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487474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297

 끝까지 재수없던 도경수는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재수 없었다. 또 나오면 여긴 내가 늘 있어왔던 자리라고 쫓아내야지, 혹시 또 비비빅 들고 오면 그것만 받고 쫓아내야겠다. 근데 지금 시간이 몇 시지, 씨발 시계도 없고 핸드폰도 없는데 알게 뭐야. 어제는 몇 시에 왔더라, 지금보단 좀 더 일찍이었던 것 같은데. 아, 근데 걔 이름은 뭐지?-도경수의 이름을 알게 된 건 그 후로도 한참 지난 뒤였다- 이름도 물어보고 쫓아내야겠다. 설마 그 새끼가 또 혼자서 내 이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백현아, 변백현. 이러면서 오면 진짜 한 대 쳐버려야지, 이제 초면도 아니니까. 근데 이 새끼 왜 이렇게 안 오지, 내일도 온다는 건 그냥 해본 소리였나. 

 "..개새끼, 온대놓고."

 결국 해가 잘 지지 않는 여름 하늘이 모든 걸 다 집어삼켜 새까매질 때 까지, 도경수는 오지 않았다. 난 도경수를 기다린게 아닌데, 도경수가 어디서 뭘 하든 관심 없고 여긴 그냥 내가 맨날 있던 자리일 뿐인데. 왜 짜증이 나는지 몰라 땀으로 젖은 이마를 거칠게 닦아내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있던 엄마의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타박에 확 큰소리를 내려다 그저 죄송하다고만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너 남자였어? 하는 도경수의 말이 머리에 확 꽂히는 것 같아서, 계집애처럼 떽떽거릴 순 없다 하는 바보같은 생각에.

 그 다음 날은 할 짓이 없어서 낮에도 정자에 앉아있었다. 절대 집안일 좀 도우라는 엄마의 말을 뿌리친게 아니고, 절대 아침부터 시내에 나가서 놀자는 친구들의 말을 거절한게 아니고, 절대 쌓인 숙제를 또 내일로 미뤄놓은게 아니고, 절대 도경수가 올 것 같아서 와본게 아니고. 할 짓이 너무 없어서 그냥 앉아있었다. 혹시, 혹시나 도경수가 오면, 얼굴부터 한 대 날리고서 시작하면 되는 거고.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따분해 풀도 뜯어보고, 길바닥으로 내려가 돌 주워다가 바닥에 낙서도 해보고, 정자 끝에 걸터앉아 발장난도 쳐보고, 몸에 모기가 몇 방 물었는지 하나하나 다 세어보기도 하고, 결국 하루를 통째로 쏟아부은 땡땡이에도, 난 도경수를 보지 못했다.

 "..개새끼, 씨발 새끼, 길 가다가 벼락 맞은 코끼리한테 깔려서 죽을 새끼."

 낮게 중얼거리며 욕을 퍼붓고 나서, 난 그제서야 내가 도경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따지자면 난 정말 도경수를 기다릴 이유가 쥐똥만큼도 없었는데. 정말 그냥 단지 하루, 재수없는 대화가 오갔던 그런 사이일 뿐인데, 왜 내가 시내 가서 놀자는 말까지 거절하고 널 기다렸을까. 알게 뭐냐는 질문도 이젠 만족할 수 없었다. 근데 이대로라면, 이대로 이어진다면, 넌 설마. 

 "평생 안 오는 건 아니겠지."

 뭐 사실, 하루 더 안 온다면 이제 별로 생각이 안 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럴 것 같을 뿐, 씨발 모르겠다. 이젠 도경수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가물가물했다. 못생기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날이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이름 모를 아이야, 나 너 만나면 할 거 많아. 온다고 해놓고서 왜 안 찾아와? 결국 그 날도, 날 찾아온 건 도경수가 아닌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냐는 엄마의 두 번째 잔소리였다.

 셋째 날엔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아침 댓바람부터 나가 기다리려 했다. 삼세번의 미덕, 마지막으로 하루는 기다려줄 수 있다 싶어서. 하지만 아쉽게도 엄마에게 목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요즘 아침에 나가서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는게 맘에 들지 않는다고, 오늘은 집에서 이불 빨래나 좀 하란다. 아니 그럼, 산구석에 쳐박혀서 할 짓이 밖으로 쏘다니는 것 밖에 없지, 뭘 그런 것 갖고 뭐라 하냐며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이건 이불 빨래를 시키기 위한 핑계일 뿐이니 어차피 어떻게든 난 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아, 그저 퉁퉁 부은 볼을 한 채 이불 솜을 빼기 시작했다.

 결국 평소대로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저녁 즈음에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설마 왔다 갔으면 어떡하지, 싶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어, 왔네. 하는 말에 내 눈은 평소보다 배로 커져 있었다. 정자 위에는, 내가 그토록 기다리고 그토록 찾던, 도경수가 앉아있었다. 

 "어어, 너. 너.."

