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황형사님 집이다아-!”
겨우 신발을 벗은 여주는 비틀거리면서도 신이나는듯 집안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이 야심한 밤에 여자를, 그것도 여주를 집에 데려오다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처음 있는 일에 머리가 아찔했다.
술과 방, 여주. 그 모든 조건이 함께 공존하는 위험한 밤이었다.
비틀거리며 집을 돌아다니는 여주를 쇼파에 앉히고 그 동안 입을만한 옷을 찾기위해 옷장을 뒤졌다. 평소 옷스타일이 댄디한 편인 이유도 있고, 내가 밖에 나가는일이 대부분 일에 관한 일이라 깔끔한 옷들이 대부분이여서 여주가 입을만한 옷이라고는 나에게도 박시한 맨투맨 하나였다.
그렇게 맨투맨과 저번에 친누나가 두고간 반바지를 여주의 손에 들려주고 겨우 쇼파에 앉아 한숨 돌리면,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샤워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나의 공간에서 여주가 샤워를 하고 있다니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샘솟았다. 황민현, 니가 늑대새끼야? 미쳤어? 이상한 생각을 하지않으려 스스로를 욕해보고 뺨을 때려봐도 통하지않아 결국 집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려 샤워 소리를 막고 하나, 둘 청소를 시작하니 집중이 되어 꽤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곧 문을 열고 나오는 여주의 모습에 그 효과도 꽤 오래가지 못했다.
머리에 수건을 돌돌 감고 나온 여주는 이제 졸린듯 눈을 비볐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들어온건, 내 옷을 입고 있는 여주였다.
105사이즈를 입는 나에게도 박시한 스타일인 맨투맨이 몸이 작은 여주에게 들어가자 원피스로 변신해버렸고, 그에비해 짧고 작은 여자 반바지는 입은 티도 나지않게 맨투앤 안으로 숨어버렸다. 왜 하필 옷이 저런것 뿐인거야.
맨투맨 하나만 입은것처럼 보이는 여주의 모습에 눈을 감으려다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이 보여 다시 여주를 쇼파에 앉혔다.
드라이기를 가져와 여주의 뒤에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하면, 따뜻한 바람이 좋은듯 눈을 감고 편하게 있는 여주였다. 남자처럼 탈탈 털수도 없고, 처음 말려보는 여자머리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그냥 부드럽게 바람을 움직였다. 그리고 머리가 움직일 때 마다 샴푸향이 아찔하게 코끝을 스쳤다. 나에게서 늘 나던 향기가 여주에게서 난다는것 또한 기분이 이상했다.
혹시라도 감기가 걸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머리를 말리려니 꽤나 오랜시간이 걸렸고 여주는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여주야, 이제 자러 가자.”
조심스럽게 여주를 부르면 여주는 천천히 눈을 뜨며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보더니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업어주세요...”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않는 애기같은 모습으로 안아달라고 조르는 여주의 모습에 못이기는척 등을 보이며 앉았다. 그러자 목을 감싸안으며 업혀오는 여주였다. 방금 말린 머리에서 여전히 나의 샴푸향이 밀려왔다.
그렇게 여주를 업고 일어나서 방으로 향햐면, 샴푸향과 동시에 부드럽고 촉촉한 무언가가 따뜻하게 나의 볼에 날아들었다.
쪽-
“고마워요, 황형사님.”
뽀뽀...? 업고 걸어가던 발걸음이 그 자리에 멈추고,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뽀뽀라니... 볼이 터질것처럼 화끈거리고 그에 응답하듯 귀까지 붉어져왔다.
귓가에서 들려오는 너의 규칙적인 숨소리에 맞춰 보다 빠르게 심장이 뛰었다. 더 위험해지기 전에 빨리 너를 재우고 방을 나와야겠다.
아까 틀어놓은 전기장판에 따뜻해져있는 침대였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여주를 눕혔다. 부드러운 이불이 닿자 여주는 웃으며 편안하게 누웠다.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조금 정리해주다 침대에 걸터앉아 아기같이 잠든 여주를 바라보았다.
하얀피부, 긴 속눈썹, 붉게 물든 입술까지. 어디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앉아있으면 굿나잇뽀뽀라도 할것같은 느낌에 이내 조심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탁-
“황형사님, 어디가요?”
“쇼파에서 자려구. 괜찮아, 밖에 있을게.”
