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정국은 퇴근을 하고선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장을 열어보았다.
하나도 빠짐없이 가져간 옷들에 정국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선 옷장을 닫아 걸었을까..
무언가 밟혀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바닥을 확인한다.
"……."
집에서 신자며 커플로 맞춰 산 실내화였다. 이건 못챙긴 게 아니라, 안 챙긴 게 분명하다 생각한 정국이 슬리퍼를 들고 거실로 향했다.
거실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실내화를 아무렇게나 넣어둔 정국이 배고픈지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다 선반 위에 올려진 둘이서 찍은 사진이 끼워진 액자를 본 정국이 액자를 엎어놓는다.
제3회_
다시 시작하는 사람
대단하다 대단해.. 고작 10시인데 여자 손님들이 이렇게 많다니.. 들어오자마자 입을 떡 벌리고 서있었더니
전정국은 내게 아는채 하나 하지않고 손님을 맞이한다.
손님들을 지나쳐 카운터로 향하니, 전정국은 나를 지나쳐 커피를 만들러 등을 돌렸고, 나는 내 앞에 선 손님들에게 어정쩡하게 웃어주었다.
전정국 볼 때랑 표정이 너무 다른 거 아니야?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전정국을 힐끔 보기에, 나는 전정국을 향해 몸을 돌리고선 말했다.
"인기 많아 좋겠다?"
"없는 것 보단 낫지."
되게 뭔가 뭐랄까.. 사귈 때랑은 다를 거 없는 대화였다. 서로 대화 하다가 할 말이 없어지면 정적이 흐리기도 했으니까.
그냥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완벽하게 사라졌다는 거?
여전히 나는 뻘쭘하게 서서 전정국이 커피 만드는 것만 빤히 들여다보고만 있었을까, 다 만들었는지 잔 두개를 들고 내 옆을 지나며 말한다.
"라면 먹고 잤냐? 호빵맨 같은데."
"인사가 참 특이하네."
"카페모카, 플레인 요거트 나왔습니다."
네명의 손님들.. 전정국은 내게 빗자루를 건내주었다. '쓸어' 그 말에 나는 기가 막힌듯 콧방귀를 뀌었다.
청소 정도는 나 혼자서 알아서 할 수 있어. 헤어졌다고 내가 바보라도 된 것 같냐?
평소에 하던대로 빗자루를 들고선 손님들을 피해 청소를 하고있자니 손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알바는 안구하나? 알바 하고싶다 여기서..' 그 말에 나는 홀린듯이 손님의 옆에 바짝 달라붙어 말했다.
"알바 구해요! 11시부터 11시까지.. 점심, 저녁 제공 하구요! 일주일에 한 번 쉬구요."
"아, 그래요..!?"
"네.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찾아와서 저어기 있는 사장님한테 말씀드리면 될 거예요."
"제가 학교를 다녀서.. 매일은 좀.. 아쉽다."
아쉬운듯 표정을 짓고선 손님을 보았을까, 전정국이 저 멀리서 고개를 젓는 게 보였다.
정말로 아쉬워하는 손님에게 대충 머쩍은듯 웃어주고선 바닥을 쓸고있는데 자꾸만 전정국 얘기를 하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들려서 그런 거야. 나는 엿듣는 게 아니라구..
전정국 칭찬이 얼마나 오고가는지.. 감히 전정국이 이런 칭찬들을 받아도 되나 싶어서 조금은 인상이 써졌다.
좋겠다 전정국 여자 팬들 많아져서 일할 맛 좀 나겠네.. 전정국 힘줄 마저도 설레서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여자들을 보았다.
정말 행복하게 웃네.. 나도 저런 표정을 지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게 있다면 언제일까? 생각도 안나는 걸 보니.. 꽤 오래됐나보다.
점심시간엔 또 사람이 왜 이렇게 몰려오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여대생들이 많이 몰려오기에 괜히 열심히 커피나 만드는 전정국을 힐끔 보았다.
