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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우산 회고록



w.봉봉 쇼콜라




01


"아, 매번 감사..합니다."

하얀 우산. 오늘도 그는 나에게 때깔 하나 묻지 않은 하얀 우산을 건낸다. 반면, 그는 나와 대조되는 검은 우산을 쓰고 다녔다. 언제부터 일까, 그는 항상 비가 오는 날이면 한 손에는 접혀있는 하얀 우산을, 다른 한 쪽 손에는 흰색과는 대조되는 검은 우산을 들고 자신이 쓰고 있었다.

그는 말을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매번 대답 대신 지어주던 미소는 그 대답보다 가치 있었다. 이미 집에는 그가 준 우산들이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우산 없이 학교를 오가곤 했다. 그 이유라 하면, 아마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남자 도경수, 인생살이 16년 째에 접어든 지금, 게이가 되고 말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왔고, 어김없이 학교 정문에는 그가 서 있었다. 그는 날 발견한 것인지 날 보며 빙긋 웃어주었고, 나도 그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총총 달려가 그의 앞에 섰다.

"고마워요. 근데.. 전 그쪽 뭐라고 부를까요?"

그는 웃으며 작게 어깨를 들썩였다.

"음…. 그럼 아저씨라고 부를게요."
"아저씨?"
"우와, 아저씨 목소리 좋다."

그는 나를 만난 이후로 처음 입을 열었고, 또 한번 나의 ´아저씨´라는 호칭에 그는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 그렇게 안 늙었어, 꼬맹아"
"나도 꼬맹이 소리 들을만큼 그렇게 안 작아요."

설레였다. 그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은 것도 설레였지만, 무엇보다도 그와 나 사이에 우산 말고 무언가가 생겼다는 희망에 설레였다.

"그래도 아저씨라고 부를래요."
"그래, 내가 아저씨 하지, 뭐."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종인. 김종인."
"김종인? 음, 그럼 나이는요?"
"몇살 같아?"
"음……."

나는 그의 질문에 한참이나 뜸을 들이다가 겨우 대답했다.

"서..른?"

그는 내 대답에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보았다.

"나 그렇게 삭았어?"

이래뵈도 이십대 초반인데. 그의 중얼거림에 난 '그럼 스물..셋?'하고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스물 둘."
"어, 진짜 아저씨 아니네."

내가 헤헤거리며 그를 바라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경수야, 그렇게 웃지 마."
"..왜요?"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바보같아."

그리고 그는 긴 다리로 나를 앞질러 먼저 걸어갔다.

"씨, 아저씨!"

그가 또 빙긋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그와 얘길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집에 다다랐다. 그가 나를 데려다 준 셈이 된 것이다.

"들어가, 다음에 보자."

나는 그렇게 뒤를 도는 그를 불러세웠다.

"아저씨!"
"어?"
"잠깐..들어왔다 갈래요? 비도 오는데…."
"아…. 그럴까?"

그는 다시 성큼성큼 내게 걸어왔다. 들어가자. 그가 나를 재촉했고, 나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쇠로 땄다.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었을 때, 오늘도 여전히 집안은 차가웠다. 어쩌면 바깥보다 더.

"많이 춥네요. 보일러 틀게요."

응.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았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보일러를 틀었다. 그렇게 그와 내가 친해지고, 말을 좀 텄을 무렵, 나와 그는 항상 하굣길을 함께 했고, 늘 우리집에서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기를 어언 한 달째. 집에 들어와 보았을 때, 거실에 놓여있는 탁자에는 돈이 든 봉투와 포스트잇 하나가 붙어 있었다.

[경수야, 삼촌이 요즘 바빠서 돈만 놓고 갈게. 부족하면 연락하고. 다음에 보자.]

달랑 한 줄이 적혀있는 포스트잇을 다시 탁자에 붙이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혼자 살아?"

난 대답 대신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은…?"

그는 다소 조심스레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난 아까와는 반대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없어요.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때 아버지랑 이혼 하시고 집을 나가셨고, 아버지는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담배를 너무 많이 피셨거든요."

난 고개를 떨궜고, 흐릿해진 시야에 내게로 다가오는 그의 발이 보였다.

"경수야."

내 이름을 부르며 큼지막한 두 손으로 내 양 볼을 잡아 자신을 쳐다보게 만든 그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내 눈에 겨우 맺혀있던 눈물을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날 보며 그는 또 다시 아무말없이 빙긋 웃어주며 내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춰왔다. 입 안을 파고 들어오는 그의 혀는 날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달콤하기 그지 없었고, 내 눈물을 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참이나 자신의 혀로 내 입 안을 탐하던 그가 입술을 떼어냈고, 날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 당황했지."

