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울지않으려 이를 악무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못참겠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선 우는 여름을 한 번 본 정국은
노래를 조금은 크게 틀어주고선 한 번 동네를 크게 돌았다.
저 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생각을 해보았다. 이해를 정확히 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슬플지는 조금은 이해가 갔다.
사랑했던 사람은 자신을 미워하는듯한 행동을 계속 했고, 자신이 무너질 때 그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몇년 뒤에 나타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 한다.
아무리 다 잊은 사람이라고 해도 복잡한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 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건
"……."
아무것도 없다.
화영은 어제도 자신의 일 하는 곳 앞에 서있던 태형이 떠올라 이번에도 있으면 진짜 경찰에 신고 할 생각으로 출근을 했지만
태형은 일이 끝나서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자기는 어디를 가고있고, 무슨 밥을 먹었고 일기를 쓰듯이 카톡을 보내는 태형을
가끔은 심심할 때 픽 웃으며 확인도 했었다. 싫다는데 저렇게 꿋꿋이 질척 거리는 건도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던 화영은 잘됐다며 기지개를 쭉 폈고
주방장도 같이 퇴근을 하면서 주방장이 화영의 허리를 감쌌다.
"……?"
"화영씨 우리 애들이랑 술이나 마실까? 오늘이 마지막이잖아?"
"지금 3시에요."
"새벽에 마시는 술이 더 달달한 거야."
"저는 달달한 술 안 좋아해요. 술을 쓴맛으로 먹지, 누가 달달한맛으로 먹어요."
화영은 상냥하게 웃는 표정을 짓고선 주방장의 손을 떼어내며 정색을 했고, 주방장은 까칠하다며 허허- 웃었다.
화영이 자신의 집 방향으로 가려고 했을까, 주방장은 화영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화영씨 남자친구 있는 거 맞지?"
"남자친구요?"
"그래. 그 동창이라던.. 연예인말이야."
"저기요."
"응?"
"연예인 남자친구 두고 제가 알바를 하겠습니까? 저 남자친구 생기면 용돈 받아 먹으면서 사는 게 제 로망이라서요."
"……."
"어디가서 그 자식이 제 남자친구라고 소문내지마요. 루머 퍼트리면 주방장님만 힘들어질 걸요."
주방장은 넉살좋게 웃으며 '연락할게'라 말했고, 화영은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선 골목길로 들어섰다.
남자친구 용돈 받아 먹으면서 사는 게 로망이라는 건 거짓말이었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자신이 돈을 더 썼고,
오히려 남자친구에게 없는 돈이라도 나눠주는 화영이다. 이런 말을 해야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덜 질척 거릴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태형이 골목길에서 칼부림 있었다는 말이 생각나서 화영은 뒤 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았고.
"어. 이번엔 바로 본다."
"뭐야. 또 왔어. 할짓도 없나."
"에에 아닌데. 나 오늘은 되게 바빴어요. 그래서 출근 하는 건 못 보고 퇴근길만.
보니까 매일 7시에 출근해서 3시에 끝나는 것 같네."
"이제야 연예인같네. 바빴다니까. 그렇게 계속 쭉- 바쁘길 바래요."
"제가 그렇게 싫어요?"
화영이 등을 돌려 가려고 발걸음을 뗏고, 뒤에서 들려오는 태형의 목소리에 화영은 다시금 뒤 돌아 입을 천천히 열었다.
"좋으면 이러겠습니까? 뭐 지가 연예인이라 사람들이 다 좋다고 헬렐레 할줄 알았나봐?
나도 취향이란 게 있는 사람이라. 나는 그쪽 별로거든."
"아하."
"그것도 자꾸 일하는 곳에 찾아오고 귀찮게 하는 건 진짜 별로거든. 그리고 난 네가 누군지도 몰라.
그냥 연예인. 티비에 자주 나오던 연예이라는 것만."
"티비에 자주 나오는 걸 아는데 이름을 몰라요?"
"같이 사는 친구가 티비 보는 걸 끔찍해해서. 나도 같이 안 봐."
"그럼 이제부터 보면 되겠다."
"딱히. 친구나 나나 별로 보기싫은 사람이 티비에 자주 나오셔서.
그럼 이만."
"이제 귀찮게 안 할게요."
"…듣던중 제일 반가운 소리네."
"네. 그러니까. 악수 한 번만."
