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소리없이 울기만 했을까, 자고 있는줄 알았는데 정국이는 손을 뻗어 내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준다.
그리고 그는 따듯한 목소리를 내어 나를 안정시켜주었다.
"왜 그래."
"다시는 꾸고싶지 않아."
"무서운 꿈 꿨어?"
"응."
"귀신이 나와서 널 해코지 했어?"
"……."
"괴물이 나와서 쫓기는 꿈을 꿨나."
"……."
"아니면.. 음.."
"네가 죽는 꿈."
"……."
"내가 잡을 수 있는 시간도 안주고, 네가 죽어버렸어."
"……."
"손을 쓸 수도 없이.. 귀신도 괜찮아. 괴물도 괜찮아.. 그딴 건 무섭지 않아."
"사람이 제일 무섭지. "
"…씨."
"울지마."
정국이의 품에 안겨있는 나와, 그런 나를 꼭 안아주는 정국이 누가 보면 웃기다고 할 것이다.
그 어떤 위로의 말도 필요없다. 그냥 안아주며 울지말라고 하는 게 더 나에겐 위로가 된다.
매일 엉엉 우는 내가 답답할 법도 한데.. 정국이는 항상 우는 걸 처음 본 것 처럼 놀라며, 나를 안아주곤 한다.
"이 자리가 좋겠다!"
뭔가 이 자리에 앉아야 오늘 일이 다 잘풀릴 것 같단 말이지? 회사 면접이 있는 날이라 회사 건물 안에 들어와 의자에 앉자
사람들이 화영을 보았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은 정장을 입고와서 그런지 모두들 바지를 짧게 입고 온 화영을 삿대질을 했다
여자 회사원을 뽑는 날이라 여자들만 가득했고, 여자들은 모두 화영을 힐끔 보고 이간질을 하기 시작했다.
웅성 거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본 화영은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고개를 갸웃했다.
ㅇ화영의 차례가 다 왔을까, 화영이 면접실에 들어가 면접을 보았다.
싹싹하게 대답하고 화영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있는 것 같은지 면접관들이 서로 좋은 평가를 내리는듯 했고
그걸 본 다른 여자들은 화영의 욕을 하기 시작했다.
화영이 웃으며 면접실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대놓고 화영을 이상하게 쳐다보기 시작했고, 안좋은 소리까지 직접적으로 들어버렸다.
"외모로 밀고나간다 이거지.. 못생긴 사람들은 서러워서 살아? 저렇게 짧게 입고 왔는데도 좋은 평가를 내려?
이 회사 엄청 보수적이고 그렇다며. 재수없어.."
온갖 욕들을 들은 화영은 뭐라고 하려 입술을 열었지만, 한명이 아닌 여러명이 자신을 욕하자 급히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화가나서 그런지 눈물이 날 것 같은 화영은 아오! 하고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지들이 뭔데 내 욕을 해? 그럼 지네들도 짧은 바지 입던가! 괜히 난리야. "
그렇게 한참을 화장실에서 안나온 화영은 화장이 지워지던, 말던 세수를 하고선 화장실에서 나오려 문을 열었고
화장실 앞에 있던 여자들이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내지르자 화영은 뭔 상황인가 싶어 화장실에서 나와 사람들이 보는 쪽을 같이 보았다.
"뭐야..."
"……."
"너 왜 여기있어..?"
"무슨 화장실이 집이야? 드럽게도 안나오네.."
"……."
"가자."
"……."
화영이 풀이 죽어있자, 태형은 화영을 노려보는 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예쁘면 다? 그런 편견들이 그쪽들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그쪽분들도 끌리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거랑 같이.
이 회사도 이 사람이 끌리니까 좋은 결과를 주는 거예요."
"…뭐라구요?"
"얘도 자기관리를 통해 이런 결과를 얻는 거구요."
"그럼 저희가 자기관리를 안했다는.."
