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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낄낄대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쓸려 피가 뚝뚝 흐르는 기분이다. 어찌나 날카롭던지 귓가에 맴도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그들의 눈빛을 대변해준다. 나는 마치 그들 한가운데 광대처럼, 동물원 차가운 철장속에 갇힌 원숭이처럼 시선과 비웃음을 받아내지만 내 눈엔 그들이 잔인한 짐승이다. 마치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물어뜯는 듯 학교라는 공동체엔 먹이사슬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나는 아마 맨 끝자락에 존재하는 바퀴벌레만도 못한 존재일 것이다. 호랑아, 바퀴벌레만도 못하는 미물을 데리고 노니 재미있니. 토끼야, 너의 얍삽함과 꾀로 호랑이와 사자의 비위를 살살 맞추며 사는 기분은 어떠니. 내 눈엔 너흰 모두 똑같은 짐승이고 이 거지같은 먹이사슬은 그저 사슬. 끊으면 다시 붙일 수 없는 일개의 사슬에 불과해.  


 

"여주야, 선생님 오시기 전에 빨리 끝내자"
"..."
"대답안해?"
 

"...응"
 


 

담배를 문 여자가 허공에 손가락을 휘젓자 어디선가 그녀의 아래에서 토끼들이 나타난다. 비위를 맞추는 니들 모습이 딱 토끼같아. 아니, 토끼는 귀엽기라도 하지. 너넨 징그러워.
 


 

"내가 오늘 일진이 너무 안좋아" 

"..."
"너랑 눈 마주쳐서"
 

"..." 


 

여러개의 발들이 몸을 마구 밟고 있는데도 호랑이같이 날카로운 목소리는 내 귓가에 똑똑히 박혀왔다. 눈이 마주쳐서 일진이 안좋다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놀리고 있는 녀석의 주둥이를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무리를 넘어서면 정적을 유지하고 있는 방관자들이 존재한다. 너희도 똑같아. 내가 있는 끝자락도 저 호랑이 녀석이 존재하는 윗자락도 어느곳도 있지 못해 중간에서 어영부영 애매하게 방관만 하는 너희는 어쩌면 분명한 위치의 나보다 못난 걸지도 몰라.  


 

'선생님 오신다!'
 


 

"운좋은 줄 알아 여주야" 

 

내 귓가에 속삭이는 녀석의 가래섞인 목소리가 역겹다. 선생님의 등장에 교실은 여느때처럼 평화로움을 유지한다. 아니,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 굴어. 내가 없으면 평화롭다는 듯. 그들은 나같은 미물이 사라져도 평화롭겠지 마치 지금처럼. 방관하던 아이들은 여전히 방관하고 호랑이는 여전히 독재를 누리며 또다른 미물을 갖고 놀게 뻔해.  


 

"거기 맨 끝자리 누구니" 

".." 


 

엎드려있던 얼굴을 들어 선생님과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선생이란 작자는 맨 앞자리에 자신 앞에 있는 학생에게 묻는다. 저 학생 이름이 뭐였지? 그럼 그 학생은 레파토리처럼 대답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들에게 묻는다. 세상에 아주 작고 나약한 동물들의 이름을 한번 대보라고. 바퀴벌레만도 못한. 그들은 그때도 똑같이 대답하겠지. 


 

잘 모르겠어요. 


 


 


 

*** 


 


 


 

끊어낸 사슬은 다시 붙여낼 순 없지만 다시 만들어낼 순 있다. 또한 사슬의 끝자락이 끊어져버린 사슬은 버려지고 또다른 사슬을 만들어낸다. 즉,바퀴벌레만도 못한 나는 사라져도 평화는 계속된다는 것. 차가운 공기가 뜨거운 내 뺨에 닿아 상처를 내고 사라진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마치 누군가 내 발목을 묶어놓은듯 발을 움직일 수 없다. 늪지대에 몸이 빨려들어가듯 몸이 무거워지듯 누군가 나를 끌어내린다. 위태롭게 내뱉어지는 숨이 하얀 입김을 내며 허공에 퍼진다. 마침내 옥상의 끝자락에 도착했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든게 내 아래에 있다. 나는 학교라는 공동체의 먹이사슬 맨 끝자락에 위치했지만 지금 나는 너희들을 모두 내려다 보고 있을 정도로 위에 있었다. 허공에 발을 내딛여본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퍼진다. 결국 허공에 내 몸을 맡기곤 나는 어떤 때보다 평온한 얼굴로 추락한다. 


 


 


 


 

마침내 사슬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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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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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되게 흡입력 있어요..와 노래랑 동화되서 또 읽고 또 읽었네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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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 노래 들으면서 새벽에 감성타서 쓴 글인데ㅎㅎ댓글 고마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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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노래 제목 알 수 있을까요ㅠㅠ 넘나좋아서 플레이리스트에 넣고싶네요!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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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Marian Hill - Got It (Kill Them With Colour Remix)입니당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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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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