일어남과 동시에 자는줄 알았던 여주는 빠르게 내손을 잡았고 밖에서 잔다는 나의 말에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없이 제 옆의 자리를 손으로 팡팡 두드렸다.
자꾸 힘을 주어 잡아당기는 너의 모습에 내 눈빛이 수없이 흔들렸다. 그래, 재우기만 하자. 재워만 주고 나가자.
옆으로 몸을 틀어 침대에 눕자, 여주는 기다렸다는듯 품에 안겨왔다. 그와 동시에 또 심장이 멎을듯 뛰면서 숨이 막혔다. 내 심장소리에 여주가 잠을 못자면 어떡하지 싶었지만, 그보다 걱정인건 아늑하게 풍겨오는 바디워시향과 샴푸향이었다. 내가 쓰던 바디워시, 샴푸가 이리도 매혹적인 향이였던가.
애써 고개를 내저으며 여주의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였다. 있는 힘을 주어 너를 꽉 안아보고 싶기도 하고, 너의 작은 얼굴 모든곳에 내 입술도장을 남기고 싶기도 했다. 내안의 작은 욕망들이 하나 둘 모여 끓어넘쳤다. 황민현 네가 늑대새끼도 아니고, 취한 여주 데리고 이러지말자, 진짜.
속으로 끝없이 외치면 품에 안겨있던 여주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목이 아프지않을까, 팔을 베개처럼 받쳐주면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빤히- 나를 바라보는 여주였다.
“사랑해요.”
“그런말은 내가 먼저 하는거야. 사랑해, 여주야.”
“그럼 이건 먼저해도 돼요?”
“어떤거?”
쪽-
눈을 보며 건네는 사랑해라는 말에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다음으로는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춰오는 여주였다. 그 행동에 쓰다듬던 손길이 멈추고 심장이 멈출것 같았다. 아무래도 오늘 심장이 남아나지않음이 분명했다.
“헤- 되게 설렌다.”
“너무 설레니까, 하지마.”
“왜요? 그럼 좋은거잖아요.”
“안돼, 네가 위험해서 그래.”
“왜 위험하지? 하나도 모르겠네-“
지금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나를 놀리는듯 웃으며 일부로 더 입을 맞춰오는 여주의 행동에 내가 한계치에 다달랐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침대에서 일어나려하면 나를 잡고 “알았어요. 안할테니까 가지마세요.” 라고 말하는 여주였다. 그 말에 속아 다시 누우면 또 ##입을 맞추는 여주였고 내가 가려하면 다시 나를 잡는 행동의 반복이었다.
“김여주, 너 진짜 위험해.”
경찰서 안에서만 사용하던 눈빛을 보이며 경고를 보내면 여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헤- 그렇게 쳐다보니까 또 멋있다.” 하며 입을 맞춰왔다.
멈출줄 모르는 여주의 뽀뽀세례에 결국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분명 위험하다고 했어.”
방안에는 어느새 뜨거운 숨결이 가득찼고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만큼이나 우리의 입맞춤은 깊고 진했다. 여주는 나를 피하지않고 더 깊이 받아드렸고 그에 더 미친듯 이성을 잃고 너를 탐하다 나의 목을 끌어안는 손길에 이성이 돌아왔다.
마음은 끓어오르지만 다시 돌아온 이성이 이건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소중한 너를 아껴주고 지켜주기만해도 모자를 판에 이성을 잃고 결국 늑대가 되어 너에게 달려드는 꼴이라니. 내자신이 너무 한심해 자리에 앉아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기면, 다른 한손을 부드럽게 잡아오는 네 손길이 있었다.
그런 여주를 바라보면 다시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고 하는 너였고 결국 다시 누워 너를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규칙적인 나의 토닥임에 이내 여주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왔고 나의 눈도 스르륵 감겼다.
깊게 익어가는 새벽만큼, 우리의 사랑도 깊게 익어갔다.
***
이 황금같은 공휴일에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며 출근명령을 받은것도 억울한데, 것 보다 더 중요한건 자꾸만 생생하게 떠오르는 어젯밤의 기억때문에 황형사님과 한마디 대화는 커녕 눈빛도 주고받지 못했다.
서로가 눈을 피하기 바빴고, 실수로 마주쳤다싶으면 누가 먼저라할것 없이 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황형사님께 보고해야할 서류가 있으면 몸이 안좋다는 핑계를 써가며 성우에게 대신 부탁을 하기도했다.
