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곁에만 있어도 병이 옮는다더군.."
사람들이 정국의 어머니만 보면 하는 소리다.
정국은 어머니가 아파 먹으면 꼭 낫는다는 약초를 뜯으러 산속으로 들어섰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비를 맞으며 산속을 뛰어다니다 넘어지고 만 정국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천천히 들었고,
자신의 머리 위로 바로 있는 약초에 눈이 커져서는 그 약초를 급히 뜯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른 정국이 약초를 손에 꽉 쥔채로 산속에서 빠져나왔다.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며 달려오던 정국의 앞에 선 의문의 할머니는 정국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
"……."
"운명을 믿나."
제5회_
이유
"왜? 한 번에 네 정체를 알아맞춰서 당황스럽나?"
석진의 말에 정국은 픽- 웃으며 석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석진은 그런 정국을 빤히 바라보다가 왜! 뭐! 하고 뻘쭘한듯 표정을 지어보였다.
"웃겨."
"뭐가 웃긴데."
"인간이랑 붙어다니면서 하하호호 웃어대는 네가 웃겨."
"그러는 너야말로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들 사이에서 평범한 인간인척 하고 다니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모르나?"
"날 찾아 온 이유가 뭔데."
"뭐."
"이유가 있어서 찾아 온 거 아니야."
"눈치는 진짜 빠르구만."
석진은 흐음.. 하고 고민하는척을 하자 정국이 귀찮은듯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석진이 워워! 하고 정국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할게! 성격 하나는 정말 급하구만."
"……."
"그게."
"……."
"향수 뭐쓰냐."
"……?"
"냄새가 너무 좋은데?"
"……."
"아아! 알았어! 진짜로! 진짜!"
"장난 그만 쳐라."
"오케이! 그래! 왜 운명을 바꾸면 안 되는 건지. 이유를 말해줘."
"그게 궁금해서."
"……."
"혼자서 날 찾아 온 거야?"
"나는 궁금한 건 못참걸랑."
정국은 석진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작게 웃어보이더니 석진을 옆으로 밀며 말했다.
"마음대로 하라 해. 운명을 바꾸던 말던."
"뭔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고?"
"몰라."
"운명을 바꿨더니 더 잔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됐어. 전엔 합병증이었는데 갑자기 자살..
이게 걔만 그런 건지.. 아니면 모두 다 그러는 건지 궁금해서."
"그런 거 없어."
"진짜?"
"이런 대답을 원해서 찾아 온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닌데? 진짜 그냥 궁금해서 찾아 온 건데."
"비켜."
"내가 궁금한 건 못ㅊ.."
"안 꺼져?"
"말이 심했잖아.. 안꺼져라니."
정국이 집으로 들어가버리자 석진은 야아! 하고 킁킁- 허공에 냄새를 맡았다.
쟤 냄새가 너무 좋단말이야..? 진짜 향수 안뿌리는 건가?
또 한 번 야아아아! 하고 석진이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큰 개가 석진을 향해 짖기 시작했고, 석진이 워워! 하고 소리를 빼애액 질렀다.
계속해서 개가 짖자 석진은 괜히 멋진척 머리칼을 휘날리며 개한테 말했다.
"너도 잘생긴 귀신을 알아보고 짖는구나?"
더 시끄럽게 짖는 개에 석진이 알았어! 알았어! 하고 정원에서 빠져나왔다.
요한이 아파트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로 석진이 걸어오자 요한이 자신도 모르게 안 돼! 하고 소리를 질렀고,
석진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띄우며 하늘로 거꾸로 날았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요한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씨.. 쪽팔려.. 하고 요한이 고개를 숙인채로 작게 욕을 읊고 있었을까
갑자기 뭐가 안 돼? 하고 석진의 얼굴이 나타나자 요한이 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요한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창피한지 요한이 아이씨- 하고 아예 장소를 옮기자 석진이 어디가아아! 하고 요한을 따라 걸었다.
"야아 너는 왜 사람들 많은데 소리를 지르고 그르냐?"
"……."
