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 보고 소리지르다가 눈맞은 썰
야, 저리 안꺼져? 날이 선 눈빛과 베일듯한 긴장감에 주춤하던 최진리가 힝하며 반을 나갔다. 너는 왜 애를 잡고 그래. 툭하니 던진 말에 꽁한 표정으로 신경질나게 책을 덮던 정수정이 곱게 말하면 쟤가 가냐? 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턱을 괴고 한숨을 쉬다가 수학 문제를 푸는 나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야, 손나. 필통안을 들춰내며 만지작 거리던 정수정이 아주 문제집에 빨려갈듯이 집중 하고 있는 나은을 불렀다. 네임펜 좀.
“ 좀 사라. ”
“ 아, 오늘 지각할까봐 뛰어온다고 문구사 갈 시간 없었어. ”
“ 넌 네임펜 하나 사는데 10분이 걸리냐? ”
“ 30초만 늦었어도 존나 벌점 먹을 뻔 했거든, 병신아. ”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책상에 엎어졌다. 나은에게서 네임펜을 받았는지 뭔가를 쓰는 소리가 들렸다. 야, 야. 엎어져있는 내 어깨를 쿡쿡 찌르는 손길에 고개만 슬쩍 돌리자 네임펜 뚜껑을 닫던 정수정이 근데 아까 걔네 잘생겼지 않았냐? 하고는 숙이의 등을 꾹 눌렀다. 숙아, 이거 손나 좀. 귀찮을법도한데 착한 우리 숙이는 꽃미소를 날리며 대각선에 앉아있는 나은을 불렀다. 아까 걔네가 누군데. 네임펜을 건네주는 숙이를 쳐다보며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공주거울로 얼굴을 확인하던 정수정이 아, 왜 아까 그 남고애들. 하고는 치마 주머니에서 틴트를 꺼내들었다.
“ 넌 그게 보였냐? 난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
“ 말도 마, 존잘이였음. 아, 남고에 걔네가 있었다는 사실을 왜 이제야 깨달은건지. ”
일찍 깨달았다고 뭐가 달라짐? 다른반과 진도 차이가 심하게 나서 이번 시간에는 자습을 하라는 한국사 선생님의 말을 따라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한참을 쿨쿨 자고 있을까 나를 깨우는 격렬한 손놀림에 입가를 닦으며 엎어졌던 몸을 일으켰다. 시끄럽게 웅웅대는 주변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가를 비비자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나은이 눈에 들어왔다. 아, 뭐야… 너 존나 잘자더라. 꿈틀대며 기지개를 켜자 거울을 보고 있던 정수정이 한심하다며 혀를 끌끌 찼다.
“ 뭐야, 언제 마쳤어? ”
“ 7분 전에. ”
휴대폰으로 뭘하는지 실실 쪼개던 나은이 7분 전에. 하고는 홀더를 잠궜다. 나 오늘 같이 못 가겠다. 왜? 남친? 응, 데이트 하재. 좋을 때다, 시발. 3분이 뭐 이렇게도 빠른지 정수정이 욕을 하자마자 종이 쳤다. 7교시 뭐야. 눈을 가늘게 뜨고 시간표를 보자 자율시간이였다. 하아, 또 자야겠네. 이제 자는 것도 지겹. 기는 무슨 곧 추워질 날을 대비해서 창문틀에 올려뒀던 푹신한 담요를 책상 중앙에 올려놓고 최대한 편안하게 눈 감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다. 또 자냐? 어이없다는 정수정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우리 동원이 오빠 보러 가야겠다.
오빠 잠깐만요, 가지말아요. 애타게 부르는 내 목소리를 모른 척 한 채 뒤돌아 사라져가는 동원오빠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엉엉, 그래도 여자한테 너 입냄새 나, 꺼져가 뭐에요. 내 입냄새가 그렇게 독했어요? 시발. 양치질 잘 할게요. 잘 한다구여. 멀어진 동원오빠를 향해 손짓하는데 내 머리카락을 쥐뜯는 듯한 강한 고통에 번쩍 눈을 떴다. 아, 쉬발. 두피에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내 머리카락을 쥐뜯는 손을 잡자 어? 일어났다. 하는 병신같은 소리가 들렸다.