하지만 이런 당직에는 중국집 음식으로 점심을 먹어야한다는 형사님들의 공통된 주장에 결국 한데 모여앉아 짜장면을 손에 쥐었다.
막내인 내가 다른 그릇들의 비닐껍질을 벗기고 그제서야 수저를 들면, 황형사님은 내 앞에 잘 비벼진 짜장면 한그릇을 내밀었다. 황형사님의 스윗한 매너와 빨개진 귀를 보자 어느새 어색했던 마음보다 또 두근대는 마음이 차올랐다.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기위해 입에 짜장면을 마구마구 쑤셔넣으면, 또 어디선가 휴지를 가져와 나의 옆에 조심스럽게 놓아주시는 황형사님이셨다. 먼저 우리의 어색함을 풀려는 황형사님의 노력이 너무 예뻐 황형사님을 바라보면 마찬가지로 나를 바라보시던 황형사님이 먼저 미소를 보이셨다. 그렇게 황형사님의 달달한 미소가 우리의 어색함마저도 녹여버렸다.
“여주야, 너 소개팅해라.”
“네?”
‘소개팅 할래?’도 아니고 ‘소개팅 해라’ 라니..?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이 먼저 나왔고, 뜬금없는 하형사님의 말에 놀란건 나뿐만이 아닌듯, 모두 고개를 들고 하형사님을 바라보았다.
“나랑 친한친구인데, 여기 옆에 파출소에 근무중이야. 저번에 우리 팀 사진 보더니, 네가 완전 자기 스타일이라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니까.”
“제가 소개받고 이런걸 불편해해서..”
“얘가 워낙 유머러스해서 그런 걱정 안해도 돼. 봐봐, 얼굴도 괜찮지않냐? 키는 180 조금 안되는데 워낙 비율이 좋아. 성격도 진짜 착해.”
젓가락까지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사진까지 보여주시며 설명을 시작하시는 하형사님이셨다. 물론 그 사진속 남자는 제대로 쳐다도보지 않았지만 자꾸만 얼굴이 이정도면 잘생긴거 아니냐는 하형사님의 질문에 그냥 아,네... 하고 대답을 넘겼다.
한번 꽂히시면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성격이신 하형사님은 계속해서 내 번호를 넘겨줄것처럼 추진하셨고 결국 윤형사님이 “애 부담스럽겠다, 시간을 줘!” 하고 말려주신 덕분에 소개팅을 막을 수 있었다. 물론 잠시 멈춘것 뿐이지만.
남은 점심시간동안 하형사님도 피할겸 탕비실에 쌓여있는 컵들을 설거지하며 시간을 보내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황형사님이 보였다.
어제, 오늘 하루종일 봤음에도 볼때마다 사람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황형사님의 모습에 급하게 고무장갑을 벗어놓고 황형사님께 향하면, 그런 나와 다르게 무언가 할말이 있는듯 그 자리에 서서 쭈뻣거리시는 황형사님이셨다. 그러다 이내 결심하신듯 내 한손을 잡고는 비장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 남자 몇번 봤는데, 착하신건 맞아. 근데, 내가 더 짬 높아.”
“네?”
“나는 181cm고...나도 착해. 그리고.... 내가 더 잘생겼을껄..?”
다짜고짜 자기 어필을 하는 황형사님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눈빛이 흔들리면서도 마지막으로 자신이 더 잘생겼다고 어필하는 모습에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어 고개를 숙여 웃으면 그 짧은 틈 마저도 나와 눈을 맞추려는 황형사님이셨다.
“소개팅 할꺼야?”
이 귀여운 질문에 굳이 답을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황형사님의 품에 안기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질투하는 모습마저도 이렇게 귀여우면 이남자의 단점을 무엇일까.
하지만 그런 내 마음과 다르게 나의 입에서 소개팅을 하지않는다는 말이 듣고싶은건지 황형사님은 계속해서 소개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도 소개팅 해봐서 아는데, 그거 되게 어색하고 재미도 없어.”
“소개팅을 하셨습니까?!”
“아, 그게...”
포근한 황형사님의 품에 안겨있다 뜻하지 않은 소리에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말에 더 당황한듯한 황형사님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셨고 나는 “소.개.팅?” 이라고 한글자 한글자 힘을 줘가며 이야기했다. 점점 더 울상으로 변해가는 황형사님의 품안에서 벗어나 탕비실안의 작은 테이블에 앉으면 급하게 따라와 나의 맞은편에 앉는 황형사님이셨다.