사람들이 이 상황을 찍으려고 하자, 태형은 화영의 손목을 잡아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찍어서 SNS에 꼭 올리세요. 편집해서 올리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내용들 다 써주세요."
"……."
화영을 데리고 차 안에 밀어넣듯이 한 태형은 운전석에 올라타 차에 시동을 걸며 화영에게 말했다.
"웬일이래. 할말 다 할줄 아는 사람이 숨고."
"……."
"쎈척이구만?"
"뭐래. 상대하기 귀찮아서 그런 거야."
"저런 곳 가지도 마. 네가 뭐가 모자라서 저런 애들한테 삿대질이나 당하고있냐?"
"근데 괜찮냐."
"뭐가."
"나 때문에 동영상 퍼지고 그러면 또 어떡하려고. 미친놈이.."
"걱정만 하지.. 왜 또 미친놈아가 나오냐.."
"관심종자냐.."
"고맙다고 하면 되지! 거기서 또 왜 관심종자가 나오냐."
"골치 아프게.."
"걱정마. 내 팬들은 날 놨거든. 그래서 여자친구 생겨도 뭐라고 안 해."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어허~"
"되게 네 냄새만 났는데. 이젠 좀 다른 냄새가 난다?"
호석의 말에 정국이 팔짱을 낀채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지민은 어!? 하고 정국을 검지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정국은 삿대질 하는 게 싫은지 그 손가락을 잡아 치우고선 지민을 내려다보았다.
지민이 호호- 하고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곧 정국에게 말했다.
"너 요즘 살 좀 붙었다? 맨날 해골처럼 으에에- 하고 다녔잖아."
"어? 그러네?"
"그래 확실히 예전보단 그래. 여름이는? 일 없을 땐 안나와?"
"자."
"잔다고?"
"응."
"아, 집에서.. 그래 일 없을 떈.."
"방에서."
"에?"
윤기에 이어서 지민,태형,호석까지 에? 하고 입을 떡 벌리자 정국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네명을 번갈아보았다.
대충 셋은 눈치를 챘지만, 호석은 전혀 몰랐다며 정국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콩콩 쳤다.
뭐. 정국의 당당한 첫마디에 다들 워.. 하고 놀리는 분위기가 됐고, 이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지 정국은 작게 말했다.
"조용히 좀 해."
"그래애! 여자친구가 주무시는데! 조용히 해야지! 그치!"
"참.. 근데 나는 궁금한 게 있는데.. 여름이랑 어쩌다가 사귀게 된 거냐?"
태형의 물음에 윤기는 맥주캔을 하나씩 다 따주며 자기도 궁금한 게 있었다며 정국에게 물었다.
"처음엔 그렇게 싫어하는 티 팍팍! 내더니.. 진짜 어쩌다 좋아하게 됐대?"
그 말에 다들 정국을 쳐다보았고, 정국은 뭐.. 하고 뭔가 말을 하려는듯 싶다가도 입을 닫고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기대도 않았다며 다들 우우- 하고 야유를 해도 정국은 아무 대답도 않았다.
글쎄..
"막! 막! 끌리는 무언가 있어?"
그런 것도 있지만
"귀엽잖아."
와! 하고 다들 소리를 지르려다가 여름이 깰까 자신의 입들을 틀어막아보였다.
전정국이 저런 말 하는 거 처음봐! 지민이 소름끼쳐하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자 윤기는 껄껄 웃으며 식탁 의자에 앉아보였다.
한참 술을 마셨을까 호석이 맥주를 마시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이상한 소리를 내며 삥- 돌았을까 갑자기 방문 앞에 서있는 여름에 호석이 귀신이라도 본듯 놀래자
여름이 어색해하며 허릴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 야! 같이 술마시자! 같이 술마셔요! 아하 아하! 이게 무슨 냄새인가 했더니! 여름이 냄새!"
