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들려드리는 시점입니다.)
어느덧 강력 1팀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지도 3일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사건에 눈앞에서 최현석과 그 조직의 보스들을 놓쳤고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조직원들만 왕창 잡아다 며칠간 취조와 조사를 반복했다.
그중에서도 몇명은 조직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입을 열었고 그 내용을 토대로 분석하자면,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조직을 나가겠다 했고 조직을 나갈 수 있는 조건은 10 :1정도되는 불리한 싸움에서 이겨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또한 그냥 보기좋은 허울일뿐 운좋게 싸움에서 이긴다해도 결국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렇게 그 피해자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현석은 아직 조직에 들어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조직원이지만 윗사람들에게 잘 보인 덕에 빠르게 윗서열까지 올라갔고 그 피해자가 죽음을 당하는 날에도 그 현장에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의 팔을 잡고 있었을 뿐, 실제 칼을 쓴 놈은 따로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여기까지는 쉽게 대답을 했는데 그 칼을 쓴 놈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팀원들은 며칠을 사무실과 숙직실만을 왔다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가물가물했다. 경찰서 안 유치장에 바글바글하게 있는 조직원들을 관리하고 조사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강력 1팀, 잠시 집합하겠습니다.
간단하게만 이야기할게요. 여주 수술은 어제 끝났고 오늘 회복실로 이동했는데 아직까지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왼쪽 배 부분이 4cm 정도 찢어졌고 다행히 안에 장기손상은 없답니다. 과다출혈 상태라 의식을 찾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하니까 여주 일어나기 전까지 저 바글바글한 새끼들 조사 다 끝냅시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이틀밤은 샌거같으니까 오늘 밤은 다들 숙직질에서라도 눈좀 붙입시다."
"네-"
좀 전 까지만해도 홀로 방에 틀어박혀 금방이라도 무너질것 같은 표정으로 전화통화를 하던 민현이 팀원들에게는 제법 덤덤하게 여주의 상태를 전달했다.
반장님이 돌아오시는 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민현은 굉장히 지쳐보였다. 공허하게 비어있는 여주의 자리를 대신해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는 팀원들을 겨우 숙직실로 들여보내고 혼자 사무실에 남은 민현이 그제서야 사무실에 불을 껐다.
불을 끄자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져있는 하트모양의 야광스티커가 제법 밝은 빛을 내며 영롱하게 반짝였다. 매일 밤늦게까지 남아 서류작업을 하는 자신을 위해 여주가 귀엽게 붙여놓은 야광스티커였다.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보던 민현이 자리에 앉아 마른 세수를 시작했다.
그러다 책상에 팔을 괴며 큰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민현은 한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그 어둠속에서 민현의 손이 아무도 볼 수 없을 만큼 떨려왔다.
그 떨림을 시작으로 새어나오는 울음을 참는듯한 불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물론 강력반 형사들이 칼에 찔리는 일은 제법 흔한 일이었다. 자신또한 팔뚝에 반뼘 정도되는 흉터가 자리잡고 있고 그런 흉터를 이곳에서는 훈장이라 불렀다. 하지만 여주는 달랐다. 상처가 날곳도 없는 그 작은몸에 매번 상처를 달고 다는 여주였고, 그 만큼이나 몸을 사리지 않아서 매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뒤를 살피지 않은 바보같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내가 그 칼에 찔렸어야 했고 그게 더 맞는 일이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날려 나를 보호한 여주가 바보같으면서도 너무 보고싶었다. 추격하는 과정에서 동료가 부상을 당해도 끝까지 범인을 쫒아 잡아냈던 민현인데, 그래서 독종이라는 소리를 듣고사는 자신인데 눈앞에서 여주가 피를 흘리는 순간 자신이 경찰임을, 눈앞에서 범인이 도망가고 있음을 하나도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여주가 다쳤는데 그딴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다만, 현재 자신은 반장님의 자리를 대신해 팀을 지휘해야하고 이끌어야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억눌러왔던 감정이 그제야 밀려들어왔다. 당장 이순간에도 병원으로 달려가 여주의 곁을 지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이, 슬픔에 잠긴 팀원들이 무너지는걸 막기위해 슬픔을 보여선 안되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결국 민현의 울음소리는 조용한 사무실을 지나 살짝 열린 문밖으로도 새어나왔다.
물론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여주가 실려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고, 슬픈것은 민현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다 밖으로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를 들은 성운은 민현이 세상이 무너진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며칠간 일에만 미친듯이 몰두하는 이유도, 저렇게 혼자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이유도 다 알았기에 조용히 사무실 문을 닫아주고 그 문에 기대어 자신도 조용히 슬픔을 달랬다.
