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13
"우와- 탄소야, 너 부자인가보구나? 명품을 이렇게 많이사다니!"
내가 들겠다고 했는데도 고집을 부리며 내 쇼핑백을 모두 든 김태형이 낑낑대며 내 옆에서 걸었다.
그 모습이 웃겨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럼 오빠는요? 오빠는 안어울리게 왜 이런 고급진 백화점에 있던거에요?"
"가끔씩 이런데 견학와서 부자 기분도 내보고 그러는거지. 근데 안어울린다고?!"
"하핫 농담이에요"
"웃으니깐 훨씬 예뻐"
김태형의 기분좋은 눈웃음에 나도 같이 미소지었다.
함께 있으면 이 사람의 엉뚱하지만 밝은 기운이 나에게도 전달되게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백화점 밖 벤치에 나란히 앉았고, 김태형이 나에게 소프트콘을 건냈다.
"누가 울렸어?"
"..."
"전정국이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하는 김태형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을 피했다.
"나는 너 안울릴 자신 있는데 그냥 나랑 사귀자"
"싫어요."
"힝 역시 탄소는 매정해. 전정국이 그렇게 좋아?"
"... 그런가 봐요"
"질투난다. 그럼 전정국이랑 잘되게 도와줄게. 그거 하자."
"뭘요?"
"질투작전, 키스."
난 경악을 하며 입을 떡 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형은 실실 웃으며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농담이죠?"
"농담아닌데?"
"싫어요!"
"힝.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고, 김태형은 또 기분좋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이없는 말들을 늘어놓긴 했지만, 힘들었던 오늘 이렇게 웃게해주고 위로해주었음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앉아 시시콜콜한 말들을 나누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아이스크림을 다먹었을 때 해는 이미 져서 하늘이 어두웠다.
"너네 집까지 데려다줄게. 집 어디야?"
"... 집에 못가요"
"왜?"
"가족이랑 싸워서 집 나왔거든요."
"가족 누구? 엄마? 아빠?"
"..."
"아니면 남편?"
"네?"
"하핫 뭘 그렇게 정색해? 당연히 농담이지!"
나는 깜짝 놀랐지만, 김태형의 순수한 웃음에 단순한 장난이었음을 깨닫고 놀란 마음을 풀었다.
"그럼 어디로 갈건데?"
이하정네 집을 생각해보았지만, 그 팩트폭력만 하는 친구의 집에서 더 우울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싸워서 나와놓고는 연락 하나도 없는 전정국이 있는 집에 먼저 들어가기는 자존심상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고, 김태형이 그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집 갈래?"
"네?"
"나 혼자 살고, 우리 집 커서 방도 많아!"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지금 내가 갈만한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전정국 외에 다른 남자랑 한 집에서 자는 건 처음이었지만
전정국이 아니고, 좋아하는 남자도 아니기에 딱히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김태형이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믿음이 느껴졌다.
'나는 딱 잠만 자고 오자' 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하정에게 다른 곳에서 잔다고 문자를 남긴 채 김태형을 따라 김태형네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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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혼자 사는 데 좋은 데 사시네요?"
"부모님이 미국 사시니깐 좋은 오피스텔 물려주고 가셨지."
정말 좋은 집이었다.
하지만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하고도 낯선 향기가 느껴졌다.
김태형과 함께 있으면 항상 느껴졌던 향기였다.
"오빠 저 물 좀 마실게요."
"나 옷 갈아입고 나올테니깐, 냉장고에서 꺼내먹어."
낯선 향기에 불편함을 느낀 나는 문득 목이 말랐고, 김태형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냉장고 문을 열자 여러가지 색의 물병들이 놓여있었고, 난 물이라고 생각되는 투명한 물병을 꺼내 한 잔을 따라 마셨다.
상큼한 향이 나는 게 물은 아니었지만, 달달하고도 시큼해서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한 잔만 더 마셔야지, 라고 생각하고 계속 음료를 따랐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물병은 완전히 비어있었다.
"응? 뭐야? 왜 없지? 내가 이거 한병 다마신거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내가 이걸 다 마셨을리가 없지
물병이 스스로 자기 물을 비워버렸나봐
이런 나쁜 물병!"
나는 물병이 너무 괘씸해서 물병을 한 대 쥐어박았다.
그 때 김태형이 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문득 김태형에게 집에서 재워주는 거에 대해 고맙다고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김태형이 있는 거실로 향했다.
근데 자꾸 땅이 흔들리는 것도 같고, 모든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것도 같았다.
"김태형! 고맙다!"