저게 뭐가 좋다고 이렇게 많이 와..? 분명 주문을 받는 건 나인데. 내 뒤에 등을 지고 서서는 커피를 만드는 전정국을 힐끔 보는 손님에 나는 능글맞게 말을 걸었다.
"주문은 저한테 하시면 됩니다!"
내 말에 무슨 물건 보듯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데 괜히 기가 죽다가도 당당히, 아주 뻔뻔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손님은 우리 머리 위로 있는 메뉴를 보며 '핫초코 두잔이요'하고선 전정국을 힐끔 본다.
계산을 해주고선 할 것도 없이 가만히 커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바닥만 보고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익숙한 향수냄새가 나며, 익숙한 목소리가 이어 들린다
"길열린씨?
"어..? 안녕하세요!"
"손님 꽤 많네요. 오픈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주문을 기다리던 여자들의 시선은 오롯이 석진씨에게 향해있었다. 슈트에 깔끔한 외모에.. 안쳐다볼 수가 없지.
"아, 네.. 자리가 좋아서 그런가?"
"커피가 맛있어서 그런 거겠죠? 아, 저는 아메리카노 샷 추가해서 하나요."
"네에..!"
카드를 건내주는 그의 손을 보았다. 어쩜 손도 이렇게 잘 뻗었을까.. 결제를 하고선 카드를 건내주자, 그는 카드를 받아내며 상냥하게도 웃어준다.
어쩜 이렇게 스윗하게 웃어줄 수가 있지?
"어제는 집에 잘 들어가셨어요?"
"아, 네! 그럼요.. 편의점 가는 건데요 뭘!.. 덕분에 따듯하게 집까지 잘 갔네요!"
"다행이네요. 핫팩 주고도 욕먹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네에? 욕이라뇨.. 진짜 덕분에!"
"농담이에요, 농담..!"
"아.. 그쵸? 죄송해요.. 제가 농담이랑 진담 구분을 잘 못해요."
"첫인상과 다르게 뭔가 되게 엉뚱하신 것 같기도 하구?"
"아!"
"……."
괜히 부끄러워서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니, 그는 능글맞게 눈웃음을 쳐준다. 진짜 저분은 사람이 맞을까.
"근데 여기.. 주변에서 일하세요? 어떻게 딱 들르시네요!"
"네. 여기 옆에 백화점에서요."
"아, 그래요!? 백화점에서 일하시는구나.. 뭔가 잘어울리시는데? 판매왕! 그런 느낌?"
"판매왕이요?"
"아, 그런쪽이 아니신가.. 혹시 막 경호.."
"판매왕 맞아요."
"아! 역시!! 제 눈은.. 크으.."
"크으.."
재벌2세 같은 사람한테 판매왕은 좀 그런가? 사장이라고 대충 찍을 걸 그랬나.. 싶다가도
그는 길죽한 손가락을 뻗어 케이크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치즈케이크도 하나 주실래요?"
"치즈케이크요? 선물하실 건가요? 혹시 여자친구분 주시는 거라면 포장을 특별히 정성들여서! 하트 가득한 걸로 해드릴게요."
"제가 먹을 건데요?"
"아.. 죄송합니다."
"……."
자꾸만 뭐가 그렇게 웃긴지 웃는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까지 웃음이 나와서 따라 웃었다.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힐끔 고갤 돌려보면, 전정국이 핫초코 두잔을 손님들에게 건내주고선 다음으론 아메리카노는 내게 건내준다.
성의없게 건내주는 전정국에게 짜증을 내려다가도 손님들이 있으니 몇 번을 꾹 참고 그에게 아메리카노를 건내준다.
"테이크아웃! 아, 케이크도!"
"네! 고마워요!"
내 말투를 따라하는 그가 어이 없어서 살풋 웃으니 그도 날 따라 웃는다. 아, 진짜.. 이 사람..
"다음에 또 봬요!"
"네. 다음엔 먼저 인사해요."
