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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두번의 달이 지나갈동안 02 | 인스티즈 


 

 

 

 





붉은 색의 등불빛만이 은은하게 퍼져있는 긴 복도엔 황제의 집무실로 가는 호석의 발걸음소리만이 조용히 울렸다. 호석이 이 복도를 드나든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갔지만 이 긴 복도는 여전히 적응되지않는 것들 중 하나였다. 호석의 기억 속에 이 복도는 아직도 전황제의 마지막 모습인 피를 토한채 쓰러지던 모습으로 가득했다. 그때 호석의 옷에 튀어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않던 피비린내가 아직도 이 곳에서 나는 것만 같았다. 꺼림직한 기분의 호석이 황제가 있는 방의 문 앞에 다다르면 황제를 돕는 궁인들이 호석을 알아보곤 자연스레 문을 열었고, 호석 역시 익숙히 안으로 발을 옮겼다.



집무실 안엔 턱을 괴고 붓을 든 채 수없이 많은 상소문 같은 것들을 처리하는 황제,정국이 있었고, 정국은 호석이 들어오자 들고있던 붓을 잠시 내려놓곤 고개를 들어 호석을 마주봤다. 호석의 눈에 들어온 황제의 모습으로 보아 정국은 상태가 썩 좋지않아보였다. 잠을 통 자지 못하는 듯 눈가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있었고, 입을 열면 들려오는 목소리 또한 끝이 갈라져있었다.







"왔습니까."





"오늘도 밤을 새실 생각이십니까?"







피곤함이 역력히 드러나는 정국의 외관에 호석은 왔냐는 말에 대한 대답보다 오늘도 밤을 샐거냐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정국은 어제도, 그 어저께도 이 곳에서 똑같은 모습을 하고 국정을 처리했다. 한 숨도 자지않고 말이다. 호석은 아무리 황제가 된 초기라도 너무 많은 일들을 처리하려는 그가 걱정됐다. 언젠가 자신에게 누군가 황제가 쓰러졌다-하고 알려와도 놀라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정국은 호석의 말에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상소문 비슷한 것들을 눈으로 훑은 후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라며 뭐 잘못됐냐는 듯 덤덤히 말을 잇는다. 







"폐하께서 이 곳을 떠나 잠을 청하시는 걸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벌써 가물가물합니다."





"음... 정확하게 일주일 전이네요. 그래도 여기서 가끔 졸긴합니다. 그리고,"







진지한 호석의 목소리에 자기 딴엔 가라앉은 분위기를 조금 높이려 하는 장난인 듯 정국은 손가락을 접어가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방으로 간 날을 세어 답하지만, 여전히 방 안의 분위기는 침침했다. 호석은 잠에 들지 않는 정국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전황제는 감당하지도 못할거면서 저질러 놓은 일들이 너무도 많았고, 그에 따른 백성들의 항의들도 당연히 넘쳐났다. 이 두 가지의 이유만으로도 정국이 쉽게 잠들 수없는 이유가 됐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잠에 들어봤자 잠이 든 저를 찾는 이들이 많아서, 아예 자지않는 편이 낫겠다 싶더군요."







