챘던 것 같았다. 내가 깼다는 걸 제대로 확인한 김지원이 고개를 꺾어 깊게 파고들었다. 무방비상태로 당한 터라 숨쉬기가 힘들어진 내가 밀어내지 않았으면 위험했을 거다. 내가 밀자 의외로 쉽게 밀려나준 김지원이 뒤늦게 잘 잤냐며 인사를 건넸다. 너만 아니었어도 좋은 아침이 됐을 거라고 대꾸해 주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괜히 말했다가 또 붙잡히면 내 손해일 것 같았다. 김지원을 밀어내고 언제 정리했는지 예쁘게 옷걸이에 정리되어 있는 옷들을 하나, 둘씩 챙겼다.



"씻게?"


"응."


"그럼 나랑 같..."



들을 가치도 없어 바로 욕실로 들어왔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낑낑거리는 김지원의 말을 무시한 채 물을 틀었다. 애초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것 마냥 고집스레 찬물을 고집하며 쏟아지는 물을 맞았다. 그래, 한봄. 넌 이게 어울려. 따뜻함, 온기.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



"와, 끝까지 문 안 열어 주더라."


"열었으면 들어왔을 거잖아."


"당연하지. 그 기회를 그럼 놓쳐?"



뻔뻔한 김지원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제 씻고 왔는지 침대에 앉아 머리를 털고 있었다. 그런 김지원을 뒤로 한 채 문 쪽으로 걸었다.



"왜?"


"가는 거예요?"


"응"


"또 찬물로 씻었지. 감기 걸린다니까."



김지원의 옆을 지나칠 때 손목이 잡혔다. 내 손목을 잡자마자 인상을 쓴 김지원이 손을 내려 내 손을 꽉 잡았다.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눈물이 날 만큼 좋아서 놓고 싶지 않았다.



.



김지원을 처음 만난 건 김진환의 클럽이었다. 원래 자주 가던 클럽이기도 하고 김진환이 있기 때문에 가끔 운이 나쁘게 걸리곤 하는 질 나쁜 남자들은 김진환 선에서 잘리기 때문에 편하기도 했고. 클럽 자체가 회원제이기 때문에 정말 수준 낮은 미친놈들은 없었지만 원래 돈 많은 새끼들이 더 했다. 돈에 눈이 멀어서 뭐가 똥인지 오줌인지 가리지 못 하더라고.



한 번은 김진환이랑 바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날 따라 몸 상태도 별로였고 기분도 좋지 않아서 그냥 김진환 얼굴만 보러 온 거였는데 웬 미친놈이 들러붙었다. 노골적인 시선으로 날 위아래로 훑으며 수표를 나한테 찔렀다. 봐, 돈이면 다 되는 줄 안다니까. 



"혼자 왔어? 오빠랑 나가자. 오빠 잘 해."


"꺼져. 개랑은 안 놀아."


"뭐, 뭐? 너 내가 누군지는 알고 하는 소리야?"



그래, 금방 저 소리가 나올줄 알았다. 대통령쯤은 되나. 피곤한 기색을 잔뜩 내비추며 귀찮다는 듯 손을 쳐내자 자존심이 상한 건지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손을 올렸다. 아, 맞는 건가. 상대하기도 귀찮아 쳐다만 보고 있는데 다가오던 손이 멈췄다. 남자의 손목을 잡은 김진환은 더러운 벌레라도 잡은 마냥 손목을 던지듯이 놓고 제 손을 털어댔다.



"나가."


"뭐? 여기 클럽물이 왜 이래? 이딴 식으로 고객을 상대해도 되는 거야? 허, 참나. 사장 불러와, 사장!"


"사장은 왜."


"왜긴 왜야. 내 말 한 마디면 너네 다 끝나는 거 순식간이야. 무섭지? 무섭지?"



의기양양하게 웃어대는 꼴이 우스웠다. 남자가 뭐라고 짖든 말든 김진환을 쳐다봤다. 잔뜩 굳어있는 표정의 김진환이 걱정되어 남자를 대충 좋은 말로 구슬리기 위해 한 발짝 나섰다. 그러자 하지 말라는 듯 날 뒤로 보낸 김진환이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김진환 화났다.



"죄송합니다."


"지금 사과해도 소용없어! 사장 불러!!"


"부르면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 후회는 네가 하겠지!! 사장 어딨어, 사장!!"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장을 찾는 남자에 가만히 서있자 더 기세등등해진 건지 남자가 더 소리를 지르며 사장을 찾았다. 아, 시끄러워. 남자가 하는 꼴을 조용히 지켜보던 김진환이 귀에 손을 가져다댔다.



