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어서 쓰는 고전물 ㅠㅠ 고전물은 사랑입니다.다른 닉으로 잠시 썰 풀었을 때 썼던 썰중에 하나인데....그 적에 이미 결말까지 모두 스포했지만....때도 오래되고 아는분도 별로 없을테니까........아무도 모를거야.......ㅋㅋㅋㅋ........(운다)적지만 소중한 포인트! 짧게라도 댓글 쓰고 돌려받으세요!댓글은 힘이 됩니다 ㅠㅠ
옥좌에는 먼지가 그득한 나라여.
연회장에는 술이 마를 새가 없구나.
나라는 똑닮은 이름을 가졌다.
'금'
찬란한 금빛 물결이 찰랑이는 나라여.
본디 땅을 보살피는 것은 하늘이고
닿을 길 없이 높디 높은 하늘이야말로 이 땅의 아버지인데
아비는 잔뜩 취해 노을 지고, 집 안에 밤을 불러 오는구나.
밤이 오면 그것이 하늘인지 산둥이의 그림자인지 모르고
자식들은 어미의 품속에 숨겠지.
어미는 벌벌 떨며 아이를 다독일지도 모르지만
아이야. 울부짖지마라. 해는 뜰 것이니.
떠도는 새가 대신 울 것이다.
해는 동쪽에서 뜰텐가, 서쪽에서 뜰텐가.
그렇담 이 나라의 왕은 누군가.
광대가 춤을 춘다. 싸구려 붉은 비단을 걸쳐 입고,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춤을 춘다. 발걸음은 나비 마냥 가볍다. 구경꾼들은 그모습이 신기한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몇몇 어린 아이들은 광대의 춤사위를 따라 추고 어설프게 광대의 흥을 따라하다 꽈당 넘어진다. 광대가 우스워 휙, 도니-, 따라 도는 아이들이 돌다 말고 다른 사람과 부딪친다.
광대는 하하 웃었다. 사람들도 광대가 웃을 때면 그것이 무엇이 웃긴지 모르고 손가락질하며 따라 웃었다. 그 방향이 광대를 향한것인지, 궁을 향한것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 나라의 왕은 누구인가!"
광대가 반복되는 운을 떼자 이번에는 구경꾼들이 따라 외쳤다. 고조되는 분위기에 구경꾼들은 더 신이나 목소리를 드높인다. 이에 만족스러운 광대는 부채를 거두고, 흰색 탈를 뒤집어 썼다. 마지막 춤사위가 남은 때다. 위태롭게 높은 줄에 오르고, 슬쩍 저고리를 풀면, 광대는 사실 줄쟁이였나보다. 길게 늘어진 소매를 하늘 위로 크게 휘두르고 기다리던 악사가 광대의 신호를 알아 듣고 고개를 끄떡이니, 광대가 박자에 맞추어 줄 위로 올랐다. 조용히 시작되는 악률에 발걸음은 빨라지는 듯, 느려지는 듯. 제법 위험한 몸짓을 보이면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묘기를 부렸다.
"이 나라의 왕은 누구란 말이냐!"
하지만 긴장되는 순간에 또다른 창소리가 시작됐다. 궁을 향해, 남쪽으로 돌아 보이는 광대가 가락에 맞지 않게 노래를 불렀다. 정사는 멀리하고, 주색에 빠져사는 왕이 나라를 혼란하게 할거라는, 웃지 못할 가사였다. 하지만 구경꾼들은 용기있는 광대를 향해 환호한다. 박수가 이어지고, 광대는 발등에 아슬하게 줄을 걸치고 위험한 묘기를 부렸다. 흥겹기 짝이없다.
구경꾼들 사이엔 변장한 채 나온 이도 있다. 묵묵히 재주꾼을 지켜보는 이가 몇시간째 돌상처럼 서있는지, 가늠해보기도 어려웠다. 눈을 내리 깐 채 남자를 보좌하는 호의무사들은 이 상황을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말없는 상관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남자는 묵묵히 광대의 가사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노을진 하늘은 광대의 붉은 옷빛보다 더 짙게 빛났다. 누군가 용기내어 칼집에 손을 얹고 [처리하겠습니다.] 잠긴 목소리로 말하는데, 행동과 달리 망설임이 담겨있기도 했다. 남자는 조용히 고개 저었다. [됐다. 냅두거라.] 아무런 감정이 없는 투에 무사는 되려 겁을 먹고 한걸음 물러섰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나라다. 위태롭게 굴러가는 나라는, 남자의 푸른 머리띠가 어두워지는 노을빛을 받아 짙게 그림자 졌다.
전쟁의 서막이다.