그가 아까와는 다른 느낌으로 또 한 번 빙긋 웃었다.

"말도 안되고 어이 없겠지만, 아저씨가 널 많이 좋아해

나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나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커밍 아웃."
"……."
"나도 몰랐는데, 내가 게이였나봐."
"아저씨."
"네 의사도 안 물어보고 키스한 건 미안. 그냥… 달래주고 싶었어."
"나도 아저씨 많이 좋아해요."

나의 말에 그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보았다.

"나도 아저씨 만나고 알았어요. 내가 게이인거."
"아…"
"아저씨도 놀랐겠지만, 나도 그래요."

그는 한참동안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다시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아저씨, 나랑 연애하자."
"그래, 꼬맹아."

나는 그를 보며 활짝 웃었고, 그도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근데 너 갑자기 말 놓는다?"
"몰라요. 아, 보일러 틀고 올게요. 아직도 많이 춥네."

방으로 들어가 보일러 버튼을 누르고 나왔을 때, 아저씨는 거실에 없었다.

"아저씨!"
"경수야, 네 방."

아저씨의 대답에 내 방으로 들어가보니, 그는 내 일기장을 펼쳐보고 있었다.

"어, 그거 보면 안 되는데!"

내가 일기장을 낚아채기도 전에 그는 손을 높이 들어 내 손은 일기장에 닿지 못하게 되었다.

"이거 나랑 만난 얘기 쓰는 거네?"
"아씨, 읽지마요.."

내가 울상을 지으며 이야기하자 그는 알았다며 일기장을 접어 책상 위에 두고 내게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여긴 따뜻하네."

그는 개구지게 웃어보였고, 난 일기장을 책장에 꽂아두고는 침대 위에 앉았다.

"아저씨, 나 어떻게 알았어요?"
"어?"
"나 어떻게 알게 됐냐구요."

그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싶더니, 곧 입을 열었다.

"비밀. 나중에 알려줄게."
"궁금한데…."

나의 말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 누웠다. 그의 뒷모습을 보니 어깨가 딱 벌어진게 영락없는 남자였다.

"아저씨 어깨 진짜 넓다."
"넌 너무 좁아. 여자애 같아."

그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말을 하는데, 그 모습이 여간 섹시해보였다.

"그래서, 불만 있어요?"

불만 가득한 나의 물음에 그는 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

"아니, 더 좋아. 내 품에 쏙 들어오잖아."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의 말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기 때문에.

"아, 가야겠다."
"또 일하러?"
"응."
"아저씨는 대학도 안다니고, 대체 무슨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해요?"
"카페 사장."

그의 태연한 대답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보았다.

"아저씨 스물 둘이라면서요."
"아버지 사업 물려 받은 거야. 나도 부모님 없어."
"왜인지 물어봐도…돼요?"
"어머니는 일찌감치 바람나셨고, 아버지는…"

그는 말 끝을 흐리며 꽤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교도소."
"아…."

교통사고라던지, 불치병이라던지, 극단적으로는 살해 같은 것을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교도소´라는 그의 말에 나는 그에게 어떠한 위로의 말도 건낼 수 없었다. 그 또한 극단적인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리고 그는 슬픈 미소를 머금고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갈게."
"아, 저, 그…"

내가 횡성수설하며 아무 말 못하자 그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말해."
"히, 힘내요…."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그를 꼭 껴안았다.

"응, 경수야. 너도 힘내."

사랑해. 그가 빙긋 웃으며 사랑한다는 달콤한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우산을 펼 때, 문이 닫힐 새라 서둘러 그에게 외쳤다.

"나, 나두요!"

그가 우산을 쓰고 웃으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는 모습까지 보고서 문이 닫혔고, 문이 닫히기 전 들리던 빗소리와 그의 ´사랑해´라는 한 마디가 계속 귓가에서 맴돌았다.







*



필력고댜에염!ㅎㅎㅎㅎㅎㅎㅎㅎㅎ이상한 픽 안구정화는 카디짤과 함께♡

[EXO/카디] 우산 회고록_0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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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대박이에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앞으로도 응원할게여.. 화이팅..
11년 전
대표 사진
글쓴이
감ㅅㅏ합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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