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해코] 종결 표지훈×우지호×정한해 #우지호 징지잉- 아까부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딱히 반가운 사람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었기에 계속 무시로 일관하는데 한해 형 입장에선 그게 아닌 듯 자꾸 대화 흐름이 뚝뚝 끊긴다. 그렇게 다섯 번 정도 진동을 무시하자 한해 형이 결국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전화 받아도 돼. 필요없는 전화야. 급한 것 같은데? 그냥 유난 떨기 좋아하는 애야. 무음 모드로 바꿨는데도 자꾸 환해지는 화면이 거슬려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더니 한해 형 시선이 따갑다. 그냥 전화 한 번 받아 주는 게 낫겠다 싶어 뜨끈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 말았다. 화장실로 가는 도중 휴대폰 화면을 켜면 역시나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연결되는 수신 화면. 피곤하게 만드는 데는 둘째 가라 서러운 놈이었다. 여보세요. -선생님, 전화를 왜 안 받아요. 용건만 말해. -섹스할래요? 그럴 줄 알았다. 끊어. 그런다고 진짜 미련없이 뚝 끊기는 전화도 그랬다. 들이대는 건 철통같은 주제에 매번 놓는 퇴짜에 돌아서는 것도 빨라서 오히려 헷갈리는 쪽은 나라는 거다. 괜히 기분만 나빠져서 마른 세수만 하다가 벽에 달린 거울을 한 번 봐 주고선 화장실을 나왔다. 삐걱이는 카페의 나무로 된 마루바닥마저 기분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바쁜 일 있는 것 같은데 먼저 갈게 지호야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때마침 도착한 문자는 더 최악이었다. #표지훈 고삼이 됐는데도 어쩐지 자꾸 눈이 가는 사람이 하나 생겼다. 별건 아니고 그냥 내 공부를 봐 주는 근처 대학생으로 일주일에 두어 번 보는 사람인데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고 왜 남자에게 관심이 가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좋아한다는 느낌 보다는 한 번 잠자리를 가져 보고 싶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나는 이걸 그냥 한순간의 성욕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사춘기 남학생의 숨길 수 없는 호기심, 뭐 그런 거.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봐도 우지호는 내 이상형이 아니었다. 그래서요? 과외 그만 두시겠다고요? 그래. 도대체 몇 번을 물어보는 거야. 따분하게 질린다는 말투로 가방을 챙기는 나른한 손짓도, 노려보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움츠러드는, 제가 우위에 있다는 듯한 눈빛도 전부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수십 번씩 우지호에게 잠자리를 강요할 정도로 이성적인 매력이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우지호는 보통 남자보다 훨씬 건장했고, 얼굴이 곱상한 것도 아니고 여자처럼 아양을 잘떠는 성격도 아니다. 마른 몸매지만 그건 그냥 요새 슬림하다 하는 바디의 표본 정도로 길거리에서도 자주 보이는 스타일이다. 딱히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그 못돼 보이는 눈매가 눈에 거슬린 건 그냥 단순히 우지호의 비밀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왜요? 선생님 애인이 그만 두래요? 시비 터냐? 아니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냐. 잘 지내. 웬만하면 연락하지 말고. 우지호는 그렇게 내게서 도망치듯 과외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우지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선생님 학교 어딘지 알아요. 그래서? 선생님 애인이 누군지도 아는데. 헤어졌는데. 구라도 구라다워야 믿어 주지. 우지호는 못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곤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한참이나 눈을 움직이게 되는 길쭉한 기럭지 역시 마음에 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눈의 높이가 알맞아 키스하기 딱 편한 사람. 선생님이 호텔 들어가는 것도 봤어. 제발 그만 해. 너 이러는 거 구질구질해 보여. 섹스가 하고 싶음 유흥 업소엘 가든가. 뭐, 아는 게이라도 소개시켜 줘? 이렇게 살살 건드리면 얼마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리는 불같은 성격도 좋았다. 섹스할 때도 이럴까. 살살 건드리면 화를 낼지 울어버릴지 그게 너무 궁금했다. 아무튼 나는 이 사람과 자고 싶었다. #우지호 사람이란 게 참 애석하다. 전혀 관심이 없는 상대였는데도 자꾸 내게 시선을 주고 추파를 던지면 어쩌다가 눈에 걸린다 해도 시선이 돌아가게 되고 뭔가 귀에 들린다 싶으면 집중하게 됐다. 보아하니 공부에 관심도 없는 그냥 부잣집 아들래미 같은데 왜 그렇게 과외에 집착하나 했더니 문제는 그거였다. 