물론 저- 멀리에 있는 반장님은 소식을 듣고 수업중간에 밖으로 뛰쳐나가다 조교들에 의해 겨우 진정을 당한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
(민현)
유치장을 가득 채우던 놈들은 모두 한 버스를 타고 검찰청으로 이동했다. 여주의 배를 찌른 놈은 그자리에서 달아나 잡을 수 없었지만 나머지 경찰의 손에 끌려온 조직원들은 모두 공무집행방해죄, 상해죄 등을 적용해 재판을 받게 될것이었다.
그들에게서 알아낸 정보로 다음 조사방향을 잡기위해 회의를 진행해야 했지만, 며칠간 밤낮없이 서에서 시간을 보낸 형사들을 위해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3시간 정도의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숙직실로 향했다. 그런 그들을 보다 빠르게 서류정리를 마치고 곧바로 차에 올랐다.
재환이를 통해 틈틈이 여주의 상황을 보고받은 내용이 사실이었는지 회복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진 여주는 알코올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간의의자를 꺼내 여주의 옆에 앉기가 무섭게 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며 재환이 특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재환이와 안부인사를 주고받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자신이 커피를 산다는 재환이의 주장에 이끌려 결국 지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내 생각엔, 누워있는 여주보다 형 얼굴이 더 안좋아보여.”
“..........”
“형 몸도 좀 챙기라고.”
여주의 옆에라도 있어야 마음이 편할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표정으로 드러났을까, 자몽에이드에 가득한 얼음만을 뒤적거리다 재환이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아까 수술전에 옹이던가? 되게 특이한 성 가진 사람이 안절부절 못하면서 수술실 앞까지 따라들어오더라? 전화기는 계속 울리는데 수술실 앞에 있길래 내가 수술끝나려면 3,4시간은 걸린다고 가라고 했어.”
“아, 성우말하는구나.”
“암튼, 그 사람 표정도 되게 장난아니던데 형 긴장해야되는거 아니야?”
내가 긴장해야할 사람이 성우 한명뿐이겠냐. 사방이 온통 남자다, 남자.
“와- 김여주 이야기 하니까 이제야 표정이 풀리네. 너무 걱정하지마, 상처도 많이 안깊고 그냥 피를 많이 흘려서 그래. 저번에도 걔 회복속도 보니까 금방 낫더라, 젊어서 그런가.”
편안한 대화가 시작된것도 얼마 못가 재환이의 휴대폰이 울려댔다. 경찰만큼이나 할짓이 아닌 의사라는걸 다시 한번 더 느끼며 급히 재환이를 올려보냈다.
총총거리며 뛰어가면서도 해맑게 손을 흔드는 저 모습을 하얀 가운아니면 누가 의사로 보련지, 그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흘리며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여주 시점
아주 길고 긴 어둠이 한참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그리고 그 적막한 어둠을 뚫고 둔탁한 소리가 들려옴과 함께 어두운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누나, 도망가요!!!!”
점점 몰려오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의 모습에 다니엘은 나에게 도망을 가라 외쳤다. 그리고 내 대답도 듣지않고 나를 저 멀리 밀쳐낸 뒤 우리를 쫒는 남자들을 홀로 상대해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다니엘이라도 저 남자들을 혼자 상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결국 주머니에 든 총을 꺼내들었다.
“다 움직이지마.”
모두가 검은 총을 보고 뒤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벽에 기대어 서있던 한 남자는 오히려 주머니에 꽂았던 손을 빼며 눈을 반짝였다.
“저 총이다, 잡아.”
순식간에 몰려드는 남자들에게 제압을 당했고 나를 제압하려는 남자들을 다니엘이 상대했다.
탕-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다니엘이 동작을 멈추고 힘없이 쓰러졌다. 초점을 잃어버린 다니엘의 눈빛과 함께 가슴에서 빨간피가 새어나왔다. 총알을 정확히 다니엘의 심장을 관통했다.
총을 쏜 남자는 웃으며 총의 탄창을 분리했다. 그러자 탄창안에서 하얀가루들이 가득 담긴 봉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만족스러운듯 그 가루가 든 봉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여자가 이런걸 들고 있으면 위험하지. 그러게 도망가라고 했을 때 갔으면, 쟤도 정신잃는걸로 끝났을텐데 너때문에 죽어버렸잖아.”
말을 끝낸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유유히 이곳을 빠져나갔고 그곳엔 피를 흘린채 차갑게 누워있는 다니엘만이 남아있었다.
