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번에는 학교 앞까지 같이 걸어갔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마크가 말도 안하고 살짝 뒤에서 걷길래 아,, 하고 그냥 나도 아무말 없이 앞서 걸었어. 수업 시작하고 나서야 당연히 대화 안했고, 수업시간에도 말은 안했지만, >>마크, 점심 어디서 먹어?😶😶 문자를 보냈지. 점심 같이 먹고 싶었거든. 그랬더니 마크가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꼼지락 거리더라고. 아이메시지라 그 ••• 적힌 말풍선이 보이는데 되게 오래걸리는거야. 그래도 기다렸는데 답장이 뭐라고 온 줄 알아? 나 보통 밖에서. Wow It is Sooooo hard to type Korean.〈〈 >>Then Just use English for txt. 하지만..〈〈 그리고는 현실에서 나를 슬쩍 쳐다보는게 나는 영어로 타자 치는게 힘들지 않느냐는 것 같았어. 그래서 영어로 그래도 너 한글 치는 것 보다는 빠르니 괜찮아 라고 보내니까 🤢🤢🤢😡😡😡〈〈 하고 어딘가 본인 닮은 이모지들을 막 쏘더라. ㅋㅋㅋ귀여워.. 아무튼 수업 시간에는 몰래, 쉬는시간에는 더 열심히 문자를 했는데도 점심은 따로 먹었다. 진짜 너무한 마크. 아니 데이트 신청하고 문자 잘 받아주면 다냐고. 학교에서 모른 척 하는데. 나만 애 타 이거? 진짜 싫은데.. 그래서 오후 수업 때는 일부러 문자 조금씩 늦게 받고 그랬어. 괘씸하잖아 어딘가가.. #13 집에 갈 때 길이 겹치면 좀 같이 가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캠프 수업 끝나자마자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는지 빠른 걸음으로 나가더라. 우리가 사는 동네랑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길래. 그 놈의 농구 하고 괜히 혀를 찼어. 나는 천천히 집으로 걸었지. 놀러 가더라도 가방은 놓고 가야 할 거 아냐. 마크는 목요일에도 금요일에도 그랬어. 아침에는 신호등 앞에서 날 기다리다가 같이 걷고, 학교 건물이 가까워지면 살짝 떨어져서 걷다가, 수업이 지루해지면 문자를 주고 받고, 집에 가서는 조금 뜸하게 연락하는 게 겨우 사흘만에 익숙해지더라. >>When we meet tmrw? Just as usually. Umm..10am? 〈〈 열시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아침부터 머리 세팅하고 화장하려면 시간 좀 걸리는데 으음. 입술을 꾹꾹 눌러가며 고민하다가 마크보고 10시 반은 안되냐고 물어봤어. 늦잠 잘거냐고 묻더라. 내가 본인인 줄 알아ㅡㅡ. 아무튼 살짝 미룬 약속 시간에 안심하면서도 나는 아닌 밤중에 패션쇼를 했어. 분명 마음에 드는 옷들만 캐리어에 넣어가지고 왔는데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는지. 끙끙 앓다가 그냥 심플 이즈 베스트!를 외치며 짧은 청반바지에 검은 무지티 넣어입고 얇고 박시한 청자켓을 하나 골라놨어. 이렇게 입고 가면.. 괜찮겠지. 아우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어 정말. 곱게 잠드는 날이 드물다니까. #14 와, 큰일 났다. 어떡해. 나 너무 일찍 일어나버렸어. 약속이 10시 반, 집에서 10시에 나가도 넉넉한데 지금 시간은,, 6시. 뭐 잘 됐다 이거야. 얼굴 붓기 좀 뺄 겸 샤워도 하고 , 화장도 느긋하게 해야겠어. 급할 거 없잖아. 엄마 방이랑 내 방이랑 멀어서 다행이다. 아침부터 서두르는 소리에 엄마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였어. 물론, 오늘 약속이 있다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침부터 들떠있는 모습을 들키기에는 부끄러워.. 