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키즈/김승민] 좋아하는 애가 연예인으로 데뷔했을 때의 기분을 서술하시오 (9점)

[스트레이키즈/김승민] 좋아하는 애가 연예인으로 데뷔했을 때의 기분을 서술하시오 (9점) | 인스티즈

여주는 일개 고등학생이고 여느 여고생과는 달리 아이돌에는 관심 1도 없고 그냥 학교 생활 충실히 하는 재미없는 애. 그런 여주에게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옆 반 김승민을 좋아한다는 점. 연예인에 관심없고 SNS 하나도 안 하는 여주가 유일하게 관심 있는 게 옆 반 김승민인데 사실 승민은 반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다. 동글한 안경을 낀 순둥한 얼굴이 꽤나 귀엽긴 하지만 워낙 조용하고 말이 없어서 여자애들이 약간만 말 붙여도 혼자 (…) 침묵 모드를 유지했다. 애는 착한데 숫기가 없고 말수가 없고 낯도 가리고……. 평소에 말하는 건 같은 반인 여자애 한 명? 말고는 없었다. 그러니까 학기 초에는 조금 관심 받긴 했는데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그런 애였다.

그런 김승민을 여주가 좋아하게 된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반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여주는 그날도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고 있었고 선생님의 눈에는 여주가 아주 강인하고 억세 보였는지 종이와 책을 한아름 안겨 주면서 각 반마다 나눠주라고 했다. 여주는 속으로 선생님을 씹으며 책과 종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끙끙거리는 여주를 보며 선생님은 호탕하게 웃으며 등짝을 한 번 쳤다. 고생해라! ……시발, 여주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교무실 문을 닫을 손도 없어서 그대로 나와서 평소의 반쯤 보폭으로 기어가는 속도로 걷는데, 아니 아직도 본인들이 초등학생인 줄 아는 건지 복도에서 애들이 뛰어다니는 거였다. 여주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가는 바람에 여주는 밭은 숨을 뱉으며 잠시 쉬는데 이게 웬걸. 하필이면 여주를 치고 가는 바람에 여주는 종이더미와 책과 함께 나자빠질뻔 했다. 바로 옆에 있던 승민이 책과 여주를 제 품 안에 넣는 것으로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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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상한 짓 한 건 아니고…, "

" ……. "

" 넘‥어질까 봐……. "

승민이 제 품 안에 여주를 넣었다가 다급하게 빼내었다. 넘어지는 여주를 잡아주려고 했지만 그랬다가는 종이와 책이 사정없이 널브러질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품에 넣었던 건데 하고 나니까 방금 전의 행동이 상당한 스킨십이라는 걸 깨달았다. 헐……! 속으로 엄청나게 놀란 승민이 안절부절 못 하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같은 반 학생도 아니고 알고 지내던 애도 아니었다. 얼굴만 아는 정도였는데 갑자기 안으면 당연히 당황스럽고 이 새끼 뭐하는 짓이지, 라고 생각하겠지…… 하고 생각한 승민이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여주의 눈치를 살폈다. 여주는 멍하게 서서 승민의 얼굴도 아닌, 목젖쯤 되는 위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 ……. 둘 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승민은 지금 여주가 이 새끼 뭐하는 짓이지, 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단 넘어지는 자신을 도와주려 했고 책도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었다는 점에서 여주는 크게 고마워 하고 있었고 안겼던 품에서 나는 은은한 향에 한 번 심쿵 당했고 품에서 빠져 나왔을 때 보인 승민의 귀여운 얼굴에 또 한 번 심쿵 당했다. 그야말로 크리티컬! 만약 이게 게임이었다면 여주는 승민의 귀여운 얼굴 공격(critical!)!-에 게임 오버 당했을 거라고……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그란 안경 아래로 순둥함 그 자체인 얼굴이 여주의 머리에 심장에 눈에 콕콕 박혔다. 그야말로 크리티컬!

반했다

김여주가

김승민에게

그 날부터 여주의 일상은 승민으로 시작해서 승민으로 끝나는데 정말 놀랍게도 승민과 접점이 1도 없었다. 같은 반도 아니고 수준별 수업도 겹치지 않았다. 접점이라고 할 만한 건 같은 층이라는 것과 바로 옆 반이라는 사소한 두가지. 그래도 여주는 이미 게임 오버 당했으니까 승민이 보러 옆반에 놀러 가는데 옆반에 친한 애가 없어서 괜히 전달사항 있는 척 뭐 가지러 가는 척하면서 서성이다가 다시 돌아오는 게 전부다. 여주는 누구를 좋아한 적이 귀염둥이 시절인 초등학생 때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1도 잡히지 않았거든. 괜히 옆반 서성이면서 김승민 책상 힐끔힐끔 쳐다보고 옆반 반장과 별 의미없는 얘기하면서 승민이 염탐하는데 김승민은 볼때마다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여주는 속으로 …얼굴 보고 싶은데, 하면서도 괜히 자는 애 깨우면 안 되니까 그냥 몇 번 쳐다만 보고 간다. 말 그대로 짝사랑일 뿐인 순수하고 소박한 열여덟의 사랑

근데 김승민이 언젠가부터 학교에 안 나오기 시작한다. 혼자 끙끙대다가 옆반 반장한테 물어보니까 분명 뭔가 알고 있는 눈치인데 잘 모르겠는데? 하며 여주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멱살을 잡고 짤짤거려 사실을 털어내게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의 짝사랑부터 밝혀야 되니까 일단 여주는 조용히 돌아가는데 아무리 며칠이 지나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승민에 여주는 혼자 마음이 공허해진다. 학교에서 매일 잠만 자던데 학교에 적응을 못 했던 건가…… 내가 말을 걸었어야 했나……. 자책에 빠져 쇼파에 힘없이 누워 있는데 동생련이 굳이 여주 앞을 막아서며 티비를 튼다. 여주는 열공 빡공하기 위해 티비 안 본 지 오래 돼서 동생을 나무라면서 티비 끄라고 했는데 동생련이 익숙하게 무시하면서 채널을 돌린다.

그리고 김승민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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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김여주 미쳤나 봐 진짜. 이젠 헛 것도 보네. "

" …? 뭐래 "

" 죄다 김승민으로 보여……. "

" ……? 언니가 김승민을 어떻게 알아? "

쟤 JYP 연습생이잖아. 동생의 말에 여주가 휴대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절로 풀렸다. ……? ……?! 뭔 소리……?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책상 위에 있던 안경을 급하게 챙겨 쓰고 다시 티비를 보았다. 미친. 진짜 김승민이잖아! StrayKids의 Hellevator라며 소개된 곡 무대에서 김승민이 열정적으로 춤 추고 노래하고 있었고 노래는 금방 끝나 버렸고 김승민 또한 티비에서 사라졌다.

헐.

헐!

[스트레이키즈/김승민] 좋아하는 애가 연예인으로 데뷔했을 때의 기분을 서술하시오 (9점) | 인스티즈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어떻게 봐도 김승민이었다. 헐. 헐……! 여주는 급하게 네이버에 검색한다. 스..트레이...키즈... 중간에 오타도 내면서. 프로필에 뜨는 김승민을 바로 클릭해 보니 저랑 동갑인 00년생이고 JYP 연습생도 맞고 오늘은 데뷔 무대가 아니라 프리 데뷔 무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발…! 여주가 나즈막이 지껄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좋아하는 애가 연예인으로 데뷔했을 때의 기분을 서술하시오(9점)

그날부터 여주는 덕질을 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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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김승민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