"끌어내."



그럼 그렇지. 소리를 지르던 남자가 그런 김진환을 비웃었다. 



"지금이라도 그 여자 넘겨 주면 그만 할 테니까 분위기 방해하지 말고 꺼져!"



이쯤이면 내가 나서서 말리고 싶었다. 저러다 맞으면 좀 덜 아픈가. 



"사람이랑 개는 구별하고 들여야 할 거 아니야."


"냄새 나니까 버리고 와."



얼마 되지 않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새까만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다가왔다. 다가온 남자들은 바로 남자를 양 옆에서 결박하고 끌고 나갔다.



"이, 이거 안 놔? 너네 내가 누군지는 알아? 사장 불러오라니까!!"


"아, 되게 시끄럽네."



끌려나가는 와중에도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 한 남자의 말에 김진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씩 웃었다. 



[iKON/김지원] 관계의 정의 01 | 인스티즈

"제가 사장인데 뭐, 문제 있으신가요?"


"너, 너..."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네."


"잠깐, 잠깐만!!"


"데리고 나가. 시끄러워."



그제서야 분위기 파악을 한 남자가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며 다가오려 했지만 양쪽에서 결박하고 있는 가드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김진환은 남자가 하는 말을 싸그리 무시하고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잠깐 소란스러웠던 클럽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 소리로 다시 채워졌다.



"촌스럽게 사장이 뭐야, 사장이. "


"그러게 나가랄 때 나가고 부르지 말랄 때 안 부르면 좀 좋아."


"그치, 봄아?"



해맑게 웃으며 하는 김진환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누가 이 인간 얼굴을 보고 클럽 마스터라고 생각이나 할까 싶었다. 꽤 어려보이는 외모와 클럽을 자주 찾지는 않는 탓에 김진환의 몇몇 지인들을 빼면 모르는 사실이었다. 김진환네 집안과 우리 집안은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라 자연스럽게 김진환과는 오빠, 동생하는 사이였다. 외동인 탓에 김진환을 더 따르기도 했고. 그래서 김진환은 내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유일하고 고마운 사람.



.



김지원을 처음 만난 그 날도 모르는 남자에게 붙잡힌 날이었다. 아, 요즘 클럽 물 왜 이래. 김진환한테 한 마디 하든가 해야지. 평소와 다름없이 밤을 함께 할 남자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게 김지원이었다.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남에게 크게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라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눈이 마주쳤다. 김지원은 눈을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을까, 깊어지는 김지원의 시선에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고개를 돌리고 스테이지로 올라갔다. 진득하게 따라붙는 김지원의 시선이 느껴졌다.


스테이지에 올라가자마자 허리에 붙는 손이 느껴졌다. 평소였다면 손을 내쳤겠지만 누군지도 모를 남자의 목을 감쌌다. 남자의 뺨에서부터 가슴팍까지 천천히 손을 내리며 김지원을 흘깃 쳐다봤다. 여전히 나를 진득하게 보는 시선 그대로였다. 점점 깊어지는 김지원의 시선에 이쯤하자 싶어 손을 뗴어내고 김지원에게 걸어가려던 찰나 남자에게 붙잡혔다. 내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은 남자가 다른 한 손으로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 곳에서 소란을 일으켜봤자 좋을 거 없어 눈웃음을 살살치며 남자의 손을 떼어냈다. 내가 웃어 주자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한 건지 남자는 더 노골적으로 몸을 붙여왔다. 결국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김진환을 찾고 있던 도중 누군가가 날 끌어당겼다.



[iKON/김지원] 관계의 정의 01 | 인스티즈

"실례지만 제가 먼저라서요."


"맞지, 자기야?"


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지적과 비판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받고 있습니다.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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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30.15
헐.. 브금이랑 글분위기랑 너무 잘어울려요ㅠㅠ 저번편에서부터 죽음 ㅇ-<-< 지원이 짤도 넘나 적절하고ㅠㅠ
6년 전
마스터
여기서 죽으시면 아니되요 아니됩니다 ㅎ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리 굿나잇 ♥
6년 전
독자1
흐허어ㅜㅜㅜㅜㅜ 분위기 대박이네요 진짜ㅜㅜㅜ 흑ㅜㅜㅜㅜㅠ
6년 전
독자2
네 자기야 ㅎㅎㅎ 와 글 몰입감 최고에요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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