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490059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390

 "우린 옛날에 봤었어."

 그래, 그럼 그렇지. 이래야 말이 통하지. 우리는 어떻게든 아는 사이였을 거야, 아니면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날 찾아와서 내 신상을 읊을 리가 없지. 사실 신상을 읊은 적은 없지만, 나에겐 도경수가 팥 얘기를 꺼냈단 자체가 꽤나 큰 충격이었다. 팥죽부터 비비빅까지, 나에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들. 근데 이름 모를 아이야, 

 "난 네가 기억 안 나는데."

 "응, 그렇겠지."

 그렇겠지는 뭐가 그렇겠지야, 드디어 말이 통한다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이거 완전 순 제 멋대로잖아. 설명이라도 해 주던지, 여전히 도경수는 재수없는 미소를 띄운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생각하면 할 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놈이다. 나에게서 대답이 나오지 않으니 도경수도 아무 말 않고, 우리는 한참을 서로 노려만 보고 있었다. 사실 노려본 건 나 혼자였을 지도 모른다. 도경수가 재수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늘 여유로워보이는 표정 때문이니까. 

 "아무도 기억 못 할 거야 아마, 그래서 내가 알려주러 온 거고."

 뭘 알려주겠다는 건지, 뭘 기억 못 한다는 건지, 목적어가 빠진 채 이어지는 도경수 혼자만의 대화에 상당히 심기가 불편했다. 사람 세워놓고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저러면 멋있어보이는 줄 아나. 도경수는 혼자 정리를 끝냈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랫입술을 감쳐물었다. 씨발, 저 새끼 저거 멋있어보이는 줄 아는 거 맞네. 아닌 사람은 입술 저런 식으로 안 물어.

 "백현아 나는, 너 하나 보려고 여기 온 거거든, 넌 잘 모르겠지만."

 누가 물어봤어? 안 궁금해.

 "..그래?"

 "응, 그러니까 난 앞으로도 계속 너랑 같이 있을 거야."

 소름 돋는 소리 하지 마, 누가 같이 있어준대?

 "..그으래?"

 씨발, 왜 아까부터 어벙하게 그래, 그으래 같은 헛소리나 하고 있는 걸까. 이상하게 본심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평소엔 워낙 말 하고싶은 걸 참지 못 하는 성격에 친구들에게 늘상 욕을 얻어먹던 나인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결국 나에게 돌아온 건, 또 다시 그 재수없는 미소.

 "그러니까 천천히 하자 우리, 내 이름은 도경수."

 응, 그래 경수야. 근데 너 혹시 목적어라는게 뭔진 알고 있니? 뭘 천천히 하자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아 답답했다. 일부러 안 알려주는 건가, 싶어 찝찝했지만 나도 모르는 새 이미 난 '아, 그렇구나.. 안녕.' 이라는 말과 함께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마치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에 답답했지만, 이미 내 뜻대로 움짓이긴 힘든 것 같았다.

 "..그래 그럼, 나 이제 집에 가볼게."

 "응, 내일도 여기서 기다릴게, 계속 있을 거니까 너 편한 시간에 와."

 "그래도 돼? 아니, 그게 말이 돼? 시간 정해서 만나면 되잖.."

 아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짓껄이고 있는 거지, 우리가 왜 내일 만나야 하지. 속으로는 방정맞은 입을 수십대 때리고도 남았지만 이제는 유체이탈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변백현,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도대체 왜 그렇게 혼자 미쳐있어.

 "괜찮아, 너 보려고 여기 온 거니까."

 "..시간 나면 올게."

 


 그 날 밤, 난 결국 악몽을 꿨다. 도경수가 온 몸에 목적어를 달고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나를 쫓아오는 꿈을.

대표 사진
독자1
묘하네요 대체경수의정체는뭘까요? 혹시어린시절만났던사이인가???백현이가기억을못하는이유가뭔지궁금하네요 첫사랑같은느낌도들고 시원하며풀내음이나는거같은 글이에요! 다음편에서만나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경수멋지다....백현이 하나보고 온거....너시간날뜨 와라...ㅜ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