"사람들이 너 완전 이상하게 쳐다봤어."
"야!"
"엄마야!!"
"그만 좀 놀래켜라! 너 때문에 나만 이상한 사람 되잖아."
"알았어. 워!!!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거지?"
"아니. 막 차에 박을 것 처럼 그런 거!"
"에이이. 그래! 친구야 네가 놀랐다면 나는 하지 않겠다."
"진짜 나는 아직 네가 익숙하지가 않단 말이야. 진짜 치이는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데.
나한테는 네가 엄청 사람 같다고."
"그래애! 알겠다 친구야아!! 화해하자! 악수!"
석진이 악수! 하고 손을 내밀자 요한이는 또 그걸 대수롭지않게 손을 뻗었고, 지나가던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보자
요한이는 아우씨! 하고 석진에게 때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석진이 악- 하고 웃으며 도망쳤고, 요한이는 그런 석진이 이제는 귀엽게 보이는지 웃어보였다.
나름.. 저 귀신이 있는 게 나쁘지는 않네.
먼저 앞장서서 뛰어가는 석진을 보다가 갑자기 웬 개가 석진을 향해 미친듯이 짖었고
석진이 아악- 하고 도망가자 요한이 석진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무슨 귀신이 개를 무서워하냐."
"엄마야!! 야 !! 오지마!!!"
"야아! 같이 가!! 진라면!!"
요한이는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다가 자꾸만 노트에 보리의 이름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을 했다.
옆에 앉아서 그걸 보던 석진이 흐음.. 하고 요한이에게 말했다.
"그냥 한 번 해봐. 아무일도 안일어났잖어."
"그치?"
"쿨하게."
"쿨하게."
"남자답게."
"나 여자거든."
교수가 요한이에게 눈치를 주자 요한이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선 강의를 열심히 듣는척을 했고,
요한이 노트에 김보리를 쓰고 그 옆으로 범죄자의 이름을 적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선 옆에 앉아서 졸고있는 보리의 머리 위를 보았을까..
1993_03_02 - 2076_04_28 분명히 방금 까지만 해도 2044년 까지였는데.. 또 성공한 거 맞지..?
아싸..하고 석진을 보았을까, 석진이 갑자기 일어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요한이 푸흡- 하고 터져버렸다.
"쭤!쭤!!쭤!쭤!!"
"……."
그러다 교수와 학생들이 요한을 쳐다보자 요한이 표정을 굳힌채로 고개숙여 말했다.
"죄송합니다.."
요한이 사과를 하자 석진이 그 모습을 보고 웃기기도 하지만 보리의 머리 위로 써져있는 죽는 사유에 고개를 저었다.
"자살.."
또 자살이잖아. 더 오래 살게 되는 건 좋은 거지만.. 결과가 참혹하네.
요한이 보리와 같이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을까
괜히 보리의 머리 위로 바뀐 수명이 자기 덕분이란 생각에 뿌듯해서 미소를 짓자
보리는 미친년.. 하고 고개를 저었다.
석진은 미친년이래 푸핰- 하고 미친듯이 웃기 바빴고, 요한을 그런 석진을 한 번 째려보고 라면을 한입 먹는다.
그러다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들어 온 윤기가 어? 하고 요한을 보고선 웃었고,
그 모습을 석진이 팔짱을 낀채로 한참 바라보았다.
"넌 점심을 왜 라면 먹냐? 햄버거 사줄까? 먹으러 갈래?"
"그냥 돈 좀 아낄겸. 난 콜이지! 넌 밥 안먹었어?"
"먹었지. 너 사주려고."
"엥? 뭐야.. 너 귀찮잖아. 됐다! 나중에 쏴라."
"요즘 살이 자꾸 빠지니까 조금 걱정 되잖아. 예전엔 돼지라고 놀리기라도 했지."
"닥쳐라!"
석진이 윤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팔꿈치로 요한을 툭 쳤고, 요한이 뭐야.. 하고 작게 말하며 석진을 똑같이 팔꿈치로 쳤다.