"네?"
"집 앞에서 마주치던, 여기서 마주치던 먼저 인사 해달라구요."
"아! 네! 당연하죠!!"
"갈게요."
그가 가고, 손님이 들어오지 않자 나는 자연스럽게 전정국과 위치를 바꿔 설거지를 시작한다.
우리는 그 후로 몇십분간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헤어졌으면 당연히 이런 상황이 오는 게 맞는 거지.
"퇴근한다."
"어."
10시쯤에 되서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카페 청소를 하고선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았을 땐..
뒤늦게 전정국의 목소리가 내 발목을 잡았다.
"야."
"왜."
"어머님이 산삼 보낸 것 같던데."
"산삼? 아, 그거.."
아 맞다.. 생각을 못했네.. 엄마가 산삼 보냈었지. 그것도 전정국 너 먹이라고.
"내일 갖고 와줘. 지금은 시간도 늦었으니까.."
"그래."
"번거롭게해서 미안."
"알았어, 가."
"그래."
너와 난 오늘도 특별한 인사도 없이 헤어진다. 너무 추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정류장으로 향한다.
정류장 의자에 앉으면 더 추울까 싶어서 앉지도 않은채 가만히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낸다.
덕분에 옆에 서있던 학생들도 날 보기에 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한다.
[박지민]박지민에게서 오는 전화에 귀찮은듯 전화를 받았다. 으 더럽게 춥네.
"응!"
- 뭐해! 퇴근한 거지! 그치!!
"귀신같이 알고 전화하네! 지금 퇴근해서 버스 기다린다!"
- 오케이! 카페 앞에 있는 정류장이지?
"응. 근데 뭔 오케이야?"
- 친구가 수제버거 만들었다고 엄청 많이 줬는데.. 너 햄버거 좋아하잖아! 생각나서.. 어차피 카페 주변에 있었거든.
"그래?"
- 정류장 앞으로 갈게. 거의 다 왔어
"알았다!"
가만히 서서 박지민을 기다리는데 내 앞에 선 특유의 박지민 느낌이 나는 차가 내 앞에 서기에 피식 웃으며 조수석에 올라탄다.
타자마자 나는 박지민 냄새에 장난삼아 헛구역질을 하자, 박지민은 상처라도 입은듯 인상을 쓴채로 날 본다.
"햄버거!"
"보자마자 햄버거 타령이냐!! 인사 먼저 좀 하지? 오랜만에 보는데!"
"오랜만이라고 해봤자 2주만인데?"
"그거야 그렇지.. 어디 세워놓고 먹자 기다려."
그러던가. 내 말에 지민이가 얼마안가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선 뒷좌석에 놨던 햄버거를 꺼내 내게 건내준다.
오오 햄버거 냄새.. 너무 좋다. 손이 꽁꽁 얼어버려 뜯지도 못하고 버벅거리니, 지민이가 햄버거를 가져가 포장을 뜯어준다.
"고맙다 친구."
"별게 다 고맙다."
배고파서 허겁지겁 먹자, 지민이가 음료수를 건내주었다. 또 허겁지겁 음료수까지 마시고선 트름을 작게 하면 지민이는
내게 또 인상을 쓴채로 말한다. '좀 참아라!' 내가 왜? 내 말에 지민이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자기도 햄버거를 한입 베어문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햄버거 먹는 거에만 신경을 썼을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행이다.. 추워가지고 죽을 뻔 했는데.. 너 덕분에 집까지 편하게 가네?"
"본가로 가면 돼?"
"아니~ 친구네 집에서 지내고 있어! 집에 가기도 뭐해서..무인동으로 가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할 것 까지야. 정국이 집이랑 정반대라 조금 귀찮지만 너니까 봐준다."
"전정국?"
"응. 걔도 햄버거 좋아하니까. 갖다주게."
"하긴.. 걘 햄버거 제일 좋아하지."
"근데 너희.."
