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두려움도 없었던 그때
그때, 우리는 하나였다.
written by. 오싹한 흥미니
신은 애틋한 사랑을 한 부부를 다음 생에 쌍둥이 남매로 태어나게 해준다고 한다.
남매로 태어나 다시는 애틋한 사랑으로 눈물 흘리지 않고 웃을 일만 가득하라고…
“야, 김종인 니 미칬나?”
하지만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
징어는 소파에 걸쳐 앉아 있는 종인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와, 또 와그러는데”
종인은 징어의 높고 찢어지는 듯 한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보다 6분이나 늦게 태어난 니가, 우리 집 막내인 니가 마지막으로 딱 하나 남은 바나나우유를 홀딱 마셔버린기가?”
“6분이다. 6분. 고작 6분 가지고 그 지랄이가? 무슨 6분 먼저 태어난 게 벼슬도 아니고”
“니 말 다했나? 6분이면 라면도 끼리 묵는다 이 미친놈아.”
“그래그래 내가 미안타 됐제?”
“야!”
김징어와 김종인. 세상에 둘도 없을 앙숙.
경산고등학교에서 이 둘을 모르면 첩자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다투는 이 둘 앞에서는 그런 전설 같지도 않은 전설은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어둠이 체 가시지 않은 아침. 징어의 집 앞에는 징어가 서울에 올라와 처음 사귄 친구들,
민하와 경리가 약속시간이 15분이나 지났지만 나오지 않는 징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징어야! 안 내려올 거야?”
민하가 입에 손을 모으고 소리쳤다.
“김징어 아직도 자는고 있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또 그럴 리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 너”
“징어야! 제발 좀 내려와 바”
“민하야 우리 늦겠다. 그냥 놔두고 가자.”
“야… 그래도…”
“아 잠시만 잠시만! 박민하, 박경리! 쪼매만 기다리 봐.”
경리의 말을 들은 징어는 다급하게 대문을 열고 소리쳤다. 그리고 젖은 머리를 한 체 힘겹게 신발을 신었다.
“야, 변백현 삐삐 왔다. 빨리빨리 좀 오래”
“아 알겠다 나간다 나간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러니까 좀 일찍 자지.”
“아 미안... 어제 빌린 만화책이 너무 재미있어가 잠이 안 오더라. 미안타”
“어이구, 고2나 되가지고 만화책이나 보고 있고… 너 대학 안 갈 거야?”
“내가 갈 대학 김종인이 대신 가줄 거다."
“퍽이나 그러시겠다. 걔 지금 그 여자애. 이름이 뭐였더라…”
“이성연”
“아, 그래 걔. 김종인 걔한테 빠져서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는데 대학은 개뿔.”
“또 잠시 그러다가 말겠지. 야, 변백현이 기다린다고 안 했나?”
“아!”
소녀들은 발등에 불똥 아니 달궈진 숯 덩어리가 떨어진 듯이 헐레벌떡 뛰어갔다.
그 상황에서도 소녀들은 서로의 모습이 웃긴지 웃음소리가 끉이질 않는다.
학교에서 100m 가량 떨어진 횡단보도. 한 손에 삐삐를 들고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 변백현 옆에
조용히 서 책을 읽고 있는 도경수.
멀리서 뛰어오고 있는 소녀들을 본 변백현은 큰 목소리로 소리친다.
“야! 돼지들아! 빨리빨리 달려라! 이러다 우리 지각하겠다!”
“아 미안 미안, 내가 어제 만화책 보다가 늦게 자버려가 늦잠을 자삐따. 내 미안타”
“괜찮아, 얼른 가자!”
“역시, 내 챙기는 건 도경수 밖에 없다.”
징어는 자연스럽게 도경수의 목에 손을 둘렀고, 도경수도 자연스럽다는 듯이 징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민하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인어 공주는 처음 본 왕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를 구했다.
그리고 마녀에게 부탁해 아름다운 목소리를 주고 다리를 얻어 왕자를 만나러 갔다.
하지만 왕자는 자신을 구한 인어 공주를 보지 못하고 이웃나라 공주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 둘의 결혼식이 끝난 밤. 인어 공주는 왕자를 끝내 죽이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바다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인어 공주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제 자신을 버렸다. 그리고 인어 공주는 빌었다.
다음 생에는 왕자와 남매로 태어나 평생 그를 보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민하는 일기장을 덮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다.
그 시각 경수는 손에 영화 표를 쥐고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빠르게 번호를 눌렀다.
‘저… 나랑 같이 영화 보러 갈래? 네가 지난번에 말했던 그 영화인데 내가 사촌 형한테 표를 두장 받아서…
혼자 보러 가기는 좀 그렇잖아? 그래서 너랑 같이 보고 싶은데… 토요일 오후 3시에 시간이 될까?
답은 내일 해줘. 잘 자, 징어야.’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걸려오는 전화에 손을 덜덜 떨며 전화를 받는 경수.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야, 미안. 내일 말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승질이 급해서… 알제? 아무튼 토요일 오후 3시라고?”
“응, 오후 3시 영화야”
“어차피 공부도 안 하는데 할 것도 없다. 가자 가자. 고맙데이. 변백현 내비두고 내랑 같이 가자고 한거 보면…”
경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역시 도경수 의리. 니가 짱 묵으라”
안도의 한숨의 나온다.
“진짜 진짜 고맙데이! 그러면 토요일 2시 30분에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보자.”
“그래, 같이 가줘서 고마워.”
“아이다 내가 고맙지. 아 니 자야 되는 거 아니가? 그럼 이만 끉는다. 내일 보자!”
“... 응”
“아 맞다 팝콘이랑 콜라는 이 누나가 쏠게. 진짜 안녕이다.”
“응, 알게…”
징어의 성격을 설명하는 듯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끉겨버린 전화에 경수는 수화기를 잡고 한참 동안 멍하게 있다가 스르륵 입꼬리를 올린다.
그리고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미친 듯이 웃으며 방 안을 뛰어다닌다.
경수의 방 앞을 지나가던 형 승수는 방문을 두어 번 발로 차며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칠 거면 곱게 미쳐라. 밤이다. 잠 좀 자자.”
형에게 맛있게 욕을 들어먹은 경수는 무성의하게 “아, 형 미안해”라고 말하고는 침대에 누워 전화 내용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날 밤, 어떤 이는 짝사랑의 아픔으로 눈물로 밤을 지 세웠고,
다른 어떤 이는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는 달콤한 꿈나라에 빠졌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누군가에게는 기쁨을 준 그날 밤.
밤의 하늘에는 진한 물감이 한 없이 뿌려지고 있었다.
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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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애인이랑 헤어졌는데 애인 어머님한테 톡으로 마지막인사 남기는거 에바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