한명씩 인사를 한 여름이 정국을 보았고, 정국은 자신의 빈 옆자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여름이 웃으며 그 옆에 앉자 다들 계속 대신 신나서는 웃어보였다.
윤기는 낯가리는 건 비슷하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둘이 만나는 게 신기한지 둘을 번갈아보았다.
"더 안자도 돼?"
"응. 새벽에 못자겠다.."
"그러게 더 자지말라니까."
"그러게.. 큰일났다. 술마시면 좀 잠이 오지않을까?"
"얼마나 마시려고."'
"음.. 딱! 한병."
"너무 많아."
"그럼 반병."
"그 정도."
"오케이!"
둘이 대화를 하고선 정면을 보았을까. 이상하게 네명이서 정국과 여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자
여름이는 에? 하고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정국은 역시나 별 신경을 쓰지도 않는듯 맥주를 마신다.
그 모습을 또 지켜본 태형이 호석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둘이 진짜 성격 안맞을 것 같은데. 그치."
"그렇긴 해. 정국이는 대답만 할 것 같고 그치? 그치!"
호석의 말에 여름이는 아.. 하고 한참 생각을 하더니 곧 정국을 한 번 쳐다보고선 호석에게 말했다.
"처음엔 그랬는데. 이젠 안 그래요! 말 되게 많이 해주고.. 대답도 많이 해주고.."
"근데 그거 우리한테도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말고."
"알아요. 모든 사람한테도 그러는 거..!"
"우리 정국이 잘 부탁한다.. 충분히 잘 하고있겠지만.."
네에- 하고 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저 멀이있는 안주를 젓가락으로 집어서는 정국의 입 앞으로 들이밀자
정국이 입을 벌려 받아먹었고, 그 모습을 본 네명의 남자들은 또 뭐가 그리 신기한지 입을 떡 벌린채로 구경하기 바쁘다.
여름이 반병을 넘게 마시자 걱정되는지 정국이 여름이에게 그만마시라며 음료수를 손에 쥐어주었고 여름이는 딱 한 번만- 하며 소주를 한잔 더 마신다.
정국이에 대하여 궁금한 게 있다면 자신에게 다 물어보라는 지민의 말에 여름이는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정국이도 막.. 질투.. 이런 거 심해요?"
그 말에 윤기와 지민이 푸하- 하고 웃어보였고, 지민을 대신해 윤기가 대답을 했다.
"조금 소유욕..? 이 있다고 해야하나. 걔 연애 하는 걸 직접적으로 막 본적이 딱히 없어서 모르겠는데.
내가 보기엔 있을 것 같아. 너랑 짠도 못하게 하잖아."
"형.. 얘 질투 엄청 심해. 우리 데뷔초 때.. 같은 시기에 데뷔한 그룹중에 리더 있거든? 그 리더한테 조금 관심이 있었어.
근데 그 리더랑 인사도 못하게 했다니까?"
"그 리더가 누군데요."
"이거 말해도 되나?"
정국이 태형을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자 태형은 괜히 쫄아서는 입을 꾹- 닫았고, 여름이 이상한 눈으로 정국을 보자
정국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여름을 무심하게 쳐다보고선 맥주를 마신다.
"뭔데에.. 나도 좀 알자! 누군데!"
"알아서 뭐하게. 잘된 것도 아니고."
"말해줘!"
"어린 마음에 아무한테나 호감이 갔던 거지."
"누군데.."
"하리수."
"아씨이.."
"못생겼어."
"그럼 됐어!"
둘의 대화내용을 계속 듣고있던 네명은 정국의 달라진 행동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재밌는지 자기들끼리 웃기 바빴고,
단순하게 대화를 끝내는 여름이 귀여운지 정국은 작게 웃어보였다.
다들 술을 마시고선 가고 정국과 여름이만 남았을까. 정국도, 여름도 조금은 술이 들어가 헤롱한 상태인듯 하다.