아무런 감정이 없듯 지민이를 바라보니, 지민이는 갑자기 햄버거를 먹다말고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너네 금방 붙을줄 알았는데. 진짜로 헤어졌대서 놀랬잖아."
"그럼 가짜로 헤어지냐?"
"그거야 그런데.. 그래도 정이 있지!"
"정 때문에 못헤어진다는 소리는 다 개소리거든?"
"하긴.."
"하긴..은 뭐냐? 은근 기분나쁘네! 나한테 시비걸려고 만나자고 한 거냐!!"
"야아! 날 뭘로 보고!! 나 진짜 너 햄버거 좀 먹이려고 부른 거거든!!! 너 말 서운하게 한다!"
"오케이. 그럼 내가 넓은 아량으로 봐주지."
"너네 대화 하기는 하냐? 나같으면 어색해서 마주치는 것도..."
"……."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것도 안 돼?"
"전정국이랑도 만나면서 뭐가 이렇게 궁금해? 전정국이 얘기 안해주냐?"
"딱히 뭐.."
"나 다 먹었어! 출발!"
"벌써? 진짜 넌 씹고 넘기기는 하냐? 짜장면 5분컷 할 때부터 알아봤다.."
"출발!!!"
"나 아직 다 안먹었어어어!!"
"1분준다."
"참나."
"빠빠."
"빠빠."
차에서 내린 열린이 추운지 급히 집쪽으로 총총 뛰었고, 석진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열린을 뚫어져라 보았다.
추운지 총총 뛰어가는 열린을 보며 멈춰서서 한 번 웃고선 자신의 집으로 들어선다.
"……."
"그 사람이 너 좋아하는 거 아니냐?"
"미쳤다고?"
"어!"
"그 사람이?"
"그래! 그래서 일부러 한 번더 찾아 온 거 아니냐구.. 내 감이 그래 감이!"
"내가 네 감은 항상 믿었지만.. 이번 거는 안믿을래.. 진짜 네가 그 사람을 못봐서 그래.
그 사람이 뭐가 모잘라서 날? 그냥 우연인 거야! 주변에 카페가 우리 카페.."
"너희 카페가 끝이야?"
"그건 아니지...만..?"
"그럼 빼박이네!"
"암튼! 제일 가까우니까 오는 거일 수도 있고.. 그냥 이웃사촌이니까! 반가워서 오는 거일 수도 있고.
그런 잘생긴 사람이! 완벽해보이는 사람이 나를 왜 좋아하냐? 나같은 걸.."
"너 자존감이 왜 이렇게 낮아졌냐?"
"자존감..?"
자존감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자존감이라.. 그게 뭐였더라.
"너 충분히 예뻐."
"……."
"너를 너무 내리깎지마. 네가 뭐가 모자라? 애가 한사람만 10년을 만나더니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구나."
"……."
"전정국이 예쁘다고 안해주디? 진짜 너무한 새끼."
"…딱히."
"미친놈.. 애를 거의 10년동안 붙잡고 있었으면! 예쁘다, 예쁘다 해줘야지! 뭐하고 있었대?"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예쁘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다.. 다른 지인들이었던 것 같다.
가영이는 뭐가 그렇게도 짜증이 나는지 가슴팍을 쾅쾅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전정국 걔 데려와!! 애를 쪼다로 만들어놨어! 그 미친새끼!"
"너 없이 나.. 어떻게 살았대.."
"갑자기 개수작 부리면 나 너 묻는다."
"미안."
"야! 전정국 그 새끼 앞에서 너 잘사는 꼴 잘보여줘야지! 김석진인가 지석진인가 그 사람이랑 꼭 잘 돼라!"
"아잇, 참!! 그 사람이랑 나는 그냥 우연찮게 만나서 조금 친해진 것 뿐이고! 그 사람은.."
"너보다 잘났다고? 그게 뭐? 진짜 너 한 번만 더 그 소리 하면! 입을 확!"
