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탈출 할 수 있었던 일본 여행은 매우 좋았지만 힐링 뒤에 다시 찾아오는 일상에 적응하기란 쉬운일은 아니었다.
“여주씨, 이거 들고 따라오세요.”
“네!”
회사 막내는 그 누구보다 눈치가 빠르고 그만큼 발로 뛰어야한다. 30분 뒤에는 새로운 화보작업을 위한 미팅이 열린다. 그 준비를 하기위해 대리님과 함께 함께 바쁘게 움직였다. 앞이 보이지않을만큼 상자를 가득쌓아 들고 옆을 보며 겨우겨우 회의실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개인 다과까지 준비하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준비를 끝내고 다시 내 자리에 앉아 회의시간을 기다리며 괜히 물만 계속 들이켰다. 힘들지만 처음들어가는 회의라 설렘만큼 긴장도 되기 때문에.
“잘생기긴 했는데, 같이 일할 때는 너무 완벽주의자야.”
“그래도, 다른 때에는 순둥순둥 착하잖아요.”
“그렇긴한데, 너 회의 한번 같이 해봐라? 3시간이 기본이야, 진빠져.”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시며 미팅실로 향하는 팀장님과 최대리님이 소곤소곤 이야기하셨다. 아무래도 오늘 함께 일하시는 연예인이 제법 까다로운신것 같았다. 일 잘하시기로 유명하신 팀장님도 저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는거 보면.
“여주씨는 오늘 미팅 처음이라 긴장되죠?”
“티안내려고 했는데, 역시 팀장님 눈은 못속이나 봐요.”
떨리는건 맞긴한데, 이제 입사한지 몇일 밖에 되지 않는 신입중의 신입이라 이 팀의 막내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커피 타드리기, 서류 전해드리기, 회의내용 정리하기 뿐이었다.
우리 팀이 회의실에 앉아 서류를 탁탁 소리내며 정리하자마자 똑똑 노크소리가 울렸다. 팀장님과 상대쪽의 담당자의 예의섞인 안부인사가 오고갔고 나는 그동안 빠르게 90도 인사를 드린 뒤 바로 구석에 있는 간이 탕비실에서 커피를 준비했다.
믹스커피는 어떠한 바리스타보다도 잘 탈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만의 황금비율을 적용해 빠르게 커피를 타 쟁반에 담았다.
“커피드세요-“
손님 측에게 먼저 드리는게 예의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사람이 앉는다고 볼 수 있는 안쪽에서 부터 차근차근 커피를 건넸다.
그렇게 안쪽에서 커피를 건네드리다 보면 가장 가운데에서 누가봐도 나 연예인에에요-하는 아우라를 내뿜는 그 남자때문에 회의실 가운데 서있는 나는 커피를 건네다 말고 모든 사고를 정지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커피를 받아들고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는 강다니엘 니가 있었으니까.
이쪽 일을 하게되면 언제가 너를 만나겠구나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그것도 나와 함께 일하는 첫 연예인이 너라니.
“처음 뵙는 분이네요?”
내 커피를 받아는 다니엘은 여유로운 미소로 나를 처음 뵙는 분이라 지칭하며 팀장님께 질문을 던졌다. 팀장님은 나를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인데, 인턴경험도 좋고 일도 잘한다며 나를 띄어주셨다. 그 팀장님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 다니엘의 옆,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감사인사를 건네는 매니저오빠까지 커피배달을 마쳤다.
“저, 커피는 아이스만 먹는데.”
걸음걸이 하나하나 신경써가며 자리에 돌아와 앉자마자 다니엘이 말을 꺼냈다. 니가 언제?
“아, 얼음 넣어드릴게요. 이리로 주세요.”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니엘은 얼굴 가득 재밌다는 표정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나도 여기서 밀리지않고 영업용 미소와 멘트로 더욱더 친절하게 응대했다.