석진이 어허! 하고 요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저 자식이 너 좋아해."
"닥쳐라아!!"
그 말에 보리와 윤기가 요한을 응? 하고 쳐다보았고, 요한이는 음료수 좀.. 하고 코너를 돌며 석진에게 말했다.
"뭔 개소리야 또?"
"야 또라니 또? 누가 들으면 내가 너한테 맨날 개소리 하는 줄 알겠다 야!"
"그래서 뭔데."
"남자의 직감이란 게 있잖아."
"네가 왜 남자냐? 귀신이지."
"와.. 귀신은 남자여도,여자여도 안 되냐?"
"뭐가."
"모르는척 쩐다아.. 뭐가..래."
"쓸데없는 소리 하니까 그러지."
"뭐가 쓸데가 없냐. 내 직감은 틀리지가 않어."
"틀려. 쟤가 나랑 몇년 친구인데."
"원래 연인사이엔 친ㄱ.."
"야. 나 간다."
급히 요한이 잘가! 하고 손을 흔들었고, 석진은 뿌욹- 하고 입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자리를 떴다.
요한이 저 진라면..하고 석진을 때리는 시늉을 했고, 뒤에 있던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보자 스트레칭 하는척을 한다.
지민이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들자 학교까지 오게 되었고, 보리가 저 멀리서 과 애들과 같이 얘기를 하며 웃고있자
지민은 그 옆으로 지나가며 보리의 머리 위로 수명을 보았다.
또.. 또 다른 느낌이다.
"저 사람이 자꾸 나 쳐다본다?"
보리가 지민을 가리키며 말했고, 옆에 있던 과 애들은 지랄병이라며 웃어대기 바빴다.
자꾸만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지민이 학교 안으로 들어서 계단을 밟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야 내가 너 강의시간에 갑자기 일어나서 춤추지 말라고 했지. 나 웃음 못참는단 말이야."
"나를 쳐다보지마. 너 강의 시간에 자꾸 나한테 신경 쓰는 거.. 그거 짝사랑이다?"
"진짜 너... 와.. 뻔뻔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가.."
석진과 지민이 눈이 잠깐 마주쳤고, 요한과 석진이
둘이 자연스럽게 지민을 지나쳐 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지민은 대수롭지않게 그들을 지나쳤다가 갑자기 자리에 멈춰섰다.
석진도 엥? 하고 자리에 멈춰선채로 뒤를 돌아보자 요한이 왜? 하고 같이 뒤를 돌아보았다.
"……."
"……."
"…왜?"
한참 석진과 지민이 서로를 바라보았을까, 지민이 뒤 돌아 둘을 무시하고 계단을 밟고 올라가자
석진이 어..라...하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요한이는 뭔데.. 하고 석진을 올려다보았고, 석진이 요한을 보고 말했다.
"방금 저 사람 나 봤잖아."
"그치."
"……"
"…엉."
"……."
"헐!!!!!!!!!!!!!!!!!!"
"아아아악!!!!!!!!!!왜 갑자기 소리 질러!!!!!!!!!!!!!"
"뭐야! 널 어떻게 봐!? 어떻게!?!? 왜!?!"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놀랐어! 왜 보지!?!"
"가서 빨리 물어봐!!"
"싫어어!! 나도 귀신 보는 인간들은 무섭단 말이야!!"
밑층에서 혼자서 막 떠드는 요한을 보고 윤기와 같은 과인 호석이 윤기에게 물었다..
"형. 형 친구 되게 이상한데요? 막 혼잣말 하고."
"그러게…."
요한이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엄마의 심부름으로 장을 보러 마트로 갔고, 석진은 오오- 하고 옆에 지나가는 여자들을 훑어보았다.
요한이는 그런 석진이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카트를 끌며 혀를 쯧쯧 찼다.
코너를 돌고 있었을까.. 작게 들리던 이명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요한이 아아- 하고 귀를 틀어막았고
곧 누군가의 옆에 서자 이명 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뭐지..하고 고개를 들었을 땐.