"뭐래 변태야? 뭔 악수야."
"와…. 악수 하자고 한 번 했다고 변태소리 들어야 돼요?"
"다른 여자 연예인한테 써먹어봐. 그쪽 얼굴이면 다 넘어가겠네 뭐.
나는 워낙 취향이 독특해서 그쪽은 별로인 거고."
"내가 그쪽 왜 좋아하는줄 알아요?"
"말 안 해도 알지만 말해봐."
"그런 뻔뻔함이 섹시하고."
"……?"
"욕할 때도 섹시하고. 걷는 것도 섹시하고. 목소리도 섹시하고. 손가락도 섹시하고. 피부도 하얗고 섹시하고.
심지어 머리카락도 섹시하고. 또 그런 강한 모습뒤에 여린 모습이 있을 것 같아서 계속 눈이 가요."
"뭐래. 이 새낀.. 그래 칭찬은 고맙다 야."
태형이 '그럼 악수'하고 손을 뻗자, 화영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고선 웃어보였고
곧 정색을 하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태형은 참나.. 하고 콧방귀를 끼고선 저 멀리 사라지는 화영의 뒷모습을 보았다.
안 온다고는 했지만 일하는 곳이 여기인 걸 아는이상 계속 찾아올 것 같은데..
화영이 추운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낮은 구두를 벗으며 침대에 누워있는 여름이에게 달려가 옆에 누웠고
여름이에게 술냄새가나자 화영은 코를 막고 물었다.
"너 술마셨냐?"
"별로 안 마셨는데.."
"으.. 웬 술을 마셨대."
집에 와서 맥주를 한캔 더 마신 여름이는 의욕이 없는듯 누운채로 계속 한숨만 쉬었고
화영은 무슨일 있냐고 몇십 번을 물어도 대답이 없는 여름에 침대에서 내려와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로 들어섰다.
눈을 뜨자마자 얼굴이 부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어제 안 마시던 술을 그렇게 마셔댔으니 말이다.
호빵이 되어서는 전정국을 보러 가기 조금은 쪽팔려서 얼음을 봉지에 넣고 얼굴에 대고 있어봐도 부은 건 여전하다.
어제 술 먹고 정국의 앞에서 운 것이 떠올라 조금은 어색해지려고 했지만.. 이럴수록 뻔뻔해야된다고 누군가 그랬기에
여름이는 정국의 집 문 앞에 서서 한참을 초인종을 누르지도 못 하고 있었다.
애국가를 속으로 몇 번이나 부르고서는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안 있어 문이 열렸고, 여름이 들어서자마자 최대한 밝게 인사를 했다.
"아하하! 안녕하세요! 즐거운 아침입니다!"
"……."
"왜요..?"
"점심인데."
"아하! 그럼 즐거운 점심입니당."
"……?"
"왜요..?"
"아니야. 오늘 왜 왔냐."
"오늘이요?"
"일 없는데."
"아하..!!"
"……."
"왜요..?"
"뭘 자꾸 왜요야."
"자꾸 이상하게 쳐다보잖아요.."
"그냥 쳐다보는건데."
"그러니까 왜 쳐다봐요.."
"꼬와?"
"어어? 꼬와?!"
"얼굴은 퉁퉁 부어가지고."
"그쵸! 많이 티나죠! 그쵸.. 아.. 우울해졌어요. 얼굴 부었대.."
정국은 여름이의 말에 작게 웃어보이며 식탁 의자에 걸어두었던 옷을 걸쳐입었고, 곧 여름이 엥? 하고
정국에게 물었다.
"어디 가요?"
"응."
"아, 점심이라도 같이 먹어주지.. 저 집에 가면 또 혼자 밥 먹어야 돼요."
"친구 없냐."
"네."
"……."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화영이만 있으면 되거든요."
"누가 미안하대?"
"표정이 미안하다고 그러던데."
참나.. 하고 콧방귀를 뀐 정국이 여름을 지나치자 여름이는 강아지마냥 정국의 뒤를 쫒으며 입을 열었다.
"어디가요? 데이트? 배주현씨랑!"
여름이의 입에서 '배주현'이 나오자 정국은 살짝 인상을 쓴채로 멈춰서서는 여름을 내려다보았고,
여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자꾸 배주현이랑 엮을래?"
"그럼 엊그제 집에 왜 불렀는데요.."
"얘기 좀 하려고."