아무리 그대로 우리의 재회가 이렇게 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 작은 파티션으로 가려진 탕비실에서 온몸으로 내적흥분과 스트레스를 표현했다.
차라리, 네가 이렇게 모른척 해주는게 더 다행이니까 끝까지 나도 모르는척하는거야. 네 마음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한번 따라가줄게.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다니엘의 커피잔에 얼음을 몇개 동동 띄우고 숟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그리고 다시 다니엘의 앞에 조용히 커피를 놓았다.
“근데, 저 오늘부터 뜨거운거 한번 먹어볼게요. 따뜻한 커피로 주세요.”
“커피가 너무 연하네요. 좀 진하게 해주세요.”
“커피가 너무 쓰네요. 시럽 좀 넣어주실래요?”
아련하거나, 반갑거나 한 재회도 아니고 이건 도대체 무슨 생각이고 무슨 심보인지. 되지도 않게 자꾸만 나를 박박 긁어오는 다니엘이었고, 회의를 시작하려고 하면 자꾸만 커피를 바꿔달라는 강다니엘 덕분에 아직 회의는 시작도 못하고 나만 계속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벌써 다섯번째, 간이 탕비실 안으로 들어와 아침에 열심히 공들여 묶은 머리를 다 풀고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새끼, 확 침을 뱉어버릴까.
입을 오물거리며 진지하게 침을 모으다가도 강다니엘같이 둔한 놈은 알지도못할것 같아서(물론 모르라고 뱉는거지만) 될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강.다.니.엘.나.쁜.놈’을 중얼거리며 한글자에 한번 시럽을 꾸욱 짜넣었다.
내가 다시 커피를 들고 와 다니엘 앞에 두자 팀장님은 애써 웃으며 “이제 회의 시작해도 괜찮겠죠?” 라고 물으셨다. 나쁜 강다니엘 때문에 괜히 나만 “네.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자, 먼저 컨셉관련 회의부터 시작할,”
“푸웁-“
헐, x됐다. 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 엿이나 먹어라! 하는 마음으로 시럽을 때려 부은건 맞는데 저렇게 밖으로 뿜어버릴줄은 몰랐다.
모두가 깜짝 놀란 눈과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매니저 오빠는 다니엘에게 휴지를 챙겨주었고 콜록거리며 입가를 정리한 다니엘은 그제야 자신이 모두의 시선을 받고있다는걸 인지한 듯 했다.
“아... 커피가 너무 맛있네요,하하.”
그리고 정확하게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이야기하면서 주먹은 불끈쥐어있었다. 고자질 안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는건지,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좋다고 해줘야 맞는건지.
***
“저희가 정리한 컨셉은 대략적으로 캐쥬얼, 힙합, 댄디, 섹시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다니엘군은 어떤걸 하고 싶으세요?”
“저는 아무래도 힙합이나 캐쥬얼이 편한 것 같아요.”
맨날 그랬다. 남들은 정장, 코트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줘도 정작 자신은 힙합이나 스트릿패션이 잘 어울린다며 매일 그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신입 분이 일도 잘하시고 아무래도 신입이니까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저요?”
“네, 너요. 아,아니, 그쪽이요.”
저게 진짜. 아무래도 아까 커피에 대한 복수인건지 입은 웃음을 참느라 씰룩거리면서도 나에게 눈을 떼지않았다. 너도 엿먹어라 이건가. 또한번 정적이 찾아오고 모든 눈은 나에게 집중되었다.
“제가 지켜본 다니엘씨는 본인은 스트릿이나 힙합이 잘어울리고 댄디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시는것 같은데 제 생각에 다니엘씨는 댄디도 잘 어울리세요, 대중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것 같구요.
그래서 어쩌면 평소에 잘 보여주지 않던 댄디컨셉을 하면서 그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니엘씨 만의 섹시함을 화보에서 보여주는건 어떨까요? 그런거 잘하시잖, 아니. 잘하실것 같으세요.”