내 입을 당장이라도 찢어버릴 것 같은 가영이 눈빛에 나도 모르게 내 입을 틀어막았다.
역시 내 친구 아니랄까봐.. 성격 지랄맞은 건 또 알아줘야 된다니까.
"그리고 엄마가 보낸 산삼 왔다던ㄷ.."
"그거 전정국한테 꼭 갖고오라고 해라? 그거 절대로 주지 마! 그 새끼 뭘 잘했다고 줘?"
"그러려고 했ㄷ.."
"안그래도 튼튼해서 터질 것 같은 근육 더 살려서 뭐한다고! 걔 아직도 근육 빵빵하니?"
"운동은 하루도 안빼먹고 하지."
"미친놈.. 운동 할 시간에 여친 데리고 놀러가기나 하지.. 으휴 으휴 미친놈일세."
"……"
"왜 웃냐? 길열린?"
"전정국이랑 같이 있을 땐 몰랐는데.."
"……."
"너랑 있으니까 확실히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해서."
"지이이이랄."
"……."
"하여간.. 욕해도 웃기다고 웃는년은 너뿐일 거다!"
"나 왔어."
"정직하게 출근하네."
"아직 9시 55분이거든?"
"예전엔 30분 전에는 왔잖아."
"그땐 왜 이렇게 일찍 가냐고 뭐라 하더니.. 지금은 너무 정직하게 와서 문제냐?"
"누가 문제래?"
"택배는."
"니 발 옆에."
"왜 택배를 여기에 그냥 둬?"
"들어오면서 바로 보라고."
"바로 안보였거든."
"시야가 좁은가보지."
어쩜 저렇게 얄미운 거야? 한대 콩 쥐어박고 싶은 걸 꾹 참고선 택배를 챙겨 창고 안에 들여다놓았다.
저 자식 절대 안줄 거야. 절대로.. 주나봐라.
아침부터 전정국 보러 오는 여자들이 신기해서 입이 딱 벌어졌다. 부지런하다 진짜.. 입소문 탔는지 손님들은 계속해서 몰려왔고
나는 또 전정국을 등지고 서서 주문을 받는다. 차라리 커피를 내가 만들래.. 싶다가도
카운터쪽은 내가 더 잘한다며 떠넘기던 네가 떠올라 금방 포기하고선 웃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아, 갑자기 생각이 난 게.. 김석진 그 사람은 판매왕이라고 생각하니 왜 이렇게 웃기지? 모든지 다 잘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부사장 자리에 오른 걸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오늘 저녁 시간 되나?"
"당연히 돼죠."
"손주랑 같이 밥 좀 먹어보자."
저녁에 다시 오마- 회장의 목소리에 석진은 허리 숙여 인사를 하다가도 회장이 저 멀리 사라지자 천천히 고갤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아, 출출한데...
"여기 좀 계실래요?"
"네?"
"커피 좀 사오게요."
"제가 사갖다드리겠습니다! 어떤 걸로.."
"아니요. 제가 직접 갈게요."
"그래도.. 부사장님.. 제가.."
"여진씨도 커피 한잔 마실래요? 계속 서있어서 힘드실텐데."
"네..? 아! 괜찮습니다.."
"그래요 그럼. 갔다올게요. 앉아서 좀 쉬고있어요. 저 없을 때 소파에 누워서 두다리 쭉 뻗고 좀."
"네에..!?"
"농담 아니고 진담입니다."
석진이 그 말을 하고선 문을 열고 나가버리자, 비서는 괜히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진다.
부사장실에서 나온 석진에 직원들이 얼음처럼 얼어버려 허릴 숙여 석진에게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석진이 같이 목례를 하며 지나가자, 사람들은 말한다.
"어쩜 젊은 나이에 부사장 자리에 앉고.. 성격도 좋아, 못가진 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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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럭 퀄럭! 1억이 아파여 ㅎㅣ잉 히잉 (더 아픈척) 히이이잉!히이이!히이잉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