빠르게 눈이 떠짐과 동시에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너무나도 끔찍한 꿈에 가쁜 숨을 몰아내쉬며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
배에서 느껴지는 찢어지는듯한 고통에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소리에 간이의자에 앉아 내 손을 잡고 침대에 엎드려 있던 황형사님이 눈을 떴다.
“여주야, 괜찮아? 정신이 들어?”
내가 칼에 찔렸다는 사실, 병원에 누워있다는 사실, 그런 사실 보다 방금 꿈에서 다니엘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거친 호흡과 함께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황형사님이 조심스럽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셨다. 그제야 꿈에서 조금 벗어나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제법 푸석해진 피부와 피곤 가득한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는 황형사님이 눈에 보였다.
걱정가득한 눈을 하고있으면서도 먼저 어떤말도 꺼내지 못하고 애꿎은 입술만 깨무는 황형사님이셨다. 겁도 없이 황형사님을 대신에 뛰어들었는데, 그 모습을 본 황형사님은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하고 미안해했을까. 잠깐 마주친 눈빛만으로도 황형사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곧 황형사님은 호출버튼을 누르셨고 간호사와 함께 재환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재환쌤이 들어옴에도 내손을 따뜻하게 잡고있는 황형사님이셨고 재환쌤도 맞잡고 있는 우리의 손을 보며 따뜻하게 웃으셨다.
“아, 김여주. 내가 분명 다시 보지말자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냐?”
“큼-“
재환쌤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오히려 황혀사님이 갑자기 기침을 하며 재환쌤을 째려보셨다. 그러자 재환쌤은 차트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특유의 “으흐흥” 소리로 웃어보이셨다.
“너 16바늘이나 꿰맸어. 그거 배에 흉터 남는다, 너.”
“........ 요즘은 흉터안남게 꿰매고 이런거 없어요...?”
“흉터치료를 따로해야돼. 비키니도 못입고, 시집도 못가면 어쩔래?”
“......그럼 뭐, 황형사님이 데려가주시지 않을까요?”
나의 말에 2초간 정적이 가득했다 또 한번 특유의 웃음소리로 재환쌤이 웃어보였다.
“나라면 널 데려갈바에 그냥 내가 칼에 찔린다.”
재환쌤의 말에 나는 상처받은척 끝없이 투닥거렸고 결국 간호사와 황형사님이 나서서야 우리의 장난아닌 장난은 끝이났다. 하지만 역시 재환쌤 특유의 매력으로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 안정된 느낌이었다.
“황형사님, 언제부터 계셨습니까?”
“두시간 정도?”
“저 이제 괜찮습니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가서 좀 쉬세요.”
“한시간 있다가 복귀해야해. 그 때 까지만 있을게.”
또 이렇게 병원신세를 질줄이야, 그래도 눈을 뜨자마자 보인 얼굴이 황형사님이라서 얼마나 안심이었는지. 그 꿈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황형사님과의 한시간이라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
.
.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십시오.”
딱봐도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훤히 보이는 황형사님이 걱정되어 이야기를 하다 결국은 이제 자책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몇번이고 황형사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맟고, 이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에도 황형사님은 말없이 웃어보이기만 하셨다. 끝까지 알겠다는 대답은 안하면서도 처음보다는 많이 괜찮아진듯한 표정에 이제야 내 마음도 조금 풀렸다.
황형사님의 따뜻한 손길과 새로 바꿔 끼운 링거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져왔다. 그래도 황형사님을 눈에 담으려 애써 눈을 치켜뜨면 화장실을 가느라 자리를 비우시는 황형사님 이셨고 결국 황형사님의 빈자리만 바라보다 스르르 잠에 다시 빠져들었다.
건조한 병실내에,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가습기만 위잉-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가습기 만큼이나 규칙적인 숨을 내뱉는 여주거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절대안정’에서 ‘금식’ 으로 바뀌어버린 침대 팻말 옆 간이의자에 앉은 민현은 생각에 잠긴듯한 눈빛으로 여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눈빛은 점점 슬픔에 찬 눈빛으로 바뀌어갔다.
한숨만 가득 내쉬던 민현은 부드럽게 여주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다 이내 천천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와는 상반되게 민현의 눈에서는 눈물이 툭- 하고 흘러내렸다.
***
병원에서 편하게 놀고 먹었을까, 어느새 뒤룩뒤룩 쪄오른 뱃살과 함께 2주라는 시간이 흘렀고 배에 실밥까지 빠르게 제거했다.