나의 막힘없는 대답에 다니엘쪽 담당자분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말이 끝나고 나자 그제야 또 내가 말을 질렀구나를 깨닸고 소심하게 “그냥..제 생각입니다..하하..”를 덧붙였다.
“그치만 대중들한테는 아무래도 캐쥬얼한 다니엘씨 모습이 익숙하니까,”
“아뇨, 너무 좋은데요. 저렇게 진행하죠.”
회의 내용을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에 최대리님이 말씀을 하시자마자 열심히 적고 있었는데 그 말을 다니엘이 가로막았다. 다른 컨셉사진을 보면서 여유있게 결정하자는 팀장님의 말에도 다니엘은 무조건 나의 아이디어가 좋다며 자신의 생각을 못박았다. 그러자 결국 팀장님도 좋은 아이디어는 맞다며 바로 댄디컨셉 ppt화면으로 넘어가셨다.
컨셉을 빨리 정해서일까, 회의는 3시간이 기본이라던 말과는 다르게 1시간도 걸리지않아 끝이날 기미가 보였다.
“신입 분께서 내신 아이디어니까 그 내용을 가장 잘아는 신입분께서 이번에 담당해주시면 좋겠는데요.”
모두들 회의서류를 정리하고 있다가 뜬금없는 다니엘의 말에 또한번 놀라하며 쳐다보았다. 도대체 몇번을 놀래키는건지. 내 머릿속의 비상벨이 자동적으로 위험을 인지했다.
맞은편의 앉은 다니엘을 향해 눈에 힘을 팍 주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하지말라고 입모양으로 말해보아도 소용없었다. 그럴 수록 다니엘은 더욱더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고나갔다.
“하지만 김사원 같은 경우에는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라...”
“저는 그런 신입의 참신함이 좋더라구요.”
“정 그러시다면 제가 같이 담당하겠습니다.”
하 망했다. 망연자실함에 고개가 푹 숙여졌다. 입사한지 이제 일주일인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내가 이번 화보를 담당하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원래 이번 일을 담당하기로 했던 최대리님이 “팀장님!”하며 팀장님을 말려보려 했지만 팀장님께서는 그런 대리님을 제지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화보촬영은 4일 뒤에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 말 뜻은 나는 4일동안 매일 야근을 해야한다는것을 뜻했고 매 점심시간까지도 샌드위치로 떼워가며 일했다.
화보 하나를 찍기위해서는 컨셉, 세트, 의상, 헤어, 메이크업, 소품, 콘티까지 내손이 안가는 곳이 없었다. 물론 경력이나 실력이 있으신 분들은 덜하겠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다보니 최대한 많은것을 해놓아야했다.
***
“ 여주씨?”
“아,네! 팀장님 일찍 출근하셨네요!”
결국 화보촬영이 있는 오늘 집에가지 못했던 나는 회사에서 뜬는으로 밤을 지새다 잠시 책상에 엎드려 잠든사이 팀장님께서 출근하셨다. 모든 결재까지 완료했으니 오늘 무사히 촬영이 끝나는일만 남았다. 그런 내가 안쓰러워 보이셨는지 팀장님께서 직접 커피를 타주셨다. 일 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굉장히 배울게 많은 분이셨다.
시간에 맞춰 여유있게 세트장에 도착했다. 세트와 의상도 하나하나 확인했고 마지막으로 촬영팀과 콘티점검을 끝내는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10분 뒤 시간에 맞춰서 다니엘이 도착했고 곧바로 대기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내가 옆에서 콘티에 대해 설명해줘야했다.
“세번째 씬에서는 정장을 입고 침대에서 촬영할거에요. 그리고 안경을 쓴거, 안쓴거 두가지로 소품 활용할게요.”
“그게 김여주씨 스타일이에요? 그런거 좋아해요?”
“네, 저 밝혀요.”
