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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내면에 혼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니체가 그랬던가, 아니면 차라투스트라의 거죽을 쓴 니체가 그랬던가. 

 

 

 

그리스 로마신화의 태초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그리 신빙성 없는 말도 아니었다.  

 

 

태초에 혼돈(카오스)가 있어, 그곳에서부터 대지와 하늘이 갈라져나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지구 또한 별임을 생각해본다면, 혼돈에서 별이 태어남은 그리 틀린 말이 아닐 터다. 

 

 

그럼 틀린 건 뭘까? 

 

 

뭐긴 뭐야. 나겠지.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은 얼굴 위에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를 바르는 것도 진절머리가 난다.  

 

 

그걸 아는가? 사람은 맞으면서도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학습적으로 폭력을 겪다보면 이내 그것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긴다. 무슨 여유냐고? 그거야 당연히 저 괴물 새끼가 어서 빨리 뒈져버리라는 저주를 걸 여유지. 

 

 

아니, 사실 거짓말이다. 폭력에 여유 따윈 없다.  

 

 

맞는 사람도, 때리는 사람도 여유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폭력은 마치 폭발과 같아서, 한 순간 한꺼번에 몰아쳐온다. 

 

 

그 재앙을 맞이하다보면 내면에는 혼돈이 생긴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플 때면, 정신없이 빌고 싶다가도 곧 저 쓰레기 새끼가 신의 심판을 받아 목이 잘려 죽었으면 싶다가도, 또 금방은 쉽게 죽지 않고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었으면 좋겠다가도, 그저 뭘 해도 좋으니 때리지만 말았으면, 아니. 차라리 내가 도망쳐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끔찍한 혼돈들이다. 

 

 

이런 혼돈에서 별이 태어날 수 있을까? 이런 혼돈에서 춤추는 별이 태어난다고 해도, 그 별은 전 우주에서 가장 끔찍하고 기괴한 춤을 추는 망가진 별일 터다.  

 

 

그리고 그 망가진 별의 이름을, 아마도 법원은 “존속 살해”라 부를 것이며, 언론은 그 별을 낳은 나를 “패륜아”라고 부를 것이다.  

 

 

끔찍한 나날이다. 

 

 

하지만 이런 나날을 보내는 나에게도 혼돈이 아닌 평온함만이 존재하는 때도 있다. 

 

 

 

“야! 김탄소!” 

 

 

 

김태형은 결과다. 뭐든 망쳐버리고, 외면해버리는 내가 만들어낸 유일한 결과였다.  

 

 

 

“왜 이렇게 늦냐? 와, 화떡 쩐다. 어케 나날이 화장이 찐해지냐? 우리 나이대엔 화장 안 해도 예쁘다고 쌤이 그랬잖아~ 날 좀 본받아라. 어?” 

 

 

 

예쁜 척, 손으로 꽃받침을 하며 눈을 끔뻑이는 김태형을 보다가 쯧 혀를 찼다.  

 

 

 

“아침부터 추즙은 거 보여주지 마라. 눈 썩을 거 같다.” 

 

 

 

괜스레 퉁명스럽게 말하며 학교로 향한다.  

 

 

딱히 화장이 금지라는 교칙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역시 안 좋게 보는 어른들이 많았다. 간간히 들려오는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래도 가끔 마음을 파고드는 쌉소리들이 있긴 하다.  

 

 

그럴 때면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어쩌라고. 그럼 니가 나 대신 우리 집에 있는 그 괴물새끼한테 쳐맞아 보던가. 어쩌다가 얼굴 쳐맞아서 멍이라도 들면 가려야하는 기분을 알아? 

 

 

그렇게 지껄이면 상대는 무슨 표정을 지을까.  

 

 

저열하지만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곤 한다.  

 

 

지극히 평범한, 상식적인 선을 가진 이들의 당황이. 

 

 

이래서 다들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이들이 악당을 하는 걸까? 

 

 

“뭐야. 쟤 또 존나 화떡이야. 술집 나가나?” 

 

 

그렇다고 해도 갱생의 여지가 없는 새끼한테까지 그런 상상을 덧씌울 필요는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걸 낄낄거리며 농담이랍시고 지껄인 놈에게로 다가갔다. 놈은 조금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뭐! 하며 당당한 척한다. 

 

 

“난 너랑 달라서 술집 같은 데 안 가. 넌 자주 가나보네? 겉으로만 훑어보고 판단할 정도면. 근데 그 얼굴인데도 사주는 사람이 있어? 요즘 취향 특이한 사람들 많나봐. 난 모르겠지만.” 

”뭐…!” 

“아무리 몸 팔아서 버는 돈이 쉬워도…좀 그렇다? 우린 아직 학생이잖아.” 

 

 

부러 측은함을 담아 그렇게 말해주곤 돌아섰다.  

 

 

또래 남자애들 따윈 안 무섭다.  

 

 

진짜로 무서운 건, 비싼 시계를 손목에 차고 말끔한 정장을 입은 우리 집 괴물이지.  

 

 

“흐아아암-…. 야! 김탄소! 나랑 매점 가자~!!” 