"어어어어! 운명!"
"뭐야…."
"와.. 사람보고 뭐야..래. 뭐해요? 장 보나?"
"보면 모르냐?"
"도통 모르겠네. 온통 과자 뿐이잖아요."
"……"
"과자 엄청 좋아하나보네."
정국의 카트엔 과자들이 가득했고, 정국은 요한이 귀찮은지 무시하고선 코너를 돌았다.
요한이는 심심한지 그런 정국을 따라 계속 걸었고, 석진은 또 어느샌가 자기도 모를 곳에 서있었다.
석진이 아이씨! 또 뭔데에! 하고 소리를 치자 달동네에 있던 개들이 다 짖기 시작했다.
"아, 이거 고기 맛있는데. 한 번 사먹어 봐요. 혼자 사나?"
"신경 꺼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게 뭔줄 알아요?"
"안궁금해."
"궁금할텐데."
"안궁금해."
"궁금할텐데~"
"……"
"남한테 신경 안쓰는 거!"
정말로 귀찮은듯 인상까지 쓴채로 가버리는 정국에 요한이 더 괴롭히고싶은지 졸졸 따라간다.
계산까지 하고 봉지를 팔에 건채로 걷는 정국의 뒤를 따르는 요한이는 휘파람을 불었다.
정국은 그런 요한을 힐끔 보았고, 요한이는 '난 신경쓰지 마요'하고 또 휘파람을 분다.
"근데. 그쪽이 하지 말라고 한 거 있잖아?"
"……."
"내가 이미 두명이나 운명을 바꿔놨는데. 아무 문제도 없더라구.."
"……."
"이미 저질렀는데. 그냥 알려주면 안 되나? 왜 운명을 바꾸면 안 되는지 말이야."
"……"
"우리는 같은 운명 아닐까? 그쪽도 나랑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운명인 게 분명할텐데."
"웃기고 자빠졌네."
"에이 웃기고 자빠지는 게 어떤 건지 보여줘? 나 자빠져봐?"
"천국 가긴 글렀어. 너."
"난 무교라 그런 거 안믿걸랑."
말이 안통한다며 정국이 고개를 저었고, 요한이는 끝까지 정국을 따라 걸으며 말했다.
"근데 혹시 이 수명이 보이는 것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
평생을 이렇게 산다면 조금은 슬플 것 같아서."
"……"
"그쪽은 그런 능력을 갖게 된지 얼마나 됐어?"
"……"
"엄청 익숙해 하는 거 보면.. 몇년 됐나?"
"……"
"궁금해 죽겠잖아."
"왜 대답을 못해?"
"뭐야.. 너 언제 왔어?"
"방금! 나 이번엔 웬 달동네에 갔다니까!?"
"왜 그러지? 왜 자꾸 사라지는 거지?"
"나도 궁금하다. 왜 사라지는지."
"……."
"저 자식은 알라나?"
석진이 턱짓으로 정국을 가리키며 말했고, 정국은 그 말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렇게 셋이 아무말도 없이 걸었을까, 석진이 깎지를 낀 손을 뒷통수에 댄채로 걸으며 말했다.
"능력을 가진지 몇년 됐냐는 소리에 대답은 왜 안해줘?"
"……."
"한 몇백년 되셨나?"
그 말에 정국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정국이 한참 우뚝 선채로 있자, 요한이 그런 정국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았다.
봉지에서 사놨던 핫도그를 꺼내 한입 베어물은 요한도 같이 정국을 보았다.
"적어도."
"……."
"너보단 오래 살았겠지."
"……."
"까불지말고 조용히 저승으로 가."
"호오오... 개멋져어어어어어어어!!!!!!!!!!오오오오오!!!!!!!!!!!!!!"
"……."
"끄블즈 믈그 즈응히 즈승으로 그. 어때 똑같았냐!?"
"아니이. 네가 하니까 되게 더럽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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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랜만에 보네요 ㅎ헤헤헤헤ㅔ헤헿ㅎ헤 또 보아요 헤헤헤헤헤헤헿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