밖이 환하게 보이는 조금은 큰 테라스에 나와 앉아 밖 구경을 하는데 여름이 핸드폰을 보다가 웬 동영상을 보고 말했다.
"이것봐.. 이거 알아?"
"뭐가?"
"돌고래가 애기들 놀래키고 그러는 건데. 되게 귀여워."
"그러네. 사람같다."
"나보다 아이큐 높을 것 같아. 돌고래가.."
"그럴 수도 있겠다."
"그걸 또 인정해 왜!?"
"그럼 무슨 반응을 원한 거야."
"그냥.. 씨."
"….….."
"근데 정국아."
"응."
하늘을 올려다 본 정국에 여름이 말을 걸자 정국이 여름을 보았다.
"너는 왜 나 맨날 성 붙이고 불러?"
"싫어?"
''그냥.. 멀어보이잖아. 사이가.. 여름아. 라고 불러주면 안 돼?"
"응."
"왜!?"
"그냥. 아껴서 부르게."
"별 걸 다 아낀다! 나한테는 아낌없이 다 퍼줬음 좋겠어! 나는 아끼고 그런 거 싫어."
"….….."
"응?"
"….….."
"정국아?"
"어."
"왜 그래?"
"그냥.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
"치.. 나랑 얘기하면서 뭘 그렇게 생각하셨대."
"그냥.."
그냥.. 하고 나를 잠깐 쳐다보는 정국이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내 행동에 정국이가 아무 표정도 없이 내려다보기에
웃으며 목에도 뽀뽀를 하자 정국이가 이번엔 좀 이상한 눈으로 날 본다.
이런 장난은 자려고 누웠을 때나 했으니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평소엔 안 하던 짓을 하니.. 그럴 수 있다.
정국이의 표정이 재밌어서 아랫입술을 깨물고선 당기자 정국이가 내 이마에 딱밤을 때렸고, 나는 아! 하고 이마를 부여잡았다.
"왜 때려.."
"이상한 장난은 또 어디서 배워와서."
"응. 충분히."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선 고갤 숙이자 정국은 그런 여름이의 볼을 잡아당겼다. 쭈욱- 늘어나는 볼살에 정국이 픽 웃자
여름이는 웃지말라며 인상을 써보인다.
"왜 웃어!"
"살 늘어나는 게 웃기잖아."
"살 뺐음 좋겠어?"
"뺄 살이 어딨어."
"오오!"
"몸무게 몇인데."
"아! 그런 걸 왜 묻고 그래애!!"
"200키로 안넘음 돼. 근데 넌 빼야겠다."
"아! 나 200키로 안넘어!"
"누가 뭐래?"
"참나!"
"꿈에선."
"응?"
"오늘 꿨던 꿈에서 말이야."
"아.. 응."
"내 표정이 어땠어."
"….….."
"행복해 보였어?"
"….그건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았어. 너도, 나도 서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어."
"….나는 죽어서도 행복하지 않았나보네."
"….….."
이 말에 할말이 없었다. 아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여름이는 그런 정국을 한참 바라보았고,
정국이 여름을 한 번 무심하게 쳐다보고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뭘 그리 열심히 보는지 목이 다 아플 것 같다는 생각에 여름도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정국에게 물었다.
"뭔 하늘을 그렇게 올려다봐?"
"하루 24시간."
"응?"
"하루가 24시간인데. 그중에 1분이라도 하늘을 보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냥 올려다보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
"근데. 가끔은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음이 되게 편안해져. 그리고, 부럽다는 생각도..
세상은 이렇게 쉴틈없이 바쁘게 돌아가는데. 하늘은 항상 한결같잖아.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별이 뜨거나, 별이 뜨지 않거나."
"….….."
"그런 하늘을 닮고싶어."
"응.네 말 듣고 하늘 보니까. 편안해진다.. 정말.. 하늘은 한결같네. 한결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유일하게 한결같은 건 하늘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