“ 돌았냐. 아, 존나 아파. ”
“ 때려도 안 일어나고 입냄새 타령만 하더니. ”
“ 입냄새? ”
“ 어. 무슨 꿈인데 입냄새를 그렇게 찾아. ”
아, 나년 병신ㅋ 존나 이상한 년 취급하듯이 쳐다보는 정수정을 향해 어설프게 웃다가 내 머리카락을 잡던 손을 슬그머니 놓는 최진리를 째려봤다. 지긋지긋한 청소시간이라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뒤로 끌었다. 내 책상을 밀어주는 최진리의 머리를 쓰담쓰담하다가 마른 걸레를 들고 복도로 나왔다. 여자애들끼리 우글우글 몰려다니며 청소를 하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화장실에 들어가 걸레를 적셨다. 우리 반 앞 창틀을 대충 닦고 있는데 청소 점검하러 오신 담임쌤과 눈이 마주쳤다. 시발, 이건 필시 안좋은 징조.
“ OOO. ”
“ 네, 네? ”
“ 너 벌점 엄청 쌓였더라. ”
하하하, 니미럴 시발.
“ 상점 줄테니까 가서 청소 좀 해라. ”
“ 어딘데요? ”
“ 구름다리. ”
“ 네? 제가요? 거길 왜요? ”
시발, 저 거기 가면 안돼요. 안그래도 남고 애들한테 미친년으로 얼굴 팔린 지경에 거기 가서 청소하고 있으면 더 이상하잖아요. 가면 안되는 이유를 말하려다가 순간 아득하게 쌓여있는 벌점이 떠올라 그냥 입을 다물었다. …하아.
“ 얼른 갔다 와라. ”
“ 아, 쌔앰! ”
시끄럽다며 반으로 들어가는 담임쌤을 미운눈으로 쳐다보다가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시발, 여길 내 발로 찾아올 줄이야. 투명한 창문으로 보이는 남고애들의 청소시간에 인상을 찡그렸다. 하필이면 청소시간도 겹치고 지랄. 걸레를 꽉 쥐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아까 그 미친년이 아닌 척만 하면 되는거야. 슬금슬금 창문틀을 닦으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에 푹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들었다. …시발. 바로 맞은편에서 턱을 괴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애랑 눈이 마주쳤다. 뭐, 뭔데 시발. 굉장히 나른해 보이는 눈빛에 애써 태연하게 머리카락을 앞으로 당겨 아예 얼굴이 안보이게끔 만들었다. 내 인생 최대 개쪽이다, 시발. 창틀을 닦는건지 그냥 훑는건지 복도 끝까지 한바퀴 돌고 빠른 걸음으로 구름다리에서 벗어났다.
“ 야, 어디 갔다 왔냐? ”
“ 아, 몰라. 시발. ”
더러워진 걸레를 빨고 거치대에 널어놨다. 손을 탁탁 털며 자리에 앉자 아까 찾으러 다녔는데 너 없던데? 하며 물었다. 구름다리. 대충 대답해주고 다시 엎어지려는데 그런 내 앞에 팔을 뻗어 못 자게끔 만들던 정수정이 구름다리에는 왜 가셨을까아? 하고는 징그럽게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청소시간에 청소하러갔지. 왜 하필 구름다리 일까. 니년 안그런 척 하면서 다 봤지? 하여튼 엉큼한 년. 아, 보긴 뭘 봐. 담임이 벌점 많이 쌓였다고 상점 줄테니까 가서 청소하라고 해서 간거구만.
“ 아, 뭐야. 그런거였어? 존나 시시해. ”
“ 뭘 바라는데 미친아. ”
“ 격정적 로맨스? ”
“ 지랄하고 있네. 그딴건 개나 줘라 시발. ”
궁시렁대는 정수정을 뒤로 한 채 다시 엎어졌다. 그냥 보충 쨀까. 아, 안돼. 엄마한테 문자 날라가면 죽음이다. 울상을 지으며 엎어졌던 몸을 일으키고 수학 문제집을 꺼내들었다. 세상에 보충 같은 거 존나 ㅅㅏㄹㅏㅈㅕ. 시발. 빠른 손놀림을 선보이며 카톡을 하던 정수정을 보다가 내용을 흘낏 쳐다봤다. 얼마 전부터 썸타고 있다는 남자앤가 보네. 뭐? 우리 수정이? 지랄하고 있네. 미친년. 안타까운 표정으로 정수정을 쳐다보자 흐뭇한 표정으로 홀더를 잠구던 정수정이 시선을 의식하고는 나를 쳐다봤다.