장난을 걸어오는 다니엘이지만 그 장난을 받아줄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서 그냥 무시하고 계속해서 설명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행히 시간 안에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실크소재의 스트라이프 셔츠와 슬랙스바지, 구두를 맞추어 신은 다니엘은 워낙 기본적인 피지컬이 좋아서 어떤 옷이든 잘 소화했다. 이제 신인이라 하기에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 능숙하게 화보를 리드했다. 촬영감독님 입에서도 “좋아요-“가 떠나질 않았고 여러가지 포즈로 바꾸어가며 수많은 셔터가 눌러졌다.
다음 씬은 남친룩 컨셉으로 겨울에 맞는 긴 코트와 목도리가 포인트였다. 메이크업 때문인걸까, 그냥 일반적인 옷을 입고있는데도 불구하고 섹시한 분위기가 흘러져나왔다. 왜 그렇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지 이 현장에 있는 모두가 이해할 만 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기대하고 공들였던, 침대가 있는 세번째 씬이었다. 많은 스태프들이 침대를 날랐고 그 시간 동안 회사에서 지원을 나온 최대리님이 현장을 지켜보셨다. 원래 최대리님이 맡게될것 같았던 일이었는데 내가 뺏은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분명 세번째 씬에 넥타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세번째 씬에 넥타이 있는거 맞아요!”
“근데 의상실에 넥타이가 없어요.”
그럴리가. 내가 분명 현장에 오자마자 확인하고 촬영 시작 전 또 확인했다. 하지만 그 말에 의상실로 달려가 헹거를 다 뒤져봐도 넥타이는 보이지 않았다.
“김여주씨, 뭐하는 상황이에요 이게?”
“죄송합니다...”
“마지막 체크 안했어요?”
분명 했었고 그때 까지는 있었지만 변명같아서 이야기를 해야할까 말아야할까 고민하다 억울한 감이 있어서 조그만하게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여주씨가 하는 일이 뭐죠? 촬영팀, 의상팀, 소품팀 이런 각 팀들 총괄이 기본아니에요?”
결국 촬영장안에서 큰소리가 터져나왔다. 화가 나신 최대리님은 모든 스태프들이 다 있는 이 촬영장 안에서 소리를 지르셨고 다니엘 또한 그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건 그거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 뿐이었다.
“이래서 기본이 없는 애들은 안된다니까.”
최대리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콘티대본을 던지시며 촬영장 밖으로 나가셨다. 한숨과 함께 떨어진 대본을 한장 한장 주워들었다. 관리를 못한건 내탓이 맞지만 의상팀에서 나온 실수이기 때문에 의상을 담당했던 스태프 한명이 나에게 죄송하다고 먼저 말을 꺼내왔다.
“죄송해요...”
“아니에요. 혹시, 넥타이말고 검은 천으로 초커같은거라도 만들 수 있을까요?”
내 말에 리폼용 천이 남았다며 달려가신 스태프는 금방 초커를 만들어 오셨고 그 덕에 금세 좋아진 분위기는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다니엘은 침대에 걸터앉아 특유의 눈빛으로 카메라를 압도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한 섹시함이 뿜어져나왔다. 훨씬 더 만족 스러웠다.
“자, 지금 너무 좋아요. 이번엔 떠나간 여자를 잡는다는 아련한 느낌으로!”
신이 난 촬영감독님은 이것저것 주문 하셨고 떠나간 여자를 잡는다는 말에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다니엘 눈빛이 갑자기 멍때리듯 풀려버렸다. 그에 맞춰 카메라 셔터와 플래시가 반짝였다. 다니엘은 그제야 다시 정신이 돌아온 듯 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갈게요.”
“아, 좋았는데. 다시 다시.”
유독 그 부분에서 헤매는 니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것 같아서 애써 대본으로 부채질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척 해야했다. 결국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촬영은 휴식에 들어갔다.