![[EXO/백도] 청황장군, 전쟁의 서막 上-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c/8/0c878f5251e017657a0993833922debe.jpg)
w. 도복
나라의 덕은 두 장군의 업이다. 현명한 두 천인이 궁의 양편에 서있기에 이 나라는 아직 풍요로웠다. 논에선 벼가 기울고 대문에 걸린 등불엔 이른 빛이 올랐다. 굴뚝 사이로는 짙은 연기를 뿜는다. 마을엔 사람사는 내가 가득했다. 제국은 바닷길로 상선을 나르고, 구비구비 둘러싼 산을 건너, 대륙의 끝에 도달했다. 기초적인 농업은 크게 발달하진 못했으나, 장인에게 기술을 배우고 상인을 따라 수레를 끌면, 가히 부모님들이 가장 기뻐할 일이었다. 금은 곧 상업이다. 자연스럽게 역관의 출신의 관원들이 많은 나라는 일찍이 돈의 굴레대로 움직였고, 나라는 곧 자본과 힘이 비례했다.
역관의 권력엔 절대적으로 거상들의 몫이 컸다. 숨은 권력층이라해도 실상 과언은 아니였다. 어쩌면 권력층 가장 위로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계층이라 할 수도 있다. 그들의 입김은 화려한 수가 놓여진 관복을 만든다. 그 뿐일까, 한 나라의 재상을 이유없이 귀양 보내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막대한 힘을 가진 자, 그 자가 바로 금의 제일의 상단을 꾸린 경수의 아비다. 권력이란 원체 되물림 되는 것인지라, 사람들은 그의 아들이 아비의 뒤를 이어 총수에 오를거라,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아비는 일찍이 제 아들에게 말을 선물하고 기마를 가르쳤다. 뒤쳐져선 안된다. 같게 가서도 안된다. 항상 네가 앞서야 한다. 아비가 가르친 첫 교육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사람사이, 더불어 모든 대륙을 가로질러 모든 선상의 위로 굳게 오르길 바라는 아비의 욕망이기도 했다.
그 후, 아비는 조막만한 손에 주판과 저울을 주고, 산(算)을 가르치던가. 산을 가르치고, 세상 언어를 모두 가르친 후에, 모든 배움에 부족함이 없도록 만들고, 덕택에 아들은 누구보다도 계산에 능하고 사람마저 움직일 줄 아는 비상한 남자가 되었다. 그것이 선척적이든 후천적이든. 어느편에 속하든, 모든 스승들이 혀를 내두르고 칭찬하기 여념이 없다.
하지만 그 어느 날, 자랑스러운 아들이 호롱불을 붉히고 하는 말.
[관직에 나가고자 합니다.]
상단을 이어나가야할 장자가 관직에 나간다니. 아비가 노발대발한다. 남자는 가만히 두 눈을 꾹 감고 주먹을 꼭 쥐었다. 부자사이에 첫 냉기가 흘렀다. 늘 순종적이던 아들이 무엇에 홀려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 무엇이 아들을 변하게 했을까. 교육에 잘못이 있었던 것일까. 아님, 최고만으로 구성된 스승에 잘못이 있던 것일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제아무리 악평이 자자한 남자지만, 제 아들에겐 한없이 유순해지는 아버지임이 분명하다. 결국 아비는 '마지막'을 다짐하며 제 아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준다. 늦은 새벽 아들에게 묻는다.
[문관이더냐.]
[아닙니다.]
[무관이더냐.]
한숨을 푹 쉬며 묻는 말이 보통은 묻지 않을 말들인데. 사실, 아비는 아들의 기색을 애써 모른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비는 입을 꼭 다물었다. 상인이 되라 가르쳤던 것들이 어린 아들의 다부진 몸을 만들고, 칼과 활을 휘두르기에 적합한 몸이 되었다는 걸. 저 여려보이는 비단 끝에 숨기고 있을 흰 몸은 그 누구보다 탄탄하리라는 걸. 아비는 일찍이 알고 있었지도 모른다. 아비는 제 아들의 시선을 직시하고, 아들은 아비를 꿰뚫고 확신에 찼는지 씩, 웃는다. 이미 아비의 허락을 읽어낸 것이다.
이 자가 바로 황의 장군이다. 이야기의 첫 시작. 황의 장군, 도경수. 바로 금나라의 동(東)이다. 하지만,
[너는 결국 내 아들이다. 언젠가 이 상단은 네 품 속에 들어가야 할 것이야.]
출가하는 아들에게 건내는 아비의 마지막 가르침은 경고였다.
그와 달리 청의 장군, 백현은 검은 먹구름 사이로 갑작스레 부딪히는 천둥번개와도 같다. 아무런 근본없이 태어나 오로직 칼 한자루를 쥐고 이 곳까지 오른 자는 가히 모든 것이 천부적이다. 황의 장군 도경수. 태어났을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 유복하게 자라 유례없이 스스로 험한 무관에 첫발을 내딛었던 자. 그것이 백현의 눈꼴을 시렵게 만들었다.