“소개팅을 했어. 했는데, 선배님들이 워낙 억지로 시키셔서....”
“저도 하형사님이 지금 되게 억지로 시키고있는것 같은데, 선배님이 시키시니까 저도 뭐 나가야겠습니다.”
본인이 본인 스스로 소개팅을 했다고 말해버린 상황에 황형사님은 더 강하게 나를 잡지 못했고 나는 먼저 탕비실 밖으로 나왔다. 황형사님도 곧바로 나를 따라 나왔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홀로 내 주위를 맴돌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휴대폰에는 황형사님과 똑닮은 토키 이모티콘이 울상을 지으며 ‘소개팅할꺼야?’ 라고 물어오고 있었다.
***
“전부 회의실로 집합할게요.”
애초에 오늘같은 공휴일에도 전체인원이 당직을 하게된 이유는 조직내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그 피해자의 손톱사이에서 같은 조직원의 살점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그 조직원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협조요청 마감일인 오늘도 그는 서에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하게 예상했던 일이기에 우리는 위쪽의 명령을 기다렸고 곧이어 계장님과 황형사님, 2팀 반장님이 함께 들어오셨다.
“영장이 발령났다. 모두들 10분내로 무장해서 지원 특공대팀과 함께 조직안으로 들어간다. 실시!”
각자 경찰봉을 허리벨트에 빠르게 채우고, 주머니에는 권총까지 단단히 꽂아넣었다. 그리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무전기까지 착용하면 모두가 준비를 끝내고 회의실 앞으로 모였다.
좀전의 그 귀여운 모습은 어딜가고 포스를 한가득 담은 황형사님이 제법 매서운 눈빛으로 입을 여셨다.
“겉보기에는 그냥 모직공장인 이곳이 놈들의 본거지 입니다. 최근에 인원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세력을 키워온 놈들이고 또 조직내 높은 직위에 있는 용의자인만큼 격한 반항이 예상됩니다.
맞서는 놈들은 공무집행방해로 처리하시고, 용의자를 잡는게 우리의 1순위 입니다. “
포스있는 황형사님의 말을 시작으로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여 대기되어있는 차량으로 향했다. 밖에 버스 한대가 서있고 그 안에 특공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는것을 보니 그제야 심각한 사건임이 피부로 느껴졌다.
“여주야.”
“네!”
“이 사건, 너는 지원담당하면 안될까? 조직안으로 들어간다는거 위험한 일이야. 게다가 놈들은 최근에 살인까지,”
“황형사님. 제가 출동 한,두번 합니까? 걱정해주시는건 감사하지만 일에서는 공적이고 싶습니다.”
“사적인 감정을 떠나서 이번엔 너무 위험하고 넌 여자....하, 알겠어. 대신 무조건 내옆에 있어, 약속해.”
황형사님이 내미신 손에 새끼손가락을 조심스럽게 걸어보이며 웃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걱정받는다는 사실이 든든하게 느껴질때도 있다는걸 느꼈다. 그게 강력반안에서 일어나는 일 일지라도.
여자이기때문에. 같은 이유로 나를 싫어하셨던 황형사님이 같은 이유로 나를 걱정하신다는것도, 그만큼 우리가 달라졌다는것도 웃음이 나기엔 충분했다.
많아진 출동인원덕분에 성우와 나는 자동적으로 간이의자에 자리했다. 그래도 나를 배려하겠다고 그나마 편한 맨 뒤쪽 간이의자에 나를 앉힌 성우는 덩치큰 형사님들 틈에서 홀로 비좁게 구겨지듯 앉아있었다.
조직들의 본거지와 가까워질수록 차는 더더욱 덜컹거렸고 저번에 다니엘과 도망쳤던 그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차가 멈추었다.
밖에 나와 담배를 피던 두 남자는 연달아 멈춰서는 차를 보고 이상함을 느끼다 뒤에 커다란 경찰버스가 멈춰서자 이상함을 확신한듯 담배를 던지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잡아!!!”
조수석에서 가장 먼저 달려나간 2팀의 반장님을 선두로 모두가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자, 최현석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하라는 영장이다. 지금 부터 맞서는 놈들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리하고 안봐준다.”