정국이 황제가 된 한달 동안 정국은 총 5번의 암살시도를 당했었다. 6일에 한번 꼴로 정국은 보통사람은 살면서 몇번 겪기 어렵다는 죽음의 위협을 받았던 것이다. 배후는 모두 전황제를 지지하던 세력들이었고, 전부 시도에서 그친 일들이었지만 정국은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지쳐갔다. 그리고 그 지쳐가는 정국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호석 또한 마음이 무거워져갔다. 황실에서 태어나 어쩌면 목숨의 위협같은 걸 받지않고 살아갈수도 있었을 정국을 황제의 자리에 올린게 호석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백성들은 궁에서 일어난 일들의 진실을 쉽게 알 수 없다. 그저 누군가 황제가 이랬다더라-하고 소문만 낸다면, 그것이 진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전 황제의 동생인 정국이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 생각하는 충직한 신하였고, 전 황제가 국정에 손을 놓고 향락을 즐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그가 결국 직접 황제의 숨통을 끊고 황제의 자리로 올라갔다- 라는 누군가 퍼뜨린 소문은 한달도 채 되지않아 백성들의 진실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왜곡된 진실은, 정국은 사실 정말 충직한 신하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 충직한 신하는 호석의 집안이었다는 것과 정국은 자발적으로 황제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정국은 황제가 될 생각이 없었고, 호석의 아버지는 눈도 채 감지못한 자신의 형의 주검을 보며 울부짖던 정국을 나라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황제의 자리에 올렸다. 그리고 호석 또한 아버지를 도와 정국을 황제로 추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호석은 아버지의 행동이 틀리지않았다고 생각했다. 호석이 본 전황제의 모습은 국정엔 손을 놓은채 하루가 멀다하고 밖으로 나가 술과 노름을 즐기는 모습이었으니까. 호석은 그런 이보단 황제의 동생이 차라리 황제에 어울리지않을까 생각했다. 호석의 아버지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 그들의 앞엔 기회가 찾아왔다. 호석과 호석의 아버지는 그 기회를 놓치지않은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 생각이 달라진 것은 그 때였다. 호석이 직접 칼을 꽂아넣은 전 황제의 주검을 껴안고 정국이 울부짖던 것을 눈 앞에서 보았던 그 때, 바로 그때 호석은 자각했다. 나라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우리가 정국에게 잊을 수 없을 상처를 줬구나.







"...제가 원망스럽지 않으십니까."







호석은 그것을 자각한 이후 늘 정국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고, 지금 자신을 원망하지않냐며 묻는 말에도 그 마음이 실려있었다. 호석이 그 마음을 간간히 내비쳤던 걸 아는 정국은 호석의 말에 깊이 숨을 들이내쉰 뒤 호석을 바라본다.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깐 채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호석은 정국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몇번째 그 말을 하십니다."





"......"





"그럼 제가 여기서 그대에게 죽으라고 명하면 그대는 그리 하실겁니까."





"...명하신다면 기꺼이."







호석은 정국이 자신에게 죽으라 명한다면, 언제든 죽을 준비가 돼있었다. 아니, 전황제의 주검을 껴안고 자신을 바라보던 그 때 그 모습만 생각하면 죽음보다 더한것도 해야만했다. 하지만 정국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와는 다른 말이었다.







"물론 즉위식날 황제의 자리에 앉은 저를 쳐다보던 그대의 아비에, 그대의 가문을 몰살시켜버릴 생각도 했습니다."





"……"





"이 나라의 황제가 되기전의 저였다면 그렇게 했겠지요. 허나,"







호석은 숙였던 고개를 들어 정국의 눈을 마주한다.







"지금의 저는 황제이고 그대는 저의 신하잖아요."





"...폐하."





"그리고 그대의 아비도 저에게 사과를 하셨지않습니까."







호석의 아버지는 즉위식 다음날 자신이 황제를 만든 것이 무색하게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호석이 발견한 아버지의 유언이 적힌 종이엔 황제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전황제를 말하는건지 정국을 말하는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호석은 정국의 말에 가슴 언저리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원망하지않느냐는 질문을 몇번 했지만 늘 그러지않는다는 말만 들어왔어서 그런지, 방금 들은 정국의 대답이 실제로 정국이 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상상인 것만 같기도 했다. 용서를 받는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런 말을 하고도 무덤덤히 다시 붓을 들어 하던 일을 계속하는 황제는, 호석을 용서한 것이었다. 허나 호석은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하지만 황제의 눈가에 깊게 드리운 그림자들이 자꾸만 니 잘못을 잊지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호석은 정국에게 묻고싶었다. 왜 자신을 원망한다 말하지않느냐고, 왜 자신을 찢어죽이지않고 용서하는 것이냐고, 차라리 원망한다,증오한다,눈에 띄지말라 라는 말이라도 했다면, 자신은 언제든지 죽을 수 있었는데. 호석의 죄책감을 덜어주려한 황제의 말이 오히려 호석을 깊게 옥죄는 목줄이 된 것이었다. 호석은 그 목줄이 평생을 살아도 풀리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다. 그리곤 황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이제 황제를 위해 살 수 밖에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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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두번의 달이 지나갈동안 02 | 인스티즈 

 







"...왜 이렇게 오래걸려. 하는 것도 별로 없어 보이는..."