"무슨 얘기요."
"관계 정리 하고싶어서."
"허.. 관계를 어디서 정리해요?"
"뭔 생각하냐?"
"아무 생각도?"
"변태 아니야. 이거."
"그쪽보다는 덜 변태일 걸요. 장담합니다."
"잘났네. 나보다 덜 변태라서."
"잘나요! 그쪽보다 잘난 게 하나라도 있으면 잘난 거죠!"
"그래."
'그래'하고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정국에 여름이 정국을 따라 나왔다.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선 가만히 서있는
정국의 옆에 바짝 붙어 서있는 여름이는 너무 붙어있었나싶어 옆으로 한발자국 움직이고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진짜 어디가요?"
"네가 내 애인이냐? 엄마야? 뭘 자꾸 꼬치꼬치 캐물어."
순간 '애인'이라는 말에 여름이 어어! 아니요! 하고 엄청나게 부정을 했고 정국은 또 콧방귀를 꼈다.
"그냥요.. 궁금하잖아요. 맨날 집에만 있는분이 밖에 나간다니까."
"엄마 만나러."
"엄마요?"
"응."
"와아.. 좋겠다. 정국씨 엄마 보러 가는 거라. 완전 기분 좋아보이던 거구나."
정국이 엘레베이터를 타자 여름이 계속 히죽히죽 웃으며 따라 탔고, 1층에 거의 다 왔을까
어차피 가는 길이니 가다가 떨궈달라는 여름에 말에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 타고선 주차장에서 빠져나오자 조금은 좋지 않은 날씨가 기분을 우중충하게 만든다.
금방이라도 눈이 올 것만 같자 여름이는 정국이 들으라고 작게 혼잣말을 했다.
"날씨도 안 좋은데 혼자 밥 먹게 생겼네. 혼자 밥 먹는 거 너무 싫은데."
"……."
"셋이서 밥 먹으면 좋을텐데에."
"네가 엄마랑 왜 밥을 먹어."
"혼잣말인데 들렸어요?"
"어. 들렸어."
"오. 재능이다 재능. 혼잣말 들리는 재능."
"같이 갈래?"
"에에!?"
여름이 정말 예상치도 못 한 말에 놀란 토끼눈을 하고선 정국을 쳐다보자 정국은 앞에 두던 시선을 여름이에게 두었다.
"이 말 원한 거 아니야?"
"맞긴..맞는데.. 근데 제가 감히.. 그래도.."
"상관없어."
"……."
"너라면 엄마도 좋아하실 거야."
마지막 말은 혼잣말을 하듯 희미하게 말했고, 여름이는 그럼 좋아요! 하고 방긋 웃어보였다.
어제 그렇게 서럽게 울던 애가 오늘도 혼자 두면 얼마나 슬퍼할지 조금은 걱정이 되어서인지
정국은 여름이에게 같이 가자고 했고, 여름이는 예상대로 작은 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다 만난 것 처럼 좋아했다.
화영은 눈을 뜨자마자 새로 일 하기로 한 옷가게로 가던중 핸드폰을 확인했다.
매일 아침마다 하루 일과를 보내주던 태형이 어느새 아무 카톡도 없자 오히려 이상해서 화영은
카톡 방을 들어갔다 나왔다. 오랜만에 질척거리는 남자가 있다가 없으니까 이상하네..
잘생기긴 했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란 말이지.
귀찮은 거 하나 떨궈냈다고 생각하니 맘 하나 참 편하네, 편해.
"안녕하세요. 어제 낮에 전화드렸던.. 류화영이라고 하는데요."
큰 오피스텔 안에 들어서자 전정국 집처럼 고급져보이자 여름이는 우와아- 하고 박수를 쳤다.
자꾸 옆에서 호들갑을 떨며 박수를 크게 치다가 정국의 가슴팍을 탁- 쳐버렸고
정국이 인상을 쓴채로 여름을 보자 여름이 죄송합니다아- 하고 웃으며 문 앞에 서서 대기를 탄다.
정국이 비밀번호를 누르고선 들어서자 집 안은 꽤 휑했다. 정국이 벽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조금은 어두웠던 집에 있는 모든 불들이 꺼졌다 커졌고, 여름이는 뭐해요..? 하고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곧 거실 쇼파에 앉아있던 정국의 어머니는 웃으며 일어서 정국에게 다가왔고 여름이는 안녕하세요! 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옆에 있는 여름을 본 어머니는 수화로 정국에게 물었다.