나의 남자 애인을 약점이랍시고 꼬집어대는데 그게 귀여운 건지 귀찮은 건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한 번은 술을 마시고서 한해 형에게 이걸 말했는데 형의 반응도 영 시원찮은 게 내가 중간에서 껄떡대는 게 표지훈 때문인지 정한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요 선생님. 좋아요, 싫어요?' 귓가에 웅웅대는 그 낮은 목소리가 요새들어 자꾸 술을 마시게 만든다.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마시고선 한해 형에게 전화를 하면 꼭 우리 형이 날 데리러 왔는데 이것조차 서러웠다. 직접 데리러 오기도 싫다 이거지. 한순간의 심통이었다. 혼자서 권태를 느끼며 날 귀찮아하는 애인을 제대로 쳐내지도 못하는 나에게 향하는 질책이기도 했고. [표지훈] 오늘은 과외가 없는 날이었다. 그러나 항상 최근 통화기록의 맨 위를 차지하는 그 이름 위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술기운이 가득 어린 손가락을 움직였다. 한참 컬러링을 감상해야 하는 한해 형과는 달리 지루한 신호음이 두 번이 채 가기 전에 뚝 끊긴다. -여보세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 목소리가 반가운지. #표지훈 술취한 목소리로 울먹이면서 지후나 지후나 하길래 진짜 애인하고 헤어졌나 싶어서 급하게 불러 준 술집으로 달려갔다. 미성년자는 출입이 안 된다길래 사람 한 명만 불러 달라고, 그렇게 어렵게 만난 사람이었다. 왜 이렇게 술을 마셨어요. 씨발 추워... 축축 늘어지는 몸을 업은 채로 밖으로 나오니 찬 공기에 대뜸 욕부터 갈기고 본다. 천천히 호텔로 향하면서 우지호의 엉덩이를 더듬었다. 술취한 사람 데리고 뭐 하는 짓인가 했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자존심에 스스로 못 굽히는 사람에게 주는 이런 식의 배려는 윈윈이다. 정하내... 썅노무 새, 끼... ... 내 등에 업혀서 왜 선생님 애인을 불러. 지후나, 내가... 그러케 별론가? 뭐래. 아직 일 년도 안 됐는데... 헤어진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어도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주절주절 다 풀린 발음으로 말수가 늘어서 하는 말이 그거밖에 없다면 말 다했지. ***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냥 술취한 사람 욕실에서 익사하도록 내버려 두기엔 내가 아직 어려서, 라는 변명을 하며 나체의 우지호를 적셨다. 적당한 온도에 마사지 서비스를 받는 듯한 노곤한 분위기. 제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몸이 씻겨지는 그런 진귀한 경험에 우지호의 몸은 점점 나른하게 늘어져갔다. 꾸벅꾸벅 감기는 눈은 비눗물이 들어가도 칭얼대기는 커녕 눈만 꼭 감고 아픔이 가시길 기다리기만 했다. 얌전한 애새끼가 따로 없었다. 차가운 샤워 부스 벽에 기대게 한 채 샤워기 수압을 적당히 조절하고 물을 우지호의 중심에 집중적으로 뿌렸다. 흐으... 아으, 지후나... 으응, 지금 제가 부른 이름이 누구의 이름이기는 알긴 한 건지 다리를 베베 꼬며 고개를 푹 숙이는데 귀가 발그레했다. 허리가 둥둥 뜨길래 아랫배를 눌러 벽에 바짝 붙이니 신음이 더 적나라하게 터진다. 물을 잠그고선 그 앞에 바짝 다가섰다. 하으, 응... 윽, 으아... 흐으... 우지호, 애인이랑 헤어졌어? 앞섬을 마주댄 채 허리를 돌리자 파르르 떨며 어깨를 잡아 온다. 눅진하게 비벼오는 아래에 달뜬 숨을 귓가에 내뱉으며, 아니라고, 헤어진 게 아니라고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변명한다. 허리를 타고 내려간 손가락 끝이 자연스레 벌어지는 남자에 길들여진 구멍을 파고 들었다. 발 끝을 살짝 들곤 한쪽 다리로 허리를 감는 과정이 미치도록 자연스러워서 한 번에 손가락 두 개를 집어 넣었다. 아흑, 으으, 살살 좀... 으아... 흣, 몸은 이미 잔뜩 벌어지고 녹아든 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 입으론 마치 처음인 듯 슬로우 다운을 요구한다. 끈적한 내부를 저으며 손가락을 늘렸다. 어깨를 감싼 긴 팔이 바들바들 떨린다. 목선을 더듬어 입술을 찾아든 두툼한 혀끝은 고민없이 바로 안으로 침투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매번 튕기기만 하던 그 우지호가 먼저 손을 드는 게 왜 이렇게 어이가 없던지. 능숙하게 키스를 하던 입술을 한 번 이로 짓이기고선 여전히 해롱거리는 우지호의 몸을 돌렸다. 스스로 벽을 짚고 내보인 등허리의 라인은 환상적이었다. 그 곡선의 끝을 양쪽으로 벌린 채 벌름거리는 구멍 주위로 페니스를 문지르자 애타는 신음으로 끙끙거린다. 으읏, 하으으... 응, 지후, 나아... 아으... 자꾸 허리를 들썩이는 탓에 페니스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게 죽을 맛이었다. 우지호는 생각보다 진국이었다. #우지호 햇살이 들어오지 않게 야무지게 쳐 둔 커튼과 온몸을 감깐 도는 찝찝한 느낌은 더러운 이불. 그 속에서 눈을 뜬 건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었다. ...아, 우지호 미쳤다. 정신이 들자마자 눈을 돌려 방 안을 살폈다. 필름은 끊기지 않았고, 몸은 기억을 증명하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찾아 열어본다. [지호야 우리 그만 할까] [선생님 자켓 안주머니에 돈 챙겨 뒀어요] 결국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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