"쉿,쉿. 저기까지 다 들린다니까."







궁에서는 한창 저번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자들에게 포상을 내리는 일들이 진행중이었다. 물론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던 나와 태형이는 당연히 포함이었고, 그 외의 다른 몇몇 이들도 함께였다. 이름이 불리는대로 한명씩 나가 높은 분들이 앉아있는 계단 위로 가면 글자가 새겨진 쓸데없이 예쁘기만한 훈장을 받아 돌아오는게 다인 행사였다. 물론 그 훈장만이 끝이 아니라 다른 포상들은 각자의 집으로 직접 보내겠다고 했다. 태형이와 나는 끝에 세워진걸로 보아 마지막으로 나가게 될 게 분명했다. 기다림에 지쳐 왜 이렇게 오래걸리냐며 핀잔을 늘어놓으면 태형이는 내 입을 막으며 자신의 입가에 엄지손가락을 갖다대곤 조용히 하라 말한다. 알겠다며 태형의 손을 치우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에 먹구름이 서서히 밀려오고있는게 보였다. 비라도 내리면 일찍 끝나려나- 하며 깊은 숨을 들이내쉴 때엔 앞에서 태형의 이름이 불리고 옆에 있던 태형이 발걸음을 옮기는게 시야에 들어왔다.



계단을 오르는 태형을 따라 시선을 따라가면 꽤나 권력있어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사람들을 차례차례로 훑으면 맨 마지막에 앉아있는 젊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 앉아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라 저 남자가 유난히 더 시선에 걸렸는데, 태형이 아까 말하기를 남자의 이름은 정호석, 현 황제 직속 호위군의 단장이며 황제의 최측근이라고, 지금 아마 황제의 정치 기반을 잡느라 신경쓰이는 일이 한두개가 아닐거라고, 앞에서 말실수라도 하면 넌 진짜 끝이라고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던, 그런 꽤나, 아니 꽤나가 아니고 많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근데 말 하나로 사람을 끝낼 수 있다는 사람치고는 그렇게 보이지않았다. 물론 그럴 수 있는 권력이 있기는 해보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근거해서 권력을 가진 이들의 대부분은 그에서 풍기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멀리서 보았지만 앉아있는 호석에게서는 옆에 앉아있는 이들도 쉽게 대하기 어려워보이는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으니까. 하지만 성격이 그럴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사람은 첫인상으로 성격을 알 수 없지만, 사람에게는 촉이라는게 있지않는가. 그 촉으로 보았을 때 왠지 그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처음보는 사람에 대해 별의 별 생각들을 다하고 있다보면 계단을 내려오는 태형의 모습이 보였고, 뒤이어 내 이름이 불리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 내려오고있는 태형과 잠시 시선을 교환한 뒤 내 앞의 사람들이 했던 대로 위에 앉아있던 사람들과 차례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다.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쳐줘서 고맙다거나 그대의 용기에 감탄했다거나 뭐 이런 잘 포장된 말들에 머리를 긁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면 어느새 나는 자연스레 마지막 차례인 호위단장의 앞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멀리서도 느꼈던 압도적인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진한 사람이었다. 그가 훈장을 달아주는 동안엔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몰라 허공만 쳐다보고 있으면 그가 생각지도 못하게 입을 열었다.







"그대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1사단장이 입이 닳도록 그대를 칭찬하더군요."





 

1사단장이 나를 칭찬했다는 그의 말에 제가 뭐 한게 있나요-같은 겸손의 답으로 말을 이으면 훈장을 다 단 그가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엔 나를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 담겨있었다.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에 나 또한 그를 빤히 바라보면 그는 웃으며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손을 마주잡으면 그가 위아래로 짧게 손을 흔들었고 그것이 멈춘 뒤 그에게서 나온 말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그대의 아비가 대제학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네. 그렇습니다만..."







