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휴식인 건지. 예정된 일정을 모두 마치자마자 숙소 생활 여부의 이야기부터 나왔다. 오랜 기간동안 여섯 명 모두 함께 숙소 생활을 해 왔지만 독립을 하겠다는 멤버들의 수가 더 많았고 대표와 상의 끝에 그들은 각자 집을 나섰다. 그럼에도 학연과 원식은 그 자리를 계속 지켰다. 아이들이 언제든 찾아 와도, 온기는 여전하니까 우리의 자리는 계속 있을 거니까 머무르라고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이다. “애들 불러서 치킨이나 먹을까?” “...아니.” “왜? 오랜만에 양념치킨 먹고 싶은데.” “나 머리 어지러워서 누워있고 싶어.” 그럼 좀 누워있어. 세 개의 양초가 은은하게 켜진 거실에서 원식이 홀로 수납 공간을 정리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 팬들에게 받은 편지들, 먼지가 쌓인 다른 연예인들의 앨범 씨디들, 자주 썼었던 립밤 제품들이 한가득 있었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하나하나 살펴보며 미소도 짓고 울상도 짓게 되었다. “형. 우리 마이돌 찍었던 거 기억 나?” “그럼. 나 엄청 벌벌 떨었잖아.” “의외로 재환이 형이 계속 탈락 위기에 있어서 내가 얼마나 불안했는데.” “...나는 재환이가 우리랑 같이 갈 줄 알고 있었어.” “응? 어떻게?” “대표 님이 말씀해 주셨어.” 대박. 난 왜 몰랐지? 원식의 진심 어린 탄성에 학연이 미비하게 웃어 보였다. 내가 리더였으니까 나한테만 말해 주신 거지. 사실 처음부터 우리 여섯 명으로 갈 생각 하고 계셨었대. 원식은 침을 한 번 삼키고 작은 상자들의 뚜껑을 하나둘씩 닫았다. “...어디 아파?” “머리 어지럽다고 했잖아. 빈혈인 거 같아.” “...나, 처음에 형이랑 같은 팀 돼서 너무 좋았어.” “왜? 우리... 우리 댄스로 라이벌이었잖아.” “난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했지.”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학연을 안쓰럽게 쳐다보던 원식이 학연의 팔을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형이라는 사람, 팬분들 말대로 정말 따뜻하고... 다정하고... 배울 게 엄청 많다는 거 나 예전에도... 지금도... 너무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학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해가 지기 전인지 숙소의 베란다 너머로 햇빛이 가득 쏟아졌다. 언젠가 또 한번 이랬었던 적이 있는 거 같은데. 그 때도 이런 이야기를 형한테 하고, 형이 흐뭇하다는 것처럼 웃으면서 고맙다고 대답해 줬었는데. 기억 나요? “...원식아.” “응.” “같이 죽자.” “내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날씨가 더워도, 추워도 우리 걱정밖에 안 하던 천사같은 우리 학연이 형의 곁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것도 감격스러운데, 감히 내가 형의 곁에서 죽음을 함께 맞이할 수는 있는 걸까? 학연은 머리맡에서 손을 더듬거려 휴대폰을 찾고 메신저 앱으로 들어가 떨리는 손길로 메세지를 보낸다. “뭐라고 보냈어?” “...여기로 오라고 했어. 애들 오기 전에, 얼른 자자.” “형, 나 형 팀의 라비라서 정말 행복했어.” “응. 그리고?” “나 형 인생의 김원식이라서, 음악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생이라서 누구보다 행복했어요.” “자자. 잠 온다.” 원식의 따뜻한 손이 학연의 두 손 위에 닿고, 원식은 조심스럽게 학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잘 자. 내 첫사랑아.” “...” “...내... 심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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