'누구셔?'
여름이 응? 하고 정국의 어머니를 보았을까, 곧 수화도 하면서 말을 작게 했다.
"내 매니저야. 같이 밥 좀 먹으려고. 괜찮지?"
곧 정국의 어머니가 알아보지 못할 수화로 무언갈 정국에게 보여주자 정국은 소리내어 웃고선
말을 하지않고 수화만 했다.
'여자친구구나.'
'얘가? 아니야.'
'첫인상은 좋다. 사람이 참 좋아보여.'
'완전 순해빠진 바보야.'
'에이 그런말 하면 못써.'
여름이 알아듣지 못 하게 둘이서 수화를 하자 여름이 뻘쭘한지 옆에 멀뚱히 서서는 정국을 올려다보았고
어머니는 여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정국에게 물었다.
'집에 수령이 왔어. 괜찮아?'
정국은 그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어머니가 들어오라는듯 손짓을 하고선 여름이에게 웃어보이자
여름이는 헤헤.. 하고 정국보다 먼저 따라 들어가다가 뒤 돌아 정국에게 말했다.
"제 욕 했죠?"
"……."
저 나름 요리 잘 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고 부엌으로 따라 들어간 여름을 보고 웃더 정국은 자신의 옷깃을 잡는
누군가 있어 고개를 숙여 보았다.
"안녕하세여."
"……."
수령이라고 정국 어머니의 동생의 딸이었다. 6살 정도는 된 아이인데 정국은 아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그래'하고 작게 대답을 해주고선 발걸음을 뗏다.
반찬을 하시는 어머니의 옆에서 여름이 계속 종이에 무언가를 써서 보여주자 어머니는 웃어보였고
정국은 괜히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종이의 내용을 얼핏 보았다.
[정국씨가 맨날 저 놀려요. 악마같아요.]
삐뚤빼뚤한 글씨에 정국은 어이가 없는지 콧방귀를 뀌다가도 식탁 위에 있는 물을 마셨다.
수령이가 자꾸만 여름이의 손을 꼭 잡고선 언니- 하자 여름이는 수령아- 하고 혀 짧은 소리를 계속해서 냈다.
"정국이오빠한테 가서 놀아달라해. 언니가 좀 이따 재밌게 놀아줄게!"
"……."
딱 보아도 '나는 수령이가 싫다.'표정을 짓고있는 정국에 여름이는 인상을 쓴채로 정국에게 말했다.
"아 좀 놀아줘요. 왜 이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요?"
"애들 별로 안 좋아해."
"와아.. 좋아하는 게 도대체 뭐에요? 어머니는 이렇게 천사이신데. 그쪽은 와아우."
어머니에게 또 종이에 정국의 욕을 써서 보여주자 어머니는 뒤 돌아 정국을 보고선 웃었고
정국은 어깨를 작게 으쓱였다. 수령이가 식탁 위를 발꿈치를 들고선 보다가 곧 손이 닿지않자
식탁 옆에 서있는 정국을 올려다보고선 작은 입을 열었다.
"나 저 초콜렛 주세요."
"……."
"먹고싶은데.."
정국은 수령이가 가리키는 쪽을 보았고, 초콜렛을 본 정국이 그 초콜렛을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싫은데."
곧 그 초콜렛 봉지를 뜯어 자신의 입에 넣었다.
그 순간 아이가 엉엉 울자 그 상황을 다 지켜보던 여름이 진짜 대박이라며 정국을 어이없게 보았다.
"아주 애 앞에서 유치하게 잘 하는 짓이에요! 원래 그런 거 잘 먹지도 않으면서! 좀 주지! 왜 그걸 먹고 그래요?
사람이 진!짜!"
"나 초콜렛 좋아해."
"참나!"
여름이 울던 아이를 안아주었고, 아이는 안기자마자 울음을 그쳤다.
"어구구 수령이 언니가 좀이따가! 맛있는 거 왕창 사줄게. 밥 먹고 우리 편의점 갈까?
으으 저 못된 오빠는 앞으로 아저씨라고 부르자. 알겠죠?"
여름이의 모습에 정국이 웃었고, 뒤 돌아 그 둘을 보던 어머니는 대충 둘이 투닥 거리는 게 눈에 보여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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