따라 들어간 공장 안에는 먼저 큰 소시로 영장을 보여주며 외치고 계시는 2팀 반장님이 계셨다. 하지만 반장님도, 다른 형사님들도 그 말이 먹히지 않을거라는걸 아셨는지 곧바로 다가오는 남자들에게도 당황하시지 않았다.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쇠파이프를 손에 들고 휘두르는 남자들이었고, 그에 맞서 형사님들은 쇠파이프를 피하며 싸우고 계셨다.
1:1 힘싸움에는 밀릴지몰라도 이곳에서 일하며 어느정도 몸에 익힌 싸움으로 나 또한 그들에게 맞섰다. 하지만 영화보다는 리얼하게 눈앞에 있는 모든 사물을 이것저것 던져가며 하는 싸움에 날아오는 물건을 잠시 피하면 어느새 내앞에 황형사님이 계셨다.
“괜찮아?”
“그럼요.”
이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나를 찾아온 황형사님은 곧이어 나의 손을 잡고 안전한 곳으로 가려하시는것 같았다. 그렇게 앞장서는 황형사님을 따라가면 황형사님 옆쪽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오는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계시는 황형사님은 다가오는 남자를 인지하지 못하셨고 결국 내가 먼저 황형사님의 손을 높고 온 힘을 다해 남자를 발로 차버렸다.
그 남자도 황형사님 뒤에 있는 나를 보지 못한건지 갑작스러운 발길질에 힘없이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중심을 잃으며 자신이 올라온 계단으로 고꾸라졌다. 나도 나 하나쯤 지킬 힘이 있다는걸 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좋은 찬스였던것 같아서 뿌듯하게 황형사님을 바라봤다.
어느덧 이 안은 난장판이 되어갔고 그 상황을 정리하겠다는듯 특공대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많은 인원에 조직원들이 슬금 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나 싶던 그때, 복층 형태의 건물을 이용해 윗층에서 놈들이 소주병에 불을 붙여 던져대기 시작했다.
“미친놈들이!!”
이렇게까지 나올줄은 몰랐었던터라 모두가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고 황형사님은 혹시 나에게 유리가 튀지않을까 경계하며 내 앞을 막아스셨다.
듬직하게도 앞을 막아선 황형사님덕에 시야가 하나도 보이지않아서 옆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면 2층에서 빠져나와 옆 계단을 타고 도망가는 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언틋보이는 얼굴에도 이 조직의 보스과 윗쪽 서열에 있는 사람들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들의 도망을 돕는 여러 사람들중에 우리가 찾는 최현석의 모습도 보였다.
“황형사님. 최현석, 저기 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까치발을 들고 황형사님의 귀에다 대고 직접 이야기를 하면, 빠르게 눈으로 최현석을 찾아내는 황형사님이셨다. 그리고 곧바로 보스와 최현석이 나간 문으로 달려가셨다. 놈들이 위에서 던져대는 불에도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그들의 뒤를 쫒는 황형사님을 나도 따라 쫒았다.
아슬아슬하게 병들을 피하며 그들이 나간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 어느새 준비해둔 차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5명의 남자들이 보였다.
탕-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로 먼저 공포탄을 한발 쏴 그들의 발길을 멈추게한 황형사님이 있었다.
“손 머리위로 들고 차에서 떨어져.”
처음에 망설이던 그들은 황형사님이 점점 겨누어오는 총구에 손을 머리위로 들어보였다.
“앉아.”
황형사님의 매서운 눈빛에 그들은 반항한번 하지못하고 천천히 황형사님이 가리킨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앉으라고 했어.”
그들을 제압하는데 너무 신경을 쏟았을까 황형사님은 미처 건물의 벽과 쌓인 짐들 틈에 숨어있는 남자들 발견하지 못했고 그 남자는 살기가득한 눈을 번쩍이며 황형사님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남자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들려있었다.
“황형사님!!!!”
***
흙먼지가 가득한 바닥에 새빨간 피가 툭- 떨어졌다. 그리고 그 피를 시작으로 제법 많은 피들이 연이어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뒤를 전혀 보지못한 민현은 뒤에서 달려드는 여주에 의해 힘없이 밀려났고, 빠른속도로 날아든 칼은 여주의 배에 꽂혔다.
엄청난 고통에 여주는 곧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옅은 신음과 함께 피가 새어나오는 배를 감싸쥐었다. 놀란 민현은 차를 타고 도망가려는 놈들을 잡을 생각도 하지못하고 여주에게 달려갔다.