쉬는동안 못봤던 드라마, 영화를 몰아보는건 기본이고 금식이 풀리자마자 매끼 뭐를 배달시켜먹을까가 나의 행복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심심할 땐 성우를 불러서 놀기. 병원에서의 생활은 특별휴가처럼 즐겁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답답했던게 있었다면, 그 꿈을 꾸고 난 다음날부터 다니엘과 연락이 되질 않았다. 다니엘도 평소처럼 같은 꿈을 꾸었다면 무섭지만 그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싶고, 그 미래를 바꾸고 싶은데 도통 연락이 되질 않았다. 혹시 내가 또 입원한걸 알면 달려올까 싶어 인증샷까지 찍어보내봐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리고 또 감감 무소식이 사람이 한명 더 있었는데 바로 첫날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않는 황형사님이셨다. 여러번이나 병문안을 온 다른 형사님들에 비해 그날이 마지막이었고, 성우를 포함한 윤형사님, 하형사님도 황형사님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서운하면서도 화가 나는건 내가 전화하고 연락을 해도 바쁘다는 대답만으로 일관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이런 상처까지 몸에 새기면서 구해냈는데, 이제 뭐 사랑이 식었나? 아니면 내 사랑이 부담스럽다거나 뭐 그런건가?
나쁜 생각을 하기 싫은데 자꾸만 나쁜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에 오랜만의 출근임에도 설레임보다는 빨리 황형사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의 출근에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안부인사를 지나 내 자리에 겨우겨우 도착해 어색해져버린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의 책상에 희정씨가 준 장갑을 바라보면 그 뒤로 쌓여있던 수많은 파일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사라져있는 서류 파일들과 책상의 오른쪽엔 못본 서류파일 3개가 쌓여져있었다.
“잠깐 얘기좀 하자.”
황형사님은 아무도 없는 경찰서 옥상의 하늘공원으로 나를 불러 내 놓고 몇분동안이나 아무말도 없으셨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동안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바빴어, 많이.”
“혼자만 유독 전화할 시간도 없을만큼 바쁘셨나 봅니다.”
“........ 내가 시간내서 너랑 전화하고 그럴 사이는 아니잖아.”
생각지도 못한 말에 심장이 쿵- 떨어져 내렸다. 웃음기 하나 없는 황형사님의 표정이 유독 더 차갑게 시렸다. 나쁜 상상으로만 여겼던 일이 실제가 되는 순간 바보같이 눈물이 먼저 차올랐다. 그 앞에서 연약한 여자로 보이기 싫어 애써 고개를 숙여 눈물을 감췄다.
“필요없으니까 강력반에서 나가.”
푹 숙여져있던 고개가 익숙한 대사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 눈빛, 대사, 말투까지도 너무 오래전이라 잊고 있었던 그 꿈 그대로 였다. 늘 달달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던 황형사님의 눈에서 차가운 시선이 나를 훑었다.
“나는 너같은 여자 안좋아해. 추천 넣어줄테니까 교통부 이런데로 가.”
“....... 대단히 착각 하시나본데요, 저 황형사님 때문에 강력반에 남아 있는거 아닙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 때 그 대사를 읊었다. 왜 그러냐고 내가 뭐 잘못했냐고, 당장이라도 잡아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황형사님의 굳은 표정 앞에서 그럴 자신도도 없어 결국 생각나는 말이 그것 뿐이라 그 말 그대로를 내뱉었다.
하지만 틀린말은 아니었다. 황형사님 하나만을 바라보고 강력반에 들어왔다면 더이상 황형사님 때문에 강력반에 남아있는건 아니었으니까.
내 몸이 부서져서라도 사건이 일어나는걸 막고 싶고, 해결하고 싶어하는, 그게 나니까. 그게 강력반에 있는 이유니까.
애써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라리 이 장면도 꿈이라면.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감정이 미래를 바꿔서 황형사님이 나의 손목을 잡아줬으면 하고 바랬지만 사무실안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황형사님은 나를 잡아주지 않았다.
멍하니 자리에 앉아 비어버린 책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반장님이 나를 부르시는 소리가 들렸다. 반장님을 따라 회의실로 들어가면 무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반장님이라서 불안함이 더해졌다.
“황형사한테 들었을텐데 여주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교통부로 추천서 써서 바로 넣어줄 수 있어.”
“반장님!!”
“이번 조직 사건은 내가 자리를 비운시간이 많아서 수사권을 황형사한테 전적으로 임명했어. 그래서 황형사 말대로 이번 사건에서 여주 너는 아예 배제될거야. 대신 소매치기 사건이나, 폭행사건 이런 다른 사건을 혼자 맡게될거다. 그게 싫다면 교통부로 언제든 넘어가도 돼.”
