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풀어 바르게 정돈 된 머리. 세련된 디자인의 악세사리. 훤하게 어깨가 들어나고 길게 늘어난 흰 웨딩 드레스. 오늘은 나의 결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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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
대기실에 앉아 인사를 오는 하객들을 환한 미소로 반기고 사진 찍기를 수십 번을 반복했다.
저마다 축하한다는 말과 아름답다는 형식적인 말을 늘여 놓을 뿐 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사람들이 빠지고 조용해진 이 대기실은 나의 한숨 소리로 채워졌고,
“좋은 날 왜 한숨을 쉬고 그래”
적막을 깨우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모든 걸 잃은 듯 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를 마주했고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
“웃어. 기분 좋은 날 그렇게 우울한 표정 짓고 있으면 신랑이 곤란하잖아.”
“.....”
“이제라도 이 결혼 무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 해.”
“도련님"
“선 긋지 마."
“.....”
“축하한다는 말은 못해주겠다.”
그대로 뒤를 돌아 나에게 등을 돌리는 네게. 네가 하루라도 날 잊었으면 하는 마음에 한없이 이기적인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너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다.
“도련님.”
민현아.
“선 긋지 말라고”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축하 받았는걸요.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왔어. 이런 내 모습 보면 나중에 혼자 뒤 돌아 울 거잖아 왜 온거야...
“김여주.”
“지금 니엘씨 밖에서 손님들께 인사하고 있을 거예요. 도련님께서 찾아와주신 거 알면 매우 기뻐할 거예요. 가보세요.”
어서 가. 너한테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여주야”
“좀 있으면 식 시작해요. 얼른 가보세요”
얼른 가. 제발...
“김여주!!”
“뭐 하는 거야.”
“황민현. 예의 갖춰”
“니엘씨...”
“......”
“보는 눈 많아. 곧 있으면 식 시작하니까 끝나고 얘기해.”
“예쁘다 여주야.”
한순간에 표정이 바뀌고 나를 보며 환하게 예쁘다고 말해주는 다니엘. 너는 분명 그런 형의 모습을 증오하겠지. 하지만 아무 힘없는 나는 그럴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소를 지으며 이 말을 하는 것뿐이야.
“고마워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너이기에, 바라만 보아야 하는 너이기에, 그래야만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너이기에, 나를 위해 오늘도 너는 나에게 등을 보인다. 그리고 나는 그런 너를 잘 알아서...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놓으려고 하는 너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서 그런 너를 바라만 보아야 하는 나는 오늘도 너의 등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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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오고 이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 그리고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 황민현. 너를 생각하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이 발을 떼고 네가 아닌 다니엘에게 가야 우리 아버지를 살릴 수 있어서... 우리 집을 살릴 수 있어서...
미안해 민현아... 너는 내가 전부였지만 나는 네가 전부가 아니었나봐.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한 걸음 한 걸음 네가 아닌 다른 이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고
결국 네가 아닌 다른 남자 앞에 서게 되었다.
“신부 김여주를 나의 아내로 맞이해 맹세합니다. 우리는 외로이 걸어갔던 길들을 이제는 함께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긴 여정과 고통이 찾아 올 지도 모르지만 내 모든 여정과 고통의 끝에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버텨내겠습니다. 매 순간을 서로를 위해 살아가며 물과 불에서 나와 서로를 바라보겠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신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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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얘기를 나무고 있는 다니엘과 민현을 볼 수 있었다.
“‘내 모든 여정과 고통의 끝에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버텨내겠습니다.’라... 형이 그렇게나 여주를 좋아하는 줄 몰랐네. 아 하긴 그러니 나 몰래 이렇게 얄팍한 방법으로 결혼까지 하셨겠지. 어때 동생 애인 뺏어가고 결혼까지 한 기분이”
“호칭 똑바로 해. 이제 네 형수야. 그리고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얄팍한 방법이 아니라 여주가 원해서 한 결혼이야.”
“원했겠지. 아버지가 위독하고 회사가 무너져 가는데 그걸 구할 수 있는 사람이 형밖에 없는데 어떻게 형을 원하지 않을 수 있겠어.”
“너도 알고 있잖아. 여주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걸. 그리고 너는 여주를 구할 수 없다는 걸. 네가 여주를 원했다면 그에 맞는 사람이 되었어야지. 여주를 갖지 못한 건 내가 아닌 무능력한 네 책임이야.”
“그에 맞는 사람이 되었어야 한다고... 그래서 형은 일부러 여주네 회사 그렇게 만들었어? 그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여주를 무너뜨린 네가 여주에게 맞는 사람이라는 좆같은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 거야? 여주를 사랑하지도 않는 네가 여주에게 맞는 사람이라고? 너는 네 지위를 위해 여주를 이용한 거야.”
“그래. 내가 그랬어. 근데 그게 뭐가 문제야?”
“뭐?”
“난 그렇게라도 하면서 여주를 가졌어. 그런데 넌 여주를 얻기 위해 뭘 했어? 사랑하는 사람도 지키지 못한 네가 감히 사랑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
“내가 한 일을 여주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건 그 뒤에 닥칠 일들을 그 누구보다 네가 잘 알기 때문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너보단 이렇게 해서라도 여주를 얻고 지킨 내가 여주에게 더 어울리는 사람이지 안 그래?”
“.....”
“니엘씨”
“...여주야”
“무슨 일 있어요?”
“아니야. 옷 갈아입었네?”
“아... 네.”
“나도 얼른 갈아입고 와야겠네 비행기 시간 늦겠다. 둘이 할 얘기 있으면 하고 있어.”
이 말을 남긴 채 다니엘은 옷을 갈아입으러 갔고 그 자리에 남겨진 건 나와 황민현 둘 뿐이었다. 서로의 눈만 바라 본 채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고 어색한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다.
“여주야”
이번에도 이 적막을 깬 건 네 목소리였고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네 눈을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여기서 멈추자. 너도 원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우리...”
“민현아”
“.....”
“아니... 도련님. 그럴 수 없다는 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저 니엘씨 못 떠나요. 그러니까 도련님, 이제 절 바라보지 마세요. 도련님은 좋은 분이시니까 분명 도련님 같이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 그만 저를...”
“내가 널 두고 누굴 만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김여주 넌데 내가 누굴 만나. 내게 좋은 사람은 넌데 내가 누굴 만나. 내 세상은 넌데 네가 없이 나는 어떻게 살아... 너 없이 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나 놓지 마 여주야”
“.....미안해”
+ 안녕하세요 윙크젤입니다. ]
인스티즈 첫 글이네요. 제목 뒤에 숫자가 붙을 수 있을지,,,, 잘 부탁 드려요!
오타나 수정 할 부분이 많아서 삭제 후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