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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늦은 저녁 대치동 학원가, 모든 학원이 끝날 시간 쯤인지 학생들이 각자의 문제집과 가방을 메고 데리러 온 부모님의 차를 타는 풍경을 바라보는 은우는 조용히 시계를 찬 손을 바라보았다. 현재 시각 밤 10시 30분, 보통이라면 이 바로 앞에 세워진 차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오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차에 고개를 숙였다. 지금 출발해도 마지막 남은 과외시간에 겨우 늦을까 말까한 시간이였다. 그런데도 도저히 보이지 않을 듯한 차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찰나 은우의 핸드폰으로 진동이 느껴져 왔다.


 "여보세요."

-어, 은우야 엄만데 지금 차가 좀 막혀서

 "지금 와서 뭐 어쩌자구. 나 과외 빠지면 안되는 거 알잖아."

-당연히 알지. 엄마 지금 거의 다 도착했어 조금만 기다려

 "빨리와. 나 과외 늦어서 진도 놓치면 엄마가 책임질거야?

-알겠어~ 지금 앞이야!


전화를 끊으려다 건물 앞 길에 큰소리를 내며 세워진 차를 보자 미간이 찡그려진 채로 차에 올라탄 은우를 본 엄마는 은우에게 유명한 한약제품로고가 그려진 홍삼액을 건넸다. 그 홍삼액을 흘끗 보고 가방에서 영어단어책을 꺼내 외우기 시작하는 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좀 먹어. 너 성적도 중요하지만 네 건강이 최우선이야. 이러다 너 쓰러지면 어쩔려고 그래. 어제도 공부한다고 밤샜잖아."

 "괜찮아, 그거 한 번 밤샜다고 안죽어."

 "엄마가 걱정되서 그래. 먹어."

 "나 성적 떨어져도 이렇게 나올거야?"

 "..."

 "엄마가 나 서울대 가라매.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거 아니야. 밤새가면서까지."

 "...은우"

 "나 피곤해. 말걸지마."


불편한 듯 자신의 말을 딱 잘라 끊어 얘기하곤 영어책에 집중하고 있는 은우를 바라보며 엄마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 안의 어색한 공기가 둘을 감쌌다. 은근히 아무도 모르게 날이 서 있는 듯한 은우의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건들면 짜증이라도 낼 법했다. 이럴 때라도 민현이가 옆에라도 있었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텐데. 엄마는 지금 아들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없는 핸드폰 화면을 힐끗거리며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집 나간 자식이라도 내 배아파 낳은 자식인데 보고싶은 건 당연했다. 은우는 아까부터 계속 울리는 핸드폰에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발신번호를 보자 저장도 안해놓은 번호였지만 누군지 뻔히 보이는 탓에 귀찮아 거절버튼을 눌렀다.


[야, 너 이번에 모의고사 전교 1등이라며?]


전화가 끊기고 보내온 메시지를 보자 더욱이 짜증이 치밀어 오른 은우는 메시지를 지우고 아예 그 번호를 스팸으로 저장해놓았다. 정말이지 귀찮게 구는 놈이었다. 이름은 몰라도 어디서 내 번호는 알아온건지 계속해서 카톡과 전화를 해대는 이 놈 때문에 안그래도 받았던 스트레스가 두 배로 받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며 다시 영어 단어책에 집중하려 애를 쓰는 은우를 힐끗 바라보던 엄마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지 조심히 입을 뗐다.


 "..누구야?"

 "있어. 그런 애."

 "좋은 애면.. 잘 사겨봐.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그런 애 아니니까 신경 꺼."

 "은우야, 저기.. 이번 주 토요일날... 모임 약속이 있는데."

 "또 그 잘난 척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랑 그 싸가지없는 애들 얼굴을 마주보라고? 난 싫어."


당연히 이런 대답이 나올 거라 예상했던 엄마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떻게든 은우를 그 모임에 끌고 가야 남편에게도 다른 집안의 여자들에게도 무시를 당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지말고, 엄마 생각해서라도 나가주면 안될까?"

 "지금 엄마 생각해서라도 이 지옥같은 일상을 견디고 있는 거야. 이 이상 뭘 바래?"

 "아빠가 너 안데리고 오면 엄마랑 이혼한데."

 "형은 어따 두고."

 "네 형..!"


민현의 이야기가 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 소리친 엄마는 고개를 돌리며 핸들을 움켜쥐었다. 은우는 그런 엄마를 빤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도 알잖아. 네 형이 어떻게 거길 와."

 "못오지. 엄마 아빠 창피해서. 못데리고 오는 거지."

 "너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래?"

 "형 덕분에 형이 할 일 내가 뒤집어 쓰고 나만 고통받고. 안그래?"

 "..."

 "..다 도착했다. 나 여기서 안내려줄거야?"


창문을 보니 어느샌가 과외장소에 도착해 길가에 차를 세웠다. 차를 세우자 은우는 곧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 심정이 복잡한 듯 내리는 아들내미를 보지도 않고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엑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은우는 멀어져가는 차를 보며 한숨을 쉬고는 가방을 고쳐메 과외 장소로 향했다. 그가 과외를 하는 장소는 과외선생의 집이었는데 그 유명세만큼 꽤나 돈을 많이 버는 듯 고풍집의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들어가니 이미 먼저 와 있던 듯 다른 친구들이 그를 반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늦게 왔네. 왠일이래."

 "차가 좀 막혀서."

 "우리끼리 복습 좀 하고 있었어."