많은 스태프들에게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를 다 건네고 나서야 나를 서포트해주기 위해 나온 입사동기 민지씨와 함께 빈 대기실에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강다니엘이 표정연기를 잘한다고 들었는데 슬픈거에는 약한가봐요. 그 감독님이 떠나간 여자를 잡는다고 오더넣는데 계속 표정이 그냥 멍하더라구요. 그래서 감독님이 그냥 휴식 넣으신것 같은데.”
“아.... 오후에 팀장님 오시죠?”
나는 급하게 말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다니엘이 왜 그 표정연기를 할 수 없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걔가 나빠보여도, 떠나가는 여자는 잡지 못할정도로 착한 애거든요. 그 여자를 위해서 다 보내주니까 잡을 줄을 몰라서 자꾸 실수하는거에요.
자꾸만 그 생각이 떠올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대충 먹은 도시락을 정리하고 세트장에 가있자 최대리님과 함께 오셨던 지은씨와 민지씨가 함께 간의의자를 내옆에 놓더니 앉았다. 그렇게 잠시간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주말에 남자친구랑 여기 갔다와는데 너무 예쁜거 있죠?”
지은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갔다온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시작했다. 사진으로만 봐도 서로 사랑한다는게 너무 느껴지는 예쁜 커플이었다.
“근데 여주씨는 왜 남자친구 있다면서 남자친구 이야기나 사진도 안보여줘요?”
“맞아, 너무 비싸게 굴지말고 한번 보여줘요.”
“아... 제가 부끄럼을 많이 타서 남자친구 이야기하는걸 잘 안좋아해요!”
“SNS나 여주씨 보면 거의 남자친구 없는 사람 같은걸?”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남자친구가 바빠서라고 답하면 직업이 뭔지 물어보고, 프리랜서라고 답하면 데이트는 언제하는지 물어보는 반복이었다.
“뭐야, 그럼 남자친구 잘 만나지도 못해요? 그게 무슨 연애야. 그러지 말고 소개 한번 안 받아볼래요? 사실, 내 친구가 진짜 괜찮은데,”
“김여주씨, 아까 밑에서 만나신 분이 남자친구 아니에요?”
다음씬 촬영에 있을 옷을 입고 나타난 다니엘은 불쑥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다니엘의 근거 없는 말에 민지씨와 지은씨는 또 이때다!싶은건지 언제 만났냐고 달려들었다.
“그 뉴이스트 황민현 닮았던데? 그렇죠?”
“아.....네...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저건 도와주겠다는건지 또 한번 엿먹으라는건지. 또 한방 날린 다니엘의 말에 이번엔 꺄악-하며 사진을 보여달라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 아우성보다는 강다니엘 네가 우리사이를 알고있다는게 더 신기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꺼냈다는것도.
함께 사진을 보여달라고 보채던 지은씨가 갑자기 출입구쪽을 보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회의를 하는척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몸을 숙여 “팀장님, 팀장님!”하고 소리치듯 속삭였다.
그렇게 팀장님의 등장으로 무사히 세번째 촬영을 마쳤고 마지막 씬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화 킹스맨처럼 정장에 우산 그리고 모자를 쓰는 컨셉이었다.
“다니엘씨, 이 모자가 더 괜찮지않아요?”
그 말과 함께 최대리님이 내가 선택한 모자가 아닌 다른 모자를 내밀었다. 내가 선택한 모자보다는 조금더 길이가 길고 패턴이 들어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최대리님의 제안에 팀장님께서 우리에게 집중하셨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당황해 이리저리 눈동자만 동그동글 굴러다녔다.
“저는 원래 모자가 훨씬 더 예쁘네요.”
다니엘은 정장을 입어 더더욱 길어보이는 다리로 휘적 휘적 내앞에 걸어와 내가 손에 들고있는 모자를 가로챘다. 그리고 조금 옆에 있는 거울을 보며 오, 예쁘네. 진짜 이쁘다. 를 반복했다. 그런 다니엘을 바라보는 팀장님의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
"오, 예쁘네. 진짜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