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한국에서 왔어요. 08
재회, 그 두 번째. (부제 :: 속사정.)
♡암호닉♡ |
레몬라임 요고 마지심슨 둥이탬 징징이 모카 |
"들려줄게."
"응?"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던 찬열이 말했다.
탁자 위에 올려놓은 손을 포개며 물어보니, 한참동안 뜸을 들이던 찬열이 창가에서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 이야기."
-
"당신이 데려가요."
"내가 이 애를 왜 데리고 가요? 당신 자식인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평소였으면 큰 소음을 내며 방 문을 닫고 들어갔을 엄마였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나를 가리키며 소리치는 아빠와 엄마의 낯선 모습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나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것 같았다.
"엄마 노릇 해줬잖아, 그렇게 애지중지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싫대?"
"이젠 남이야. 당신하고 나처럼."
"...거참, 그렇게 고집 부리지마. 내가 그 모습에 질린 거니까."
나를 째려보는 엄마의 눈빛에 놀라 몸을 움추리니, 한숨을 뱉던 아빠가 내 손을 잡았다.
"앞으로 연락하지 마요. 아이 때문이면 더 질색일테니까."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던 엄마는, 그렇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뒤를 돌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빠가 마른 세수를 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모두에게 짐이라는 걸.
내 나이 8살, 나는 엄마에게서 버려졌다.
"다녀왔습니다."
"왔니? 여기 앉아보렴."
아버지와 필요한 대화만 나누는 사이가 된지도 벌써 9년 째였다.
학교를 다녀온 내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부르시길래, 엄숙한 분위기에 조용히 다가가 앉았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며 낮게 웃으셨다.
"불편하지?"
"네?"
"니 애비랑 이렇게 마주보는 게."
나도 다 안다, 하며 고개를 숙인 내 머리를 쓰다듬는 아버지였다.
"나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
"당분간 중국에서 생활하는 건 어떠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었다. 단지 이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눈치채신 것 같았다.
놀란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보니, 다시 한번 낮게 웃으시며 나와 눈을 마주치셨다.
"니가 동의한다면, 나는 괜찮다."
"갑자기..."
"수속은 최대한 빨리 처리해줄테니 걱정말고."
가만히 있는 내 모습을 살피던 아버지가 일어나시며 말했다.
원해왔던 대로 지겨운 반복을 벗어난다는데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갑작스럽게 중국으로 가게 되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중국에 왔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기댈 곳 조차 없다는 것, 그 뿐이었다.
딱히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였는데도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나는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는 일도 없었다.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생활했던 1년동안은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지겹고, 힘겨웠다.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나는 학교 수업은 물론 기숙사도 들어가지 않기 일수였고, 결국 학교에선 퇴학 조치를 내렸다.
눈 앞이 캄캄했다.
일단 집부터 구해야 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통장으로 넣어주신 돈을 써 어렵게 집을 구했다.
이런 내 소식을 들으신 건지 아버지는 며칠 내내 내게 연락하셨다. 하지만 선뜻 받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버지에게도 짐이였기 때문에.
어느 날 저녁, 내 통장엔 아버지로 부터 조금 많다싶은 액수가 들어와 있었다.
연락도 선뜻 받을 수 없었듯이, 돈도 선뜻 쓸 수 없었던 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말았다.
골목길을 방황하면...어떻게든 되겠지.
-
새벽부터 골목에 나와있어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아무나에게 덤비진 않았다. 내 표적은 한 눈에 봐도 풍족해보이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오늘따라 사람이 뜸했다.
할 일 없이 길바닥에 앉아있는데 저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날도 추운데 얼른 끝내야지, 라는 생각에 대상이 누군지 따지지도 않고 다짜고짜 가방을 잡아끌었다.
"뭐하시는 거에요!"
이성을 잃었던 나는 들리는 익숙한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상대와 눈이 마주쳤다.
"뭐, 뭘 봐!"
여자애가 가방 끈을 꼭 쥐며 나를 쏘아보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선 미안, 하고 급하게 가방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지만."
"..."
"이 골목은 오지마. 위험하니까."
같은 한국어를 쓰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는 여자였다.
그 모습을 보고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 잡혔다.
복잡해지는 기분이 들어 얼른 멀어져야 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누군가 내 옷을 잡아 당겼다.
"저기, 저기요."
나는 걸음이 워낙 빠른 편이었다.
그런 나를 쫓기 위해 뛰어온 건지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여자였다.
"한국어 할 줄 아시면...길 좀 알려주세요."
이게 너와의 첫 만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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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에요. 이번 편은 조금 진지한 문체라서 지겨우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찬열이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나열해봤는데, 제가 전해드리고 싶은 감정을 느끼셨는지 모르겠어요.
참, 읽으면서 아셨겠지만 이번 편은 찬열이 시점이랍니다.
대화하는 형식으로 쓰기엔 약간 무거운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기에 찬열이 시점으로 써봤어요. 무엇보다 지루하셨을까봐 너무 걱정돼요. 소금소금... 다음 편엔 꼭 밝은 이야기를 데리고 올게요.
독자님들 댓글 보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다들 누구를 닮았길래 댓글도 그렇게 예쁘게 써주시는 거에요. 혹시 작가? (부끄)
장난이에요. 헤헤.
부족한 제 글에 몇 분을 투자해주신다는 자체가 제겐 너무 큰 기쁨이에요. 덕분에 매일 밤마다 힐링을 안고 잔다니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찾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럼 우리 다음 편에서 만나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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