 "온다고 했는데 못 와서 미안해."

 "......."

 "나름대로 좀 정리할게 있어서."

 "..야."

 일단 부르긴 했지만 난 바보같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서있었다. 할 말은 많은데, 너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말은 한 마디도 없어서. 살아있는 거 봤으면 됐지, 결국 삼일간의 길고 긴 기다림의 끝은, 또 도경수에게 등을 보이고 집으로 걸어가는 나였다. 아니, 사실 거기서 끝났다면 평생 후회했겠지, 도경수도 그걸 알았는지, 집에서 이불 빨래를 할 때처럼 부어오른 볼을 하고 걸어가는 나의 어깨를, 뒤에서 잡아 돌렸다.

 "너 나 기다렸어?"

 "..아니."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내 표정이 뭐가 어때서."

 "남자친구 기다리다가 삐친 여자같아."

 어떻게 넌 삼일만에 만나도 그렇게 재수없을 수가 있니. 어이가 없어져 그저 헛웃음을 짓고 어깨에 얹어진 도경수의 손을 뿌리쳤다. 이를 악 물고서 부들거리며 간신히 맞을래? 한 마디를 내뱉는 날 비웃듯 도경수는, 아니. 하고 날 향해 씩 웃어보였다. 웃는 것도 재수 없어, 씨발. 다시 뒤로 휙 돌아서 가려는데, 이번엔 도경수가 말로 날 붙잡았다. 백현아, 한 마디로.

 "..야, 너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나 생각보다 아는 거 많아."

 "스토커야? 장난해? 저번에 팥부터 시작해서, 다 어떻게 알았어, 너 누구야."

 며칠동안 묵혀뒀던 말을 내뱉으니 속이 시원하면서도 찜찜했다. 찜찜한 이유를 대자면 도경수의 태연한 반응 때문에. 어깨를 으쓱하며 글쎄, 하는 얼굴이 너무나도 뻔뻔해 정말 때릴까, 싶었지만 이어지는 말에 꾹 눌러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엄청 옛날에 봤었어."

대표 사진
독자1
와 뭐지.... 뭔가 궁금미가 돋는 이분위기는 .... 아,..... 잘보구 있어요 비록 비회원이라 ㅠㅠ 아쉽지만 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여름에어울리는글이네요 풋풋함이그대로있는거같아요 다음편도기대할게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백현이 싫다면서 자기도 은근슬쩍 다기다리고 있어요ㅜㅜㅜ경수는 어떻게백현이를 기억하는거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EXO/백현] 걸그룹 징어의 홈마스터 변백현 ssul.1192
02.18 17:04 l 빛이되어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96
02.18 16:55 l 배또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04
02.18 16:50 l 오드리
[EXO/세종백도] What We Want 2714
02.18 16:33 l 백흑지변
[EXO/루민] 카카오톡4
02.18 16:28 l 감쟁이
[빅스] Adore Scene 2014년 5월 27일29
02.18 16:00 l 단톡방
[EXO백현] 내가 살인자라도 넌 내가좋아?0343
02.18 15:54 l
[블락비/오일/피오태일] 태일이형 귀여워요 쪼꼬만해요 0911
02.18 15:29 l 옥돔
[이정재+여진구] 스폰서 94
02.18 14:55 l 청테이프
[EXO/징어] 회색X회색 01 ; K의 궁전에 어서오세요!4
02.18 14:48 l 아떼
[이정재+여진구] 스폰서 86
02.18 14:15 l 청테이프
[오백] 너에게 난, 나에게 넌 013
02.18 14:08
[VIXX/홍차] 열아홉, 그 겨울 Prolorue2
02.18 14:03 l 위드미
[블락비/피코]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147
02.18 13:56 l 1325
[VIXX/이홍빈] 저승사자 이홍빈1
02.18 13:22 l 단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2
02.18 13:19 l 도좋
[EXO/루민찬백클첸] 찬백콘브리오 4악장 (루민칸타빌레 외전)5
02.18 13:12 l 녹차하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2
02.18 13:10 l 욘세
[EXO백현] 내가 살인자라도 넌 내가 좋아?0228
02.18 12:56 l
[EXO/루민] 상위0.1%들의 로맨스 01 (부제:모델 루한과 디자이너 민석)35
02.18 12:15 l 꽃빵
[VIXX/택엔] 오전, 오후 12
02.18 12:06 l 스킨로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38
02.18 12:00 l 팬부자
[방탄소년단/국뷔] 큐브(The cube) 035
02.18 11:40 l 멜린다
[EXO/루민] 사슴이의 99%의 노력 아홉번째 (부제:청게물)12
02.18 11:17 l 꽃빵
[VIXX/켄엔] 메보와 대포남신444413
02.18 10:38 l 켄엔아만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9
02.18 10:08 l 꽃빵
[VIXX/랍택] 로맨틱 스쿨 라이프 310
02.18 08:33 l 뽀로리


처음이전771772773774775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