자신이 경수라면, 절대 이 칼을 잡지 않았다. 저야 살기 위해 누군가를 베었던 칼이라지만, 손안에 굳은살이 가득 베이도록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무인이 무엇이 좋아 스스로 칼대를 맨다는 것일까. 남자가. 언제나 함께 진급하던 남자가. 분명 가문의 입김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자리에 올랐음을 알면서도 백현은 한켠 경수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그것이 유일한 백현의 약점이다.
백현은 금나라의 서(西)다. 동과 서는 비슷한듯 본질이 모두 다르다. 백현은 모든 무법에 능했지만 경수는 활술을 제외하자면 달리 백현과 비할바가 못됐다. 그럼에도 장군이라 불리는 경수의 이유 중 하나는 50번의 기회가 주어지면 100발을 적중시키는 명사수였다. 한 번 줄을 쏘아 올리면 적중하는 화살은 허공에 금빛의 꼬리의 잔상을 남기고, 한참이나 살랑였다. 마치 작은 동물의 꼬리와도 같았다. 경수의 별칭은 이곳에서 얻어졌다. 황의 장군 도경수, 겹겹이 입은 갑옷이 값비싼 보석이 아님에도 금처럼 밝게 빛나보이는 자. 온순한 기질로 전쟁터를 끌어 안을 자.
금의 대장군은 모두 넷이었다. 황(黃)적(赤)백(白)청(靑) 그렇담, 청(靑)은 어디서 온 것일까.
누구나 백현을 보면 호칭에 걸맞는 남자라 말한다. 커다란 칼과 창을 메어 들고, 푸른 하늘을 가르는 빛나는 날이 하늘 닮아 푸르렀다. 남자의 푸른 기백은 언제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천명이다. 겁에 지린 적군이 칼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하고, 남자의 칼빛에 놀라 달아나는걸 보면, 청은 변화 무쌍한 하늘에 다시금 푸른빛을 가져다 줄거란 사람들의 믿음이기도 했다.
경수는 백현의 모습을 힐끔거리다 조심스럽게 활의 끝 촉을 살폈다. 무르지 않은 것이 살짝만 스쳐도 위험할 것이 분명했다. 끝은 가지런히 끼워진 세개의 갈색 깃털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는 이 나라 것은 아니였다. 살대와 촉이 이어진 부분에 노란 띠 사이로 군데군데 그려진 둥근 문양이, 경수는 슬쩍 주변을 둘러 보았다. 도가(家)의 문양이었다. 제 아비가 제 아들도 모르게, 남모를 술수라도 쓰려는 것인지. 그렇다면 활을 써서는 안됐다. 이제는 아비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할 아들이 훌쩍 커버린 때였다.
"이것말고 다른 화살은 없습니까?"
"예. 화살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경수는 무심히 고개를 젓는다. 공통적으로 주어진 무기는 정해진 활과, 창, 그리고 칼인데 규칙을 벗어나 다른 무기들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활을 내려놓고 다른 창과 칼을 살피는 경수가 슬쩍 칼날에 손을 가져다 댔다. 뾰족한 날이 외양에 비해 물러서 깊히 자국만 박힐 뿐이다.
"창으로 하겠습니다."
경수가 제 키만한 창을 들고, 아래 신하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건냈다. 놀란 신하는 의아하게 경수의 손에 박힌 창을 바라본다. 당연 활이라 생각했는데. 창이라니. 사이에는 전혀 생각치도 못한 그의 결정에 군이 술렁이기도 했다. 경수는 작은 소음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 말에 올랐다. 지금의 분위기가 승패로 연결되리라는걸 알면서도 애써 입을 꾹 다무는 경수였다.
"호각을 불거라."
평소 사용하던 활보다 배로 무거운 창을 쥐고, 낯선 이질감에 가볍게 창을 한바퀴 휘둘렀다. 만평 평야의 가장 동쪽, 황군의 가장 후방에 선 그가 제 군사들을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아님, 무기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어울리지 않게 위협적으로 창을 다루었다. 그제야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차차 정리 된다. 보이진 않아도 이쯤에서 백현도 잽싸게 안장에 올라 탔을 것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오른편 세훈이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걱정말라는 식으로 살짝 웃어 손짓하니,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일관하는 세훈이 뒤늦게 긴 호각을 불었다.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다. 대치하는 황군과 청군의 기세가 팽팽히 맞부딪쳤다. 가지런히 경수와 백현의 어깨에 둘러진 긴 천을 덧댄 위엄스러운 복장이 오늘따라 유난히 위용 넘쳐 보였다. 갑옷은 색만 다른, 놓인 수도, 짜여진 매듭도 모두 같은 것이었다. 허나 풍기는 분위기는 왜그리 사뭇 다른지. 성질이 다른 두개의 기류가 부딪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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