맥락에 맞지않을 정도로 갑자기 튀어나온 그의 말이 당황스러워 눈이 살짝 커지면 그는 손을 놓곤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떻게 알고있는지 궁금하다는 눈빛이네요. 알려드릴테니 연회가 끝나면 저를 만나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까 태형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냥 지나쳐간 것을 보면 태형이에게는 분명 아무 말도 안한 것일텐데, 왜 나만을 따로 만나려는 건지 조금 떨떠름했지만 나의 위치가 싫어도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위치였기에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계단을 내려가려는 나를 향해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웃는 그가 나에게 작게 손을 흔들었고 나는 이걸 태형이에게 말해야할지 하지말아야할지 고민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복잡한 내 속을 알아챈건지 태형이는 내가 옆에 오자마자 내 얼굴을 살피며 말을 걸었다.







"호위단장이 무슨 말이라도 했어? 표정이 달라졌네."







내 표정이 올라갈 때와 달랐던 듯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묻는 태형에게 거짓말을 하긴 싫어 위에서 나눴던 대화를 말하기로 했다.







"단장이 이거 마치고 좀 보자던데."





"왜? 뭐 잘못했어? 너 내가 입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닌데... 나 별 말 안했는데... 이상하네."





"그래? 아무 말도 안했는데 왜 그러지?"







태형과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단장의 부름에 머리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책잡힐만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만한게 가서 한 말이라고는 그렇습니다 같은 말 뿐인데 그 안에 책잡힐만한 말이 있었겠나. 그렇다면 단장이 나만을 따로 부른 이유가 무엇일까? 만약 따로 더 포상을 줄만한게 있었다면 태형과 나를 함께 불렀겠지. 우리는 거의 비슷한 공을 세웠었으니까.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봐도 나오는 답은 없었다. 참 의아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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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두번의 달이 지나갈동안 02 | 인스티즈 

 






저녁이 되기 전에 끝나겠지 생각했던 연회는 저녁을 지나 해가 완전히 진 후가 되서야 끝이 났다. 나는 태형을 먼저 보내고 나를 데리러온 호석을 따라 궁 안을 걸었다. 가는 동안 보이는 궁 안의 모습들이 누가 황제가 사는 곳이 아니랄까봐 하나같이 깔끔하게 정돈된, 사람의 손길이 매일같이 닿은 듯한 모습이었다. 궁에 몇번 왔을 때도 전쟁에 자원한 병사로 와본 터라 궁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본 적이 없어 이런 모습들이 신기했던 나는 작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생각했는데, 그걸 알아챈건지 작게 앞서가던 호석이 뒤를 돌아보며 웃음을 지었다.





 

"궁이 신기하십니까."





"네... 제가 이런 곳까지 와본적이 없어서요."







그에게 들킨 게 뻘쭘해 어색한 미소를 하하, 지어보이면 호석은 그렇겠군요-하며 말을 잇는다.







"그러고보니 그대의 아비 쯤 되는 이들의 자식이면 그대의 나이쯤이면 벌써 관직에 올랐을 나이인데, 그러지않으셨네요."





"...네. 제가 그런 것엔 통 관심이 없어서."







저 물음이 왜 안나오나 싶었는데 예상은 빗나감이 없었다. 몇년 전부터 친척들과 아버지를 찾아온 이들에게 빠지지않고 듣던 물음이었다. 왜 관직에 올라서지 않느냐,라는 물음. 관직에 오르지않는 이유를 묻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들 그랬으니까. 아버지 주변 이들의 자식들은 모두 지금의 내 나이 한참 전부터 나라의 신하가 될 준비를 했으니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이렇게 처음 보는 이의 호기심의 원인이 되기도했다. 그 호기심의 답으로 나는 항상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서 라는 말로 답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를 볼때마다 내 안에 흐르는 황실의 피를 잊지말라며 황제가 되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꺼내시는 아버지가 내가 이 정치의 한복판인 궁에 들어서면 대체 얼마나 더 나를 독촉할까 싶어서, 그리고 내가 궁에 들어서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곳이라곤 집 하나 뿐인 그 아이가 자기편 하나 없는 그곳에서 얼마나 더 외로움을 탈까 싶어서. 둘다 아버지가 들으신다면 화를 참지 못할 이유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라고 관직에 오르고싶은 욕심이 없었겠던가. 전쟁에 자원하는 것도 그가까이서 보는 1,2사단장같은 이들을 동경해서였다. 하지만 항상 나에겐 아버지보단 나, 나보단 그 아이가 먼저였으니까. 이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암묵적인 규칙같은 것이었다.