“ 뭔데 그 눈빛. ”
“ 좋냐? ”
“ 뭐가. ”
“ 조옼케따. 썸남도 있고. ”
아, 봤냐? 얼굴만 떠올라도 기분이 째질 것 같은지 흐흫거리는 정수정을 쳐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혼자 가야 할 듯한 분위기다.
갈게. 신발을 갈아신고 교문 앞에 서자 썸남 생긴 것들끼리 존나 다 빠지고 나니 나만 혼자다. 시발이네. 카톡! 신나게 울리는 카톡소리에 시발, 나도 드디어 이성에게서 관심을 받는건가? 누구지? 초등학교 졸업하고 4년만에 롯데리아에서 마주쳐서 해맑게 웃으며 번호 교환했던 명수? 중학교때 빼빼로데이날 빼빼로 안 줬다고 내 신발을 화장실 세면대에 담궈버렸던
아니 시발, 이게 누구야^^? 존나 패고 싶은 우리 집 장남이네^^?
존나 짜증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집 병신은 손이 굉장히 매우니까. 썸남은 개뿔ㅋ 휴대폰을 치마 주머니에 쑤셔넣고 가방끈을 잡았다. 존나 옆에 잡을게 없으니까 가방끈이라도 잡아야지, 뭐. 한숨을 푹푹 쉬며 학교 근처 편의점으로 향하는데 점점 편의점이 보일때마다 싸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편의점 입구로 가려는데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라면을 흡입하고 있는 익숙한 형체들이 보여 발걸음을 멈췄다. …ㅋ
“ …갓뎀. ”
남고 애들이잖아. 미친. 정수정이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했던 그 치.명.적.인.존.잘 창문 앞에 붙어있던 놈들이 확실했다. 아, 그냥 집앞에 편의점 갈걸. 존나 빌어먹을 내 뇌새끼야. 상황 판단력이 이렇게도 딸리다니. 그냥 돌아가려고 빠꾸하는데 나를 향해 손짓하는 듯한 검은 무리들이 존나 예쁘게도 웃었다. 돌아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여기까지 온김에 쪽팔리다고 그냥 가는건 더 병신 같아 보여서 편의점 문을 당차게 열었다.
“ 어서오세요. ”
“ 안…녕하세요. ”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듯한 표정으로 해사하게 웃는 훈남 알바생을 보며 평소같았으면 오빠 존나 잘생겼네요. 이름은 뭐고, 전화번호는 뭐에여? 밤에 전화해도 되죠? 라고 했겠지만 나를 보는 저 어두컴두컴한 눈빛들에 잔뜩 쫄아 훈남 알바생을 쳐다보던 눈깔을 거뒀다. 여기서 끽소리만 내도 죽을 것 같아. 음료수 코너로 가서 포카리를 집어들고 이제 매새만 사면 되는데 시발 이 편의점 내부구조는 왜 이지랄이야. 과자 코너 바로 앞에 푸드존이 있었다. 분명히 과자 집으러 가다가 내 목숨이 집힐거다. 이걸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순간 훈남 알바생에게 과자는 뭐가 제일 맛있어요? 하며 알바생을 방패막 삼아 전진하는 개병신같은 생각도 들었다.
“ 계산해 드릴까요? ”
“ 예? 아, 아니요. 잠…시만요. ”
시발, 심호흡 좀 하구요. 계속 계산대 앞을 알짱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자 의문스러운 눈길로 나를 보던 훈남 알바생이 바코드를 잡았다. 급하게 손을 가로저으며 아니라고 말한 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치며 과자 코너로 걸어갔다. 시발, 매새. 매새. 매새. 평소에 눈에 안 들어오려야 안 들어올 수 없었던 빨간 봉지년이 오늘 같은 날 존나 눈에 안찬다. 시발, 이거 어디갔어. 그 병신 새끼는 왜 평소에 오잉만 쳐먹다가 갑자기 매새로 갈아타고 지랄이야. 매새, 매새.
