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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Dylan - A Hard Rain's A-Gonna Fall
 ​

 /
 oh, where have you been, my blue-eyed son
 오, 어디 갔었니, 나의 푸른 눈의 아들아
 and where have you been, my darling young one
 그리고 어디 있었니,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야
 I've stumbled on the side of twelve misty mountains
 나는 열두 개의 안개 낀 산비탈들을 넘어야만 했단다
​ I've walked and I've crawled on six crooked highways​
 나는 여섯 개의 뒤틀린 고속도로를 걷고 기어야만 했단다
 / 
 아직 창창한 나이 열아홉의 쿠로오 테츠로의 기억력은 빛바래지 않았다. 그 남자는 그가 기억하는 대로 카모메다이 고등학교의 미들블로커였던 히루가미 사치로였다. 쿠로오는 그의 이름은 제대로 떠올리지 못할망정 1학년의 히나타 쇼요와 카게야마 토비오를 굴복시켰었던 그 굳건한 블로킹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프로 선수와 이 남자의 성이 똑같다는 것을 쿠로오는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그와 마주 보고 앉았을 때에야 깨달았다. 한 번 그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하자 쿠로오는 이 남자의 얼굴에서 보이는 기시감을 지울 수 없었다.
 "아...그렇게 된 거군요."
​ 그 말 다음에 히루가미 사치로는 마치 만석의 퇴근길 버스에서 위태롭게 붙든 지지봉마냥 말을 듣는 내내 꼭 쥐고 있던 테이크아웃 잔에 담긴 캐모마일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 캐모마일의 조금은 민트같이 화한 끝 향기가 쿠로오의 오감을 일깨웠다. 그는 그 허브티가 자신을 깨우기 전까지는 잠시 동안 이 빈티지한 나뭇결이 인상적인 작은 카페와는 전혀 별개의 공간에 있다가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달팽이관을 막고 있던 멍했던 무언가가 빠지며 올드팝의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그 공간을 차분히 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예요? 그 애의 본가에."
 "아, 그건..."
 그녀의 중학교 후배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남자는 쿠로오의 물음에 잠시 입을 굳게 다물고 약간 시선을 피하며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생판 남의 사생활을 캐내는 취미는 없었기 때문에 쿠로오는 느긋하게 녹차를 들이키며 그의 대답을 기다려주었지만, 어딘지 신경 쓰이는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인 그녀의 인생을 이 남자는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여유로움과 기다림이 결실을 맺듯 히루가미가 운을 뗐다.
 "실은, 그, 조문을 갔었는데요. 선배의."
 그 말을 듣고 쿠로오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거의 조문 기간 내내 분향소에 있었던 것만 같았던 자신이 기억하던 몇 안 되는 조문객들 중에 이렇게 번듯한 청년은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언제쯤 왔었나요?"
 "아, 정말 잠깐 다녀갔어요. 좀 일이 있었어서 첫날에 정말 얼굴만 비추고 갔었는데..."
 그제야 쿠로오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급하게 나온 바람에 아버지와 길게 통화하느라 자신이 잠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던 것이 기억났다. 아마 그때 엇갈린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때 선배 어머니를 뵀는데 절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근데 저도 그분을 뵈니까 갑자기 집에 가지고 있었던 선배 물건 같은 게 생각났어요. 그래서 그거 전해드리려고 찾아온 거였는데.... 음, 운이 안 좋았나 봐요."
 그의 말은 쿠로오가 히루가미의 옆자리 빈 의자 위에 놓인 종이봉투로 시선을 옮겨가게 했다. 노트 몇 개가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종이봉투에는 그다지 많은 내용물이 들어가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쳐다본 자신의 맞은편의 히루가미는 양손으로 조심스레 움켜쥐었던 컵을 손가락 끝으로 두드리며 아직 그 반투명한 액체에서 느긋하게 피어오르고 있는 김을 쳐다보는 듯했다. 그 묘한 표정은 무언가를 회상하고 있는 듯하기도 했다. 
 그녀의 물건. 쿠로오 테츠로는 사소하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그녀의 개인적인 소유물을 왜 이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이었을까.
 "많이 친했나 봐요?"
 "네?"
 "중학교 때."
 그의 물음에 히루가미는 조금 멋쩍게 웃으면서 의자를 조금 뒤로 밀며 약간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 네, 뭐, 친했죠."
  대답하면서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갈색 눈동자에 쿠로오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군요'라고 맞장구를 쳐주며 아직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들이킬 뿐이었다. 그때 쿠로오의 맞은편의 남자는 쿠로오에게 물었다.
 "그런데 좋아하실...까요, 아주머니. 이걸 가져다 드리면. 사실 거의 제가 멋대로 결정한 거긴 한데..."
 두터운 종이로 된 잔이 아주 약간의 파찰음도 내지 않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난 후 쿠로오는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적어도 그의 머릿속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피붙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슬픔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사람이었다. 저번에 유품을 정리할 때에 유난히 과감하게 많은 물건들을 버리는 듯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소유물 중 남길만한 가치가 있던 것이 거의 없던 까닭이라는 걸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기뻐하시지 않을까요. 음...뭐라 할까, 남는 물건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의 말뜻을 잠시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던 히루가미는 곧 작은 탄식 후에 그렇군요, 하고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러고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다시 입을 닫아버렸다. 쿠로오가 뭐든지 편하게 말해보라는 웃음과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쿠로오는 이 남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져버릴 수 없었다. ​
 잠시 정적이 찾아오자 순간 실체를 알 수 없는 제3의 존재가 이 두 남자의 대화에 함께하고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래서 쿠로오는 그 먹먹함을 지우기 위해 식지 않은 차를 몇 모금 더 들이켰다. 하지만 차의 텁텁한 끝 맛이 그의 목구멍을 더 조여올 뿐이었다.
 /
 oh, what did you meet, my blue-eyed son?
 오, 너는 무엇을 만났니, 나의 푸른 눈의 아들아?
 who did you meet, my darling young one?​
 누구를 만났었니, 내 사랑스러운 아이야?
 /
 