".... 탄소야 너 술 냄새나"
파자마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있는 김태형이 날 이상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나는 김태형의 '술냄새'라는 말이 웃겨서 키득거리며 웃다가, 문득 김태형의 다리가 너무 푹신푹신해보였다.
"오빠, 나 여기 앉아도 되요?"
"어디?"
"여기"
그리고 나는 김태형의 다리 위에 앉았다.
"아 여기 앉으니깐 좋긴 한데 팔 위치가 애매하다. 실례할게요."
난 김태형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 이제 편하다. 헤헤"
"탄소야"
그리고 내게 안긴 김태형이 평소보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날 불렀다.
"네?"
"너 남자집 이렇게 함부로 따라오면 엄청 위험해."
"오빠는 착한 사람이잖아요."
"나 착한 사람 아니야."
내가 김태형을 안고 있어서 김태형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차가운 기운에 나는 살짝 놀랐다.
김태형은 말을 마치자마자 날 공주님안기로 안아올렸고, 침대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눕혀진 나는 이미 온 몸의 기운이 빠져버려 정신이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얕게 뜬 눈꺼풀 사이로 내 옆의 앉아있는 김태형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있음이느껴졌다.
문득 나는 입술이 닿을까봐 걱정되었지만, 입술이 닿기 전 김태형의 얼굴이 멀어진 것을 보고나서야 내 눈은 완전히 감겼다.
김태형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 들려오지 않았다.
"유부녀니깐 딱 한 번 참아주는거야."
----
전정국, 나 지금 다른 남자 집 침대에 누워있어.
낯선 향기가 가득해.
너 옆에서 잘 때는 항상 기분좋은 향기에 웃으면서 잠들었었는데.
나 지금 니 향기가 너무 그리워
근데 기억이 안나.
너무 그리운데 기억이 안나.
전정국, 보고싶어.
눈을 떴을 때, 내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꿈 속에서도 전정국을 보고싶어하며 울고 있다니 참 한심했다.
눈을 돌려 휴대폰을 바라보았지만 부재중전화는 0통이었다.
전정국은 이틀이나 외박한 아내가 하나도 그립지도, 걱정되지도 않나보다.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키려하자 머리가 띵- 하고 아파왔다.
그리고 문득 어제의 기억들이 머릿 속을 마구 스쳐지나갔다.
김태형과의 대화내용들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지만,
내가 음료수 한 통을 다 먹고 취해서 김태형 다리에 앉았고 김태형이 날 여기로 안아서 데려온것까지만 기억났다.
나는 이불킥을 수십번 한 뒤에서야 씻고 옷을 갈아입고 방 문을 열고 나갔다.
"탄소야 잘잤어?"
앞치마를 매고 아침상을 차리고 있는 김태형을 보자 얼굴이 화끈해졌다.
김태형은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물을 마시라고 했는데 술 한 병을 다 마셔버리면 어떡해? 제대로 취했더라"
"아... 진짜 죄송해요..."
"괜찮아, 엄청 귀여웠거든"
김태형의 밝은 미소에 나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식탁쪽으로 다가갔다.
집밥 냄새가 풍겨왔고, 김태형이 잘 차려놓은 아침밥상이 있었다.
집에서는 전정국이 요리를 못하는 탓에 내가 항상 아침담당이었는데
누군가 나에게 아침밥을 차려주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너가 뭘 좋아하는 지 몰라서 내가 좋아하는 걸로 만들었어! 어서 앉아."
나는 앉아서 따끈따끈한 밥과 된장찌개, 계란말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웃으면서 숟가락을 들어 된장찌개 한 숟갈을 떠 입에 넣었다.
"오- 요리 좀 하시네요?"
"혼자 산지 좀 됐거든. 맛있다니 다행이다."
나는 계속 김태형이 해준 밥을 맛있게 먹었고
김태형은 뿌듯한 듯 계속 해맑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러니깐 우리 진짜 부부같다 그치?"
"..."
"내가 니 남편이면 너 정말 행복하게 해줄텐데."
나는 김태형의 말에 숟가락을 든 손을 무의식적으로 탁 멈춰버렸다.
전정국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아침밥을 매일 차려준데도, 아무리 다정하다고 하더라도 전정국이 아니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 남편은 김태형이 아니라 전정국인데 여기서 내가 뭘하고 있나 싶었다.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니다.
"집들어가기 곤란하면 그냥 오늘도 우리집에서 자고가"
"아니요."
"..."
"우리 집에 돌아가야겠어요."
나는 김태형을 향해 또렷이 말했고,
김태형은 잠시 나를 그대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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