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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캔맥주를 몇 캔을 꺼낼지 고민하던 원식은 소주 한 병과 같이 꺼내어 나무로 된 작은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자신의 

맞은편에는 안절부절 휴대폰만 보는 택운이 손톱까지 물어 뜯고 있다. 

 

“배고파? 뭐 시켜 줄까?” 

“...아니, 됐어. 괜찮아.” 

“집에 안주라고는 과자밖에 없어.” 

“나 과자 좋아해.” 

“...안 좋아하면서.” 

 

나 먼저 마신다. 가볍게 캔맥주를 따고 원식은 목이 말랐는지, 술이 고팠는지 모를 만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야, 야, 그래서 뭐라고 했었지?” 

“...어?” 

“차학연 말야. 걔 집 가서 뭐 했느냐구.” 

“아...” 

 

 

 

 

제가 택운 씨를 처음 봤을 때 조금은 냉랭하게 대한 건 미안해요. 나도 그렇게 대했던 거 다 알고 있었고, 그 때는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더군다나 정해 둔 일정까지 모조리 바뀌고, 여러모로 기분도 상해 있었거든요. 먼저 꺼내 보지도 않은 이야기에 선수 치는 학연이다. 택운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접시에 놓여진 길다란 막대 모양 과자를 집어먹으면서 말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어요. 저 신경 안 써요.” 

“...” 

“정말이에요! 저 조차도 원래 그렇게 남한테 신경 쓰고 그런 편이 아니라서.” 

“택운 씨는 고향이 어디에요?” 

 

자연스럽게 대화의 영역은 우리 둘, 이 되었다. 연예계 일을 하기 전에 생각해 뒀던 예전의 일들이나 지금 하고자 하는 것들, 그것도 아니면 먼 미래에 정해둔 계획들. 주로 학연은 들어 주고 때때로 질문도 하면서, 택운은 말을 하고 때때로 웃어 주고 인상도 찌푸려 주었다. 봄과 겨울의 경계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한데, 그런 건 언제 그랬냐는 듯 안중에도 없이 아주 잘 맞는 대화 상대라고 택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지금은 애인 없는 거죠?” 

“네. 없어요.” 

“사람들이 다 의외라고 그러겠다...” 

“있어도 없는 거라고 하는 거면?” 

“...네?” 

“하하. 농담이에요.” 

 

순간적으로 무섭기까지 했던 학연의 무표정. 놀란 마음에 되묻자 학연은 다시 비 온 뒤의 무지개처럼 웃어 보였다. 마치 예전에 같이 술자리에서 얘기했었던 작가 형들의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니었구나, 스쳐지나가는 순간이었다. 마치 자신이 학연을 본 처음과, 학연이 자신을 본 처음이 다른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대해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자고 가요.” 

“네?” 

“밖에 비 와요.” 

“하지만... 이렇게 불러 주신 것도 감사한데요...” 

“많이 와요. 자고 가요.” 

 

학연은 주방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방에 들어가더니 깔끔한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를 들고 나왔다. 택운 씨랑 비슷한 체형 가진 친구가 자주 놀러 와서 자고 가는데, 아마 맞을 거에요. 며칠 전에 세탁해 둔 거니까 깨끗하구요. 

 

“전 여기서 잘게요. 택운 씨는 저기서 주무시면 돼요.” 

“아, 네.” 

“얘기 더 하고 싶은데... 내일 아침 일찍 녹화가 있어서요.” 

“아, 괜찮아요! 저도 내일 일찍 나가봐야 해서.” 

“택운 씨.” 

“네.” 

“혹시 이 쪽 사람은 아니죠?” 

“네?” 

“한 쪽에만... 귀를 뚫었길래. 옛날에 그런 말 있었잖아요. 한 쪽만 귀 뚫었으면 게이라구.” 

“아, 아니에요...” 

“그래요? 농담이에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요.”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구요. 그럼. 학연이 다녀간 자리에는 왠지 모르게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이 일렁이고 있는 듯 했다. 택운은 방으로 들어가 옷부터 갈아입었다. 방의 온도는 딱 알맞춘 듯 적당했고 학연을 닮은, 진한 회색의 이부자리가 깔려 있었다. 내가 오기 전에 미리 이런 준비까지 한 것일까. 베개에 머리를 대자 마자 택운은 자신도 모르게 편하게 눈을 감았다. 학연의 가까이에 가면 났었던 특유의 향이 났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만찬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 마련해 준 자리에서, 좋아하는 사람 생각을 하면서 잘 수 있다니. 천국일까? 이상향일까? 