호석은 그에 대해선 더이상 묻지않으려는 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더니 걷는 보폭을 맞춰 나의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싶어 고개를 올려 그를 바라보면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것을 물으려 했던 듯 그의 목소리엔 망설임이 없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궁 밖의 소식을 잘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당연한 말이었다. 황제의 호위가 밖으로 나가는 일은 황제가 밖에 나갈 때 밖에 없을테니. 그런 사람이 왜 지금 황제의 곁에 있지않고 나와 이렇게 얘기를 하고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네.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서 저는 황제폐하에 대한 백성들의 평판을 쉬이 알 수 없어요."





"그래서 그것을 알기 위해 저를 부르신건가요?"





"뭐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답을 하는 호석의 모습은 꽤나 여유로워 보였다. 분명 그가 날 불러낸 이유는 백성들의 소식을 알고싶어서 뿐만이 아니란 걸 알고있었다. 단지 그게 궁금했던거라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호석의 주변에 사람은 많았을 것이고, 또 그걸 알자고 나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낼 필요는 절대 없었다. 그가 분명 그런 번거로운 일을 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물어도 바로 알려줄 것 같진 않은 그의 표정에 그것을 굳이 짚고 넘어가진 않기로 했다.







"저도 밖에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라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백성들은 아직 많이 불안해하고있습니다."





"……"






"아무래도 전황제폐하께서 대외관계 볼때마다 내 안에 흐르는 황실의 피를 잊지말라며 황제가 되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꺼내시는 아버지가 내가 이 정치의 한복판인 궁에 들어서면 대체 얼마나 더 나를 독촉할까 싶어서, 그리고 내가 궁에 들어서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곳이라곤 집 하나 뿐인 그 아이가 자기편 하나 없는 그곳에서 얼마나 더 외로움을 탈까 싶어서. 둘다 아버지가 들으신다면 화를 참지못할 이유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라고 관직에 오르고싶은 욕심이 없었겠던가. 전쟁에 자원하는 것도 그가까이서 보는 1,2사단장같은 이들을 동경해서였다. 하지만 항상 나에겐 아버지보단 나, 나보단 그 아이가 먼저였으니까. 이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암묵적인 규칙같은 것이었다.



호석은 더이상 묻지않으려는 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더니 걷는 보폭을 맞춰 나의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싶어 고개를 올려 그를 바라보면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것을 물으려 했던 듯 그의 목소리엔 망설임이 없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궁 밖의 소식을 잘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당연한 말이었다. 황제의 호위가 밖으로 나가는 일은 황제가 밖에 나갈 때 밖에 없을테니. 그런 사람이 왜 지금 황제의 곁에 있지않고 나와 이렇게 얘기를 하고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네.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서 저는 황제폐하에 대한 백성들의 평판을 쉬이 알 수 없어요."





"그래서 그것을 알기 위해 저를 부르신건가요?"





"뭐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답을 하는 호석의 모습은 꽤나 여유로워 보였다. 분명 그가 날 불러낸 이유는 백성들의 소식을 알고싶어서 뿐만이 아니란 걸 알고있었다. 단지 그게 궁금했던거라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호석의 주변에 사람은 많았을 것이고, 또 그걸 알자고 나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낼 필요는 절대 없었다. 그가 분명 그런 번거로운 일을 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물어도 바로 알려줄 것 같진 않은 그의 표정에 그것을 굳이 짚고 넘어가진 않기로 했다.






"저도 밖에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라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백성들은 아직 많이 불안해하고있습니다."





"……"





"아무래도 전황제폐하께서 밖으로도 안으로도 많은 일을 해놓으셨기도하고, 이렇게 황권의 교체가 일어난 적은 처음이니까요."