반장님은 빠르게 말을 마치시고 회의실을 나가셨다. 믿었던 반장님마저도 이렇게 차갑게 돌아서버리시다니, 그동안 내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돌아온 사람한테 팀에서 나가거나 혼자 다른 사건이나 해결하라니... 도대체 왜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눈물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늘 그랬던것 처럼 화가나니 눈물부터 흘러내렸다.
홀로 회의실에 앉아 눈물을 닦고 있으면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들어오신 윤형사님이 따뜻한 차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 어떠한 말 대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 따뜻한 손길이 평소 황형사님 같아서 결국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도대체 저한테 다들 왜이러시는겁니까?”
“말도 안됩니다.”
“너를 팀원 그 이상으로 아끼니까, 그러는거야. 우리팀에서 같이 일을 못하더라도 여주 네가 더이상 안다쳤으면 해서 이 악물고 너한테 못되게 하는거라고.”
“.........”
“여기 있는 동안 너 매번 다치고, 입원하고 그랬잖아. 다른곳에 가면 적어도 이런일은 없을거아냐, 그래서 민현이가 억지로 너한테 못되게 하는거잖아. 반장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알아. 나도 네가 여기있으면 매번 다치고 고생하는거 아는데, 그렇다고 내 새끼 다른데로 보내지도 못하겠고.... 나도 모르겠다.”
윤형사님은 마지막까지도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시며 회의실을 나갔다. 입장 바꿔 생각해서, 백번 양보해서 나를 걱정하기 때문에 그렇다는건 이해하겠지만 나도 물러설 수 없었다.
더보기+연재공지! |
독쨔님들이 바라시던 쪠니가 돌아왔습니다!! 다친 여주생각하면서 각자 슬픔을 달래는 팀원들 너무 짠하지 않나요, 특히 성우가 1층을 비운 이유 다들 아시죠? 성운이가 슬픔을 달래는 부분에서 다 알기때문에 미녀니 혼자 울게 내버려둔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서 혹시 성운이가 여주와 미녀니 사이도 알고있구나 하고 오해하실까봐 '아닙니다! 아무도 몰라요!' 라고 제가 확실하게 알려드릴게요 ㅎㅎ 또 드디어 독쨔님들이 기다리시던 꿈들이 모두 해결되었죠! 눈물을 흘리며 뽀뽀하는꿈, 강력반에서 나가라고 하는꿈.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강력반에서 나가라는 이유도 우리 친절한 윤형사가 알려줬으니 다들 아시겠죠..? ㅠㅠ 사랑하는 여자지만 더이상 다치는걸 더 원하지 않기에 자기의 옆에 없더라도 애써 보내려하는 미녀니 ㅠㅠ 이해는 가지만... 그러지마라 ㅠㅠ 그리고 다녜리 찾는 분들! 오늘 꿈만 보아도 아시겠죠? 오늘 꿈 보고 많이 놀라셨을텐데 곧 어마어마 한 분량으로 찾아올거랍니다. 꿈에선 다녜리가 죽었는데.. 여주가 꼭 바꿀 수 있기를 우리 모두 바래봅시다 ㅎㅎ 그리고 연재공지! 이렇게 말하니까 다들 뭔가 놀래실것 같은데, 제가 화요일부터 이번주 내내 해외여행을 떠나요! 그래서 매일 같이 글올리던 작가가 왜 안오지! 하고 기다리지마시라고 미리 알려드립니다 ㅠㅠ 오늘 분량이 평소에 비해 적은 이유도 오늘이라도 올려야 독쨔님들이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시니까요 ㅠㅠ 여행갔다와서 또 빠르게 올릴게요! 매번 제글 기다려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분들 제가 많이 사랑하는거 아시죠?? ❤️소중한암호닉❤️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굥뷰죰햬][홈런볼] [콩너블][코난][포도][퍼플] [얼음][몰랑몰랑][두부햄찌][우리원부인] [CR][슈퍼파워황제][뱃살공주][블루황] [리본][톨비][도리][곱대][머스크] [1232][홀롤로][황형사의향수][녜리요정] [황꽃][황배박하][쥬니랍][지망] [수다링] [전지적여우시점][만두만두][마니] [짱요][비누냄새][ㅇㅇㅈ][쿱] [사용불가][줄리][안눙눙][둥둥] [샤프] [feat.][배배][비회원] [즈쿠][나나나][다니][너끼돈] [옹성우][#0809][토마토마조아][박참새짹] [버드][다니][뷔밀병기][오늘도행복해] [온새미][초록딸기][촬뤼][밀혜] [겨울][텍스트황]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