 

 

 

 

잠을 잔 건지도 모르겠지만 눈을 뜨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학연이 이미 나가고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제 치우지도 않은 식탁에는 어느새 맛있어 보이는 스크램블과 식빵 두 조각, 그리고 네모 모양으로 잘려진 슬라이스 치즈가 아주 고급스러운 접시 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옆에는 파스텔톤 보라색 메모지에 학연의 글씨가 담긴 쪽지도 함께 있었다. 

 

‘잘 잤나요? 화장실은 택운 씨가 주무신 방 

바로 옆에 있어요 가스레인지 옆에 토스트기가 

있으니 빵 구워 먹어요 제가 직접 만든 거에요 

나의 집에 와 주어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또 연락할게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 

 

작은 글씨가 메모지 안에 다 담겨지니,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택운은 식빵을 자세히 관찰했다. 정말 저가 만든 게 맞는지 조금은 울퉁불퉁 했고, 우유 냄새가 많이 났다. 베이킹도 하는구나. 식빵을 들고 가스레인지 쪽으로 가는데 토스트기 앞에도 메모지가 붙어있다. 

 

‘음료는 냉장고에 있어요 마시고 싶은 거 

마시면 돼요 그리고 말 못한 게 있는데  

저번에 대기실에서 줬던 망고 음료수 

잘 마셨어요 다음에는 내가 챙겨 줄게요’ 

 

뭐야. 마셨었어? 당연히 어디 쟁여 뒀거나 딴 사람 줬겠거니 싶었는데. 택운이 싱글벙글 웃으며 콘센트를 꽂고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었다. 왠지 비밀연애를 하는 듯한 기분에 심장은 눈치도 없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현관 비밀번호를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학연 씨? 

 

“학연 씨에요?” 

“...” 

“뭐 놔두고 가신 거에요? 저 식빵 먹으려던 참이었어요.” 

 

식빵을 들고 현관으로 간 택운, 그리고 한아름 크지만 수수한 꽃다발을 품고 있던 재환. 그들이 마주쳤다.  

 

“...택운... 씨?” 

“실장 님... 안녕하세요...”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된다면 그게 기적인 거지, 그 때부터 현실이 아닌 거지. 

 

 

 

 

하나 확실한 건, 차학연은 그 쪽 사람 아니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까 아는 거지. 그렇게 몸매 좋고 얼굴 끝내주는 여자들이랑 자는데 웬 게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냐... 난 확신해... 이재환 실장이랑 차학연, 둘은 연인 사이야.” 

“지랄한다. 빨리 술이나 같이 마셔 줘.” 

 

지랄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원식아. 난 다 알아. 2년 전 가을에, 퇴근하면서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차학연이 이재환의 품에 안겨 있었고 이재환이 차학연의 귀를 쓰다듬고 귀에다 입 맞추는 거. 현장 목격을 했다구. 차마 말할 수 없는 사실에 택운은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설령 게이라고 해도 너랑 무슨 상관인데?” 

“어?” 

“너가 차학연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 

“어차피 나 아님 된다, 아니야? 그냥 둘이 사랑하게 냅둬.” 

“...” 

 

있어도 없는 거라고 하면? 학연의 말이 떠오르는 때였다. 안 좋아하는 줄 알겠지만 사실은 좋아하는 거면? 원식에게 비슷한 질문의 형식으로 묻고 싶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리고 이제 일 관련 아니면 게이들 얘기는 하지 말자.” 

 

아득해지는 눈 앞.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잊고 싶었던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못내 울고 싶은 택운이었다. 

 

“더러우니까.” 

 

더러워서 미안. 내 친한 친구 원식아. 

 

 

 

 

“야, 정택운! 여기로 패스!” 

“어... 어어...” 

“아! 좀! 정택운! 너 진짜 일부러 그러지!” 

 

상혁이 질책을 하며 택운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맞고 싶다고 광고하는 거지, 너. 일부러 나 성질 돋구는 거지.” 

“아냐... 혁아, 진짜 아냐.” 

“아니고서 어떻게 하루종일 이래! 너 이러면 절대 국대는 커녕, 케이리그도 못 가!” 

“...” 

“...아, 내가 그 표정 짓지 말랬지! 빨리 저기 가서 공 다시 차!!” 

“...응.” 

“안 웃어?” 

“...” 

“웃지 마. 더 짜증 나.” 

 

입을 삐쭉 내밀고 골대로 다시 걸어가는 택운의 뒷모습을 보면서 상혁은 자신의 심장 근처에 손을 올리고 숨을 계속 내뱉었다. 

 

“지가 귀여운 거 아는 거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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