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글을 쓸 당시 들으며 썼던 음성을 브금으로 첨부했으니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찾아오지 않기를,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를. 아무리 기도해도 소용이 없다. 돌아오기를, 아침에 눈을 뜨면 내 곁에 있기를. 아무리 기도해도 소용이 없다. 누가 그랬던가,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며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매일 아침 보이는 사랑했던 모습, 행복했던 모습. 벽 한 면을 가득채운 추억은 차마 떼어낼 수가 없었다. 이건 우리 첫 데이트, 이건 형아생일, 이건 50일, 이건 우리 싸웠다가 화해한 날…. 집을 비웠던 어느날, 벽 한 가득 사진과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이건 이 날, 저건 저 날 이야기하던 너의 들뜬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하다.
내가 그 날 화를 내지 않았더라면, 길을 건너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우린 아직 행복할텐데. 너의 그 해맑은 웃음이, 액자에 갇히지 않았을텐데.
마지막 순간, 넌 내게 용서를 빌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다. 속 좁게 굴어서, 네 마음을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그 말을 끝내해주지 못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갑게 식어버린 널 끌어안고 우는 것 뿐이었다. 나는 네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너를 보냈다.
네가 떠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너와의 시간이 좋아 미뤄두었던 군대도 갔다왔고, 너와의 추억도 하나씩 떼어내고 있다. 벽면이 조금씩 비어갈 때마다, 상자가 조금씩 채워질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걸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에서야 마지막 사진과 마지막 포스트잇을 떼어냈다. 네가 찍은 사진, 네가 쓴 글씨, 네가 붙인 포스트잇으로 가득찬 상자를 닫아 박스테이프를 붙였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유난히도 내리쬐던 햇빛, 그리고 남겨진 쪽지 한 장.
보고싶다 남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