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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에 관하여

w.다정과따뜻함




한국에 있지 마.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제가 왜요? 정말 궁금한 이유에서였다.
그녀는 내 물음에 뒤를 돌아 다가왔다. 또각거리는 소리가 멈추기도 전에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화끈거리는 볼을 움켜쥐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밀기 시작했다.
더러워서, 창피해서, 쪽팔려서, 역겨워서!
몸이 휘청일만큼 거친 힘에 눈물이 흘렀다.

아아, 나는 더럽구나.

그녀는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 제가 머무는 곳이예요.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

정갈한 얼굴과는 다르게 무지한 악필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어 필체였다. 나는 그 쪽지를 구기지도, 버리지도, 만지지도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정말 그것을 받아도 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쪽지를 남겼다는 건 나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미인가.
써져있는 주소는 이 편의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진관이었다.  마을에 새로운 이방인이 들어왔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누구지?
사진.. 찍는 사람인가. 얼핏 그의 어깨에 카메라가 걸려 있던 것 같기도 했다.

곧 교대를 해줘야 했기 때문에 허겁지겁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쪽지는 여전히 카운터 위에 놓여있었다. 
이거 뭐야? 뭐라고 써져 있는 지 모르겠어.
다음 파트 타이머가 들어와 쪽지를 보고 어리둥절해 있는데도 나는 계속 머뭇거렸다.
우선 예의가 아니겠지, 이렇게... 버려버리는 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쪽지를 집어들었다.
제 모국어예요.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있는 마을은 도쿄에서 꽤나 떨어진 곳이였다. 마을이 하도 작아, 누가 어디에 사는지 가족이 몇 명인지조차 서로서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마을에 온 지는 삼 일 정도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생각보다 마을에서 호의적인 사람이었다.
나처럼 이방인이기도 했지만 일본어가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한다는 이유였다.

그건 빵집 아저씨도 해당되는 거 아냐?
차를 들이키며 되묻자 료스케는 답했다.
빵집 아저씨는 잘생기고 젊지 않잖아.

료스케는 그를 처음 봤을 때 누가 봐도 타인인 것처럼 말하는 일본어에 놀랐다고 했다. 
나도 그러지 않았어? 오래 전에 말야.
장난스레 대꾸했지만, 료스케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는.. 

끝맺음 없이 여운을 남기는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이곳으로 나를 데려온 건 료스케였다. 그렇지만 료스케도 이곳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됴코에서 길을 잃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나를 붙잡아 준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은 그가 붙잡는 손을 놓지 못하고 있지만서도.
료스케가 데리고 온 이곳은 도쿄로 향하는 열차가 가끔 지나가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도쿄에 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은 아니었지만,
그와 나 둘 다 도쿄에 다시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나는 그에게 이곳에 머무르겠다고 했다.
료스케는 정말 고맙게도 그 말에 자신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마을에 집을 구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었다. 그는 그 후로 마을에서 처음 보는 이방인이었다.


"네 덕에 긍정적인 분위기야."
".. 내 덕이라니?"


료스케는 말 없이 차를 들이켰다. 정적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당황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지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내가..


"사진작가래. 여기서 몇 달은 머물거라고 하더라."


한국인이니까.


"..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인걸."
"그렇게나 상관 없는 일일까."


료스케의 표정이 묘했다.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사람을 순간적으로 사로잡는 사람. 사진작가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첫 인상이 나쁜 건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냥, 친해져봐.
"..."
"나쁘지는 않잖아. 어차피 한국으로 갈 사람이니까.


어차피 한국으로 가게 될 사람이니까.






사진관에서 한블럭을 더 지나 코너를 돌면 왼쪽에 <도쿄 베이커리>가 있었다. 왜 빵집 이름이 도쿄냐는 물음에,
아저씨는 도쿄에 보고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나는 그 말이 지금까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를 그 앞에서 마주했다. 이른 시간이였고 마을에서 모닝빵을 먹기 위해 아침부터 빵집을 찾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가 발걸음을 멈춘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맑은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어?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얼굴을 했다.

사실은 그닥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내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몸짓과 손짓 하나하나에 한국이 베어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타지에서 그와 이야기 하다보면 생각은 저절로 꼬리를 물어 떠오르게 될테니까.
그는 반가워하지 않는 나를 아는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반갑게 앞으로 다가왔다.