 그리고 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은 각자의 잔을 들고 카페를 나서게 되었다. 그는 히루가미에게 그녀의 가족들의 바뀐 주소를 가르쳐주며 혹시 그걸 꼭 전달하고 싶다면 직접 전해드리라고 말했다. 히루가미는 핸드폰에 입력된 그 주소를 잠시 머리에 새기는 듯하더니 쿠로오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그런데 그러면 나가노에서 이거 하나 전해주려고 온 거예요?"
 "아...네, 뭐, 그렇네요. 그래도 집이 도쿄 쪽에 가까워서 나름 금방 왔어요."
 "음, 다행이네요."
 그의 맞장구에 히루가미는 짧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미소를 유지하려는 그 얼굴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입꼬리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적어도 쿠로오는 그렇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서로가 얼굴에 웃음만 띄운 채로 잠시 아무 말이 없었을 때, 그는 이제야말로 이 남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히루가미의 멀끔한 인상에 불현듯 떠오른 별 의도는 없는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기로 했다.
 "대학생...이에요?"
 "네? 네, 이제 곧 입학해요."
 "체대 쪽이에요?"
 "...아아, 아뇨. 수의대에요."
 쿠로오는 전국구 블로커로 이명까지 붙었던 이 청년이 진학 예정인 학과의 이름을 듣고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히루가미 본인도 처음에는 그 오지랖 넘치는 질문에 조금 의아했으나 그가 왜 놀라워하는지 알 것 같다는 듯이 다시 멋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더라구요."
 
 그리고 히루가미가 별생각 없이 던진 그 말은 갑작스럽게 쿠로오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누구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었다. 나의 일도 모르는데 남의 일은 알까.

 남의 일.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쿠로오는 더 많은 생각이 들기 전에 얼른 이 예비대학생을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날 추운데 잘 돌아가라며 적당한 안부 인사를 나누고 이 두 사람은 정말로 헤어졌다.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돌아가며 지나쳐가는 길목이 어쩐지 유성 페인트로 정교하게 덧칠한 극사실주의 그림의 일부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방금까지 저 남자와 아기자기한 빈티지 카페에 앉아있다 나온 것이 백일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an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아주 거센, 아주 거센,

 it's a hard rain's a-gonna fall
 아주 거센 비가 내리려고 하네





 /



 A: 그녀는 착한 사람이었습니까?


 B: 그렇습니다. 그녀는 세계의 누구도 고통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A: 그녀는 반전주의자였습니까?


 B: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그녀라면 충분히 반전 시위에도 몸소 나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A: 그녀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까?


 B: 저에게 보이던 부분의 그녀는 그러했습니다.


 A: 당신은 그녀를 잘 아십니까?


 B: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A: 그녀는 왜 평화로운 세상을 소망했습니까?


 B: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녀 자신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만 같군요. 


 A: 당신은 왜 늦어버렸습니까?





 /



 나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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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ॱଳ͘ 센세 ㅜ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2
와 진짜 분위기 갑
3년 전
독자3
인터뷰는 히루가미가 한거겠죠? 제3자의 등장으로 뭔가 나올줄알았는데 더 아리송해지네요ㅋㅋ큐ㅠㅠㅠ
진짜 사람일은 모른다.. 와닿네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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