 

 

오전 수업부터 자빠져 자던 김태형이 따라 붙자 벌컥 화를 내려던 놈과 놈의 패거리들이 움찔하며 물러난다. 그야말로 쪼다들이었다.  

 

 

영혼 어딘가에 병이라도 든 게 분명하다. 결핵같은 거. 그래서 입만 열면 병균이 튀어나올 소리만 지껄이는 게지. 

 

 

쯧 혀를 차곤 물었다.  

 

 

 

“뭐 먹을 건데?” 

“나 피자빵.” 

”그럼 난 젤리 사줘.” 

“아 즐! 내 돈 없다!” 

“없으면 만들어 와.” 

”와아-…위조지폐 제조 의뢰범이다.” 

 

 

 

그걸 아는가?  

 

 

벼랑에 몰릴 수록, 절박해질 수록 나를 구원하는 건 거대한 정언명령도, 신의 손길도 아닌 보잘것 없고 별 거 아닌 일상적 대화였다.  

 

 

 

*** 

 

 

끝은 언제나 존재한다.  

 

 

내 끝은 오늘인 게 분명하다.  

 

 

바깥에서는 동료들에게 신뢰받고, 타인에게는 부러움을 받는 괴물. 아버지.  

 

 

대체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이성을 잃은 그 괴물을 제어할 방법 따위는 없었다. 나는 갈비뼈에 금이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컥컥거렸다.  

 

 

눈앞에 불이 튀고, 구역질이 나왔다. 벌써 거하게 개워낸 지 한참이라 구역질을 해봤자 나올 건 침과 위액일 터다. 

 

 

역겨운 신물과 비린 피가 입에서 질질 흘러나왔다.  

 

 

 

“흑, 큭…….” 

 

 

 

이런데도 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냐고? 

 

 

왜 그깟 화장품으로 가리고 다니냐고? 

 

 

왜 도망치지 않느냐고? 

 

 

고통의 교훈은 트라우마라는 형태로 뇌속에 자리잡는다. 나는 이미 트라우마가 있기 전에 수많은 방법으로 해결을 보려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내 아버지가 괴물이란 것을 알지 못했다.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라면 알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누가 믿나? 

 

 

내 몸에 난 상처가 증거가 되지 않겠냐고? 

 

 

그걸 증거로 내밀었다고 쳐. 운 좋게 좋은 경찰을 만나 일이 진행 된다고 쳐. 

 

 

나는 어떻게 되는데? 

 

 

나는 엄마도 없고 일가 친척도 없다. 아버지 뿐이다. 그런데 아직 미성년자인 내가 아버지 없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 대부분을 지탱하는 건 돈이다. 나는 이 사회에서 내가 누리는 것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타협하는 거다. 싸우거나, 도망치지 않고. 

 

 

난 아버지 돈으로 사니까. 아버지 샌드백이 되는 거야. 그 값인 거지. 대가. 

 

 

그러면 나를 굽어보는 거대한 용이 말한다. 

 

 

“그 누구도 자신보다 약자인 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를 권리는 없다. 그것이 설사 자식을 훈계할 의무가 있는 부모라고 할지라도.”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웅얼거린다.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거대한 용의 비늘은 금빛으로 번쩍거린다. 정언명령으로 이루어진 그의 비늘은 천년을 쌓아온 시간으로 단단해져 있었다.  

 

 

허나 나는 저 거대한 용조차도 불합리하고 무식한 인간의 비이성에 한없이 작아질 수 있음을 알았다. 무참히 내딛는 야만의 발걸음에 마카롱 꼬끄보다도 간단히 비늘이 부서질 수 있음을 알았다. 

 

 

한 순간에 도래하는 재앙, 폭력은 불합리하고 무식한 인간의 비이성이다.  

 

 

인간은 때론 그런 비이성에 죽음을 맞이하곤 하는 거다. 전쟁도 그렇지 않던가.  

 

 

그러니 이러다가 죽는 인간도 있는 거다. 

 

 

“흐윽, 윽….” 

 

 

우습게도 죽고 싶지 않았다. 맞는 상황 자체의 체념과 별개로, 죽고 싶지 않았다. 당연했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죽고 싶지 않은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라 쉽게 잊기 쉬웠다. 

 

 

나는 간단하게 내가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로 다음 타격에 잊어버렸다. 

 

 

아,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자 나는 이 꼴을 김태형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몸을 더 웅크렸다. 마치 그렇게 하면 내 얼굴이 없어지기라도 할 듯이.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래, 다 때려치우고 나는 김태형에게 알려지는 게 싫었다. 이딴 초라하고 저열하며 너절한 모습을, 내 평온에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찮은 자존심이라고 해도 좋다. 나는 이 하찮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누덕누덕 기우고, 덕지덕지 덧발라 볼품없어 보여도. 지키고 싶다. 

 

 

 

삐이이이이이이이--………. 

 

 

 

종말의 알람이 있다면 이런 소리일까.  

 

 

이명이 뇌리를 찌른다. 

 

멀리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린다.  

 

 

아니. 이건. 

 

 

 

“김탄소!!!” 

 

 

 

김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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