“ 매새애… ”
“ 이거 찾아? ”
호롤룰루 깜짝이야 시발. 애타게 울부짖으며 빨간 봉지를 찾고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담백한 목소리에 기절 할 듯 놀래며 뒤로 물러섰다. 무더기속에서 내가 그토록 찾던 매새년을 꺼내들던 남자애가 씩 웃으며 매새를 쥐고 흔들었다. 어, 어, 응. 슬금슬금 앞으로 가서 남자애의 손에 들린 매새를 쥐려고 하자 슬쩍 뒤로 빼던 놈이 개구지게 웃었다. 내 이름 뭐게. 시발, 내가 지금 니놈 이름 알아서 뭐하게 존나 무서워서 내 이름 마저도 까먹을 지경인데. 대충 김남자라고 찍으려다가 뒤에 보이는 남자애들의 모습에 눈치를 보며 내 앞에 있는 남자애의 명찰을 그 누구보다 존나 빠르게 훑었다.
“ 변백현? ”
“ 와, 내 이름 아네. 존나 기쁘다. ”
어물쩡하게 대답하자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남자애가 제 손에 들린 매새를 내게 넘겨주려는 듯 손을 뻗었다. 고, 고마워. 매새를 손에 쥐려는 순간 또 뒤로 빼는 이
“ 저기, 미안한데. 나 지금 빨리 집… ”
“ 너 매운 새우깡 좋아해? ”
시발 용기내서 수줍게 말하는데 왜 끊고 지랄이야.
“ 어? 아, 아니. 내가 먹을 건 아니고…. ”
“ 그럼 남자친구? ”
“ 미쳤! …니? ”
나년 개병신. 그 놈을 내 남자친구로 생각해보니 존나 끔찍했다. 와, 상상만해도 시발 토가 올라올 지경이야. 격한 내 반응에 씩 웃던 남자애가 그럼 남자친구는 없다는거네. 하고는 매새를 내 손에 쥐어줬다. 아까 너 창문에서 봤는데 존나 예쁘더라. 근데 이렇게 보니까 지금이 더 예쁘네. 시방, 지금 이새끼가 뭐라는거여. 귀를 후벼파고 싶은 손가락을 겨우겨우 눌러 참았다. 어어, 고맙다. 억지미소를 지어보이며 계산대로 가려는데 매새를 잡은 손을 안 놓아주는 남자애 때문에 존나 열불 터질 것 같다.
“ 나 지금 가야되는데… ”
“ 왜? 바빠? ”
“ 어?, 어, 응. 좀. ”
지금 빨리 튀어가지 않으면 엉덩이 긁으면서 롤하는 그 병신 새끼한테 줘터질지도 모르거든.
“ 야, 우리만 쏙 빼고 지들끼리 라면 먹. ”
“ 얼라리요? ”
“ 변백 여자친구 생겼냐? ”
빨리 가야되는데 인구수는 시발 더 많아지고 지랄이다. 오늘 여기가 핫플레이스야? 존나 다 엎어버릴까. 매새를 잡고는 안놔주는 이놈때문에 매새를 중간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여유롭게 웃고만 있는 놈은 놔줄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시발, 그냥 내가 파묻혀 있는거 다시 찾는게 더 빠르겠.
“ 이거 하나밖에 없던데. ”
“ …… ”
“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올걸? ”
존나 이 편의점 내가 다시 오나 봐라.
“ 어? 쟤 걔잖아. 창문에 붙어있던 애. ”
“ 걔냐? 오, 존나 예쁘네. 깜종은? ”
“ 곧 올걸? ”
아니, 나 지금 가야된다니까. -♪♬. 아니나 다를까 이 모자란 새끼는 그새를 못 참고 전화질이다. 매새를 잡은 손을 놓고 포카리를 품에 안은 채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 여보세요? ”
ㅡ “ 착한년은 매새를 만들어오냐? ”
“ 야, 지금 내가 빨리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 ”
ㅡ “ 5초내로 안튀어오면 초당 3대. ”
“ 초당 3대? 돌았냐? ”
ㅡ “ 그러니까 빨리 오라고. ”
“ 야, 잠깐만. ”
뚝하고 끊긴 휴대폰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인상을 구기며 치마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아나, 개빡치네. 여전히 매새를 들고 있는 놈을 쳐다보며 얼큰한 욕 한 잔 들이부으려는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백팩을 메고는 과자를 뒤적거리는 또 다른 남자애가 보였다. 몇 번을 뒤적거리던 남자애가 숙였던 허리를 펴고 나를 쳐다봤다. 어? 얘 청소시간에 턱 괴고 나 쳐다봤던 애잖아. 여전히 나른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놈을 올려다봤다. 하아, 짜증나게 키 존나 크네.