"역시 그렇겠죠. 나라가 많이 불안정하긴 합니다. 궁 안에도 아직 새 황제를 따르지않는 세력들이 많으니까요."







어느정도 예상을 했다는 듯 호석은 그렇겠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궁 안의 상황을 털어놓는 그에 그런 말을 나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쉽게 털어놓아도 되나 싶었지만 황제의 호위정도 되는 사람이 말하면 안될 말을 이렇게 쉽게 할까 싶어 개의치 않고 넘어갔다. 그리고 사실 내가 기분나쁘게 들으려면 그렇게 들을 수도 있는 얘기를 한 것 같아 혹시 그가 기분 상했을까 눈치를 살피기 바빴기에 그 말을 새겨 들을 틈이 없었다. 그는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이지않았고, 나는 그가 아주 꽉 막혀있는 사람은 아니구나 싶어 작게 숨을 돌리고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그래도 근 한달동안 새황제께서 많이 노력하신걸 백성들도 아는터라 평판은 그렇게 나쁘시지않습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마무리는 그래도 좋은 말로 해야할 것 같아 포장된 말을 꺼내면 호석은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은 듯 흠 하며 나를 바라보다 입을 연다.






"그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저요?"






나의 의견을 묻는 그의 말에 당황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저요?하고 되물으면 호석은 그럼 여기 누가 있냐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음, 저는..."






내가 새 황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봤던 일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내 정신은 사실상 늘 집 아니면 전쟁에 쏠려있었기에, 황제가 어떤지에 대해선 생각해 볼 일이 없었다. 저번 전쟁에 나가기 전 보았던 전황제의 뒤에 있던 새황제의 모습만이 내 머릿 속에 있는 황제의 전부였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이번처럼 전쟁에 나가 나라 밖에 있거나, 집 안에서 무예를 연습하거나 이게 다인 사람이라..."





"그런가요?"





"네. 기대 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녜요. 오히려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뭐가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호석의 말에 그것에 대해 물어보려하면 호석의 발걸음이 드디어 멈추고 그를 따라 나의 발걸음도 멈춘다. 호석이 나를 데려온 곳은 연무장이었다. 낮에도 훈련이 있었던 건지 구석에 정리되지않고 쌓여있는 목검들이 닳아있는 모습이 훈련이 얼마나 고된지 알려주는 듯 했다. 내가 연무장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구경하고 있으면 호석은 널부러진 목검들 중 두개를 집어들었다.






"사실 여긴 황제의 호위군만 쓸 수 있는 연무장이에요."





"그런데 제가 와도 되나요?"





"뭐, 제가 호위단장인데 폐하빼고는 누가 뭐라하겠나요. 정 뭐라하면 새로들어왔다고 하죠."






어깨를 으쓱이며 너스레를 떠는 호석의 말투에 웃음을 지으면 호석은 손에 들고있던 목검 중 하나를 나에게 받으라며 던져주었다.






"한 번 겨뤄주실래요? 그 까다로운 1사단장이 그렇게 입이 마르게 칭찬한 사람의 실력은 어떨지 사실 좀 궁금했거든요."






받아든 목검을 손에 감싸쥐면 딱딱한 촉감이 마치 원래부터 내 것이라도 되었던 듯 금세 익숙해졌다. 어두워진 연무장을 비추는 잔잔한 불을 잠깐 올려다보면 이 야밤에 나를 이곳에 데려온 호석의 의도가 궁금했으나, 호위단장과 겨룰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조금씩 잔잔히 내리는 빗방울들이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밤은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져만 갔다.






사담^ㅁ^

1화와의 텀이... 조금...조금 길어졌네요...^^... 이게 다 제 탓입니다 


 

 

[방탄소년단] 두번의 달이 지나갈동안 02 | 인스티즈 

3화는... 조금 더 빨리 써오도록 하겠읍니다 


 

그리고 혹시 다 아시겠지만 사극입니다 배경은 조선의 궁 정도 되지만 제가 역사를 잘 모르기때문에 배경만 빌려왔읍니다 

퓨전사극정도되겠군요 후후 


 

그럼...뭐라고 끝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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