 "아, 이번에 너 모의고사 1등 했다며? 대단하다~"

 "그 비결 뭐냐, 나도 좀 알려주라. 우린 아무리 공부해도 모의고사는 1등은 안되던데 넌 진짜 못하는 게 뭐냐?"

 "..열심히 공부한 거지 뭐."

 "너, 우리 몰래 막 좋은 학원다니고 그러는 건 아니지?"


장난 섞인 아이들의 말에 미소를 짓는 은우였지만 왠지 모르게 뼈가 박힌 말들 속에서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동경과 시샘과 질투, 모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웃고 있지만 이 방에 모인 아이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들의 말은 모두 거짓이란 걸. 모두의 경계 어린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고, 어떻게든 물어뜯기 위해 호시틈틈 노리고 있다는 걸 은우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들은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다. 언젠가는 자신을 밟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경쟁자. 그 기회조차 만들 수 없게 만들려면 애초에 싹을 잘라야 했다. 그래야,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그 아이랑 친해져야 돼. 알겠지?"

 "네."

 "그 아이가 너의 중요한 인맥이자 너의 내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거야."



입시 컨설터의 말을 들은 대로 그 아이에게 접근한 지 5일 째, 내 연락도 인사도 모두 씹고 있다.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한국 IT기업에 큰 손을 뻗치는 전자회사 LOGES의 둘째 아들에 우리 학교 중에서도 항상 전교를 차지하는 우등생이었다. 어떻게든 그 아이의 번호를 받긴 했지만 중요한 건 그 아이는 날 너무 귀찮아 한다는 것이었다. 자사고로 유명한 우리 호정고등학교에서도 공동수석입학은 나와 그 아이 뿐이기도 했던 탓에 그걸 빌미로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랬나."


기억도 안난다는 듯 무심한 말투로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었다. 이 지랄을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하나 짜증이 올곧았지만 내 대학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다. 이번엔 도대체 어떤 걸로 말을 걸어봐야 할까 생각을 하던 찰나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김태형이 씩 웃으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 알빠야?"

 "하여튼 성질 하나는... 너 이번 주 모임에 올 거야?"

 "무슨 모임?"

 "너 몰랐어? 이번 주 토요일날 우리 학교 전교 5등까지 가족들 모임 갖는 거."

 "..그런게 있었다고?"

 "전혀 모르고 있었구만. 그 뭐 왜. 자기들끼리 우월감 가지려고 괜히 자식들 내세워서 자랑질하려는 그런 어른들의 이기심 같은거."

 

태형은 말을 하면서도 역겨운지 토하는 시늉을 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럼 차은우도 오겠네?"

 "차은우? 아, 그 싹퉁바가지?"

 "응."

 "오지 않을까? 근데 전부터 그런 모임에 나오는 거 썩 좋아하진 않는다 하더라."

 "와야 되는데..."

 

또다시 손톱을 물어뜯는 나를 빤히 바라보던 태형이 내 손목을 잡고 끌어내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 맘에 안드는 지 똥씹은 표정으로 사탕을 내밀었다. 전부터 내가 손톱을 물어뜯으면 말리려 내게 해왔던 행동이었다.


 "너, 걔 좋아하기라도 하냐? 그 싸가지를?"

 "미쳤어?"

 "그럼 뭐야. 입시 선생이 걔랑 친해지기라도 하래?"

 "어. 나도 내키지가 않는데 내가 서울대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나."

 "그냥 네가 열심히 공부하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


태형의 말에 사탕을 우물우물 씹던 난 혀로 입안을 굴렸다.


 "그래도... 몇천만원 주고 산 입시쌤이 하는 말이 내가 하는 판단보단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꼭 서울대여야해?"

 "..응."


 "그래야.. 내가 칭찬을 받거든."






학교가 끝난 길, 태형은 담벼락에 숨어 숨겨두었던 담배곽을 찾아 한 개비 꺼내 불을 붙여 피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미성년자가 범할 수 없는 어른들의 행위는 너무나도 짜릿했다. 뭐, 대놓고 펴도 자신에게 뭐라 할 사람도 없었지만 일단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끝장이기에 숨어서 피는 것이 안전했다. 한 번씩 빨아들일 수록 시원해지는 속과 내뱉을 때마다 만들어지는 담배연기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하.."


아까 연하와 했던 말들이 떠올라 기가 찼던 태형은 비소를 지었다. 꼭 서울대여야만 하냐는 자신의 질문에 그래야 칭찬받는다는 연하의 대답은 그를 기가차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나. 결국엔 지치는 건 내 자신인데. 그는 핸드폰을 꺼내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를 뒤졌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찾던 이름 세 글자를 찾았지만 쉽게 통화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통화버튼 위에서 멈칫하는 손을 보다 마저 빨던 담배를 던지고는 짓이겼다. 그리고 태형이 찾던 이름 세글자는 핸드폰 전원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런다고 뭐가 해결이 되나. 좆같네 진짜."


이윽고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그 골목거리를 빠져나오는 태형의 뒷모습은 정말이지 외롭고 어두워보였다.


 "어, 엄마. 지금 곧 가요."

 "아버지 신경쓰지 마요, 아버지 그러는 거 한 두 번이야?"

 "그 중에서도 전교 3등한 것도 대단한거지 그 공부잘하는 애들 사이에서."

 "전교 1등은 바라지도 말라고 해요. 그 성적으로 SKY는 충분히 갈 수 있으니까."



 "토요일? 당연히 가야죠. 그 잘난 낯짝들 좀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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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 읽고가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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