“ 받아. ”
“ 어, 어? ”
“ 변백현. 넌 애 데리고 뭐하는 거야. ”
그러고 보니 얘 손에 또 다른 매새가 들려져 있다. 내게 매새를 건네는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우물쭈물하며 받아들자 아무렇지 않게 내 옆을 슥 지나쳐가던 남자애가 줄듯 말듯 안주고 약올렸던 얄미운 새끼의 머리카락을 헤집어 놨다. 아, 머리 헝클어져! 깜종, 라면 뭐 먹을래? 아무거나. 일상적인 남자애들의 대화를 듣다가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정신 차리고 후다닥 계산대로 향했다. 여기 계산이요. 머리를 긁적이며 포카리와 매새를 계산대에 내려놓자 바코드를 찍던 훈남 알바생이 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렇죠? 당신이 생각해도 존나 어이없는 상황이죠? 시발 나는 어떻겠냐고요. 뒤를 힐끔 쳐다보자 의자에 앉아있던 다른 놈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향해있는 걸 느끼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틀었다. 수고하라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받은 거스름돈을 치마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딸랑-.
“ …… ”
“ …… ”
시발 이건 또 뭐야. 나가려는 나와 들어오려는 남자애와 정확히 마주보고 있다. 오른쪽으로 비켜가려면 막아서고, 왼쪽으로 나가려면 따라오고. 훼이크 스킬을 한 번 써보려다가 존나 병신년처럼 보일까봐 그냥 멀뚱멀뚱 서있었다. 남자애의 가슴팍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오세훈이라고 박혀있는 명찰에 눈이 갔다. 오세훈은 어떻게 생겼나 싶어 고개를 드니 시발, 이건 무슨 잘생김이지? 이러다가 개쭈구리가 될 것 같다.
“ 야. ”
“ 어, 엉? ”
“ 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너 누구야? ”
그냥 잘생긴 병신이네.
“ 그, 글쎄. ”
“ 혹시 너 나랑 판치기 뜬 적 있었냐? ”
“ …아니. ”
“ 그렇지? 이렇게 존나 예쁜애랑 판치기 뜰리가 없지. 그 돈으로 꼬셨으면 모를까. ”
그래서 판치기로 얼마 벌었는데ㅋ 라고 비웃어주고 싶다. 한 300원 벌었으려나. 500원만 되도 넘어가주는데 아쉽네ㅋ
“ 저기, 근데 나 가야되는데… ”
“ 그래, 잘가라. 오빠 번호는 아냐? ”
“ …아, 아니. ”
시방 또 이건 무슨 드립이야. 처음 봤는데 내가 네 번호를 어떻게 알아.
“ 폰 줘봐. ”
“ 어? ”
“ 폰달라고. ”
난 절대 저 눈에 쫀 거 아니다. 그냥 내 휴대폰이 갑자기 보고싶어져서 꺼냈을 뿐이다.
“ 세훈이 오빠로 저장해놨으니까 저녁에 문자 해. ”
“ …… ”
“ 난 묻는말에 대답 안하는거 존나 싫어하는데. ”
응, 꼭 할게! 시발아.
하ㅏ이헬로!! 여러분 오래ㅐㄴㄴ만ㅁ퓨ㅠㅠㅠㅠㅠㅠㅠㅠ
잘 지내셨어요ㅠㅠㅠ? 모평 개망하고 눈물겹게 타자를 칩ㅂ니다..^^♥
사실 눈맞은썰은 딱히 인기 있을 줄 몰랐는데 와.. 여러분 대ㅏ다ㅏ나ㅏ다!
아ㅏ 눈맞은썰은 질질 끌지않고 빨리 끝낼 예정ㅇㅣ에요! 초스피드로 확훅확!
근데ㅔ 한 멤버와의 러브라인으로 갈지 역하렘물로 갈지ㅣ..☆★
ㅇㅣ것도 고민이 되네요.. 뭫ㅎㅎ 하다보면 결과가 나오겟져ㅎㅎㅎㅎㅎ?
그냥 질러보고 나중에 수습하는 스타일ㄹ이라...ㅎㅋ........
암호닉 모델썰과는 별개로 처음부터 다시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