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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버려둬 열한 개는 사라지고 아무렇게나 섞여 버린 퍼즐을 맞출 수 없었던 나는 그것들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었다. 와르르, 하는 소음이 몇 초 나더니 더는 아무것도 없었다. 드디어 숨을 차분하게 내쉴 수 있게 되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컵을 들었다. 문득 네 생각이 났을 뿐이었다. 찰나의 기억이 잡힐 듯 말 듯 날 약 올렸다. 그리고 그깟 잔상 따위에 잔뜩 약이 오른 나는 독사 같은 표정으로 컵을 던져 버렸다. 퍼즐은 조각났다. 컵도 조각났다. 둘 다 다신 붙일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우리도.  

  

넌 어느 순간부터 내 앞에 있었다. 언제는 옆에 있었고, 또 언제는 뒤에 있더라도 어쨌든 같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커다랬을 눈을 상상했다. 첫눈보다 하얗게 빛났을 피부를 생각했다. 오똑했을 코와 누구보다 예쁘게 웃었을 입술까지 떠올려도 얼굴이 그려지지 않아서 눈을 감았다. 유리 조각에 잔뜩 베인 발에서 흐른 피가 침대를 적셔도 아프지는 않았다. 그냥 쉬고 싶었다.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모든 것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떠올리기가 싫은 것이다. 갓 일어난 듯 몽롱한 머리가 회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정말 멍청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더는 졸음을 참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넌 언제나 그랬다. 벚꽃이 피든, 얼음이 얼든.   

  

오랜 잠에서 깬 나는 가을 햇살이 비추는 창문에 커튼을 쳤다. 이젠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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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9.11
으허ㅠㅠㅠㅠㅠ분위기 짱좋네요ㅠㅠㅠ제취향이랑 딱맞는 글은 너무 오래산이라 감동 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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