"このパン屋のパンがおいしいって聞いて来てみました! (이곳 빵이 맛있다길래 와봤어요!)"



일본어였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해가 막 뜨는 시간이라 이른 노을이 지는 것처럼, 파란 빛과 노란 빛이 섞여 거리에 푸른 빛이 돌았다. 심장 박동이 귓전을 둔탁하게 때리고 있었다.
그는 생글거리며 웃었다. 정말 나를 만나 반갑다는 얼굴이었다.



"ところがここで会うとは思わなかったです。 嬉しいです! (그런데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 기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례하다는 걸 알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의사소통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웃는 얼굴.

우린 서로 말이 없었다.
그동안 머리를 헤집는 가을 바람이 지나쳤고, 해가 조금씩 모습을 보였고, 닫힌 가게 문 안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내뱉은 말은 없었다.

우리는 빵집 아저씨가 놀란 얼굴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와 아주 많은 대화를 했다고 느꼈다.

그가 조금씩 나를 의식하는 공기와 인사하는 내내 한 번도 내뱉은 적 없는 한국말.
어제와 다르게 가라앉아 이마를 덮는 까만 머리, 금방 세수하고 나온 것처럼 뽀얀 얼굴, 나보다 두 뼘은 더 큰 키, 체크무늬 셔츠가 잘 어울리는 어깨.
은은하게 코 끝으로 끼치는 벚꽃 향내.

아. 그에게서 벚꽃의 향기가 났다.


그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건, 그 날 이후로도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그는 나처럼 매일 아침 도쿄 베이커리 앞에 서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이제 나오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과 따뜻하게 웃어주시는 빵집 아저씨를 보고는 그런 마음이 사라지곤 했다.
그는 그 이후로도 안녕하세요, 하는 짧은 인사 말고는 말이 없었다.

료스케는 내가 너무 무례한 거라고 했다.



'대답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뭐야.'
"..."
'너와 무례한 건 어울리지 않아. 내일부터는 안녕, 정도는 해줘.'



'안녕'이라니. 너무 친한 척 하는 것 같잖아!
료스케는 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며 그 날 하루 종일 딸기라며 나를 놀려댔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안녕하세요, 하며 생긋 웃음을 건넸다.
평소와 같았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을 나였지만,
친절함을 베푸는 이에게 큰 실례라며 꾸중을 하던 료스케가 떠올라 입술을 달싹였다.



"...おはようございます。(...안녕하세요)."



빵집 안을 바라보던 고개가 내 쪽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가 처음 일본어로 인사를 했을 때처럼 심장이 뜀박질 한다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작은 인사 하나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어젯 밤 료스케가 딸기라고 불렀을 때보다 훨씬 더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참 말이 없던 그는, 내가 빵을 계산하고 먼저 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인사 하나로 어린애마냥 부끄러워져 도망치듯 빵집을 나서려던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워너원/옹성우] 다정함에 관하여 01 | 인스티즈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고마워요.)"

..인사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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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7.226
소재도 신선하구..너무좋아요 작가님ㅠㅠ
6년 전
비회원43.35
ㅠㅜㅜ첫글 올린지 별로 안됐는데 벌써 올려주셨네요!!!&!!옹성우한테 치이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
아....아....(가오나시가 된 독자)
오어어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유유유ㅠㅠㅠㅠ성우ㅠㅠㅠㅠㅠ앙우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너무너무너무너ㅜ무누누ㅜ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유ㅜ루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38.180
헐...뭐죠...이 분위기.....너무 막 몽글몽글 좋고ㅠㅠㅠㅠㅠㅠ다음편 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2
아 진짜 분위기 엄청나요.....잘 읽었습니다ㅠㅜ
6년 전
비회원131.211
흑 아련한 일본소설 읽고 있는 기분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짱짱
6년 전
독자3
아 옹성우 일본어 배워온건가요ㅠㅠㅠㅠ 진짜 글짱입니다 ㅠㅠㅠ 신알신누르고가요!
6년 전
독자4
글 분위기가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것 같아요ㅠㅠ 잘 읽고 갑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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