덜덜 떨리는 손이 여주의 배로 향했고 자꾸만 새어나오는 피를 억지로라도 막아보려 애썼다. 민현의 손 또한 여주의 피로 물들어 갔다.
공포탄 소리를 듣고 따라 달려나온 형사들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곧바로 구급대를 불렀다. 하지만 피를 많이 흘린 여주의 귀에는 “구급차 불렀으니까 조금만 버텨.” 라는 다른 사람의 말들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더 아픈것마냥 온몸을 덜덜 떨며 어찌할줄 모르는 민현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
본인 스스로 태어나서 한번도 울어본적 없다던 민현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그 눈물은 여주의 얼굴에 투둑 떨어졌다.
아찔해져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있는 여주가 민현의 손을 맞잡고 억지로 웃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쉽게.. 소개팅은 못나갈것 같습니다..."
그리고 맞잡고 있던 하얀 손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더보기+독쨔님들께 드리는 질문! |
휴, 가장 중요한 두 짤이 재생이 안되서 혼자 식은땀좀 흘렸네요 ㅎㅎ 미녀니집. 많은걸 하고 싶었던(?) 작가이지만, 순수한 미녀니의 컨셉을 조금 더 지켜주고 싶고....(짤릴까봐 무서워서) 그런 저런 이유로 저기서 끊었네요 ㅎㅎ 그렇게 독쨔님들이 여주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건만 또 말을 듣지않는 작가 ㅠㅠ 궁디팡팡 해주세요 ㅠㅠ 참! 이번편에서는 다른 편들보다 짤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저는 주로 상황설명대신 짤을 사용하거나 적절한 짤을 사용하려고 하는편인데 오늘은 그냥 짤을 좀 많이 넣어봤어요! 근데 짤이 혹시 내용전개에 흐름을 끊거나 집중에 방해가 되지않을까 싶은 걱정이 되는데 독쨔님들은 어떠신가요? 그냥 평소처럼 짤을 사용하는게 좋을까요, 뭐든 많이가 좋을까요? 독쨔님들의 의견 댓글로 많이 알려주세요 ㅎㅎ 그리고 제가 댓글로 독쨔님들이 바라는 부분을 읽을 때가 있는데, 지금 까지 독쨔님들 아이디어는 1. 다니엘도 형사면 좋겠다! : 여주랑 술마실 때 다녜리가 잠깐 이야기했었죠. 사실 이부분은 고민중이라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절반 정도는 아이디어를 얻어서 다녜리가 형사들과 함께 일할 때가 있어요(스포><) 2. 회식장소에서 여주가 취해서 미녀니한테 애교부리면 좋겠다! : 회식부분은 많이 안나왔지만, 대신 미녀니집이 나왔죠! 3. 질투하는 황미년! : 이건 뭐 많이 나왔죠 ㅎㅎ 이렇게가 있는데요. 저는 제가 그리는 스토리 전개의 내용에서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독쨔님들의 의견을 적극반영하는게 너무 좋아요 ㅎㅎ 사실... 제가 생각해놓은 스토리가 점점 떨어져가기도 하구요 ㅠㅠ 그래서 독쨔님들이 댓글로 아이디어 주시면 제가 잘 반영해볼까..합니다..!!!ㅎㅎㅎㅎ 오늘따라 우리 독쨔님들에게 바라는 점, 알려달라는 내용이 참 많네요. 그만큼 우리 독쨔님들이 너무 좋은 작가랍니다!! 몇일 따뜻한것 같았던 날씨가 다시 추워졌어요. 우리 독쨔님들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사랑합니다 ♥ ❤️소중한암호닉❤️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굥뷰죰햬][홈런볼] [콩너블][코난][포도][퍼플] [얼음][몰랑몰랑][두부햄찌][우리원부인] [CR][슈퍼파워황제][뱃살공주][블루황] [리본][톨비][도리][곱대][머스크] [1232][홀롤로][황형사의향수][녜리요정] [황꽃][황배박하][쥬니랍][지망] [수다링] [전지적여우시점][만두만두][마니] [짱요][비누냄새][ㅇㅇㅈ][쿱] [사용불가][줄리][안눙눙][둥둥] [샤프] [feat.][배배][비회원] [즈쿠][나나나][다니][너끼돈] [옹성우][#0809][토마토마조아][박참새짹] [버드][뷔밀병기]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
+독쨔님들 ㅋㅋㅋㅋ 저 글올린지 10분 됬는데... 10분만에 초록글로 만들어주시면 어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