씻고 나와서는 스스로 천천히, 천천히를 중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고 에코백에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골라서 챙겼어. 8시 쯤 됐을 때는 아침이나 먹어야겠다 싶어서 냉장고에 남겨둔 샌드위치를 방에 들고 들어와서 먹고, 아차 하고 다시 양치했지ㅋㅋㅋㅋ,,으윽 시간 왜 이렇게 안 가? 이리 저리 두들기고, 붓질하고, 거울 앞에서 고개를 돌려가며 화장을 살피고 있는데 화장대에 내려놓은 핸드폰 불빛이 켜지는거야. 메시지? 나 너무 일찍 준비했어. 하하〈〈 마크.. 시간이 얼마나 많이 남아돌았으면 네가 한글로 문자를 다 보낸거야 싶어서 웃음이 터지더라. 그래서 좀 오바같지만 전화를 걸었어. 받아든 마크 목소리가 조금 어색한게, 놀란 거 같더라구. "나도 좀 빨리 준비 할 것 같은데, 우리 원래대로 10시에 만날래?" -그럴래? 나는 상관 없어, 진짜로. "그럼 10시에 신호등 앞에서 보자." -Ok, Ok. See ya.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서둘러 고데기를 예열했어. 앗뜨 앗뜨 거리면서 머리를 돌돌 말고 나니까 좀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옷은 편하게 입어놓고 얼굴은 또 너무 오바했나 싶기도 하고. 나 이거 오바 아니겠지.. 일단은 출발하자. #15 신호등을 향해 걸어내려가는데, 익숙한 노랑 뽀글 머리는 없고 웬 차분한 흑발 하나가 핸드폰을 두 손에 쥐고 삐딱하게 서 있는거야. 설마 저게 마크야..? 하면서 다가갔는데. 헐. 진짜 마크야. 너무 놀란 나머지 내리막길을 우다다 걸어내려갔더니 내 발소리에 고개를 든 마크가 천천히 내려오라는 듯이 손짓하면서 슬쩍 웃더라. Wow, 너 펌 했어? 손끝으로 내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면서 물어보는데 나는 그것보다, "너 염색했어?" "Umm, Yes. 이상해?" 아니. 너무, 너무.. 애가 갑자기 성숙해진 느낌? 그러고보니까 마크, 너 몇 년생이지? 나 너 풀 네임도 몰라. 내가 너무 들떴나 말을 막 쏟아내니까 마크가 또 제스쳐로 나를 진정시키면서 내 팔꿈치를 살짝 잡아서 앞쪽으로 이끌더라. 가면서 얘기하자는 듯이. "내 생일 99년 8월 2일. 여주는?" "나.. 00년 n월 n일.." "그럼 한국어 할 때는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그런 게 어디있어. 우리 미국 나이로 지금 동갑이잖아 그럼 됐지." 그럼 나 곧 생일인데 나 생일 지나면 오빠라고 불러줘? 불쑥 얼굴 내밀면서 말하지 말아줄래,, 너무 설레니까. 아니 아아아아니. 유치한 짓 하면서 앞서 걸었더니 뒤에서 살짝 다가오면서 그렇다고 혼자 가시면 어떡해요 Lady 하는데.. 솔직히 말할게. 진짜 오글거리는데 얘 얼굴이 다 했어. 진짜로. 못 믿는 사람들한테 얘 얼굴 보여주고 싶다 정말로. 이런저런 얘기로 떠들다가 보니까 나는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마크가 가자는대로 가고 있더라. 그래도 외출에 들떠서 셀카 좀 찍어보려고 하니까 마크도 갑자기 본인 핸드폰을 들어서 사진을 찍는.,응? 왜 나를 찍어? "You're pretty on this side,too." 어떡해, 이거 작업멘트 맞지, 그치?! ———— 현생이 급해서 일단 글부터 놓고 갑니다 ㅠㅠ 지난화 댓글 답글 및 암호닉 추가는 오늘 새벽이나 내일쯤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번 평일 중에는.. 기억하실 지 모르겠지만 재현이의 케이크버스(옛글) 이 올라옵니다 아마도요,, 암호닉 : 동쓰 베리 딸랑이 하라하라 혀긔 메리 슈비두바 작결단1호 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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